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2.01.28

러시아의 팽창정책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위기

사회진보연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가 새해 벽두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위기는 지난 2021년 1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10만여 명의 병력을 배치하면서 촉발되었다. 세계의 언론은 연일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1월 말에 이르면 우크라이나 인근에 주둔하는 러시아 병력이 17만 5천 명으로 증강될 것이며, 2022년 어느 시점에나 러시아의 침공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반복적으로 군사력을 배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막으려는 게 러시아의 목표라고 언론은 입을 모은다.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푸틴 대통령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로, 러시아는 자신의 앞마당까지 나토가 진격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금지를 서방에 요구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나토는 자신들이 방어적 군사동맹이라 주장한다. 우크라이나가 가입한다고 해도 나토의 성격이 변하지 않을 것이며, 게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반박한다.
2021년 12월부터 러시아와 서방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갔지만, 대화의 여지는 남겨뒀는데, 양측 모두 군사행동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의 신년 휴가가 끝나는 2022년 1월 10일부터 연쇄적으로 협상이 시작되었다. (10일 미국-러시아 협상, 12일 나토-러시아 협상, 13일 미국, 러시아 등 유럽 5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럽안보회의 상설이사회.) 그러나 양측은 이견만을 확인했고 협상은 결렬되었다. 1월 21일에도 미국-러시아 담판이 성사되었지만 결렬되었다. 긴장의 수위는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본 글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서 간단히 전망하면서 그 배경을 살핀다. 현재의 위기는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에 근거한 팽창정책으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러시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제한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지역 내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향후 전망은?

 

일련의 협상과정이 모두 결렬되면서 여전히 전면적인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1월 22일, 영국 외무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고 친러 정권을 세우려 한다고 발표했고, 미국, 호주, 독일, 일본 등 다수의 국가가 자국 외교관과 교민들에게 철수를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군사물자 지원이 시작되었으며 나토병력이 유사시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더해서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제재까지 언급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협상 결렬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부처에 대한 해킹이 이뤄졌는데 그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고 있다. 향후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서방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국토안보부는 러시아가 미국 전력망에 이미 악성코드를 설치해왔다고 경고했다. 지난 2021년 5월에 미국의 대형 송유관 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석유공급이 중단되면서 미국 동부가 에너지 대란에 빠지기도 했는데, 당시에도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이에 더해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13일,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파견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배치로 서방에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러시아는 전면전이 아닌 제한적인 수준에서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사태가 전면전으로까지 비화될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제한된 범위에서 위협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모두 제출되고 있다. (다만 현재시점에서 침공가능성을 보도하는 언론이 다수다.) 일단 러시아는 반복적으로 전면적인 침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미국 또한 군사적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1월 26일 러시아가 제안한 이른바 ‘안전보장안’에 대한 미국의 답변을 서면으로 전달했다. 문서의 내용이 완전히 공개된 것은 아니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서면 답변에는 ‘나토의 개방성’ 원칙을 훼손할 수 없지만, 빠른 시간 내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미국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는 비공식적인 입장을 내 놓은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관계

 
이번 사태의 경과와 전망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다. 지금부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우선 양국의 특수한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모두 10세기경에 존재했던 키예프 루스를 역사적 기원으로 삼는다. 러시아는 키예프 루스의 정통성을 자신들이 계승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자신에 속한 존재로 여겨왔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은 특히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비율이 77.8%, 러시아인 17.3%인데 반해 동부지역의 도네츠크의 인구비율은 우크라이나인 56.9%, 러시아인 38.2%이며 루한스크는 각각 58%, 39%로 러시아인 비율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좀 더 높다. 이 지역의 경우 러시아어의 사용비율도 상당하다. 우크라이나 전체와 비교한다면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원래 소련의 영토였었다는 이유로, 러시아인 비율이 좀 더 높아 친러시아적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이런 행보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인 1990년, 당시 러시아 사회주의공화국 최고회의 주석 보리스 옐친과 우크라이나 사회주의공화국 최고회의 의장 레오니드 크라우추크는 “양국은 소연방 내에 현존하는 국경선과 영토적 통합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쌍무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양국의회에서 비준되었고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소연방 내에서”라는 문구만 삭제하고 양국 합동선언의 형식으로 재차 확인되었다. 당시 크림반도 내 러시아 군사기지 존폐문제가 핵심 쟁점이었으나,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에 관한 합의를 명확히 보장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영토와 주권을 보장한다는 내용), 1997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우호협력 및 동반자관계 조약, 200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조약 등 다수의 협약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성을 확인해왔다.
더해서 이 모든 조약들 이전에 영토적 통합성은 이미 UN에서 국제법으로 인정한다. 더욱이 재외국민의 보호라는 명분의 군사개입은 이미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군사개입 당시에, 자국민을 대피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때 그레나다를 침공했던 미국의 사례를 들며 자신들의 개입을 정당화했지만, 유엔은 그레나다 침공에 대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 규정한 바 있다. 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역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렇기에 설사 동남부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이 많고, 이들이 독립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남부지역에 개입할 명분이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인식에는 큰 문제가 있다.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1994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됐던 독립국가연합(CIS)정상회담에서 CIS가 앞으로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 국방, 국경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통합을 요구하는 비망록을 제출했다. 당시에도 회원국들의 주권을 사실상 제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1991년 소련의 해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러시아가 구소련지역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주장하고 나선 셈이었다.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던 동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러시아의 행보에 잠재적인 위협을 느끼게 된다. 특히 러시아는 1992년부터 3년 단위로 군사개혁을 실시했다. 군사개혁으로 러시아의 군대는 더욱 공세적인 군대로 변모했는데, 특히 육군력 강화에 집중됐다.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 사이의 군사력이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 국가에 대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동유럽 국가는 이를 저지할 수단이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동유럽 국가는 체제 전환에 따른 지원을 매개로 나토에 연쇄적으로 가입했다. 즉 나토의 동유럽 확장에는 러시아에 대한 동유럽 국가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러시아의 팽창주의적, 간섭주의적 외교정책은 2000년대 푸틴의 등장 이후 더욱 본격화된다. 러시아는 러시아 근외지역 국가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해서 유라시아경제연합, 상하이협력기구, 집단안보조약기구 등 다자기구를 설립한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이 된 개념이 유라시아주의다. 여러 논자마다 유라시아주의를 규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으나, 그들은 대체로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서방과 집단주의, 국가통제 및 강한 국가라는 유라시아를 대조하면서 서방을 거부하고 유라시아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유라시아 지역을 재구성할 것을 제안하는데, 이는 결국 러시아 중심의 재구성, 즉 러시아의 팽창을 의미한다.
이런 이론적,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쟁 개입,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위기까지 러시아의 행동에서 일정한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유라시아 공간에서의 패권추구다. 더욱이 러시아의 패권추구가 지극히 공격적이고 체계적인 성향을 띤다. 즉 타국의 영토적 통합성을 무시하고 분리 독립 세력을 지원하여 자치국을 설립하도록 하고, 결국 최후에는 영토적으로 합병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팽창정책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구소련영토 수준에서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즉 조지아(舊 그루지야) 전쟁을 통해 러시아 남부 국경지대인 중앙아시아를 완충지대로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는 러시아가 서부 국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완충지대로 설정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국익을 위한 완충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협정과 관련한 독립된 타국의 주권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중국, 러시아가 내정간섭이라는 논리로 외부의 비판을 일축하는 사례가 많은데, 과연 현재 러시아의 행위는 그 내정간섭과 무관하다 할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러시아의 위협이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의 58%가 나토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의 위협이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촉진하고 있는 면이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위기 이전에 조지아 침공, 더 나아가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가입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소련 해체 직후부터 재개된 러시아의 팽창이 오히려 러시아의 근외지역에 불안감을 조성했고 이것이 나토 동진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선제적으로 주변국에 대한 안전보장을 확약하고 더 이상의 팽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보여줄 때,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안전보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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