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2.10.28

자회사 전환 후에도 변하지 않은 현실, 인천공항 노동자 단결로 직접 바꾼다

인천공항지역지부의 파업 투쟁을 지지한다

사회진보연대
 
 
 
오늘(10월 28일) 아침, 1,800여 명의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파업출정식을 위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에 모였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올해 ▲임금 인상, ▲교대제 개편, ▲인력 충원을 핵심 요구로 하여 인천공항공사의 3개 자회사와 교섭에 임했으나 교섭은 최종 결렬되었다. 인천공항지역지부 박대성 지부장은 "오늘 경고 파업을 시작으로, 원청인 인천공항공사가 노동자들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11월 14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인천공항지역지부 박대성 지부장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에 방문해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한 장면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그러나 5년 뒤인 지금,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현실은 당시에 그렸던 장밋빛 전망과는 크나큰 간극이 있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1만여 명의 노동자들은 시설관리, 보안, 운영을 담당하는 3개의 자회사에 나뉘어 고용되어 있다. 3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수십 개 용역업체가 아니라 인천공항공사가 출자한 자회사에 고용되는 것으로 소속이 달라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인천공항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싶은 현장이 되고 있지 못하다. 통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신입 직원의 3분의 1이 근속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천공항 자회사는 올해 수백 명의 신규채용 공고를 내고도 채용 인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자회사 전환 후에도 인천공항 일자리가 기피 대상이 되는 것은 낮은 임금, 3조 2교대와 주6일제로 대표되는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 강도 때문이다. 교대제로 인한 초과근무수당, 심야수당 등을 제외하면, 2022년 자회사 신입직원 기본급은 최저임금과 같거나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지난 몇 년은 공항 노동자들에게 힘들고 불안한 시간이었다. 올해 들어 방역 조치가 차츰 완화되며 공항 이용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줄어든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노동자들은 갑작스럽게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의 자회사는 정원 9,854명 대비 11%나 부족한 8,774명의 현원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올해 인천공항지역지부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12%다. 이는 턱없이 낮은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상화하라는 요구인 동시에, 인천공항공사가 용역업체 시절의 노임단가 최저하한낙찰률을 자회사로 전환한 이후에도 적용했던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다. 낙찰률은 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의 비율인데, 최저하한낙찰률은 용역업체 간의 임금덤핑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용역업체 시절 정부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제시한 최저낙찰률 87.9%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87.995%를 적용해왔다. 자회사 전환 후에도 낙찰률을 적용한 계약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 자회사가 용역업체 시절의 낙찰률을 적용하는 계약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2020~2021년에 연속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부터 낙찰률을 폐지하고 계약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이미 낙찰률을 적용한 금액으로 대금을 정해, 사실상 애초 설계한 인건비 금액과 낙찰률 사이의 12%는 사라진 셈이 되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의 전환이 의미 있으려면 원청에서 인건비 대금으로 설계되었던 100%가 모두 지급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현재 자회사 사측이 제시하고 있는 1.4% 임금 인상안은 이를 무시하는 처사다. 또한 치솟는 물가 속에 실질임금조차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저임금, 인력 부족, 열악한 노동조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생겨난 다른 공공기관의 자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자회사로 고용 형태를 전환하는 것 외에 임금을 포함해 전반적인 처우를 어떻게 할지, 공동의 기준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지 못했기에 용역업체 시절의 노동조건이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이에 인천공항지역지부뿐 아니라 철도공사,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은 같은 날 오후 ‘민주노총 공공기관 자회사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통해 공동 투쟁을 선포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9년 만의 무기한 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9년 전인 2013년 12월에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9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간부들은 당시 파업 투쟁을 다양한 직종의 공항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 존재감을 드러냈던 감동적인 순간이면서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차가운 현실에 부딪혔던 경험으로 회상한다. 수십 개 용역업체로 쪼개져 항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9년 전의 현실을 떠올리면 변화한 것이 없지는 않다. 인천공항의 노동조건이 이만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노동조합이 성장해 온 것은 무엇보다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어려운 조건에서도 굳건히 투쟁과 조직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 과정이 공항 현장에 많은 갈등과 혼란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인천공항 3개 자회사 노동자들이 공동의 요구로 단결해 투쟁하는 것은, 위로부터 주어지는 변화에 기대를 걸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을 바꿔내겠다는 결의다.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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