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1.10.01

민주노총 대규모 집회 계획의 위험성

민주노총은 10월 20일 총파업 방침에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9월 25일 3,272명, 역대 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26일에는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임에도 2,771명으로 역대 두 번째다. 예방접종이 꾸준히 이루어져 1차 접종자 74.1%, 2차 접종자 45.2%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거의 모든 지역에 걸쳐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추석 연휴로 인한 확진자 증가는 반영되지 않아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8월 말에서 9월 초 여당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추석 이후 “위드 코로나”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낙관론을 펼쳤고, 정부는 9월 20~23일 확진자가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할 것이라며 연휴 기간 방역 기준을 완화했지만 또 틀렸다.
 
민주노총은 10월 20일로 예정된 총파업 및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려는 듯하다. 집행부는 현 정세를 “방역법을 이용해 노동자 민중들의 요구와 기본권을 가로막는 새로운 방역독재 정치”로 규정하고, “노동계급이 앞장서서 (야외 집합 시 거리두기를 통해 확산되지 않는다는) 실천적인 검증을 통해 집회결사의 자유를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방역지침에 관계없이 내부 방역원칙을 세우고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며, “전국 주요 거점에서 동시에 위력적인 도심 집회와 가두 행진으로” 총파업대회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야외 집합 시 확산되지 않는가

 
민주노총은 8월 12일 <코로나 방역 대책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정부 방역지침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서 「코로나19 및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의 실외 감염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을 인용해 야외 감염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논문에 의하면 120개 도시에서의 318개의 발병 케이스를 연구한 논문을 보면 이중 실외환경에서 발병한 케이스는 7,324 사례 중 2 사례뿐이다. … 다른 논문들도 … 대략 교차비(odds ratio, 대응위험도)는 18.7 또는 32.6이다. 야외 활동에서의 코로나 감염 위험성은 전체 감염의 1% 미만 또는 0.1% 미만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도 있다.”
 
실내보다 야외에서 코로나19 전염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이것이 야외 환경에서의 절대적 안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신생 전염병으로 불확실성이 많고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 2021년 4월경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델타변이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12일 토론회에서 인용된 논문은 2021년 2월 발표된 것으로, 2020년 8월 12일까지의 연구들을 근거로 한 것이다. 델타변이가 우세종이 된 현재의 상황과는 매우 다르다. 델타변이는 코로나 초기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5배 가량 높고 백신 회피 능력도 더 높으며 백신 접종자에게 돌파감염이 이루어질 경우 백신 미접종 감염자와 유사한 수준의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연구들은 실험실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이루어졌는데, 여기서 오는 한계도 있다. 논문의 저자인 연구팀 스스로 이 문제를 지적한다. 우선 보고된 많은 결과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병이나 사망일 뿐 바이러스 감염 자체는 아닌 까닭에, 무증상 감염이 야외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서 야외 감염이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고소득 및 중산층 국가의 경우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90%에 이르기 때문에 야외 감염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야외 집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야외 감염이 적게 관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언급된, 야외 감염이 7,324 사례 중 2 사례에 불과하다는 연구는 중국에서 수행한 것인데, 논문의 저자인 미국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그러나 이 보고는 야외 대중 집회를 금지한 강력한 조치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즉, 야외 집회가 아예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야외 환경에서 발병한 케이스가 극히 드문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통계 수치는 야외 집회의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한계가 많다.
 
정리하면, 야외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가능성이 실내에서보다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외 집합 시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특히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특성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야외 감염과 관련한 판단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정책을 구사하는 모든 국가들은 야외 모임 인원을 제한한다. 앞서 야외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로 인용된 논문의 결론 역시 “야외 감염 가능성이 낮으므로 야외 활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활동을 실내에서 야외로 이동하여 전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대규모 행사나 집합을 피하는 것을 계속해서 권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위드 코로나 이행의 조건과 “실천적 검증” 계획의 위험성

 
언제까지나 엄격한 방역지침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을 일정하게 감수하더라도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하며, 따라서 행사·집회와 관련한 인원 제한 역시 완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전략이다. 감염력이 매우 높은 델타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불가능해졌고, 경제적·사회적 타격이 매우 큰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로의 이행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10월 20일 대규모 집회 강행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위드 코로나로의 이행에는 높은 백신 접종률, 특히 2차 접종률이 중요하다. 2차 접종률 70% 정도를 위드 코로나 실행의 조건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계획대로 순조롭게 접종이 이루어진다면 10월 말 정도에 2차 접종률 70%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2주 후인 11월 중순 정도부터 위드 코로나로의 이행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접종률이 위드 코로나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보건의료역량의 준비 여부다. 위드 코로나는 거리두기 완화로 인한 확진자 증가를 감수하는 전략인데,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으로 중환자 발생을 억제하는 것과 더불어 중환자를 치료하는 보건의료시스템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환자 병상이다. 확보된 중환자 병상을 초과하는 중환자가 발생할 경우 사망자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지면서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증가한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를 극대화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다른 질병으로 인한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결국 백신접종률이 높아져서 위드 코로나로의 이행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중환자병상 여유분이 줄어들면 거리두기 완화는 그만큼 더 늦어지거나 후퇴할 수 있다.
 
지금은 다행히 확진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는 아니다. 코로나19 전담 치료 병상 확보 명령으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한 것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덕분이다. 그러나 현재도 중환자 병상의 53%(969개 중 512개, 수도권 가동률은 60%)가 가동 중으로 아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던 시기는 2020년 12월 29일로, 하루 40명이었으며,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617명이었다. 이 숫자가 3월에는 200명 밑으로 떨어졌었다가 지금 다시 500명을 넘었다. 하루 열 명 내외의 사망자가 나오는 지금의 상황은 모두 백신 접종 덕분이지만, 중환자실 입원환자 수로만 따지면 지금은 코로나19 유행 중 최악의 시기와 비견된다.) 따라서 백신접종을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확진자 수를 억제해서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중환자 병상의 여유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거리두기 완화를 시작할 수 있다.
 
총파업 집회가 예정된 10월 20일은 위드 코로나 이행 전략이 구체화되고,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만약 민주노총의 “(야외 집합 시 거리두기를 통해 확산되지 않는다는) 실천적인 검증” 계획이 실패한다면 거리두기 완화가 실제로 가능할지, 얼마나 가능할지 판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 10월 말~11월 초에 확진자가 대규모로 증가할 수 있다. 지금은 대규모 집회를 통한 실천적인 검증이 아니라 위험을 최소화해서 위드 코로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영업 부문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또 다른 중요한 조건은 위드 코로나 이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 그리고 구체적 전략에 대한 국민적 신뢰다. 위드 코로나 전략은 불가피하게 확진자와 사망자의 증가를 감수한다. 영국은 위드 코로나 이행 가이드라인에서 다음을 명시한다. “예방접종은 안전하고 점진적인 봉쇄 해제를 가능하게 했지만, 어떤 백신도 100% 효과가 없으며 모든 바이러스와 같이 코로나도 변이할 수 있다. 추가 제재가 풀리면서 안타깝게도 더 많은 확진자, 입원환자,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위험은 백신 미접종자,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에 더욱 집중된다. 따라서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계획된 이행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필수적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행하고,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동시에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계획과 지침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는 상호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자의적으로 “실천적 검증” 운운하며 방역지침을 어긴 대규모 집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방역독재 상황인가

 
민주노총은 정부의 방역정책을 “방역법을 이용해 노동자 민중들의 요구와 기본권을 가로막는 새로운 방역독재 정치”로 규정한다. 이 같은 규정은 타당한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각국은 다양한 조치로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당장 자영업에 대한 각종 제한 조치나 사업장에서 시행되는 재택근무 조치 등은 기본권 침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역시 기본권 침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본권 침해가 수용되는 것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라는 긴급 상황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은 경제활동 자체를 멈추게 할 뿐만 아니라, 확산이 국가의 보건의료역량을 넘어설 경우 보건의료시스템이 붕괴함으로써 파괴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현실화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쟁점이 되는 것은 정부가 방역을 명분으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정치적 의사 표현을 과도하게 가로막는가, 혹은 방역지침을 적용하는 데 있어 일관성이 없거나 정치적 입장을 판단근거로 삼는가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신천지 교회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2020년 8·15 집회 참가자에 대한 방역당국의 대응이 과도한 것이었는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 당시 서울시가 시민분향소를 운영하고 고 백기완 영결식에 대해 온건한 대응을 한 것과 최근 자영업자 합동분향소 설치 시도를 원천봉쇄한 것 사이에 일관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이다. 최근에는 대중음악 콘서트 개최를 둘러싼 기준도 쟁점이 된 바 있다. 민주노총과 직접 관련된 최근 사례로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정규직화 집회를 앞두고 원주시가 결정한 방역지침의 일관성 문제가 있다. 원주시가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유지하면서 집회에 대해서만 4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비합리적이거나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분이 상당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당장 자영업 부문에 적용되는 방역지침과 사업장에 적용되는 방역지침이 비례적이지 않다고 볼 여지가 많으며, 백화점과 같은 대형 시설에 적용되는 방역지침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집회 및 행사에 이중잣대를 적용하거나, 정부가 설정한 방역정책을 넘어서는 개입을 한 사례도 있다. 원주시가 거리두기 단계를 차별적으로 적용한 것이 집회·시위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었던 것도 분명하다. 나아가서 정부가 반복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선전하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특정 집단에만 책임을 추궁하는 행태를 반복한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지침이 비합리적이고 방역정책을 구사하는 데 무능했다고 비판하거나 방역을 정치에 활용한다고 비판하는 것과 “방역독재 정치”로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사법부 탄압과 입법부 장악이 방역을 명분으로 하고 있는가. 혹은 정부의 방역 정책이 시민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한다고 볼 수 있는가. 혹은 현재 코로나19 방역 전반이 정부의 정치 권력 유지·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예컨대, 민주노총이 문제로 제기하는 8,000명 규모의 7월 3일 집회는 명백한 방역지침 위반이었다. 최근 단행된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는 부적절한 것이지만, 집회 당시 방역지침은 민주노총의 파업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집회를 방역지침 위반으로 규정하고 참석자 명단 제출 및 전수조사를 요구한 방역당국의 후속 대응 역시 여타의 사례와 비교해서 무리스럽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이행했던 영국의 경우 2차 접종률 11.8%(4월 12일)에서 시행했던 2단계에서는 대규모 실외 행사가 아예 허용되지 않았으며(사적인 실외모임 가능 인원은 6명), 30.8%에서 시행했던 3단계(5월 17일)에서 비로소 대규모 실외 행사가 허용되었는데 최대 가능 인원은 4,000명이었다(사적인 실외모임 가능 인원은 30명). 7월 3일 당시 한국의 2차 접종률은 4.4%였다.
 

민주노총은 위기와 무질서를 증폭시킬 위험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2020년 4월 30일 유엔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권 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 위협에 대한 국가의 대응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로운 법률적 조치들이 인권을 존중하도록 보장해야 하고, 공공보건 비상사태가 권리 침해의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는 무한정 연기될 수 없고, 포용적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온라인 상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등 10개의 핵심 원칙이 포함되었다. 성명의 내용에 비추어볼 때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조치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협의가 충분했는지, 권리 제한이 합법성·필요성·적정성 원칙에 부합하는지는 쟁점적이며, 위기가 권리를 억압하는 핑계로 이용되었던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집회결사의 자유권 보장을 촉구하고 권리 제한이 적정한 절차와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는 성명서의 내용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모든 제한이 없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운영되고 있는 방역 정책의 자의적 위반을 정당화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공중보건 긴급사태(public health emergency)가 끝나면, 부과된 모든 제한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권을 다시 완전히 누려야 한다.” 긴급사태라는 명분이 모든 제한을 정당화하지는 않지만, 현 상황이 긴급사태라는 것 역시 객관적 사실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위드 코로나 전망이 조금씩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위드 코로나 전략을 시도했다가 확진자 증가와 보건의료시스템의 역량 문제 등으로 다시 방역을 강화한 국가들도 많고, 위드 코로나 4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당히 해제한 영국 역시 코로나19의 위험이 더 커지는 겨울을 맞이하면서 상황을 재평가하고 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11월로 검토되고 있는 위드 코로나 이행은 즉각적인 거리두기 해제가 아니다. 확진자 증가 상황, 보건의료시스템의 조건, 사회적 부담 등을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거리두기를 해제하거나 계획을 재조정해야 하는 섬세한 과정이다. 민주노총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집회를 통한 “실천적 검증”이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부 방역 정책의 문제를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지침의 자의적 위반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예컨대 자영업자에게 부과되는 제한이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해서 모든 자영업자들이 지침을 거부하고, 각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방역지침을 설정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2020년 초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한 이후 사회적으로 합의된 방역 지침을 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어긴 집단은 전광훈 목사를 위시한 사랑제일교회가 유일하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2차 대유행이라는 비극이었다. 민주노총은 이미 7월 3일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유사한 비극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중소영세자영업과 해당 부문 노동자를 포함한 수많은 남한 민중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며 사망자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또다시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강행해서야 되겠는가. 그로 인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만약 이번에도 7월 3일 집회와 같이 큰 문제 없이 넘어간다면 그것으로 “실천적 검증”이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실천적 검증을 통해 집회결사의 자유를 쟁취”하겠다는 민주노총의 방침은 총파업을 통해 제기하고자 하는 쟁점을 사회화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판돈으로 한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10월 20일 총파업의 방향 자체도 문제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운동포커스 「10.20. 총파업, 정치적 방향은 무엇인가」를 참고하라.) 10월 20일 대규모 도심 집회 방침에 대해 민주노총이 다시 숙고하고, 정치적 의사 표현 방식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를, 상황에 맞는 다양한 파업전술을 개발하고 실천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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