사회진보연대


지상중계 | 2020.10.05

코로나 위기, 체제에 도전하는 노동운동의 과제

2020노동운동포럼 대토론회 참관기

사회진보연대
 
 
 
지난 9월 26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020노동운동포럼이 진행되었다. 이번 2020노동운동포럼은 코로나19 방역을 고려하여 온라인 실시간 중계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20노동운동포럼은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는데, 먼저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의 “코로나19 이후, 어떤 세계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지면 관계상 이번 참관기에서는 강연내용에 대한 소개는 생략한다. 관련한 내용은 《계간 사회진보연대》 가을호에 실린 필자의 글(클릭하면 이동)을 참고할 수 있다.
 
강연이 진행된 다음에는 “코로나 위기, 체제에 도전하는 노동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대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토론회 사회는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이 맡았고 메인 발제는 이소형 사회진보연대 노동위원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 윤정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이원재 금속노조 기획실장이 참석했다. 지면 관계상 본 글에 담기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2020노동운동포럼 자료집(클릭하면 이동)을 참고할 수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크게 3가지 쟁점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기업별 노조 체계의 혁신, 문재인 포퓰리즘과의 단절, 민주노총의 역할과 과제로 나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각각의 쟁점별로 당일 발제와 토론문, 토론내용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이번 노동운동포럼은 코로나19 방역대책을 고려하여 실시간 온라인 중계로 진행되었다.
 
 
 

기업별 노조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발제자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더 극단화된 노동내부의 격차가 나타날 수 있는데, 민주노총은 아마 상층에 위치하리라 전망한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기업별 노조 체계라는 조직형태를 꼽는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계기로 노동조합은 한국경제의 일주체로 부상했으나 동시에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력 격차에 따른 임금격차가 본격화된 계기이기도 했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 지점은 바로 기업별 노조라는 조직형태였다. 90년대 초반까지의 임금인상 투쟁이 생산력에 비해 지체된 임금수준을 끌어올리는 투쟁이었음은 사실이나, 기업별 노조 체계 하에서 노동조합은 각개전투를 벌였을 뿐 전체 자본의 구조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 임금인상에 대한 자본의 대응은 고생산성 부문은 대기업 내부에 남기고 저생산성·노동집약적 부문은 중소기업으로 넘겨 그들을 하청으로 두는 방식이었다.
 
이와 같은 자본의 대응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별 노조운동이 임금인상을 지속한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에 따른 임금격차가 고착화된다. 그 결과 고임금은 기업별 노조의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업별 노조의 특권이 민주노총 내에서 비판받기보다는 오히려 ‘전투적 투쟁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조합 역시 ‘제대로 된 정규직화’라는 슬로건 하에서 대기업의 고임금을 추격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같은 운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심각한 임금격차와 극심한 일자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노동시장의 객관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기업별 노조 체계가 기업별 임금인상 투쟁에 매몰되게 하여 이를 인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발제자는 노조운동의 혁신과 노동 내부의 격차축소를 위해서는 기업별 노조 체계의 혁신이 핵심적임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건설, 총연맹 강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러한 시도들은 여러 한계로 인해 난관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회진보연대는 기업별 노조 체계의 혁신을 위한 특수한 계급적 실천방식으로서 연대임금, 연대고용을 제안한다. 이는 기업별 노조의 임금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이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는 산별과 총연맹 차원에서 기업별 임금단체협상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관련해 민주노총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논의까지 나아간다. (민주노총의 권한과 관련한 부분은 뒤에서 다시 다룬다.)
 

노동 내부의 격차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제기

 
관련하여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은 기업별 노조 체계 하에서 위기를 겪은 기존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통해 노동조건을 방어하면서 사회적으로는 노동유연화와 노동조건 하락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다고 지적한다. 이어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 속에 기업별 노조 체계의 영향력이 상당한데, 이를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건설산업연맹을 단일 대산별 노조로 만들고 이를 통해서 대자본-대정부 교섭을 진행하려 하는 건설산업의 활동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별노조의 건설 자체보다도 중요한 것은 산별노조가 대안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한 지향을 가지는 것임을 역설한다. 이런 맥락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자본의 시도에 노동조합이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방식의 노동을 도입하는 움직임이나 몇 년 전부터 이슈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재편 등이 그러한 예시일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노조가 적절히 대응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조직화와 활동방식을 만들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윤정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도 기업별 노조 체계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다. 기업별 노조의 현안을 모아 투쟁하는 방식이었던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이 한국사회의 변화에 있어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나, 코로나19 이후 노조의 파편화가 심화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기에 노조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윤정일 부위원장은 임금체계 개편이 파편화된 노조를 뭉칠 수 있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동자 내에도 10대90의 큰 격차가 존재하고 이는 단결을 해치는 요인이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임금체계는 자본주의 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지속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여 임금체계의 개편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그는 내부의 격차문제에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로 세대 간의 문제를 언급한다. 공공부문의 경우 같은 일을 하는 20대와 50대를 비교했을 때, 임금이 많게는 3배까지 차이가 나는데, 이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임금체계 개편과도 연결되어 격차를 줄이면서 단결과 연대를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지금이라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원재 금속노조 기획실장은 발제문의 주장에 대해 쟁점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양극화가 명시적으로 드러났음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이중구조로 인해 이득을 보는 세력은 자본과 권력임을 제기했다. 따라서 초점은 여기에 더 맞춰져야 하며 발제문은 마치 상층 노동자가 양보하면 그에 따른 낙수효과가 있을 것처럼 서술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견을 표명했다. 이어지는 맥락에서 분배의 문제에 있어 자본에게서 빼앗아 나눠야 하는 문제이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몫을 나눠 갖는 문제는 아님을 주장했다. 또한 금속의 예를 들며 인건비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발제문의 분석은 인건비가 높아 경제위기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여 마치 경총의 논리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대임금, 연대고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이를 구체화한다는 방향을 잡고 총연맹이 관련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연대임금, 연대고용이라는 슬로건 자체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날카롭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연대임금의 경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만들기 위해 각급 단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논의하는 방식이 더 구체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대고용의 경우는 결국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인데, 이를 위해서 필요한 재원을 어디에서 빼앗아 올 것인가가 총연맹의 과제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더해 사회변혁에 있어서 진보정당의 역할에 대한 개념이 부재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토론문에서 그는 노동자운동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전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지향을 가진 진보정당이 있어야 하며, 노동운동은 진보정당이 이런 지향에 충실하도록 압박하여 공동의 실천을 해나가야 함을 주장한다.
 
토론회 참가자 역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오기형 금속노조 조사통계부장은 “정규직 대공장 남성노동자의 고임금 문제가 노동 내부 격차의 큰 요인임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임금을 내리고 나머지는 올린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논의하기보다는 재원마련의 문제, 산별임금체계를 만들면 격차의 축소가 가능한 것인지, 만약 산별임금체계를 만들면 이를 공통적으로 도입할 만한 토대를 구축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측면이 구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조은석 건설노조 정책국장은 “노동내부의 격차축소를 건설에 적용해보자면 고용기회의 기회의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독립변수가 노조다.”라면서 노동조합의 임금과 고용에 대한 교섭과 투쟁은 해당산업이나 거시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점을 제기하였다. 또 “이를 위해서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해야 하며, 특히 이주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 그런데 이주노동자 조직에 있어서는 조직 내부의 갈등이 있다. 쉽지 않겠지만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간의 갈등을 지양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조직발전전망을 토론 중”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끝으로 이미지 공공운수노조 광전지부 정책교육국장은 “만약 민주노총이 처음부터 산별 체계가 마련된 상황이었다면 상황이 매우 좋았을 것 같다. 현재는 임금과 고용에 대한 결정력이 기업별로 축소되어있고 총연맹이나 산별 차원에서도 뭔가를 제시하기보다는 하면 안 되는 것을 나열한 지침을 내리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지침들이 기업별 교섭에 매몰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산별, 총연맹 차원의 전략과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래야 조합원과 기본단위의 노조들 역시 함께 고민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런 제시가 없으니 고민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꼴”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더해 “더는 무조건적인 최대치의 요구를 걸고 사측과 정부의 답변에 따라 조정한다는 식은 안 된다. 이는 대안사회 건설이라는 노조의 임무를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노조가 이를 제시할 수 있는 정책적 역량이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대체로 노조가 노동 내부의 격차에 있어 독립변수로 작용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것은 우선 노조가 노동 내부의 격차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매우 뼈아프지만, 노동 내부의 격차가 확대되어온 데에 노조 역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현상은 한국에서 자본축적의 특수성의 결과인 동시에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의 임금극대화전략에 자본과 정부정책이 대응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노동 내부의 극단적 격차가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적 대응이 주요한 원인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시기 대기업과 공공기관 고임금에 대한 산별, 총연맹차원의 비판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적은 그 자체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계급적 단결을 위한 전제조건인 총노동의 전략수립이다. 즉, 계급의 분할과 격차를 강화하려는 자본과 권력에 대항하여 강력한 계급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노동자운동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대기업, 공공기관의 임금극대화 전략 폐기와 보편적 임금체계 설계이다. 이는 평균 임금의 2배가 넘는 임금격차를 그대로 두고서 노동자계급의 연대와 단결을 도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코로나 위기로 더욱 극단화 될 계급내부의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노동자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운동이 왜 포퓰리즘과 단절해야 하는가

 
노동 내부의 격차축소에 관한 논의는 노동운동이 왜 포퓰리즘과 단절해야 하는지의 논의로 넘어갔다. 노동운동이 포퓰리즘과 단절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노동조합에 만연한 전투적 경제주의로 인해 노동자들이 포퓰리즘에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내의 경제주의는 점점 강화되는 반면 체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사회로의 지향은 약해지고 있다. 이것이 지속되면 노조 스스로가 경제적 이익집단으로 전락하여 사회의 다른 세력과 경쟁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실적 위주의 정책으로 노동의 의제였던 정규직화, 공공의료 등의 의제를 수용했다. 그러자 노동자운동은 이를 ‘진보’로 간주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분별정립하기 보다는 반보수전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신진희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국장은 인천국제공항 사태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서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하는 의견을 제기했다. 신진희 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화에 있어서 가장 처음 방문한 인천공항이었던 만큼 책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노조 내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런 기대는 무너졌고 고용불안정을 해결하기보다는 경쟁채용을 무기삼아서 많은 노동자가 직고용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흐름이 있었다. 지부에서 거세게 반대했음에도 결국 경쟁채용을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모든 합의를 거쳤는데, 올 상반기에 갑자기 정부가 개입해 직고용 범위를 늘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정부는 자신들의 말을 들을 것 같은 세력과만 소통하고 노사전문가 협의회의 주체였던 노조와는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 당사자임에도 언론으로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면서 “과정을 돌이켜보면 결국 정부에 중요한 것은 숫자로 드러난 성과뿐이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민간으로 확산한다는 취지를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정부 스스로가 그 취지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문재인의 포퓰리즘 정책에 노조가 끌려가면 안 된다. 앞서 말했듯 당사자임에도 전혀 주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외에도 이 사태는 노동시장 격차문제와도 연관되는 쟁점도 있다. 취업준비생과의 갈등이 두드러졌던 게 대표적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노조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세력으로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한편 의사파업사태로 보건의료 부문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문제가 되었다. 김진현 사회진보연대 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김진현 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공공병원 설립정책은 둘 다 지지율을 위한 것이지 실제 효과는 없는 정책”이라고 평했다. 그는 “한국은 의사유인수요가 큰 나라인데, 이에 대한 규제 없이 의사의 수만 늘리면 결국 의료비 지출이 증가한다. 공공병원 역시 문제가 있다. 정부가 설립을 추진하는 곳은 필요한 곳이 아니라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광주인데, 여기는 이미 의료접근성이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 곳이다. 이곳은 수익성의 문제로 운영이 불가능하거나 환자에게 의료비 과지출을 유도해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두 정책 모두 낭비일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대다수의 보건의료 운동 단체가 문재인 정부를 대놓고 지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와 다르지 않은 의료민영화, 내용이 없는 문재인 케어 등 문재인 정부 역시 문제가 많지만, 정부는 진영을 갈라 의사협회를 악마화함으로써 지지세력을 규합했고, 사회운동과 보건의료단체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사회운동 역시 포퓰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결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를 해야만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위의 대표적인 두 사례에서 드러나듯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에 분별정립하지 못하고 오히려 찬동했다. 문재인 정권의 개혁에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는 환상을 고수하면서 대안을 찾는 노력은 방기한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비판을 문재인 정권에 대한 투쟁을 전면화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민주노총의 "친 민주당 실리주의"에 대한 단호한 비판과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와 한계에서도 드러나듯, 노동자의 정치비판 역량은 관성적인 반정권 투쟁이나 진보정당 지지로 담보되지 못한다. 그동안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입장이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권에 대한 관성적 반대에 머물뿐, 기업별 노조 체계의 혁신을 포함하는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각성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치행태와 단절하고, 노동의 현장에서 필요한 합리적이며 보편적인 정책적 대안을 노조 스스로가 제시해야 한다. 노동자 운동에 이러한 역량이 갖춰졌을 때, 관성화된 반정권 투쟁이 아닌 효과적인 노조의 투쟁전술이 가능할 것이고, 여러 정치세력과의 연대와 제휴 역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역할과 과제를 합의하기 위한 대대적인 전조직적 논의가 필요하다

 
토론에서 확인한 바는 노조 내부의 격차확대에 있어 기업별로 각개전투하는 현 조직체계의 문제가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체계 속에서 자본주의의 구조를 인식하는 흐름은 약화되는 동시에 전투적 경제주의는 점차 강화되었다. 포퓰리즘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들어왔고 비타협적 투쟁이 오히려 포퓰리즘과 공명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토론은 민주노총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발제문은 기업별 노조 체계를 혁신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민주노총의 교섭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7월 노사정 대화의 실패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재의 조직구조 상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어떤 자본과 정권과도 협상할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별 노조 체계의 혁신을 통한 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해서는 총연맹과 산별노조로의 임금교섭의 권한을 확대하고 기업별 노조의 교섭권한을 제한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시도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다. 그리고 교섭권한을 총연맹으로 위임할 수 있게 하는 토대로서 총연맹 스스로 정세를 분석하고 정세에 맞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책적 역량을 갖춰야 함을 제기한다. 실력 없이 권한만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은 당연하고 실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산하 단위가 권한을 위임해줄 리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연맹의 정책·교육 역량이 새롭게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제기에 대해서는 토론자와 참석자가 대체로 동의하였다. 토론자들이 제출한 사회적 대화에 대한 평가가 공통적으로 민주노총의 역할과 권한의 부재와 조직방침 결정에 있어서 전 조직적 논의의 부재, 그리고 정책역량의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이 제출한 토론문에서 자세하게 논의되었다. 류미경 국장은 “발제문의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의 노선과 전략에 대한 대대적인 논쟁이 기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미경 국장은 먼저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한 내부논의과정의 역사를 검토한다. 이를 검토하면서 “민주노총 출범 초기부터 민주노조운동 혁신이라는 화두로 내부 논의가 제기되었고, 2000년 노동운동 발전전략위원회부터 시작해 혁신과 관련한 논의를 추동하는 기구가 여러 차례 설치되어 논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기구에서 이뤄진 활동은 공통적으로 공식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의 심의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으로 채택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즉 민주노총의 노선과 전략에 대한 전 조직적인 논의과정은 결실을 보지 못한 채로 거듭해서 실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집행부 선거를 통해 집행부의 추상적인 방향성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집행부 선거는 조합원이 능동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이기에 총연맹 집행부의 지도력 역시 점차 약화되었다.
 
한편 민주노총 공식 의결기구의 논의력과 의사결정 관행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류미경 국장은 “민주노총 내 여러 정파 간에 이견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만든다는 의지는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다. 조율을 거쳐 공동으로 책임을 지기보다는 어떻게든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라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아무 결정을 하지 않고도 조직이 운영된다는 것인데, 총연맹 차원의 권한과 할당된 자원이 그만큼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총연맹의 권한이 취약함은 역대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교섭전략 변화추이에서도 확인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교섭을 관장하여 노동표준을 확립하는 시도는 약화된다. 이는 위원장의 권한약화와도 연관되어 최근의 노사정 대화 실패와 같이 노동자를 대표함에도 아무와도 교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제문에서 제기하듯 연대임금, 연대고용의 전면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주노총 운동 전체에서 총연맹이 차지하는 권한과 위상, 역할에 대한 논쟁이 필요하다. 그리고 논쟁의 결과를 대의원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해 전 조직이 능동적으로 함께 실천하는 방침으로 전면화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이렇듯 총연맹 중심성은 의식적 노력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혁신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토론은 대체로 노동 내부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논의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기업별 노조 체계의 혁신과 문재인 정부 포퓰리즘과의 단절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역할과 권한이라는 쟁점을 제기해 전 조직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민주노총이 총연맹으로서 역할과 권한을 갖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자체의 교육적, 정책적 역량이 강화되어야 함을 확인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혁신은 앞선 토론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출범 초기부터 제기된 과제였다. 특히 교육적 역량, 정책적 역량의 강화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과제이고 그렇기에 더더욱 미뤄져 왔을 것이다. 과제가 미뤄져 온 그 시간만큼 앞으로 혁신의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조직 내적인 고통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토론에 참여한 모두가 확인했듯이 더는 미룰 수 없다. 윤정일 부위원장의 토론문에서 언급되었듯 10년의 전망을 담은 계획서가 필요하다. 여러 계기로 민주노총 역량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지금이라도 단기적인 성과 유무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시야에서 노동운동의 혁신을 논의할 때이다.
 
 
 
 
 
 
주제어
노동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