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1.03.03

미국의 귀환, 더욱 거세질 선택의 딜레마 속에서 사회운동은?

중국의 행보 역시 대안세계화 운동에 부정적이다.

사회진보연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임기를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문장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외교 노선을 채택할 것임을 선언했다. 임기 첫날 파리기후협약, WHO로 복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취임 15일째인 지난 2월 4일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문 부처가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였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적 세계질서를 복원하려 노력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라는 위기의 시기에 세계는 G0(G제로) 심지어는 세계 1, 2위의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이른바 “G마이너스2”의 시대를 경험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희망이 실현될 수 있다면 어쨌든 이런 혼란을 수습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0년 겨울호에서도 지적했듯, 중국의 부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미국 내에서 초당적으로 합의된 사안이다. 다자주의적 접근의 초점 역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이 핵심 지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는 권위주의 정부의 전략적 부패(strategic corruption)와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 대체로 도둑정치로 번역)는 미국에도 위협적이며, 경제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까지 흔들 수 있으므로 이들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제에서 다자주의적 접근은 크게는 두 축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국과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경제 분야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의 관세에 직면한 중국은 최종 조립 작업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같은 나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 대한 기계 및 부품의 중국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에 전체 수출은 감소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동남아에서 더 많이 수입했고, 전체적으로는 덜 수출되었다.”고 분석했다. 즉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오히려 미국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무리한 디커플링을 시도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브루킹스 연구소는 군사 안보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의 파기 등 군축조약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연장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며 이와 비슷한 틀로 중국에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란 핵협정의 복원도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란 내 정치지형이 미국에 적대적인 만큼 중국과 러시아가 접근해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불러온 후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을 모든 영역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할 영역에서는 협력을 꾀하는 방식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적 외교가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협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자주의적 접근의 두 번째 축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의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 역시 중요하게 사고하고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24일에 반도체, 차량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의 공급망을 100일간 평가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동맹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는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2020년 미일동맹: 글로벌 아젠다를 위한 대등한 동맹」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미일동맹의 강화를 주문했다. 보고서는 미일동맹 강화의 가장 큰 목표는 중국이고 두 번째는 북한이라고 말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과 미국의 협력 수준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특히 일본은 미국이 신뢰를 잃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도 일본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일본이 2017년 초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히 나선 것은 규칙 기반 질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브루킹스 연구소 또한 동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의 강화 등 군사 분야에서 동맹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맹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브루킹스 연구소 또한 CPTPP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는데, 이 협정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크지 않지만, 미국이 개입하지 않고 진행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협정이 된다면 오히려 미국이 소외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자주의로의 복귀는 민주주의 국가 모임(D-10)과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WTO나 WHO, 나아가 CPTPP등에 중국을 참여시키고 중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주문하며 다자회의 틀 내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이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를 중심으로 한 동맹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보다 동맹국에 ‘가치’를 중심으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남한은 오히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국제기구 내에서 가치를 중심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을 요구받을 것이기에 미중 사이에서 선택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 역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대외 팽창주의의 핵심축으로 ‘강군몽’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의 군사력 투사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로 동아시아의 절멸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노선이다. 더욱이 대안세계화 운동은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적 질서를 토대로 그 규칙을 개조하자는 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다자간 규칙을 아예 파괴하려는 시진핑의 중국은 대안세계화 운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처하게 된 선택의 딜레마 속에서 이것이 단순히 지배계급의 세력다툼일 뿐이라고 과소평가하거나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운동 내의 태도는 지양되어야만 한다. 사회운동은 동아시아의 절멸 위기에 긴장감을 가져야 하며, 중국 특색의 신형 국제관계, 미국의 다자주의적 국제질서 각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엄밀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핵무기 금지조약 비준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절멸을 막기 위한 반핵평화 대중운동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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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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