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2.04.27
검수완박, 민주당 정부 비리수사 방탄용 법안
실패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검수완박’ 법안은 심각한 문제로 점철되어 있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라는 맥락에서 ‘검수완박’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20년 통과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 시즌1이라면 ‘검수완박’은 후속작업으로서 시즌2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검찰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담보하고 권력을 분산하여 권력기관들이 상호견제를 통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명분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확보했는지와 권력기관들 간의 견제가 가능한지가 평가의 기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인사권을 무기로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위협했으며, 경찰의 권한을 거대하게 팽창시키면서 견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립성을 해치는 인사 단행
수사기관이 중립성을 가지려면 정치권력, 특히 대통령의 권한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핵심적으로 인사권 행사에서 권한자제가 필요하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강력히 종속되어 있다면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하기 어렵다. 정치검찰이라는 말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에 눈감아주고, 집권세력의 정적을 제거하는 칼로 활용되었다는 비난이다. 따라서 인사권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 자제를 통해 중립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인사권에 대한 권한을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사권을 무기삼아 수사기관에 대한 개입을 강화했다. 단적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좌천시켰고,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을 요직에 배치했다. 정권비리에 대한 검찰수사를 방해하기 위해서다.
경찰인사에서도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인 남구준 경남경찰청장을 임명한 것이다. 국가수사본부는 경찰권한이 강화되자, 수사역량 강화와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서 전문성과 중립성을 고려한 인사가 필요하지만 무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공수처는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 야당 교섭단체에 거부권을 부여하는 게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지만, 그 약속을 뒤집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줄이는 것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하여 야당 추천위원 2명이 찬성하지 않아도 의결시킬 수 있도록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것이다.
경찰권한 비대화와 견제장치 부재
수사기관의 권력을 분산하여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검찰의 권한이 비대하다고 견제장치 없이 경찰로 넘기기만 하면 권한남용의 주체가 검찰에서 경찰로 바뀌는 것일 뿐이다. 형사사법체계가 검사에게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여 경찰을 지휘·통제하는 구조로 설계된 이유는 1954년 법제정 당시 검찰보다 경찰에 의한 권한남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제시기 자행하던 가혹한 수사관행을 해방 이후에도 개선하지 않았고, 정치권력에 기대어 법원과 검찰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했다.
과거에 경찰권 남용이 문제였다면 오늘날에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형사사법체계 역사를 고려한다면 검찰의 권력을 경찰로 넘기는 것만이 아니라, 경찰의 권한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경찰은 검찰과 다르게 상명하복의 원리가 지배하는 행정기관의 성격이 강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강력한 조직과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권한남용의 문제가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경찰권한을 확대하는 데 반해,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는 부실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가진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제외한 일반형사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게다가 ‘검수완박’으로 검찰에게서 6대 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면 그것도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또한 2024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로 이관될 예정이다. 경찰권력이 거대하게 팽창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권력을 견제할 장치는 부실하다. 단적으로 경찰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이 검경수사권 조정과정에서 폐지됐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경찰수사가 적법절차를 준수하도록 감시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기소와 수사를 분리한다는 명분으로 폐지된 것이다. 이로써 경찰은 수사대상의 선정, 입건과 이후의 수사 범위에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게 되었고, 1차 수사종결권도 부여받아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할지 여부도 경찰이 결정하게 되었다. 경찰의 과잉수사 권력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견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게다가 검수완박이 통과되면 그나마 남아있던 검찰의 경찰수사 통제도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그 보완책으로 경찰에 보완수사 및 재수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이나마 검사에게 수사통제 권한을 부여했다. 즉, 고발인이 경찰의 불송치(경찰이 수사 후 무혐의라고 판단될 때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에 이의신청하면 검찰에 곧바로 송치되어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검사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나 법령위반 등이 의심되면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것이 이행되지 않으면 경찰은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새로이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지 않고 경찰의 보완수사만 가능하게 된다. 또 경찰이 시정조치 요구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검찰이 사건송치를 요구할 수 없어 경찰수사를 더욱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검수완박’ 졸속입법의 결과 수사기관 난립하게 될 것이고, 수사기관들 간의 실적 경쟁으로 수사만능주의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검찰, 공수처, 국수본, 중수청 등 복수의 수사기관이 생겨나면 각각 자신의 권능을 뽐낼 기회를 찾고자 할 것이다. 권한과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근거를 증명하고자 경쟁적으로 수사에 몰입할 수도 있다. 이는 수사 만능주의, 수사기관 만능주의를 낳을 것이며, 정치와 사회 전반에 감시, 수사, 처벌이 능사라는 식의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다. 일종의 ‘공포정치’를 실행할 수 있는 사회정치적 조건이 창출되는 것이다. 또한 경찰의 정보와 치안, 수사 기능이 결합할 때, 노동조합을 포함해 사회운동에 대한 경찰통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사-기소 분리가 곧 ‘검수완박’인가?
기소와 수사를 분리한다는 지향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수사와 기소가 결합된 구조에서는 검사가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혐의자의 유죄심증이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소결정에서 공정성을 잃을 위험이 존재해서다.
그러나 기소와 수사의 분리가 곧바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직접수사를 지양하면서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수사를 통제하고, 경찰은 직접 수사하되 검찰의 지휘에 응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관점 아래 공소검사와 수사검사는 분리하고, 경찰도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하여 수사검사의 지휘아래 사법경찰이 수사하는 별도 수사청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기능하고 경찰청은 행정기능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을 재편하는 것이다.
현재 수사와 기소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사-기소 분리와 무관한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수사하던 6대 범죄는 앞으로 신설될 중수청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기소와 수사를 분리한다는 명분으로 검찰의 수사지휘를 폐지하여 경찰수사를 통제할 장치를 제거한 가운데, 경찰에게 중대범죄 수사까지 넘겨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하던 수사를 경찰이 하면 공정성이 자동으로 담보되는지,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졌는데 권력남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지 민주당은 답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민주당식의 ‘기소와 수사’ 분리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 민주당 정부 비리수사 방탄용 법안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목표로 한다. 4월 15일 민주당의원들이 검찰의 6대 범죄 직접수사를 박탈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서 출발하여, 4월 22일 6대 범죄를 순차적 이관(경제·부패범죄 1년 내로, 나머지 범죄는 6개월 내로)하고 중수청을 설치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쳐, 선거범죄에 대해서 내년 12월까지 검찰수사를 유지하기로 하여 4월 26일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했다.
‘검수완박’은 검찰개혁 시즌1의 문제점인 수사기관의 중립성 확보와 경찰권력 견제를 보완하는 내용은 부재하여 결함은 고스란히 안고 있는데다가, 졸속적인 입법으로 형사사법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수사기관이 난립해 수사만능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를 박탈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수사권을 어디로 넘길지 결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사위를 통과한 안건도 중수청 설치 시점을 못 박아 둔 것이지 기능과 위상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검찰이 하던 일을 못하게 하려면 해당 역할을 어떤 기관이 담당할지도 동시에 제출되어야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당은 문재인대통령 임기 내에 수사권 박탈을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안은 나중에 마련하자며 입법을 강행한 것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의 속내는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한 황운하 의원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증발하길 바란다는 의미다.
‘이미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기존 사건들까지 모두 경찰로 보내야 한다’는 법안의 부칙 조항에서도 민주당의 ‘검수완박’이 정부여당의 비리수사를 방해하려는 방탄입법이라는 의심이 다시 한 번 강화된다. 황운하 의원은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지금도 일에 치이는 경찰이 이 부분을 다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는데, 검찰이 이미 수사하던 사건마저 경찰로 황급히 옮겨서 그의 말대로 ‘증발’시키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확인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라
마지막으로 왜 ‘검수완박’을 지금 추진해야 하는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2월 민주당 의원들이 ‘검수완박’을 시도하자,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안착이 우선이라며 속도조절을 요청했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바뀐 형사사법제도가 아직 시행착오 속에 있어 안착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민주당이 4월 안에 통과를 위해 무리수를 두는데 문대통령은 반대하지 않고 있다. 정말 ‘검수완박’이 필요하다면 작년에 민주당 의원들을 말린 이유가 뭔가. 그때와 달라진 점은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정권재창출을 통해 검찰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가 아닌가. 그래서 JTBC 손석희와의 대담에서 임기 말기에 ‘갑자기 왜 이렇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만약 문대통령이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안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래야 사익과 무관하게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다고 이해될 것이고, 방탄입법을 찬성했다는 오명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