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2.05.27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5월 23일 미국 주도의 지역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공식 출범했다. 참여국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으로, 13개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IPEF 출범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IPEF 출범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역내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IPEF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IPEF 출범을 두고 국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 정책, 나아가 미국과 중국 간의 체제경쟁 내지는 ‘신냉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국을 봉쇄하고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미국 패권을 위한 졸로 삼으려는 것”으로 규정하였고, IPEF에 대해서는 “지역 협력에 유리한 제안이면 환영하지만 분열과 대결을 조장한다면 반대한다”면서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정책을 봉쇄나 신냉전이 아니라 명확히 ‘전략적 경쟁’으로 규정한다. 또한 미국의 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는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에 깊이 통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시대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은 본질적으로 냉전이 될 수 없고, ‘협력적 경쟁’과 ‘경쟁적 공존’으로 보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2020년 기준 미국의 중국과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은 총 6,152억 달러로 추산되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1,239억 달러로 2019년보다 9.4% 증가했다. 즉 전략적 경쟁을 표방한 이후로도 미중 간의 교역과 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경쟁은 경제적·인적 교류가 완전히 막힌 과거 냉전 시대의 봉쇄 정책이나,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경제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이라는 탈냉전 시대의 낙관적인 관여 정책과 달리, 국제적 규칙의 수립을 통한 협력 및 통합과, 경제, 가치, 안보상의 위험에 대한 대비 양자를 모두 포함한다. IPEF는 통합과 대비, 협력과 경쟁이라는 양 측면을 구체화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다만 IPEF는 우리에게 낯선 형태의 다자간 경제협력체다. 이는 IPEF가 상호 시장개방, 관세동맹을 핵심으로 하는 기존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세계무역기구(WTO) 체제나 자유무역협정(FTA) 방식의 경제통합은 아니면서도, 무역, 공급망, 인프라 및 청정에너지와 탈탄소화, 조세와 반부패를 망라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일정하게 구속력 있는 합의와 약속을 맺는 경제협력체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적 경쟁의 일환으로서 IPEF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IPEF는 무엇인가? ① 무역과 안보를 통합하는 네 가지 기둥
IPEF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지난해 10월 처음 제시된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체다. 당시 주요 잠재적인 IPEF 참여 대상국들은 IPEF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 외에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상이 모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IPEF가 기존의 무역협정과 다르면서도 어떻게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구속력 있는 합의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IPEF가 공식 출범한 이후에도 아직까지 명시적인 기능과 형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밝혀진 바가 많지는 않다. 다만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IPEF의 특징을 두 가지로 정리하고, 이에 따라 주요 세부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IPEF의 첫 번째 특징은 경제와 안보가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따라, 기존의 무역협정과 달리 무역과 안보를 모두 다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IPEF는 ①공정하고 복원력 있는(resilient) 무역, ②공급망 복원력, ③사회기반시설, 청정에너지, 탈탄소화, ④조세 및 반(反)부패라는 네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다.
먼저 ‘①공정하고 복원력 있는 무역’ 기둥은 노동, 환경, 디지털, 농업, 규제, 경쟁 및 무역 촉진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통의 규범과 규칙을 세우고자 한다. 이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가 주도하는데, 특히 중국이 주도하여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는 없는 노동 및 환경과, 최근 무역협정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디지털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IPEF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진 바 없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논의되었던 내용과 USTR의 최근 보고서를 참고하여 그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다.
먼저 노동 분야를 살펴보자. TPP 노동장(Labor Chapter)에서 강조된 바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핵심 노동기준 준수였다. 이는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보장, 아동노동과 강제노동 철폐, 고용상 차별 금지, 수용 가능한(acceptable) 노동조건 채택 유지(최저임금, 노동시간, 노동안전보건), 특별무역·관세지역에서 노동권을 후퇴시키지 않을 것,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을 수입하지 않을 것 등이었다. USTR의 2022년 「통상정책 아젠다 보고서」에서 첫 번째로 강조되는 ‘노동자 중심의 통상정책 추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무역 파트너들과 바닥을 향한 경주를 멈추고 현행 또는 신규 무역협정 하에서 새롭고 높은 수준의 노동권에 관한 약속을 수립할 것을 제시한다. 특히 강조되는 것은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을 대표적으로 하는 강제노동 문제다. 이에 따라 IPEF에서도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원료와 상품을 제거하는 문제가 주된 의제가 될 것이다.
환경 분야에서는 탈탄소를 가속화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실천방안을 추진할 수 있는 무역 정책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철강과 알루미늄 무역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협정을 논의하거나, 지속불가능한 어업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어업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 나아가 청정에너지 인프라를 확장하고 기후친화적인 상품, 서비스, 기술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공공 및 민간 투자와 기술 지원은 ‘③사회기반시설, 청정에너지, 탈탄소화’ 기둥과도 연결된다.
디지털 경제 분야는 5G·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전자상거래를 넘어서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 이동 그리고 지식재산권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설정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이와 관련해 ‘미일디지털무역협정’(USJDTA)이 IPEF의 원형이 될 수 있다. USJDTA는 디지털상품에 대한 비차별대우, 온라인 소비자 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자유로운 국경 간 정보 및 데이터 이전 허용을 규정하는 한편, 디지털 무역에 대한 강제 기술 이전과 데이터 현지화 요구 그리고 디지털 무역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을 금지한다.
다음으로 ‘②공급망 복원력’ 기둥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망의 구축(Supply America)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은 첨단기술에서 핵심 품목과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친구쇼어링’(friend shoring)이라 불리는 동맹국 간의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이중용도기술(dual-use technology)이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에게 이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출 통제 및 투자 심사 체제를 조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반도체와 대만 문제다. 즉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핵심 첨단기술이자 상품인 반도체 공급망을 동맹국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다.
‘③사회기반시설, 청정에너지, 탈탄소화’ 기둥은 앞서 언급한 탈탄소와 지속가능한 환경에 더불어, 개발도상국에 차관을 제공한 후 자국 자본과 노동력이 진출하여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중국특색의 개발협력’(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6월 G7 정상회의에서 제안한 ‘대안적인 기반시설 구축계획’(Build Back Better World, B3W)을 반영한다. B3W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G7이 추구하는 가치에 적합한 기후변화 대응, 보건안보, 디지털 기술, 사회적 평등의 4대 분야에서 2035년까지 다자개발은행이나 국제금융기구들과 협력해 40조 달러 규모의 민간 자본을 동원하는 시장 주도적인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몇몇 개발도상국들은 IPEF의 핵심 관심 항목으로 이 분야를 강조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인프라 건설과 석탄 부문의 단계적 철폐에 대한 미국의 재정지원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④조세 및 반(反)부패’ 기둥은 공정 경제를 촉진하기 위한 기존의 다자간 의무에 따라 효과적인 조세, 자금 세탁 방지 및 뇌물 방지 제도를 제정하고 시행하기 위한 약속을 추구한다. 여기에는 조세 정보 교환, UN 표준에 따른 뇌물수수 범죄화, 부패 근절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소유자 관련 권고기준의 효과적인 이행에 관한 조항이 포함된다. 이는 주로 OECD와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글로벌 디지털세(이른바 구글세) 합의안을 배경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국가에서 매출은 발생하지만 본사는 타국에 있어 과세할 수 없었던 거대 초국적 디지털 기업의 이윤에 대해 과세권을 확보하며, 초국적 기업의 이윤에 대해 최소 15%의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여 이들 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IPEF에서 추가적으로 논의할 사항이 무엇인지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가운데, 대부분의 IPEF 참여국은 OECD의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IPEF는 무엇인가? ② 시장개방과 일괄타결 방식이 아닌 경제협력체
IPEF의 두 번째 특징은 전통적인 무역협정과 달리 시장개방을 포함하지 않으며, 일괄타결 방식이 아닌 각 기둥별 참여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TPP 탈퇴를 결정하고 중국이 RCEP 출범을 주도하면서 미국이 잃어버린 인도태평양 지역의 리더십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함이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시장개방을 포함하지 않는 협정은 의회의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속도 있게 IPEF를 추진할 수 있다. 한편 IPEF 참여국은 각국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각 기둥별로 참여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협정의 모든 조항을 받아들여야만 회원국이 될 수 있었던 기존 무역협정의 일괄타결 방식에 비해 더 많은 국가들을 포괄할 수 있다.
현재 IPEF 참여를 공식화한 국가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그리고 아세안 7개국(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으로 총 13개국이다. 이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국과 비교하면, IPEF에는 아메리카 대륙의 4개국이 빠지고(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미국, 한국, 인도, 그리고 아세안 3개국(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이 추가된 것이다. 그리고 RCEP와의 차이점은, 미국과 중국을 논외로 하면, 인도와 아세안 3개국(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의 참여 여부다. 즉 인도는 IPEF에 참여하는 반면 RCEP에는 참여하지 않고,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는 RCEP에 참여하는 반면 IPEF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전략적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IPEF를 파악해야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IPEF는 미국이 단기적으로 CPTPP에 복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하에 두 가지 목표를 내세운 계획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고, 둘째는 노동, 디지털, 환경, 조세 및 반부패 등의 영역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합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IPEF의 목표와 내용은 분명하게 전략적 경쟁의 협력과 경쟁이라는 양 측면을 모두 보여준다. 먼저 노동, 디지털, 환경, 조세 및 반부패 등의 영역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합의하는 것은, 국제적 규칙 수립을 통한 협력과 통합을 반영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국제적 규칙 수립을 통한 협력이다. ‘①공정하고 복원력 있는 무역’ 기둥의 노동 분야에서 국제노동기구가 정한 핵심 노동기준 준수, 환경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무역 정책 확립,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④조세 및 반(反)부패’ 기둥의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를 바탕으로 한 무역규칙 확립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②공급망 복원력’ 기둥에서 강조되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은 중국과의 경쟁의 불가피성과 안보 위협에 대한 대비를 반영한다. 즉 중국의 지적재산권 절취와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의 스파이웨어 사용 등의 사례를 볼 때, 국가안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반도체 등 이중용도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미중 양국 간 공급망의 일정한 분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세계 반도체 제조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TSMC가 있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침공 우려가 고조되면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 문제가 더욱 쟁점이 된 바 있다. 심지어 올해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문제가 주요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문제가 더욱 직접적으로 가시화되기도 하였다.
사회운동이 주목해야 할 두 가지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내포하는 전략적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IPEF를 파악할 때, 사회운동은 두 가지 쟁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이 제시하는 경제협력의 규칙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과 대응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이 구상하고자 하는 경제협력의 규칙들은 양자간 FTA와 다자간 TPP를 거쳐, IPEF에서 종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특히 강조하는 핵심은 ‘노동자 중심의 무역 정책’과 ‘공정한 경쟁에 대한 약속’이다. 이에 따라 IPEF에서 강조되는 국제노동기구가 정한 핵심 노동기준 준수는 FTA의 노동장에서 TPP의 노동장에 이르기까지 무역협정에서 노동권에 대한 고려가 강화되어 온 흐름을 반영한다.
물론 그러한 노동장이 각국의 노동 관련 우려사항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에 상당히 미흡하며, 무역협정을 통한 노동장으로는 노동비용의 격차로 인한 경쟁 압박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적 노동기준은 최소한의 인권 아젠다로서 가혹한 형태의 노동 착취에 맞서는 데에 사용될 수 있으며, 자주적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은 노동기준과 단체교섭권을 향상시키고 대안세계화에 대한 구상을 촉진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는 디지털 경제, 환경 및 보건안보와 관련한 국제적 규칙 마련과 협력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운동은 노동권을 비롯한 대안적 가치와 이념을 중심에 두고 이러한 규칙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비판하며, 그러한 규칙이 보편적 이익에 더욱 부합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끌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IPEF가 제기하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의 일정한 분리가 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안보와 군사안보상의 우려를 반영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중 관계 개선 흐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운 시진핑 체제 하에서 자유무역 체제에 편승하면서도, 강군몽과 애국적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워 동아시아 지역, 특히 대만에서 무력충돌의 위협을 증대시키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 팽창주의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되는 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낙관적인 관여정책이 새롭게 펼쳐질 가능성은 감소하고, 안보이슈와 경제이슈를 결합해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을 것이다. 나아가 동아시아 각국이 이렇게 위협을 현실로 인식할수록, 과거 역사문제와 결합해 공격적 민족주의를 상호 증폭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동아시아 사회운동은 중국과 자국의 공격적 팽창주의와 민족주의를 제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실천적 효력을 발휘할 때 경제안보의 논리도 비로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