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1.11.03
[기획(3)]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대개혁 공약, 믿을 수 있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에 대해 90도로 허리굽혀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인해 허탈감과 좌절을 느낄 일,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닌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5년 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이재명 정부에서는 할 수 있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더군다나 지금은 부동산 폭리의 대표적 사례인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이재명 후보가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거나, 혹은 그런 개발 비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상황에 있지 않은가.
이번 사회운동포커스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 공약을 파헤친다. 기본주택 100만 가구를 역세권에 공급하겠다는 그의 주장은 현실가능성이 없을 뿐더러,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부동산 대개혁 방향과 어긋난다. 문재인 정부 시기보다 더한 아수라가 펼쳐질까 무섭다.
기본주택이 보급되면 100만 가구가 역세권에서 살 수 있고, 그걸 짓는 데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언을 종합하면, “월 67만 원 임대료의 역세권 30평대 아파트”는 100만 호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일부 규모로만 공급하고, 나머지는 외곽에 분양형으로 공급한다는 말이 됩니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투기 없는 공정한 사회, 주거불안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 호를 포함해 25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를 도입하는 한편 조세부담·금융제한·거래제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중 핵심은 기본주택입니다. 소득기준에 상관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있는 10억 원 상당의 30평대 고품질 아파트에서 월 67만 원 정도의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상당수 국민이 내 집 마련 걱정 없이 평생 저렴한 임대료로 좋은 아파트에 살 수 있게 되는, 매우 파격적인 공약입니다.
기본주택 역시 다른 기본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달콤한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동시에 불투명한 실현가능성, 현실화했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이라는 문제도 다른 기본시리즈와 동일합니다.
기본주택 역시 다른 기본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달콤한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동시에 불투명한 실현가능성, 현실화했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이라는 문제도 다른 기본시리즈와 동일합니다.
우선 확인할 것은 화려한 공약이 실제로 적용되는 가구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 100만 호 공급”이라는 슬로건과 “월 67만 원 임대료를 내고 역세권 10억 원 상당의 30평대 고품질 아파트에 평생 살 수 있다”는 설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100만 가구가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처럼 포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 공약은 기본주택이 분양형과 임대형으로 나누어진다고 설명합니다. 100만 호 중 몇 퍼센트를 임대형으로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실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는 100만 호 기본주택을 공급할 역세권 부지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 “100만 호를 역세권에 짓는다고 하지 않았다. 분양은 외곽에, 임대는 역세권에 한다는 얘기다”라고 반박합니다.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언을 종합하면, “월 67만 원 임대료의 역세권 30평대 아파트”는 100만 호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일부 규모로만 공급하고, 나머지는 외곽에 분양형으로 공급한다는 말이 됩니다.
다음으로 재원 마련이 문제가 됩니다. 10억 원짜리 기본주택 100만 호를 공급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1,000조 원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수도권 10억 원 아파트의 건설 원가는 3억 원이라는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300조 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놀랍게도 재원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대략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3억 원의 원가로 주택을 건설하면 시세가 10억 원 정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건설한 주택을 담보로 5억 원 정도를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대출받은 자금으로 새로운 주택을 지어서 공급하고, 그 주택을 담보로 다시 대출받고, 대출받은 자금으로 새로운 주택을 지어서 공급하고,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재원 투입 없이 기본주택을 계속 공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출받은 자금에 대한 이자는 세입자의 임대료로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자 부담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것을 “현대 금융기법”이라고 설명하는데,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설명에 따르면 한 푼의 재원도 들이지 않고, 이자부담도 없이, 민간이 개입하지 않고 공공 주도로, 기본주택을 무한정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방법을 왜 아무도 실행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은, 위에서 제시한 방법은 기본주택 100만 호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임대형에 대해서는 위 설명이 적용될 수 있지만 분양형의 경우에는 불가능합니다. 정부가 별도의 재원을 투자해서 공급하든지 민간이 개입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재원 소요 없이 기본주택 100만 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의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또한 100만 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해당 규모의 토지를 민간에서 수용해야 하는데, 3억 원의 건설원가를 맞출 수 있으면서 입지가 좋은 토지가 100만 호 규모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토지 수용 과정에서도 재원의 추가 소요가 불가피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건설원가 3억 원의 주택의 시세가 10억 원으로 뛰는 전제로 “광역교통망이 들어오는 신도시”를 제시하는데,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한다면 이 같은 제반 시설도 모두 국가재정을 투입해서 구축해야 합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본주택으로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본주택 재원 마련 방안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거나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할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분을 모두 국가재정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 정책을 펼칠 수 있기나 할까요.
앞에서 살펴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반복적인 대출을 담보로 주택을 무한정 공급하겠다는 임대형 기본주택의 구상에는 여러 난관과 위험이 따릅니다. 건설원가와 시세의 차액을 담보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는다는 것인데,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는 주택”이라는 설명에 따르면 임대형 기본주택은 소유권 이전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한 자산을 담보로 자산가치에 맞먹는 규모의 대출을 해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대출 이자 및 원금 회수를 국가가 보증해야만 합니다. 그간 이재명 후보는 여러 발언과 공약들을 통해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고 또 가능하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보증도 국가가 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는 국가 경제에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과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습니다. 또한 부동산 공약에서 “세계적인 금리정상화, 주택대량공급 효과 발생에 따라 주택가격의 조정이 예상”되고, “주택시장의 대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제시한 기본주택 재원 마련 방안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거나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할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3억 원을 들여 지은 주택이 10억 원에 팔리는 상황이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이재명 후보가 자신이 제시한 부동산 정책들 사이의 모순,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커다란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간단한 계산을 해봅시다. 만약 임대형 기본주택 50만 호가 공급된다면, 그 시장가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500조 원입니다. 10억 원 시세의 주택을 담보로 5억 원을 대출받는다고 했으니 500조 원 주택을 담보로 250조 원의 대출이 발생할 것이고, 이 대출에 대해서는 이자 및 원금 회수를 국가가 보증할 것입니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분을 모두 국가재정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혼란이 발생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손실분을 국가재정으로 충당하지 못한다면, 다른 선택은 임대형 기본주택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이 경우 임대형 기본주택 사업 자체가 좌초할 뿐만 아니라 입주민들에게 큰 혼란과 부담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조건에서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 정책을 펼칠 수 있기나 할까요.
살펴본 바와 같이 기본주택은 휘황찬란한 외양과 달리 실제로는 제시한 슬로건을 달성하지 못합니다. 재원 소요 없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주장과 달리 많은 재원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떨어집니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공약과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단군 이래 최대의 부동산 스캔들이라고까지 불리는 대장동 스캔들을 볼 때, 공공 주도로 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호언장담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