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0.11.03

돌봄전담사 파업을 지지한다!

성급한 지자체 이관 말고 돌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사회진보연대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일하는 돌봄전담사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11월 6일로 예정된 파업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언론은 연일 ‘초등 돌봄 대란 우려’와 같은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돌봄 문제는 더욱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와 초등 돌봄’이라는 주제를 다룬 바 있다(코로나19와 한국 교육의 현실1-돌봄 문제 링크). 이전 글에서는 변화한 학교와 교육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과 함께, 돌봄을 여성에게 전가해 온 현실을 비판했다. 이 글에서는 돌봄전담사들이 왜 파업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실 없이 돌봄교실 확대만 해온 정부

 
학교 돌봄은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가 28개교에 방과후교실을 도입하며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0년대부터 맞벌이 부부 지원과 사교육비 경감을 목표로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했다. 인구감소 속 돌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온종일돌봄체계 구축’을 확정하여 2018년 온종일돌봄 정책을 발표한다. 정책의 요지는 2022년까지 수용인원을 53만 명(학교 돌봄 34만 명, 마을 돌봄 19만 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양적 팽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학교 돌봄은 2019년 기준 참여 학생 수 29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커졌으며, 이용인원 기준 정부 초등돌봄 사업 중 약 70%를 차지한다.
 
학교 돌봄 성장의 이면에는 제대로 된 인력과 제도의 확충 없이 단시간제 돌봄 노동자를 늘려왔던 과정이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자료 『돌봄, 국가적 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겉과 속이 다른 온종일돌봄체계 법안은 반대(박성식 정책국장)」에 따르면, 전국 초등돌봄전담사 약 1만 3천 여 명 중 8시간 상시전일제는 18%에 불과하며, 무려 82%가 4~6시간의 단시간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교실 운영 시간에 맞추어 고용된 돌봄전담사들은 휴식시간은커녕 업무 준비, 정리를 위한 시간도 부족한 채 아이를 보기 바쁘다. 이처럼 단시간, 주먹구구식 고용이 대다수인 현실은 우리 사회가 돌봄 노동을 얼마나 저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문제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개학 연기와 함께 교육부가 오전 9시~저녁 7시 ‘긴급 돌봄’ 운영을 천명하면서 대부분의 돌봄전담사가 본래 계약한 근무시간과 달리 반강제적으로 초과근무를 해야 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갑자기 업무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 교사의 협조를 기대한 돌봄전담사와 돌봄 교실 운영은 정규 교원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교사들이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학교 돌봄을 둘러싼 각종 갈등과 혼란의 책임은 돌봄 서비스의 내실을 다지는 게 아니라 양적 팽창에만 초점을 두어 사업을 추진해 온 정부에 있다. 현재 돌봄전담사들은 파업 요구로 ▲복리후생 차별 및 시간제 차별 해소, ▲인력 확충 및 상시전일제 전환 등 학교돌봄 내실화 대책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 돌봄의 규모가 커지는 동안 비정규직 단시간 여성노동자들이 노동권도 보장 못 받고 일해 온 현실이 이제야 알려지는 것이다.
 

현재 지자체 이관 논의의 문제점

 
이번 파업이 촉발된 주요 계기는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 논의다. 현재 국회에는 권칠승, 강민정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온종일돌봄 특별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법안은 그동안 학교에서 진행되었던 초등돌봄 교실의 책임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돌봄전담사들은 해당 법안이 초등돌봄의 민간위탁·영리화를 허용하고 해당 부문 종사자를 논의에서 배제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파업을 결의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법안 제 18조(국유·공유 재산의 대부 등)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온종일돌봄 시설의 설치·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유·공유 재산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돌봄전담사들은 이 조항이 민간사업자가 초등돌봄 시설을 무상으로 대부받아 수익활동을 할 수 있게 열어둔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역량 부족으로 지자체는 총괄 역할만 하며 약 98%는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 중인 지자체 국공립 어린이집 사례를 볼 때, 초등돌봄 역시 민간위탁으로 진행될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다.
 
돌봄 지자체 이관 논의에 현재 해당 업무를 하고 있는 돌봄전담사들에 대한 고려나 협의가 거의 없는 것 또한 문제다. 현장의 돌봄전담사들은 지자체 이관 시 지금까지 투쟁을 통해 개선해 온 고용과 처우가 문제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물론 돌봄전담사들이 대규모로 노동조합에 조직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용·처우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아예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 이관을 위한 현실적 대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돌봄 지자체 이관 논의는 현실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돌봄 정책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시작하자

 
돌봄전담사의 파업을 지지해야 한다. 돌봄전담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평소보다 과중한 노동을 감수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다. 그런데 현재 지자체 이관을 둘러싼 논의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확인하는 방향이 아니라 교육부와 학교 당국의 ‘책임 떠넘기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문제다. 이번 돌봄전담사 파업을 계기로 돌봄 노동의 의미, 방식, 주체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논의가 필요한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돌봄 정책의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과열된 지자체 이관 논의를 떠나 현실을 보면, 결국 돌봄 정책의 핵심은 ‘어떻게 아이들을 잘 돌볼 것이냐’의 문제다. 그동안은 ‘어떻게’가 아니라 ‘누가’를 중심으로 갈등이 반복됐다. 방법론과 체계가 잘 확립된다면 학교냐 지역이냐, 지자체 이관이냐 아니냐와 같은 논의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돌봄 문제의 필요와 수준은 한 사회의 ‘여성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이는 더욱 분명해졌다. 많은 여성이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곤란을 겪었으며, 돌봄 책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보장하고, 더불어 아이들을 위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체계를 구축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돌봄 문제를 풀어야 한다.
 
둘째,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돌봄전담사들이 파업에 이르게 된 주된 이유는 불안정한 처우와 과중한 업무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던 여성들이 사회로 나와서도 단시간 비정규직 노동자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에서 돌봄 노동을 대하는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비단 학교 돌봄의 문제만이 아니다.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노동자 역시 다수가 여성이며, 고용이나 임금이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해당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보장하는 일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교육주체 간 연대 강화가 필요하다. 이번 돌봄 파업의 이면에는 학교 현장의 갈등이 존재한다. 대다수 교사들은 학교는 교육의 공간이라는 인식과 돌봄교실 관리 업무의 부담으로 인해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을 지지한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학교 내에서 ‘정규 교육이 아니’라며 업무 관리나 처우가 부차화 되어 왔던 돌봄전담사들은 무조건 학교에서 나가라는 논의 방식에 불안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돌봄에 관한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돌봄 관련 역할을 많이 맡으며 기능이 변해 왔다. 이를 단번에 없애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나 학부모·학생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돌봄에 관한 사회적 필요를 우선에 두고 교육주체들이 상호 연대를 강화하며 논의를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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