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2.05.26
북한의 핵·ICBM 실험과 한미군사훈련·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모두 중단되어야 한다
윤석열·바이든 한미정상회담에 부쳐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2016년 12월 북핵 대응을 위해 출범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래로 축소·취소되었던 한미군사훈련을 확대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회담 이래로 멈춰있던 미군의 전략자산(전략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잠수함 등) 한반도 전개 또한 재개하기로 했다. 특히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한다고 하였는데, 한미 공동성명에 확장 억제 수단으로 ‘핵’을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원래부터 ‘확장 억제’란 남한에 대한 ‘핵 우산’을 포함한 개념이지만, 이를 명시함으로써 북핵을 핵으로 억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핵 억지는 거짓된 신화
이와 같이 ‘핵은 핵으로 억지’한다는 기조를 명확히 하고, 전략자산 전개,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 복구와 같이 강도 높은 군사적 조치들을 천명한 것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심각한 문제다. 과거 ‘핵 억지 이론’의 교리에 따른 미소 간 핵전력 경쟁은 양국이 지구 전체를 파괴하고도 남을 핵무기를 비축하게 하는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으로 나아가게 하여, 인류 공멸의 길을 열었을 뿐 평화의 길을 열지 못했다.
현재 거론되는 강도 높은 군사적 조치들은 북한 당국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태세를 갖추게 하여 갈등을 고조시킬 것인데, 예를 들어, 미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는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수십 기나 탑재할 수 있는 엄청난 살상력을 지녔고, 두 시간 만에 한반도로 전개가 가능하다. 이러한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출동하고, 2017년 당시와 같이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한다면 북한 당국은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할 수 있다.
2018년 이전 수준 규모·내용으로 한미군사훈련을 되돌리는 것도, 2018년 당시 북미 간의 암묵적 합의, 즉 ‘북한 핵·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대규모 합동군사훈련 중단의 교환’에 위배된다. 비록 이러한 모라토리엄은 올해 3월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재개로 이미 깨졌지만, 이에 상응하여 북한 당국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하는 것은 향후 대화의 가능성에 도움이 될 수 없다.
2017년으로 되돌아간 북한
그런데, 2022년 들어 더욱 가시화된 북한의 공세적인 군사행동은 이미 한반도 핵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7년 수준에 근접해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합의에는 이러한 현실이 구체적 배경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북한은 이번 3월 ICBM 발사 실험으로 북미 모라토리엄을 파기하였고, 그 전후로도 ICBM·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극초음속미사일 및 탄도미사일 실험이 잇따랐다. 5월 25일 현재까지 올해 총 17차례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을 정도로 집중적으로 벌어졌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사항에 해당하는 고강도 군사도발행위들을 포함한 것이었다.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도 신형 SLBM과 극초음속미사일, ICBM 등이 등장하여, 다양한 핵 투발수단을 총동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전망이 가시화된 것이다. 모라토리엄 파기 이전에도 북한의 핵 물질 생산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위성사진 등을 통해 파악되었으며, 핵탄두 투발 수단인 각종 미사일 실험도 계속되었다. 올해 3월 말부터는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이 드러나 ‘5월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되었으며, 5월 25일에는 대통령실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을 탐지했다고 밝히며, “핵실험을 위한 마지막 준비 단계가 임박한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7차 핵실험의 목표다. 현재 북한의 핵전략은 남한 타격용 전술핵무기 개발이다. 이러한 전략은 작년 1월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초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지시한 데에서 비롯한 것이다. 전술핵무기란 통상적으로 단거리, 저위력 핵무기를 말하는데, 북한이 이를 개발한다는 것은 남한과 일본을 염두에 둔 것일 수밖에 없다. 전술핵무기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가 필요하므로, 7차 핵실험은 그러한 기술 수준을 검증하여 핵전략을 실현하려는 목적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북한 당국의 담화들은 자의적인 안보 이해를 바탕으로 선제 핵공격에 나설 수 있는, 대단히 호전적인 핵 태세를 시사한다. 4월 5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 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밝혔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대미용 핵’이라는 그간의 주장과 달리 남한을 겨냥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4월 26일 열병식에서,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계속 더욱 강화 발전시킬 것”이며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4월 30일에는 “모든 위험한 시도와 위협을 선제적으로 철저히 분쇄하고 제압하기 위해 무력의 절대적 우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더욱 강화”하겠다고 발언했다. 종합하면, 비단 군사적 상황만이 아닌, 북한 당국이 판단한 포괄적인 ‘근본 이익’이나 ‘모든 위험한 시도와 위협’에 대하여 핵 무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남한도 충분히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이다. 이는 공식·비공식 핵보유국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단히 공세적인 핵 태세다.
사회운동은 북한의 핵·ICBM 실험 중단과 한미군사훈련·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모두 요구해야 한다
이와 같이 북한의 핵·장거리 미사일 실험과 공세적 핵 태세에 대해 한미 당국도 군사적으로 맞대응을 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자 모두의 군사적 행동을 비판하지 않고서 이러한 위기 상황을 빠져나갈 길은 없다. 사회운동은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볼 필요가 있다. 사회운동 다수는 그간 북한의 핵실험이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해석하는 데 있어,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과 이를 추종하는 한국 정부를 원인으로 짚으며 북한 당국의 전략 자체가 한반도 정세에 초래하는 위험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 전략은 명확히 대남·대일 타격, 핵의 실전 사용을 목표로 하며, 굉장히 포괄적인 사유로 선제 핵공격에 나설 수 있는, 대단히 호전적인 것이다. 이를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설명할 수 없다. ‘북한의 핵은 같은 민족인 남한을 겨누는 것이 아니다’란 일각의 주장 또한 성립할 수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언급한 바가 있으며, 이를 위한 7차 핵실험이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연일 보도되고, 7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미군사동맹의 대응만을 비판하는 것은 대중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대중적 평화운동의 길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한반도 평화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군사적 행동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이다. 2017년 한반도 핵전쟁 위기 당시 사회운동은 북한의 핵·ICBM 실험 중단과 한미동맹의 대규모 한미군사훈련, 전략자산 전개 중단 양자(‘쌍중단’)를 요구했다. 2022년 5월 현재도, 군사적 긴장의 격화를 막고, 대화의 조건을 다시 창출하기 위해서 ‘쌍중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