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1.12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여야의 분주한 손익계산서

득표를 위한 편 가르기는 중단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정치인이 여성가족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7일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리면서 논란의 불이 붙었다. 2030 세대를 젠더로 갈라쳐 남성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분열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성가족부가 문재인 정부 시기 여성 인권을 외면해 자초한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여성의 현실 진단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합리적 방안으로서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평가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대 양당 모두 득표에 유리한지 여부에만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위상 추락

 
논란의 중심인 여성가족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 대중적 위상이 추락했다. 대표적인 장면은 “박원순 전 시장, 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아닌가”란 질문에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제가 죄명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을 회피한 것이다. 또한 전 시장들의 성비위로 서울과 부산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할 기회”라고 말해서 논란이 되었다. 여성가족부 장관의 이중 잣대가 여실이 드러난 사례다.
 
여성권의 관점에서 성범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 편인지 아닌지 진영논리에 따라 여성가족부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여성가족부가 과연 여성을 위한 기구인지 의문이 들게 했다. 이정옥 장관만이 아니라 여성운동을 경력 삼아 정치인이 된 인사들도 민주당 성비위 문제를 감싸고돌면서, 여성운동가로서 최소한의 원칙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받았다. 그래서 여성들조차 선뜻 여성가족부를 지켜야 한다고 나서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의 오락가락 태도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여성 정책에 대한 본인의 입장이 무엇인지부터 밝힐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 대선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했지만, 박원순 시장 사건이나,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강행한 민주당의 보궐선거 대응, 여가부 장관의 내로남불식 행보 같은 결정적 순간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말과 행동이 달랐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없다면,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여성 정책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이 남녀갈등에 편승하는 선거전략을 취한다며 비판하고 있으나, 본인 역시도 표심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최근 이재명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차별화를 위해 여성인권 등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했는데, 바로 직전인 12월에는 이대남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출연을 보류했었다. 그리고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님. 그렇게 하신다고 약속해주시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찍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이후보가 지난 11월 페이스북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해득실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태도는 이재명 후보가 과연 여성 정책에 대한 원칙이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이준석의 세대포위론, 소탐대실 할 수 있어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에서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며 여가부 폐지론과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최근 입장이 돌변했는데,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하면서 세대포위론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은 6070과 2030을 결집하자는 것인데, 고정지지층인 6070보다 2030 남성들의 표심 잡기가 핵심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홍으로 지지율이 추락하자 이를 반등시키기 위해 2030 남성들의 표심 공략에 나섰다.
 
문제는 이준석 당 대표 식의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일부 청년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불만을 활용하여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부적절한 선동이라는 사실에 있다. 여성가족부가 여성운동 경력을 발판삼아 정부 고위 관료 및 정치인으로 입문하는 통로가 되었고, 심지어 페모크라트(여성부 관료)들이 민주당의 성범죄까지 비호하려들 정도로 타락했다고 비판할 수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성폭력 예방 교육자료가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제작되어 성폭력의 실질적인 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남성들의 반발과 갈등만 유발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래서 과연 여가부가 존속될 필요가 있는지도 사회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이 논쟁을 제기하는 방식은 합리적이고 대안적 토론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여성정책에 대한 토론 제안이 아니라 페미니즘에 반감을 품은 남성들을 선동하는 전술에 불과하다.
 
성별 편 가르기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려는 행태는 민주당식 포퓰리즘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또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과 차별화된 국정운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당내 권력 분쟁에 매몰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런데도 여가부 폐지를 내걸어 이대남 표심을 공략해서 지지율 반등을 노리려는 시도는, 신지예 씨를 영입하는 등 이대남이 반감을 품는 행보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잘못된 진단을 내린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득표 전략은 소탐대실일 가능성이 크다.
 

성별갈등 조장은 당장 중단되어야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여야의 분주한 손익계산서는 우리 사회에 크나큰 손실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이는 비단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포함한 여야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경제위기와 저성장,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혼란을 헤쳐나갈 방향 제시는커녕 세대 간 갈등과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행보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대선후보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여성현실이 어땠고 정책은 적절했는지, 앞으로 변화와 개선할 지점은 무엇인지 생산적 토론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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