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터뷰 | 2022.07.12

안전운임제 안착화, 이제 시즌2로 간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 평가 및 과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강동헌 전략조직국장 인터뷰

사회진보연대

 
지난 6월 7일,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제도 확대를 촉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의 주요 항만이 모두 멈춰서고 물류차질이 발생했다. 자동차도, 철강도, 석유화학도, 시멘트도, 타이어까지도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정부가 안전운임제 지속추진 입장을 밝히고, 품목 확대를 적극적으로 논의하자고 약속하면서, 멈춰 섰던 도로운송은 8일 만에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사회운동포커스>는 파업의 중심에 있었던 화물연대본부 강동헌 전략조직국장을 만났다.
 
강동헌 전략조직국장
 

파업의 성과

 
--8일간 파업의 가장 큰 성과는?
 
안전운임제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투쟁에 조합원·비조합원 가리지 않고 참여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안전운임제의 적용을 받았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비조합원이나 안전운임 미적용 노동자들도 투쟁의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줬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안전운임제를 쟁취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 확대되고 강화된 것 같다.
 
안전운임제가 시민의 안전을 위한 제도라는 것도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덕분에 안전운임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일부 강제할 수 있었고, 여야 입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파업 이후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연장의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이번 파업으로 안전운임제를 국제적 표준으로 만들고자 하는 국제연대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국제운수노련(ITF)의 파업 지지 성명을 비롯해서 호주운수노조, 벨기에 ABBV노총 운수노조, 브라질 운수물류노조연맹, 뉴질랜드 퍼스트유니온, 영국 왕립사고예방학회·영국 산안보건연구소·이탈리아 국제환경직업의 모임 등 41인의 학자 및 연구자, 민주노총지지 재미협의회의 연대가 이어졌다.
 
 

안전운임의 의미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이라는 보도가 많았다.
 
그렇게 알려진 부분은 좀 아쉽다. 안전운임은 단순한 임금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운임을 결정하는 구조를 바꾸어서 화물운송노동의 위험요소를 줄이려는 것이 안전운임의 목표다. 그래서 우리는 운임과 안전을 연결하여 ‘안전운임’을 강조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출범부터 뜻을 함께했던 동지들은 이번 파업에서 상전벽해를 느꼈다고 말한다. 화물연대본부가 ‘표준운임제’에서 ‘안전운임제’로 요구를 발전시켰을 때,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도로안전을 위한 제도라는 설명이 생략되곤 했다. 언론들이 ‘표준운임제’에서 ‘안전’을 운임요구의 포장지 정도로 여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각종 언론에서 안전운임제의 목표와 역사를 깊이 있게 다뤘고, 파업 돌입 후 노동조합의 기자간담회에도 수십 명 기자가 참석했다. 화물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제도개선의 내용에 대해 연일 보도가 이어졌고, 자본 측의 왜곡된 이야기와 정부 측의 핑계도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 걸러졌다.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안전운임제 시행의 결과에 대해 평가한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를 근거로 자본 측에서는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보고서는 안전운임제가 도로안전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문제로 그것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제도운영 기간이 짧고, 무엇보다 적용 차종을 세부화해서 통계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교통연구원은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추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을 포함한 사업용 특수 견인차 교통사고 건수와 부상자가 감소하는 등 위험한 운송 형태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구분
2018
2019
2020
사고발생(건)
580(18.1%▲)
690(19.0%▲)
674(2.3%▽)
부상자수(명)
891(13.2%▲)
1,079(21.1%▲)
991(8.2%▽)
사망자수(명)
27(145.5%▲)
21(22.2%▽)
25(19.0%▲)
과적단속(건)
8,060
7,502(6.9%▽)
7,404(1.3%▽)
과속단속(건)
210
220(4.8%▲)
224(1.8%▲)
*출처 :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토론회 「한국교통연구원 성과분석 자료」
 
구분
컨테이너
시멘트
`19년
`21년
변화
`19년
`21년
변화
월평균 순수입
300만원
373만원
73만원
(24.3%▲)
201만원
424만원
 
223만원
(110.9%▲)
월평균 노동시간
292.1시간
276.5시간
15.6시간
(5.3%▽)
375.8시간
333.2시간
42.6시간
(11.3%▽)
*출처 :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토론회 「한국교통연구원 성과분석 자료」
 
또 자본은 한국의 안전운임제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라는 거짓말도 반복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도입과 확산은 국제적 흐름이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그 흐름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됐다. 한국 안전운임제는 ‘유례없는 특이한 제도’가 아니라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는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회운동포커스, ‘한국 안전운임제, 유례없는 제도 아니라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는 표준’ 참고)
 
--안전운임제가 어떻게 도로안전과 연결되나?
 
운임을 인상하면 도로가 안전해진다는 그런 단순한 주장은 아니다. 화물운송산업의 구조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 화물자동차 사고가 많이 나고, 왜 화물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가. 그건 화물운송산업의 구조가 밑바닥 운임을 향한 노동자 사이의 경쟁을 강요하는 형태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도로안전은 확보될 수 없다. 국회와 정부은 마땅히 화물운송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고 도로 위의 안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화물노동자 개인을 처벌하고 개별 노사차원으로 맡겨둘 것이 아니라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를 대상으로 투쟁했던 건가?
 
그렇다. 안전운임제를 만드는 건 국회가 하더라도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는 정부다. 제도를 안착하려면, 안전운임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특히 초기에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는 신고센터 운영 및 단속 등이 중요하다. 정부가 그러한 역할을 방기하면, 법은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화물연대)는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파업에 돌입하고 나니, 정부와 여당이 안전운임제에 대한 방향을 명확하게 수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파업기간 내내 정부와 여당의 태도 역시 안전운임제 폐지를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없던 입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강대강 대치가 있을 거란 우려가 있었는데.
 
예전과 비교하면, 공권력을 동원한 초강경 탄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경찰력을 동원해서 파업을 깨는 일이나, 대대적 연행과 구속은 없었다. 물론 전국적으로 백여 명에 달하는 연행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사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정부가 관리해야 할 6대 비상사태 중 하나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면 위기대응 태스크포스가 가동되고, 대응방식이 매뉴얼로 정해져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 수준과 방식에 따라 정부의 대응이 달라진다. 그만큼 정부의 자율성이 없기도 하다. 이번에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초기에 파업대오를 대규모로 형성한 점, 기본적으로 평화적인 투쟁 기조를 잡았던 점에서 정부가 탄압을 강경하게 하기에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파업기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면, 정부의 대응 수준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실제로 산업단지와 항만의 상황은 심각했기 때문에 공권력을 동원한 대체운송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컨트롤타워도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시금석이 될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응만을 가지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애초에 윤석열 정부가 이 파업을 노동정책에 대한 시험대로 생각했을까?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진영의 시각과는 달리 정부는 그렇게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듯,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오히려 국토교통부와의 관련성이 높고,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서는 파업수준에 따른 경찰대응이 매뉴얼로 정해져있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노동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향후 계획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안다.
 
파업 이전에 국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이 이미 상정되었으나, 계류된 상황이었다. 여야 모두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일몰제 폐지 법안을 다루기로 했고,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현행 2개에서 7개로 늘리는 법안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올해 안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확대해나가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노동조합으로서 우리는 법제도 개선과 동시에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안전운임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해야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뭔가?
 
우리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화주의 책임이다. 화물운송의 비용을 아래에서부터 산정해야 한다,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을 화주가 책임진다, 이런 원칙들 말이다. 안전운임제가 법으로 적용되건 되지 않건 이 내용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화물노동자의 운임을 표준화해야 한다.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차종이든 아닌 차종이든 이 내용을 포함한 안전운임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현장에서 안전운임을 실천할 수도 있다. 이런 투쟁은 사업장마다 달랐던 운임을 표준화하고, 같은 기준을 부여함으로써 공동투쟁 기반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다른 하나는 집단교섭이다. 지금은 화물노동자들이 사업장별 투쟁하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개별화된 교섭을 동일 품목·차종끼리 묶어서, 공동으로 교섭을 해나가야 한다. 공동의 화주를 한 번에 끌어내서 집단교섭을 하는 방식으로 교섭틀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화물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확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화주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 단결의 조건을 확대하는 것이다.
 
--안전운임 투쟁의 궁극적인 목표가 뭔가?
 
안전운임제로 화물운송산업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거다. 어떤 취지로 안전운임제가 기능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시작할 단계다. 안전운임제가 임금인상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에 국한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임금인상 극대화가 아니라면 무엇을 목적으로 할 것인지? 일몰제 폐지라는 제도 사수의 과정에서는 본격적인 토론이 어려웠지만 이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급속하게 상승하는 유류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유가보조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도, 이것이 결국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와 누구의 배를 불리느냐를 따져볼 수 있다. 세금을 통해 메우는 유가보조금이 아닌 안전운임제를 통해 대기업의 책임을 강제할 수 있다.
 
대략적인 방향을 제시해보자면, 가장 먼저 안전운임제는 운임의 평준화를 통해 노동자운동의 평등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계속해서 강조했듯 화물운송산업 전반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화물운송산업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성별에 따라 발생하는 장벽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안전운임제를 세팅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차량 교체 비용을 화물노동자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화주가 분담하게 하는 것, 여성 화물노동자를 위한 휴게실과 화장실을 마련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일몰제 폐지 및 안전운임제 법제화를 목표로 했던 안전운임 시즌1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일단락되었다. 이제는 안전운임전략을 바탕으로 화물운송산업의 변화를 모색하는 시즌2가 시작되었다. 더 너르고 강한 단결을 위해 실천하고 투쟁하는 화물연대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주제어
노동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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