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보다
| 2021.04.06
이주노동자 코로나 전수검사 행정명령이라는 인종주의
코로나 시기 인종차별 양상 분석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재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인종주의가 더욱 노골화되었다. 아시아계 이주민에 대한 혐오 표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억압적 정책, 이주민 배제적인 방역정책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2020년 1월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초기에 인종주의적 혐오와 차별은 주로 중국출신자들에게 집중되었다. 1월 29일자로 헤럴드경제가 보도한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 기사가 대표적이다. 극우세력은 ‘중국인 입국금지’ 시위를 벌였고, 상점이나 식당에 ‘외국인 출입금지’ 안내가 종종 나붙었다. 동포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소리 소문없이 해고되는 일도 많았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며 이러한 혐오 행태는 이주민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터와 기숙사에서 바깥 출입을 금지당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심하게는 몇 개월씩 나가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내국인들은 출퇴근을 자유롭게 하면서 말이다.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 취급한 것이다.
2020년 3월~7월 실시된 공적 마스크 판매 정책은 아예 건강보험 미가입 이주민들을 제외시켰다. 중복구매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약국에서 건강보험시스템을 통해 구매자 점검을 하게 하니, 이주민 가운데 절반은 마스크를 살 수 없었다. 마스크마저 차별하느냐는 울분이 터져 나왔다.
각종 재난지원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은 대개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만을 포함시켰고 그 외 대다수 이주민은 제외했다. 이것이 인종차별적 정책이라는 인권위의 판단과 시정 권고 이후 서울시는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진 등록이주민에게 신청을 받아 지급했는데 그러한 기준 역시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경기도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2021년 들어서야 등록이주민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주노동자들은 재난지원금 대상이 아니었을뿐더러, 고용유지지원금이나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다.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각종 지원책들이 실시되었는데, 이주노동자에게는 의무가입이 아니라 임의가입이었기에 사업주들이 가입 자체를 기피하여 가입율이 5%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재난에 대응하는 방역정책에 이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핵심적인 정보들이 적절하게 제공되는 것이 기본적인데, 이러한 정보접근에서 이주민들은 초기부터 소외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받게 되는 재난안전 문자도 한글로만 보내진다. 기본방역수칙, 행동수칙 정도만 다국어로 번역되어 나왔을 뿐 매일매일의 확진자 발생 장소와 상황, 방역 단계별 정보, 보건소 및 의료기관 정보 등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들은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않았다. 정부는 법무부의 1345 콜센터, 여성가족부의 다누리콜센터 1577-1366, 노동부의 외국인력상담센터 1577-0071, 질병관리청 1339 콜센터 등을 통해 다국어 상담을 제공했지만 전화를 해야 어렵게 연결되는 시스템이고, 이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플랫폼을 통해 모국어로 제공되는 것은 적었다.
사실상 사회적 격리 상태였던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은 평소에도 일터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밖으로 나올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회적 교류가 적었다. 농어촌 같은 경우 한 달에 쉬는 날이 2일 이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사실상 사회적 격리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다 코로나 발생 이후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더해져서 더욱 일터 바깥으로 다니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 결과 작년에 국내 이주노동자 가운데 확진자 숫자는 미미하였다. 사업장의 노동조건과 숙소 환경은 거리두기에 적합하지 않고 열악하기 그지없으나 정부든 사업주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는 별로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자 일터 안에만 있는 이주노동자들 중에도 확진자가 생겼고 열악한 노동, 숙소환경과 결합되어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는 사업장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결국 코로나 방역을 위한 정보 제공과 교육에서 소외, 방역 지원대책에서 배제, 열악한 노동환경과 숙소환경 등이 지역사회 감염 확대 상황과 맞물려 이주노동자 확진자의 증가 사태를 낳았던 것이다.
‘외국인’ 고용사업장의 ‘외국인노동자’는 전부 검사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이 되어야 했을까. 당연히 일터에서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지원을 실시하여 노동, 숙소환경을 개선하고 체계적인 정보와 교육을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것 등일 것이다. 그런데 지자체들은 엉뚱하게 ‘외국인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 전수조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즉 일정한 시기에 관내 이주노동자들을 모두 검사받게 하고 어길 시 벌금을 200-300만원 부과하겠다는 강제 명령이었다. 2월 하순에 대구, 3월 초에 경북, 경기, 인천, 3월 중순에 광주, 전남, 서울, 강원 등이 유사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가장 이주노동자 규모가 큰 경기도에서 행정명령이 발표된 직후 이주노동자평등연대를 비롯한 이주노동자권리운동 단체들은 행정명령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낙인과 인종차별로 작동한다며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더 큰 문제는 경기도에서 전수조사 행정명령이 시행되고 나서 첫 일요일인 3월 14일에 발생했는데, 평일에 일하느라 검사받으러 갈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새벽부터 선별진료소에 몰린 것이다. 경기도내 전역에서 선별진료소별로 수천 명이 몰리면서 ‘검사 받으러 왔다가 코로나 걸릴 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었다. 전체 이주노동자 대상 검사명령을 내렸으면서 정작 준비는 부실했던 것이다.
공장에서 확진이 늘어난다면 그 지역이든 사업장이든 전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외국인’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정당성도 없다. 이러한 행정명령은 그 자체가 인종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런 차별을 해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이주민을 잠재적 일자리 도둑, 잠재적 범죄자, 잠재적 미등록 체류자 취급 등에 이어 재난시기에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 혹은 전파자 취급을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행정명령 철회 과정도 인종주의적
한편 서울시가 3월 17일에 행정명령을 서울시 관내 ‘외국인 고용주’와 ‘외국인노동자’ 대상으로 내리자마자 역시 이주민권리운동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인종차별이 아니고 안전을 위한 선제적 예방조치’라며 처음에는 해명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회사 주재원, 기자, 교수, 강사 등 전문직들이 많은 서구권 국가들, 특히 영국대사관과 독일대사관 등이 정부에 문제제기하고 서울대가 학교 차원으로 항의를 제기 하는 등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고 정부가 철회를 권고하자 19일에 바로 행정명령을 권고로 전환했다. 즉 다른 아시아국가 출신 이주민 대변 단체들이 제기할 때는 별반 반응이 없다가 서구권 국가 이주민들이 반발하자 곧바로 철회한 것이다. 철회도 완전한 철회가 아니라 ‘고위험 밀집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권고’하는 것으로 바꾼 것인데, 이 역시 차별적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경기도는 철회조차 하지 않았고 오히려 30만 명 이상 전수검사를 실시하여 확진자를 149명 발견해 냈다고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지경이다. 그 외 지자체에서도 명령을 권고로 바꾼 곳이 있지만 차별적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지자체도 일부 있다.
차별없는 방역대책 필요
인종주의는 제도적 구조적 일상적 인종차별로 드러난다. 그런데 재난 시기에는 평소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 계층에게 그 취약성이 더 커지고 이주민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 넘게 코로나 시기 내내 이주민들이 겪게 된 차별적 행태들은 한국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인종주의가 더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코로나 정보 제공 부실, 재난지원 정책 소외, 혐오와 차별 표현 증대, 사업장 방역대책 미흡 등이 그러한 대표적인 모습이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코로나 전수조사 행정명령은 그 연장선에서 더 커진 차별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인종주의가 방역정책에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철저하게 평가하고 이후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중요한 백신접종에 있어 차별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