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2.10.20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와 핵 위협을 규탄한다
공격적 핵무기 전략과 전술핵부대 운용을 선언한 북한
북한은 10월 18일 심야부터 19일 오후까지 14시간 사이, 동·서해안에서 350여 발의 포병 사격을 강행했다. 이는 9·19 남북 군사합의에서 규정한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으로, 명백히 9·19 합의 위반이다.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오후에 걸쳐 북한 군용기 10여 대의 군사분계선 접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동·서해안 5곳에서의 560여 발이 넘는 포격이라는 일련의 군사행동을 벌인 데에 이어, 또 한 번의 집중적인 무력시위다. 북한은 9월 25일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북한이 핵 투발수단이 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10월 4일에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떨어져,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가 한반도와 세계 민중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한다고 보며, 강력히 규탄한다.
최근 북한의 무력시위는 핵무기 실전 사용 위협의 성격을 띠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9월 25일부터 2주간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전술핵부대 운용훈련’으로, 모두 핵 탑재를 가정한 모의 훈련이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훈련을 직접 지도하며 “전술핵 운용부대들에 전쟁 억제와 전쟁 주도권 쟁취의 막중한 군사적 임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확고하게 가지게 됐다”고 발언했다. 통상 전술핵이란 단거리 투발수단에 장착한 핵무기로, 북한 전술핵의 주된 사용 대상은 남한일 수밖에 없다. 남한에 투하할 수 있는 전술핵을 실전 배치하고 운용하기 위해 훈련하는 북한 당국의 행보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특히 북한 당국이 자의적인 안보 이해를 바탕으로 선제 핵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하는, 대단히 호전적인 핵 태세를 드러낸다는 데에 주목한다. 올해 4월부터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남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9월 8일, 김 위원장의 “절대로 먼저 핵 포기란, 비핵화란 없다”(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라는 선포와 함께, 이러한 흐름은 핵무력 정책 관련 법령으로 ‘법제화’되는 데에 이르렀다. 이 법은 핵무기 사용 권한을 김정은 위원장 한 사람에게 일임한다. 이 법이 규정하는 ‘핵무기의 사용 조건’은 핵이나 기타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공격, 지도부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또는 비핵 공격, 주요 전략 대상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 등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쟁 장기화를 막고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불가피한 경우 등이다. 즉, 핵이 아닌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라도 김 위원장 등 지도부가 위험에 처한다면, 핵으로 반격하겠다는 의미다.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경우’라는 말 또한, 외부로부터 실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김 위원장의 판단만 있으면 선제 핵공격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하루가 멀다고 이어지는 북한의 무력시위와 UN 안보리 결의 위반, 군사합의 위반, 무엇보다도 핵 사용 위협은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나, 북한 당국은 이를 한미 당국의 군사훈련에 따른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주장의 진위 자체에도 심각한 의문을 표한다. 소위 ‘북미 모라토리엄’, 즉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북한의 핵,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암묵적 합의는 올해 3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인해 파기되었다. 이때 이미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정황도 포착되었다. 이후 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극초음속미사일 및 탄도미사일 실험이 이어졌는데, 8월 22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지 자유의 방패’)을 시작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올해 총 18차례의 미사일 발사(8월 17일 기준)가 있었다. 최근 몇 년 간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7차 핵실험 준비 흐름은, 전술핵무기의 실전 배치라는 북한 당국의 자체적인 핵 개발 시간표에 따른 장기적 행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무력시위와 핵 위협의 근본적인 배경은 무엇보다도 바로 “핵은 우리의 국위이고 국체이며 공화국의 절대적인 힘”(9월 8일 김 위원장 연설)이라는 북한 당국의 인식이라고 파악한다. 정권, 국가의 생존을 핵무기라는 반인도적 대량살상무기 확보와 동일시하고, 남한과 일본 민중을 위협하여 정권의 안위를 보장받고자 하는 태도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폭거다.
우리는 북한이 즉각 한국과 일본 민중을 위협하는 무력시위를 중단하고,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핵은 우리의 국체”라는 주장은 국제 사회에서 절대로 인정받을 수 없으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핵 사용 위협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