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보다
| 2022.11.29
윤석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철회하라
화물연대 파업은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다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화물연대본부 파업 6일 차, 결국 정부는 대화가 아닌 ‘업무개시명령’으로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오전 국무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직접 발표하며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며, 국민의 일상까지 위협받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늘 정부가 결정한 ‘업무개시명령’이야말로 일말의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반헌법적 조치이다. ‘업무개시명령’은 2020년 당시 전공의를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발동한 경우와 같이, 의료법에 근거한 사례만이 유일하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화물연대는 5월 2∼15일, 8월 21일∼9월 5일 두 차례 파업을 벌였는데, 이를 계기로 노무현 정부가 법을 개정해 업무개시명령을 뒀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의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항은 이른바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서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국무회의가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여지가 너무나 크고, 따라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성격이 다분하다. 따라서 2004년 도입된 이후로 실제로 발동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및 파업의 권리를 억압하고 강제노동을 명령할 절대적 권한이 정부에게 있다고 오판하지 말라.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법에도 반한다. 강제노동금지는 ILO 핵심원칙으로, 모든 ILO 회원국은 기본협약의 원칙을 존중하고 실현할 의무가 있다. 모든 형태의, 강제적 또는 강요에 의한 노동의 철폐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한-EU FTA에도 위배된다. 윤석열 정부는 온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제도 개선을 위해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에 대해, 탄압으로만 일관할 것인가.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은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다. 화물연대본부는 국회도 정부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도로 위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국회의 법 개정과 국토부의 제도개선을 지속해서 촉구하다, 끝내 제도 시행 종료를 한 달 앞두고 다시 행동에 나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절박한 생계문제와 차량할부대금과 같은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을 그 누가 가늠할 수 있으랴.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의 온갖 겁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전운임제 사수를 위해 파업에 돌입한 화물노동자들이야말로 모두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정당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는 강경 탄압 중단하고 내일(30일) 진행하는 교섭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라. 만약 정부의 책임방기 결과를 끝내 화물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면, 우리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 노동자와 온 국민을 등질 셈이 아니라면 윤석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