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동향
| 2022.07.29
신장 강제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운동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강제노동에 맞선 세계 노동운동의 투쟁과 신장 강제노동 문제 ②
“21세기 전반의 강제노동 체제는 20세기 전반의 국가가 주도하는 강제노동 체제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2014년 채택한 강제노동 관련 29호 협약의 보충협약에 대한 국제노총(ITUC)의 해설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세계화 시대에 강제노동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약 2500만 명이 강제노동 상태에 놓여 있으며, 그중 절반이 민간 행위자들에 의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21세기 강제노동 체제의 전형이자 2020년대에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의 강제노동 문제다.
지난 글 「강제노동에 맞선 세계 노동운동의 투쟁과 신장 강제노동 문제 ①」, 《사회운동포커스》 2022년 7월 28일에서는 글로벌 공급사슬 내 인권 및 노동권 문제의 차원에서 강제노동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국제규범의 발전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까지 밝혀진 신장 지역 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강제노동의 현황과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 문제는 2018년 무렵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재교육 수용소’를 건설하여 신장 지역 위구르 무슬림을 감금하고 강제노동을 수행하도록 했으며, 이러한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상품이 글로벌 공급사슬을 따라 애플, 나이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의 상품 생산에 투입되고 있다는 폭로가 BBC를 비롯한 언론사를 통해 나온 것이었다.
2021년에는 신장 지역에서 면화 등 원재료를 공급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H&M, 나이키, 휴고보스 등에 대한 중국의 거센 불매운동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인도 등이 신장 지역에서의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6월 21일에는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이 의회에 발의된 지 2년여 만에 발효되었다.
중국 정부는 처음에는 강제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다가, 2020년 국무원이 발표한 ‘신장의 고용과 노동권’이라는 제목의 백서에서 2014~2019년 동안 연평균 약 129만 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신장에서 위구르인 100만여 명이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다고 밝혔던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이 백서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지방정부가 지역에서 테러와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의 전파를 막고, 빈곤 퇴치와 노동구조 개선을 위해 표준 중국어 말하기와 쓰기, 법률지식, 도시생활과 기술 교육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즉 강제수용소가 아니라 민생 개선과 빈곤 완화를 위한 ‘재교육 시설’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의 형성 이후 특히 강화된 신장위구르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체계적인 억압과 강제노동 문제는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BBC 등 14개 언론사가 공개한 중국 공안의 2018년 작성 자료에 따르면, 수감자들의 수감 사유 대부분은 사실상 무슬림 소수민족이라는 이유였으며, 수용시설에는 모든 지역에 무장경찰이 배치되고 탈출을 시도하는 수감자는 사살한다는 원칙도 있었다. 그간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 등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과 강제수용소 의혹이 일부 개인의 증언에 의존하는 서방의 악의적 거짓말이라고 대응해왔는데, 중국 당국의 내부 문건을 통해 강제수용소의 현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신장 지역 강제노동의 현황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첫째는 농촌 빈곤층의 강제노동이고, 둘째는 재교육 수용소 및 교도소 수감자의 강제노동이다. 먼저 농촌 빈곤층은 주로 면화 수확에 강제로 동원된다. 신장 면화 농부의 40%는 1헥타르 미만을 경작하며, 오직 3%만이 10헥타르 이상을 경작한다. 농부 대부분은 하루 평균 150위안(약 2만 9천 원)의 임금을 위해 경작 외의 노동력으로 소득을 벌충해야 한다. 2018년에 적어도 57만 명의 농촌 노동자가 면화 수확에 동원되었다고 추산되며, 지역 정부와 민간 브로커들이 이러한 노동력 동원을 주선하고 인당 대가를 지불받는다고 보고된다.
재교육 수용소 및 교도소 수감자에 의한 강제노동은 주로 준군사조직인 신장생산건설병단(新疆生产建设兵团, XPCC)를 통해 이루어진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은 인민해방군을 전신으로 1954년 설립되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변경수비, 치안유지, 지역개발,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입장 관철 등 전방위적 통치를 수행하는 일종의 군대, 산업, 행정 복합체다. 현재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구의 12%에 해당하는 약 300만 명이 속해 있으며 그 중 88%가 한족이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은 지역에서 교도소와 강제수용소를 운영하며, 강제노동을 사용하는 농장과 공장을 운영하면서 지역 경제의 중심을 구성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장생산건설병단은 2017년 기준 신장 지역의 전체 산업 생산량 중 37%를 차지한다. 또한 신장생산건설병단은 수천 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10여 개는 증권시장에도 상장되어 있다. 나아가 신장생산건설병단은 산하에 둔 석탄화력발전 기업을 통해 신장 지역 대부분의 기업에 전력을 공급한다. 그리고 태양광에 공급되는 전기 그리드의 소유권 공유 또는 소유 및 운영을 통해 지역의 태양광 산업과도 연결되어 있다. 신장 지역의 주요 산업과 생산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은 36개의 교도소 농장을 운영하면서 신장 면화 생산의 1/3 이상을 통제하고 있으며, 교도소 인근에 위치한 170여 개의 조면 공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다른 면직물인 비스코스 생산 역시 신장생산건설병단이 주도하고 있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은 면화 외에 실리카(규소) 기반의 상품 생산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1위 실리콘메탈 및 유기실리콘 생산기업인 허성실리콘(合盛硅业)은 2021년 6월 미국 행정부의 수입금지 제재 대상이 되었는데, 신장생산건설병단이 이 기업 생산설비의 최대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이 기업에 강제수용소의 노동자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신장 문제를 연구해온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Darren Byler)에 따르면, 수용소와 교도소 내외의 공장에서의 강제노동 외에도 다양한 수준의 비자발적 노동이 이루어지는 경로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중심지에 세워진 일부 신규 산업단지에서는 이전에 구금되었다가 풀려난 이들이나 이른바 ‘농촌잉여노동자’로 불리는 위구르인 및 카자흐인을 고용하는데, 이들은 자택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고정된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강요받으며 야간에 기숙사를 이탈하는 것이 금지된다. 한편 신장생산건설병단에 소속된 자치구 직할 현급시에 새로 지어진 소규모 ‘위성공장’(卫星工厂)은 주변의 위구르인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주로 여성과 아동인 이들 노동자는 마을 단위 당국에 의해 배정된다.
바일러는 나아가 신장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수준의 강제노동의 공통점은 무슬림 소수민족의 가족을 해체하고 이들이 중국어를 사용하는 국영 또는 민간 기업에서 훈련과 재교육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국무부는 이러한 점에서 신장위구르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문화적 근절 정책, 달리 말해 ‘집단박해·살해’(genocide)의 일부분으로 강제노동 문제를 규정한다. 즉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인 등을 구금하여 이들에게 중국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주입하고 고유한 종교, 언어, 문화를 강제적으로 제거하는 중국 동화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의회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와 국제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역시 이러한 행위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한다.
이렇게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 조건에 놓인 노동자의 규모는 최소 10만 명에서 최대 160만 명으로 추산된다. 가장 보수적인 추산 규모인 10만 명은 신장생산건설병단이 운영하는 교도소와 강제수용소에서 직접 동원되는 강제노동 규모를 고려한 것이고, 최대 160만 명은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연평균 직업교육 대상자 규모 및 강제수용소에 수용된 인원의 규모에 더해 다양한 수준의 강제노동 규모를 고려한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과 연결되는 신장 강제노동 문제
신장 지역에서의 강제노동은 인민과 체제의 적으로 규정된 이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 탄압, 정치경찰이 관할하는 강제수용소를 통한 교화와 재교육, 강제노동과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기업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소련의 ‘굴라크(Gulag) 체제’를 떠올리게 한다. 차이가 있다면 냉전 시대의 소련과 달리 중국은 세계경제에 깊이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상품이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전 세계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장 지역에서의 강제노동 문제는 인권 침해 문제를 넘어서 세계 자본주의의 문제로 이어진다.
강제노동은 앞에서 살펴본 면화와 실리카 생산 외에 토마토 수확, 직물, 의류, 전자제품 생산에도 사용된다고 보고된다. 2019년 기준으로 신장 지역의 전체 수출액 중 목화 등 원재료의 수출액이 25.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신발이 10.2%, 전자제품이 9.1%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기업은 54개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 기업은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이거나, 글로벌 브랜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신장 지역에서의 수출품이 강제노동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우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 대한 외부인의 출입과 활동을 철저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강제노동 문제를 검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첼 바첼레트 UN 인권최고대표가 신장 지역을 방문했지만, 방문은 기자단이 수행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고, 중국 정부는 방문 목적을 ‘조사’가 아닌 ‘우호’로 제약했다.
둘째, 중국 동부에 위치한 기업을 신장 지역의 기업과 짝지어 재교육 시설 내에 공장을 짓고 운영하도록 하는 대규모 정부 정책(配对与援助) 때문이다. ‘신장 원조’(援疆)로도 일컬어지는 이러한 정책에 참여하는 기업은 구금시설에서 풀려나 ‘빈곤 경감’(扶贫) 프로그램에 동원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고 직간접적인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과 산업단지에서 사용되는 강제노동은 다른 노동과 섞여 희석되므로, 그만큼 강제노동을 식별하고 추적하기 어려워진다.
신장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국제 노동·인권단체의 대응
신장 지역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국제 노동·인권단체의 대응은 시민사회 단체와 노동조합이 결성한 ‘위구르 지역 강제노동 종식을 위한 연합’(Coalition to End Forced Labor in the Uyghur Region)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단체는 주요 기업이 중국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강제노동을 지원하거나 그로부터 혜택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장 지역에서 철수하고 위구르인을 비롯한 투르크계 무슬림 강제노동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업의 서약’에 태양광, 의류 및 섬유를 비롯한 모든 부문의 기업이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여기에 서명하고 실제로 이행하는 기업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서약에 서명한 기업은 첫째, 365일 이내에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일정과 정기적인 보고를 제공하고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구제조치를 수행해야 하며, 둘째, 연합이 승인한 인권 및 노동권 단체의 보고서를 포함하는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 신장 지역에 생산시설이 있는 공급업체나 신장 지역 내외에서 중국 정부 보조금을 수락하거나 중국 정부가 파견한 노동자를 고용한 공급업체 등을 식별해야 하며, 셋째, 신장 지역과 연계된 강제노동의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식별된 공급업체와의 사업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이러한 캠페인을 벌이는 주요한 문제의식은 현재 중국 정부의 철저한 통제로 인해 기업이 신장 지역에서 ‘UN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지침’에 따라 인권실사를 수행하여 작업장에서 강제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강제노동 사용을 방지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기업이 신장 지역 강제노동 문제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는 원자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 단계에서 신장 지역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장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응
미국은 신장 강제노동 문제가 인권 및 노동권에 대한 침해이자 근본적으로 ‘중국의 국가주도·비시장적 경제·무역 체제’에서 비롯되었다고 규정하면서,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인 무역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21년에는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면화와 토마토의 수입을 금지했고,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기업과 개인을 투자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등 제재 조치를 취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통상정책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노동자 중심 무역정책’을 제기하면서 강제노동에 대한 규제가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여기에 의회가 초당적으로 지지하면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의 입법화를 추진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지난 6월 21일부터 발효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되거나 이 법에서 규정한 특정 단체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을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이들 상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며, 강제노동 관련 외국인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즉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일일이 강제노동 여부를 식별하고 추적하기 어려우므로,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신장 지역에서 만들어진 상품은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입금지 조치를 신장 지역의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고 강제노동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입증 책임을 수입업자에게 부과함으로써 규제 강도를 훨씬 강화한 것이다.
유럽연합 역시 2021년 3월 위구르인 탄압에 관여한 신장생산건설병단 공안국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여 보복 조치로 유럽의회 의원 5명을 제재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과 중국의 포괄적투자협정(CAI) 비준도 중단되었다. 앞서 유럽연합과 중국은 2020년 12월 포괄적투자협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는데, 협정의 ‘지속가능한개발’에 관한 장은 자국 내 노동환경 기준을 후퇴시키지 않으며,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약속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신장 지역 강제노동 문제와 인권침해 문제가 이러한 약속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2021년 5월 유럽의회에서 압도적인 표결로 비준절차를 동결한 것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올해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에서 강제노동에 관한 ILO 협약 29호와 105호를 비준하기로 결정하였지만, 포괄적투자협정 비준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나아가 유럽은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과 유사한 입법조치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올해 2월 23일 ‘전세계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정책제안’을 선언하고, 유럽시장에 유입되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을 효과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강제노동과 아동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에 대해 판매금지 등을 포함한 강력한 집행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유럽연합 내부에서 생산된 상품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생산된 상품도 양질의 노동으로 생산되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판매될 수 있다. 유럽의회 본회의에서는 6월 9일 강제노동으로 생산되거나 운송된 상품의 수출입을 금지하는 WTO 규범에 부합하는 무역조치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5월 23일에는 “강제노동으로 생산, 채굴, 수확된 상품을 효과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입법안에 대한 의견수렴절차를 실시했다. 새롭게 도입하고자 하는 입법수단은 유럽 역내외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이 유럽연합 시장에 진입 및 유통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국제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현존하는 유럽연합 정책, 특히 실사 의무와 투명성 의무를 보충하는 것이 핵심 제안사항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의견수렴을 반영하여 오는 9월 13일 입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강제노동에 대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계획을 환영하면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에 대한 수입 및 판매 금지 조치가 유럽연합 및 비유럽연합 국가의 생산자에게 강제노동을 근절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새로운 입법안이 WTO 규범에 맞게 강제노동으로 생산되는 상품만 아니라 서비스(특히 운송)에도 적용되어야 하며, 특정 업체나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 전체의 수출입을 포괄적으로 금지할 수 있어야 하고, 입법의 형태가 규정(Regulation) 또는 지침(Directive)의 형태로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그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내에 자주적 노동조합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들이 신장 강제노동 문제 해결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그 수단으로서 수입금지 조치와 같이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은 오히려 중국의 보호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반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화라는 조건에서 국제노동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를 확대한다는 지향 아래에서, 신장 강제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운동은 신장 강제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 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신장 강제노동 문제를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자 노동권의 문제로 지적한다. 올해 6월 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국제노동기준 적용 실태를 심의하는 기준적용위원회에서는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중국 정부의 111호 협약(고용직업상 차별 철폐) 적용이 심의 대상으로 선정되어 안건으로 다뤄졌다. 각 국가는 비준한 협약에 대해서만 이행 의무가 있고 그에 대한 감시·감독 절차를 적용받기 때문에, 중국이 비준한 협약인 111호 협약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종교적, 종족적 소수자의 고용 기회 및 처우에 차별적 효과를 갖는 위구르인에 대한 억압적 조치 및 기본권 침해”가 중국 정부가 비준한 111호 협약에 위배된다는 내용이었다. ‘ILO 협약권고적용 전문가위원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심의에는 중국 노사정 대표와 각국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였다. 위원회는 고용 기회와 대우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구르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모든 억압적 조치와 기본권 침해에 대해 개탄하고, 고용주와 노동자 단체에 ‘탈극단주의화’ 책임을 부과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다음의 사항을 중국 정부에게 촉구하는 결론을 채택했다.
▲ 위구르인 및 기타 소수종족에 대한 차별적 관행 및 인종적 학대를 즉각 중단할 것
▲ 고용 직업상 동등한 기회와 처우 원칙을 무력화하는, 특히 위구르인과 관련된 모든 차별과 배제 혹은 선호 관행을 철폐하기 위한 중앙 및 지방 정책을 도입할 것
▲ 고용 직업상 동등한 기회와 처우 원칙을 무력화하는, 특히 위구르인과 관련된 모든 차별과 배제 혹은 선호 관행을 철폐하기 위한 중앙 및 지방 정책을 도입할 것
▲ 기업과 공회(trade union)에 ‘탈극단주의화’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이들이 고용직업상 평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규제 및 기타 법이나 정책의 조항과 관행을 철폐할 것
▲ 직업 알선과 직업훈련 및 배치 서비스 활동이 종족·종교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최선의 이익과 희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에 복무할 수 있도록 국가 및 지역 정책을 개정할 것
▲ 직업훈련 교육 기관이 행정적 구금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재교육이 아닌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국가 및 지방 규제 조항을 개정할 것
▲ 현존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법적 틀을 협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고, 피해자가 사법 제도와 법적 구제 조치에 효과적으로 접근하도록 보장할 것
▲ 노동법과 고용촉진법을 협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
그리고 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ILO 기술자문대표단(Technical Advisory Mission)의 방문을 수용하고, 국제노총과 국제사용자단체(IOE)가 참여하는 가운데 국제노동기구가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결론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언급한 바일러 역시 신장의 재교육 수용소 등을 통한 강제노동 체제는 법과 자발적 계약의 테두리 밖에서 글로벌 공급망 내에 유령처럼 존재하고 있으며, 최고의 생산성을 위해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글로벌 공급망의 바닥을 향한 경쟁 속에서 현대 세계자본주의의 경계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이러한 문제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중국에 대한 서방의 내정간섭이자 악의적 비난이라고 강변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러한 비판을 단순히 대중국 견제라는 차원만으로 환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강제노동과 같은 노동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세계화 시대 글로벌 공급사슬이라는 새로운 생산방식으로의 변화를 반영하여 노조할 권리, 아동노동과 강제노동 철폐 등 초국적기업이 지켜야 할 노동표준이 포함된 ‘UN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지침’이 2011년 제정되었고,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ILO 다국적기업과 사회정책에 관한 삼자선언’이 이에 발맞춰 개정되었다. 무역 부문에서 직접적으로 강제노동을 근절하려는 시도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2015년 영국 내 기업이 자사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등 전체 생산과정에서 강제노동이나 인신매매를 이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현대판 노예제 방지법’(Modern Slavery Act)을 제정했다.
이러한 발전은 세계화 과정에서 확대된 초국적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루어진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강제노동과 인권침해에 대해 국제사회와 사회운동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국제노총과 국제산별노련, 그리고 국제인권단체는 이러한 국제적 협약이 보편적인 국제적 노동권·인권 규범을 담고 있지만, 실제로 발생한 인권침해 등에 대해 원청인 초국적기업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조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구속력 있는 조약’을 제정하라는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신장 강제노동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임과 동시에, 세계화와 글로벌 공급사슬의 모순이 결합된 문제다. 자주적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은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권과 대안세계에 대한 가치와 이념을 중심에 두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