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04.02

4.7 보궐선거, 민주당 심판이 우선이다.

보궐선거의 의미와 노동조합의 선택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2022년 3월 대선의 전초전이다. 고작 임기 1년의 시장을 선출하는 선거임에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져보면 이번 보궐선거는 민주당 자신이 대선의 연장선으로 만들어 놓았다.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후보를 낼 수 없음에도 규약까지 바꿔 무리하게 후보를 냈는데, 보궐선거를 무기력하게 내주면 대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얄팍한 정무적 판단이 그 이유였다.
 
사회진보연대는 대선 전초전인 서울‧부산시장 선거의 최우선 과제는 민주당 심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민주당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라도 찍어야 하는 차악(次惡)이 아니다. 민주당은 어떤 경우도 선택하지 말아야 할 최악이다. 다른 무엇보다 다음 두 가지를 지적해 볼 수 있다.
 
첫째, 현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 행태가 가지는 위험성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민주당 의원들까지, 자신의 규범 위반을 모두 ‘남탓’으로 돌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규범 자체가 “자신에게만 불리”하다고 4년 내내 항변해 왔다. 이런 행태는 보수세력의 규범 위반보다도 더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다. 보수가 규범 위반을 반복하여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면, 현 집권 세력은 아예 옳고 그름의 기준을 무력화하며 민주주의 자체를 타락시킨다.
 
둘째, 현 집권 세력이 민주주의 제도의 골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였던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문재인 행정부에서 박근혜 때보다 더 커졌다. 삼권분립을 흔드는 정파적 사법 개혁은 정권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은 국회의 오랜 전통까지 무시하며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고, 막무가내 입법으로 연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보수세력이 일탈적 권력 오남용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했다면, 현 집권 세력은 구조적인 권력 오남용으로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다.
 
현 집권 세력의 위험한 성격은 이번 보궐선거 전후 과정을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우선,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은 노골적인 매표 행위였다. 주무 부서인 국토부가 반대할 정도로 안전성과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여당은 특별법으로 밀어붙였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장관들을 이끌고 가덕도로 내려갔다. 물론 대부분의 선거에서 지역 개발 공약이 난립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대놓고 매표 행위를 한 적은 없었다. 특정 선거를 위해 특별법까지 만든 사례는 더더욱 없었다. 한국의 선거 규범을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 수준으로 퇴보시키는 작태라 하겠다.
 
LH 땅투기 사태가 터지자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사과와 반성이 아니라 ‘남탓’을 하며 상황을 빠져나가려 한 것도 가관이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윗물은 맑으나 아랫물이 혼탁하다”라고 말했고, 대통령은 끝까지 변창흠 국토부 장관(전 LH사장)을 변호하다 여론에 등 떠밀려 억지로 해임을 결정했다. 임대차 3법의 실무 총책임자였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에 전세 보증금을 14% 넘게 올려 계약한 것이 발각되자 불법은 아니라며 민주당 특유의 위선을 다시금 보여줬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야권을 투기 세력 또는 투기 옹호 세력으로 몰아붙였던 걸 생각해보면,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박원순 성추행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반성 없는 작태 역시 이번 보궐선거의 추악한 장면 중 하나다. 우상호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원순이 롤 모델이자 동지였다”라며 두둔했고, 피소 사실을 유출한 남인순 의원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가 피해자 기자회견 이후에 마지못해 사퇴했다. 피해자가 기자회견에 나서서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어”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행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냐며 두둔했고, 안민석 의원은 “진작 해방이 됐는데 자꾸 일제시대 이야기”한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한편,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경우 민주당의 이런 작태에 분노하면서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심판에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노동조합 친화적 정책이 여럿 추진됐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협의체도 여럿 만들어졌다. 야당이 당선되면 이런 정책들이 폐기되어 노동조합에 실질적 손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민주당의 민주주의 파괴가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에 미치는 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회 규범이 무너지고, 민주적 제도가 흔들리면, 힘센 놈이 더 가지는 식의 지대 추구가 확대되고, 경제성장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곳에서 노동자 권익이 보호받는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민주당이라는 사과에는 치명적 독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손해를 따져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더는 차선이나 차악이 아니다. 민주당 선택이야말로 최악이다.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심판해 민주당 재집권의 교두보를 일찌감치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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