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1.08.30
누구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인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야말로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아닌가
지난 8월 25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날치기 통과됐다. 심지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결한 안보다 개악된 내용이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고자 했으나, 국회의장이 당일 본회의 연기를 통보하며 제동이 걸렸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운명은 8월 30일로 연기된 국회 본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글에서는 지난 사회운동포커스에 이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이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의 속내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해보고자 한다.
민주당이라는 아이러니
법사위에서 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변경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의 ‘언론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내용 중 ‘명백한’을 삭제. △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보복적·반복적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내용 중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를 삭제. 원래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우려가 된 부분들에 대해서 문체위가 반대 의견을 일부 수용하면서 수정했던 내용마저 법사위가 다시 개악하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법사위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에 대해 “‘명백한 고의’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고의’는 문체위에서 야당과 언론계 등의 반발로 인해 추가된 내용이었는데, 이를 뒤집고 삭제를 주장한 것이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를 빼자고 얘기하며, 사실상 언론사의 고의·중과실로 추정되는 범위를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여전히 강행 추진하며 날이 갈수록 갈등은 심화되는 중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송영길 당 대표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송 대표는 8월 25일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비판 성명에 "뭣도 모르니깐 그냥 우리나라 언론단체가 쓰면 인용한 것"이라며,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냐"고 발언했다. 송 대표의 발언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내용적인 비판을 거부한 것뿐만 아니라, 언론의 비판 행위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그간 제기됐던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 즉 특정 세력에게 불리한 기사들을 가짜뉴스로 규정하면서,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언론 그 자체를 무시하는 송 대표의 말에서도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당명은 더불어민주당인데, 반민주주의적인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는 당명과 정반대되는 행보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 언론중재법, 그 필연적 귀결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 일부와 청와대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왜 이렇게 열심인가?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왜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그 필연적 귀결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취지는 다음과 같다. ▲허위 보도로 인한 일반 시민의 피해 구제를 강화한다. ▲가짜뉴스를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언론에 피해를 입을 일은 많지 않다. 8월 26일자 헤럴드경제의 「언론중재법 ‘민주당발 가짜뉴스’ 팩트체크해보니」 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언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이용자는 고위공직자가 41건, 공적 인물이 29건, 기관/단체가 76건으로 일반인의 74건보다 2배가량 많다. 결국 허위 보도의 피해자로 상정할 수 있는 주요 대상들은 고위공직자, 공적 인물, 기관/단체인데, 바로 민주당 자신이 그 대상이다. 대표적으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국 교수가 그들이 생각하는 피해자일 것이다. 이들의 피해망상은 도를 넘었는데, 자신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악의적이고 허위라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사법부의 판결까지 부정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자기 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짜 ‘가짜뉴스’가 있었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민주당 인사들은 어떤 가짜뉴스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었냐는 질문에 속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2018년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을 꾸려 자신들에 대한 악성 댓글과 가짜 뉴스 유포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했는데, 이들의 활동이 드루킹 사건과 김경수 전 지사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은 현실판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그간 가짜뉴스를 적극 활용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유포하고 시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혼란을 가져온 것은 정권과 민주당 세력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당시 청와대는 하명수사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잇따라 해명의 잘못된 부분들이 지적되며 각종 의혹을 더욱 키우기만 했다. 조국 교수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당시에는, 후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가짜뉴스라며 조국 교수를 옹호했다. 민주당은 이를 막겠다며 영상물을 제작하기도 했으나, 자녀들의 입학 비리와 국적 문제에 대해 잘못된 내용을 유포하며 자기 세력을 지키기 위한 맹목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민주당 세력은 부끄럽지 않은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이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 세력 수호를 위해 상식을 파괴하는 데 이른다. 그것이 바로 검찰개혁 시즌2다. 문재인 정권은 초기에는 적폐 수사를 이유로 특수부를 증설하는 등 검찰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국 교수 일가에 대한 수사를 단행하며 검찰과의 갈등이 폭발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의 해체적 수준의 개편을 주장했다. 결국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 윤석열을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게 했으며, 공수처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한 윤석열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를 진행하기에 이른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자기 세력을 지키기 위해 언론까지 제약하고자 하는, 그간 민주당 행보의 끝장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의 행보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자신들만이 정의이고 옳으며, 이에 대해 비판하면 뭣도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한다. 또 자신들에 대한 비판 여론은 다 가짜뉴스라며, 자기 자신을 피해자화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악법을 강행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부끄러움을 알고 사회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갖고 있다면, 당장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사회운동 역시 한국 사회의 후퇴를 막기 위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막아내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