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0.12.10
공수처 개정안 본회의 통과, 민주당과 정의당을 규탄한다
공수처 야당 배제, ‘정치적 중립’이라는 겉치레도 벗어던진 민주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87표, 반대 99표, 기권 1표였다. 공수처법 개정안 골자는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줄이는 것이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찬성하지 않아도 의결시킬 수 있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민주당은 2019년 공수처법을 처리할 때는 야당 교섭단체에 거부권을 부여하는 게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작년 4월 “야당 거부권이 확실히 인정되는 방향으로 돼 있다”고 했고, 박주민 의원도 작년 6월 야당 거부권 보장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인가.
이로써 민주당은 자신이 한 약속을 아무 거리낌 없이 스스로 뒤집는 ‘거짓말 정당’임을 증명했다.
첫째, 이낙연 당시 선대위원장은 2월 9일 민주당 비례정당 창당은 “옳지 않은 일이다, 자기가 비판했던 일을 자기가 하는 것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지도부나 당원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다. 또한 창당 후에도 이해찬 대표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의석을 하나도 추가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
둘째, 4월 23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하고 7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 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공천 문제가 떠올랐다. 민주당은 당헌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10월 31일, 11월 1일 당원투표를 거쳐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기로 했다. 이 역시 자신의 약속을 뒤엎은 일이다.
이제 민주당은 공수처장 임명에서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파기함으로써, 또 다른 중대한 약속 위반을 저질렀다. 민주당은 자신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할 때는 온갖 그럴 듯한 약속으로 야당의 협조를 구하거나 시민의 환심을 사려하고,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다수의 횡포로 약속을 깨뜨려 버리는 무도한 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한편 정의당은 보도자료로 배포한 김종철 대표 입장문을 통해서 당론 찬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입장문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발의한 공수처 개정안은 원안에서 분명히 후퇴한 안”이며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없앤 조항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수처 출범 자체가 지연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면서 “우선적으로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이후에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개정안을 반드시 마련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의당의 이러한 입장에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첫째, 왜 공수처 지연을 좌시할 수 없는가? 현재 민주당의 공수처 강행에서 가장 우려되는 바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오히려 공수처의 칼날을 검찰이나 야당 측에 돌려 정권 재창출을 꾀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지금 오히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수사방해, 사법방해를 좌시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둘째, 우선 공수처를 출범시킨 후 중립성과 독립성을 사후적으로 강화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으로, 앞으로 보궐선거와 대선을 지날 때까지 공수처장의 임기가 지속될 것이다. 이 중대한 시기에 공수처장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최대한 확보되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게다가 민주당이 이미 야당의 거부권을 박탈한 마당에, 이후에 정의당의 재개정안을 수용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실현할 수 있는 아무런 방안도 없는 공허한 약속이거나, 자기 환상일 뿐이다.
정의당은 바로 어제에도 정무위원회에서 민주당에 한마디로 우롱당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은 안건조정소위에서 정의당 의원의 찬성이 필요해 공정거래위 전속고발제 폐지에 찬성했다가 소위를 통과한 후 전체회의에서는 이를 뒤집어버리는 처사를 저질렀다. 민주당은 국회의 정상적 운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한심한 짓을 저질러 놓고도 ‘신의 한수인데 왜 비난하는지 모르겠다’며 뭐가 문제인지조차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어떤 이유든 간에 정의당이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앞으로 공수처가 어떤 파괴적 활동을 펼치더라도 정의당이 그 책임의 일부를 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