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04.13

‘촛불연합’ 해체해야 진보가 생존할 수 있다

4.7 보궐선거 논평

사회진보연대
이번 재보궐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2022년 3월 대선의 전초전이었다. 민주당은 이 전초전에서 참패했다. 자만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는 “유권자의 회초리” 수준이 아니었다. 전라도 지역을 제외하면 선거가 있었던 모든 지역에서 패배했고, 심지어 서울시장 선거의 득표율 격차는 18%포인트에 달했다. 민주당은 서울 25개구 전체에서 국민의힘에 뒤졌다. 열린우리당 폐족 선언의 출발점이었던 2006년 지방선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민주당 참패의 핵심 원인은 집권 세력의 성격 그 자체이다. 사회 규범의 토대를 파괴하는 위선과 정치‧사법 제도의 골간 흔드는 그들의 잘못된 민주주의관 말이다. (사회운동포커스, 〈4.7 보궐선거, 민주당 심판이 우선이다〉 참조). 이러한 결함은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상조, 박주민 등의 부동산 내로남불, 윤석열 사퇴로 증명된 정파적 검찰개혁, LH 땅투기 사태로 드러난 공공부문 부패, 주택가격 폭등으로 확인된 정책적 무능, 김어준 같은 민주당 스피커들이 보여준 혹세무민 등등. 4.7 보궐선거는 특별한 무엇이 있었던 게 아니라 집권 세력의 지난 4년간 행동의 연장선에 있었을 뿐이다.
 
민주당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반성’ 모드로 겉모습을 싹 바꿨다.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전면적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반성은 시작부터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비대위원장은 ‘문파’의 선봉장인 도종환 의원이고, 쇄신의 내용이란 개혁의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심지어 당 내부에는 여전히 언론 탓, 적폐 탓, 검찰 탓을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초선 의원 5인이 조국 사태를 반성하지 못해 선거에서 졌다고 말하자, 온갖 욕설이 당원과 의원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사실 위선과 포퓰리즘 세계관은 민주당의 DNA이다. 고친다고 고쳐질 게 아니란 것이다.
 
한편, 진보개혁진영의 일각에서는 보궐선거 결과를 미진한 ‘촛불 개혁’에서 찾기도 한다. 진보 성향 교수들로 구성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여권이 실패하는 이유를 권력의 기강 해이, 정부의 준비 부족, 소득주도성장 개혁정책 포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얼마 전 <다시 촛불이 묻는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정의당은 수석대변인 브리핑에서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같은 촛불개혁 민심을 배반한 민주당 정부의 오만과 위선이 선거 참패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집권 세력의 본질이 아니라 일탈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 자체가 하나의 ‘내로남불’이다. 권력의 기강해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은 조국, 김상조, 박주민 등등 정부와 민주당에 참여한 시민단체, 교수들이었다. 준비 부족과 정책 포기를 초래한 원인 역시 진보 진영이 금과옥조로 여기던 개혁 의제들 자체의 모순이었다. 소득주도성장만 봐도 진정성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학적 타당성이 문제였다. 정의당이 강조하는 적폐청산은 처음부터 제도 개혁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치적 경쟁자들을 처단하는 선동으로 시작됐을 뿐이다. 검찰개혁도 공수처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애당초 설계되었다. 정의당이 민주당 자리에 있었더라도 현재보다 나을 리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친화적 지식인들과 정의당은 자신의 결함을 민주당이 일탈했다는 식으로 회피한다.
 
대선 전초전인 4.7 보궐선거는 민주당 심판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말 그대로 전초전이 끝났을 뿐이다. 본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민주당과 진보개혁진영은 잠시 숨을 돌린 뒤 다시 촛불정신과 반(反)보수 결집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촛불을 기억하자!”, “이명박, 박근혜 시기로 되돌아갈 것인가?”, “그래도 국민의힘은 안된다”라는 식의 말들이 이미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촛불도 반보수도 결코 사회의 진보가 아니다. 문재인과 민주당 4년이 이를 증명한 바이다. 따져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바로 그 촛불과 반보수에 최적화된 정치 권력이기도 했다. 촛불, 반보수와 문재인, 민주당 평가를 분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사회운동은 문재인과 민주당의 집권 4년을 발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방향은 옳았으나 실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방향부터 틀렸다는 점을 사회운동은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당연히 박근혜 탄핵 촛불 역시 비판적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촛불연합’을 재건하자는 식의 선동이야말로 사회운동이 가장 경계해야 할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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