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 2021.03.23

정부는 문재인케어의 실패를 인정하고 실효성 있는 비급여 통제 정책을 시행하라

보건의료팀
지난 2020년 12월 30 일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관리방안 및 제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하는 내용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 수립계획을 발표하였다. 비급여의 빠른 증가로 인한 국민의료비 부담을 해소하고,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명분이다. 실상은 2017년부터 시행되어 올해로 3년이 넘어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하 문재인케어)의 효과가 지지부진하자 그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본 글에서는 문재인케어, 그 중에서도 예비급여를 필두로 한 비급여 통제를 평가하고 새로 발표된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을 비판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케어’의 개요

 
먼저 비급여에 대해서 살펴보자. 비급여는 발생요인 또는 특성별로 나눈다. 의학적으로 검증은 되었지만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면 등재 비급여다. 급여 목록에 등재되어 있으나 실시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비급여로 적용되는 게 기준 비급여다. 관련 제도적 규정에 따라 비급여로 정의되는 제도 비급여(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 미용이나 성형, 영양수액 등 치료적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 항목이 속하는 선택 비급여도 있다. 이들 비급여의 규모는 건보공단 실태조사로 2019년 기준 16.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마저도 미용, 성형 등의 선택 비급여는 현 제도상 통계에 잡히지 않아 측정할 수 없어 실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건강보험 급여, 비급여 규모 [출처: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 2020년 12월.]
 
2017년 8월 9일에 발표한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케어’는 5년간 30조 6천억 원을 투입하여 6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3800여 개에 달하는 비급여를 신속히 급여화하되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항목에는 본인부담을 차등 적용하는 ‘예비급여’와 ‘선별급여’를 도입하며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의 해소를 목표로 하였다. 더불어 노인, 아동, 여성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적 의료비 부담을 대폭 경감하는 조치(치매국가책임제, 아동 입원 진료비 본인부담 경감, 장애인 보조기 급여 대상 확대 등)를 시행했다. 또 소득 하위 50% 계층에 대한 의료비 상한액을 연소득 10% 수준으로 인하하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제도화 하는 등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조치 등이 포함되었다.
 

문재인케어’는 실패했다

 
연도별 건강보험 보장률 추이 [출처: 서울신문]
 
하지만 문재인케어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케어는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다. 먼저 2022년까지 70%로 올리겠다는 보장률을 살펴보면, 2019년까지 신규재정의 약 70%가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장률은 2017년 62.7%에서 2019년 64.2%로 단 1.5%포인트 상승한 것에 그쳤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실패한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연도별 투입 재정 규모 [출처: 이용갑.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재정건전성." 보건복지포럼 289.- (2020): 53-64.]
 
지속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이 정체되어 있는 현상은 상당 부분 비급여 관리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건강보험 급여비는 8.2%,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은 7.4% 증가한 반면, 비급여 본인부담은 연평균 10.7% 증가하였다.
 
국민 의료비의 재원 유형별 구성의 추이 [출처: 최병호. "건강보험 보장률의 함의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의의." 보건복지포럼 289.- (2020): 7-22.]
 
위 표에서 비급여의 비율은 2000년 기준 27.3%에서 2010년 20.1%까지 감소한 것에 비해 2010년 대비 2018년에는 20.2%로 변동이 없다. 이는 비급여 관리의 실패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민영보험 등의 비율이 2010년 5.0%에서 2018년 7.4%로 증가했다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공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민영보험의 축소를 가져와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는 민영보험의 ‘공포’ 마케팅을 통한 가입 유도와 아직 공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부문(치매, 장기요양, 한방치료 등)의 상품 개발에 기인한다.
 
민영보험의 실손의료비 청구 실태 [출처: 최병호. "건강보험 보장률의 함의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의의." 보건복지포럼 289.- (2020): 7-22.]
 
문재인케어의 성공 여부를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도 보자.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의 민영보험의 실손의료비 청구 항목을 살펴보면, 비급여의 규모 및 비율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에 비해 2020년 상반기 비급여 규모는 약 34% 증가했다. 이는 행위별수가제, ‘실제 낸 만큼’을 보상해주는 실손보험, 고가 의료장비 도입을 규제 않는 상황에서 비급여의 급여화가 시행되었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의료공급자와 민영보험사 양측의 이익 추구 행위는 결국 환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의료비를 증가시켜 공보험의 보장률을 올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 추이 [출처: 김수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가구 의료비 부담 변화와 시사점." 보건복지포럼 289.- (2020): 38-52.]
 
더불어 문재인케어는 실질적인 가구 의료 지출을 증가시켰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겠다는 뜻은 곧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문재인케어는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하였다. 2018년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 확대, 본인부담상한제의 연간 본인부담상한액 연소득 10% 수준으로 인하(소득 하위 50% 대상) 등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펼쳤음에도 오히려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2017년 대비 2019년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소득 수준에 따른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 추이 [출처: 김수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가구 의료비 부담 변화와 시사점." 보건복지포럼 289.- (2020): 38-52.]
 
소득 1분위의 경우 2017년 대비 2018년에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감소하였는데 이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의 확대적용, 3대 비급여 해소 등의 정책이 2018년에 주로 시행되었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으로 인해, 2019년에는 문재인케어 시행 이전인 2017년보다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오히려 증가하였다. 더불어 다른 소득 분위에서도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비급여의 급여화에 의사들이 과잉의료 및 신(新)비급여 창출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비지출이 증가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보험료를 할증하는 실손보험의 도입과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

 
문재인 정부도 문재인케어의 실패를 인지하였는지 지난해 말,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 추진안을 발표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급여 표준화 등 관리기반을 마련한다. 급여 상세 내역 조사를 중심으로 전체 비급여를 성격에 나누어 분류하며 비급여별 코드를 개발하여 코드 사용을 의무화한다. 또한 현재는 등재 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이외에는 비급여에 대한 평가 기전이 전무한데, 주기적 재평가 절차를 신설하여 비용효과성 등의 근거 입증 시 급여로 전환하고,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없다고 판단될 시에 목록에서 삭제하는 과정을 마련한다.
 
둘째, 합리적 비급여 이용을 추진한다. 기존의 병원급 의료기관만 해당되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2021년 1월부터 확대 적용한다. 또한 기존의 564개에만 공개되는 대상항목을 확대 및 조정한다. 더불어 비급여 진료 전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비급여 진료의 항목 및 가격을 설명하는 사전고지제도를 2021년 1월부터 도입한다.
 
셋째, 적정 비급여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 비급여는 현재 비용효과성, 안정성, 적정성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전무하다. 따라서 비급여 규모 및 현황 파악, 관리체계 마련을 위해 의료기관의 정기적인 비급여 보고 체계를 도입한다.
 
넷째, 비급여 관리방안 협의 인프라를 강화한다. 비급여 항목을 비급여 성격과 특성을 고려하여 재분류하며 보장성 강화정책 등의 효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보장성 지표를 개선 및 다양화 할 예정이다.
 
한편, 실손보험 관리대책도 내놓았다. 비급여가 감소하면 그만큼 실손보험료를 내린다던 대선 공약과는 달리, 도리어 실손보험사들이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증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실손보험은 2019년 기준 전국민의 74%, 3800만 명이 가입한 상태이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미가입자 보다 의료이용이 외래 내원 기준 4.6%, 입원 일수 기준 27.3%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며 의료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지급받는다. 때문에 실손보험사들은 적자가 2017년도 1.2조, 2018년도 1.2조, 2019년도 2.5조, 2020년도 상반기에 1.3조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월 10일 제 4세대 실손의료보험안을 발표하였다.
 
실손보험료 할증 방안 [출처: 금융위원회. 실손의료보험 상품구조 개편방안. 2020년 12월]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급여와 비급여가 통합된 기존 형태와 달리, 비급여 항목 전체가 특약으로 분리된다. 또한 비급여의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여 최고 300%까지 보험료 할증이 가능하도록 하며, 이로써 확보된 재원은 의료이용량이 전무한 가입자의 보험금을 할인(5%)하는 데 사용한다. 더불어 자기부담률을 급여항목 20%, 비급여항목 30%로 상승시키는 등 실손보험을 가입했다는 이유로 의료를 과다이용하는 걸 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실효성 없는 비급여 대책

 
요양기관 종별 건강보험 보장률 [출처: 건강보험연구원. 2019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2020년 12월.]
 
위의 요양기관 종별 건강보험 보장률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급에서는 보장률이 증가하였으나 특히 의원급에서 보장률이 심각하게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비급여의 핵심이었던 3대 비급여 중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가 해소되었지만 의원의 경우 대부분의 비급여가 선택 비급여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미용/성형/영양수액 등의 항목이 포함되는 선택 비급여는 마치 환자의 ‘선택’에 따라 본인이 이용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료환경의 정보 비대칭성을 고려한다면 유인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항목이다. 이렇게 민간의료 중심의 신(新)비급여가 계속 창출되는 환경에서는 위와 같은 비급여 관리를 위한 대책들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실손보험 개편 또한 마찬가지이다. 실손보험은 행위별수가제와 함께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부추긴다. 급여든 비급여든 상관없이 보상해주는 실손보험을 그대로 내버려두겠다는 것은 비급여를 통제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며, 이번 보험료 할증과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제 4세대 실손보험 개편방안은 실손보험사들의 배를 불리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보험 축내는 예비급여 철회하고, 실손보험과 신의료기기를 규제하라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비급여 통제 정책들을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케어가 실패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민간병원과 민영보험사들의 유인수요, 새로이 창출되는 비급여에 대한 통제의 실패는 결국 보장률 강화 실패로 이어졌다.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에 문재인케어를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예비급여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안전성, 유효성은 입증되었으나 비용효과성은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에 대해 부분 급여화를 진행하고 3~5년간 평가 후 지속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예비급여인데, 이는 비급여를 억제하기는커녕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결과만을 낳았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규제되지 않는 비급여가 있는 이상 실손보험 시장은 계속 팽창할 것이다.
 
 새로운 비급여 창출의 재료가 되는 고가 신의료기기에 대한 규제 또한 시행되어야 한다.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혁신성장을 위한 의료기기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이 또한 의료비 상승을 견인한다. 신의료기술과 마찬가지로 효과는 없으면서 가격은 비싼 의료기기들은 단지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 때문에 병원 평판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병원 간의 군비경쟁을 야기한다. 시설과 장비 확장에 대한 규제가 없는 우리나라의 구조상 대형병원들은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고가 의료기기 도입은 더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문헌

김수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가구 의료비 부담 변화와 시사점." 보건복지포럼 289.- (2020): 38-52.
여나금. "비급여의 급여화: 성과 및 향후 정책 방향 제언." 보건복지포럼 289.- (2020): 23-37.
이용갑.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재정건전성." 보건복지포럼 289.- (2020): 53-64.
최병호. "건강보험 보장률의 함의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의의." 보건복지포럼 289.- (2020):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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