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 2022.12.13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운동이 평가해야 할 쟁점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운동 평가>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1)
2022년 노동운동포럼이 지난 12월 10일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운동 평가”라는 주제로 두 분의 패널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우크라이나 좌파단체 ‘사회운동’(Sotsialnyi Rukh)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를 모시고 강연을 들어보았다. 《사회운동포커스》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를 싣고자 한다. 지면 관계상 본 글에 담기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2022노동운동포럼 자료집과 2022노동운동포럼 실시간 중계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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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이유미 사무처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2022년 노동운동포럼이 지난 12월 10일 성황리에 열렸다. 첫 번째 순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운동 평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교육국장이 주 발제를 맡았고, 유형근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와 정일부 금속노조 前 정책실장이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발제자는 지난 20년간의 한국 노동자운동을 개괄했다. 그는 노동자운동이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기업 차원의 고용유지를 위한 투쟁과 신자유주의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총파업 투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산별노조 건설, 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회공공성 투쟁,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자운동의 전략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경과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보았다. “정세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과거의 전략을 답습하면서 변화의 기회를 상실했다”라고 평가하면서, 발제자는 산별노조라는 형식과 진보정당이라는 실체는 남았지만,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운동의 목표는 실종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내부의 격차가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해서 노동자운동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기업별 최대치를 요구하는 투쟁이 양극화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지난 역사를 반추해보면서 노동자운동이 노선적 혁신을 할 수 있었던 주요한 계기를 짚는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계기가 IMF 구제금융 위기였고, 두 번째 계기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정세였다. 그러나 2008년에서 2012년을 지나면서 사회운동노조와 같은 새로운 운동 방향도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못하였고, 민주노동당 분당과 함께 정치세력화 전략도 위기에 빠져버렸다.
발제자는 앞선 두 계기에서의 실패를 넘어 노동자운동이 변화하는 정세를 감지하고 세 번째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를 자문한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경제가 대침체에 빠져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으며, 중국에서 권위주의적인 통치질서가 확고해지면서 대만위협이 심각해지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노동자운동이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의 핵무력 완성과 윤석열 정부의 집권이라는 국내정세에 조응하여 한국사회의 변화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발맞춰 노동자운동이 쇄신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발제자는 첫 번째로, 노동자운동의 목표를 ‘기업별 노사관계 극복, 연대임금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로, 80년대 후반에 있었던 노동자운동의 성과를 ‘전투적 경제투쟁’으로 간주하고 이상화하는 구래의 운동 관념을 반성하고 변화시키자고 제안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야권연대 전략이 파산했기 때문에 ‘범민주진보’ 이데올로기와도 단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발제자는 혁신을 주도할 주체 형성을 위해 ‘운동 내 운동’을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발제자의 발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발제자의 평가에 대해서 크게 세 가지 쟁점으로 논의가 진행되었고, 발제자가 제시한 세 가지 제안에 대해서도 각각 의견을 나눴다.
평가 쟁점 1.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왜 노동자운동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는가? 과연 2008년을 변곡점으로 볼 수 있을까?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점이 노동자운동 혁신의 주요한 계기라는 발제자의 주장에 대해, 유형근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노동자계급의 분할이 심화한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난 10년이 ‘국민경제의 위기’였다는 정세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경제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견고한 성장을 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같은 시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이 견고하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에 발생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 개별적인 기업별 대응에 머물고 새로운 운동 방향이 채택되는 계기가 되지 못했던 것에는 이러한 경제적 배경이 놓여 있다. 즉, 1998년의 위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금융위기에서 빨리 회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시점부터 세계적으로 장기 저성장 국면이 시작되었고 한국 역시 큰 틀에서 보면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2000년대의 4%의 성장률이 2010년대에 접어들어 2%대로 하락했고, 이는 곧 노동자운동이 임금의 동반상승을 통해 격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더 줄어들었다는 점을 의미했다. 또한, 발제자는 평가의 초점이 2008년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보다도 노동운동이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느냐가 핵심임을 강조했다.
발제자가 보기에 산별 전환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되던 2006년 직후에는 노동자운동이 초기업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한 실험과 투쟁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어야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기업별 투쟁이 활성화되었고,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민주노동당 분당과 같은 정치적 상황도 악화하면서 2000년대 산별노조,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기대가 무너졌는데, 이 시점이 바로 2008년에서 2012년쯤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기대가 무너졌을 때, “기존 노선을 다른 수단과 방법을 통해 실현할 것인가, 혹은 이 노선을 버리고 다른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판단이나 논의 자체가 안되었다”면서, “그 이후에는 야권연대, 민중총궐기 투쟁으로 나아가면서 기존 노선은 한계 속에서 해체되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가 쟁점 2. 산별노조 건설의 실패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발제문에서는 2000년대 산별노조 건설 전략이 2010년대 초반에 대체로 실패로 귀결되었고 이후에는 합의된 노선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일부 전 실장은 “애초에 산별노조 건설 역시 단지 조직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지역운동을 펼치기 위해서, 현장투쟁의 단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일종의 연대임금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펼쳤던 운동”임을 강조했다. 산별노조 건설의 실패를 평가하려면 왜 운동적 의미가 사라졌는가를 중심에 두고 평가해야 하는데, 발제문에는 그 이유가 잘 안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발제문이 그 이유와 맥락에 대해서 제대로 살피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덧붙여서 산별노조 건설 전략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 사측의 대응 전략이 강력했고 그에 영향을 받아 현장에서부터 기업별 관행에 잠식당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산별노조 정치세력화 노선이 애초부터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세진단의 한계는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었던 대안이고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다가 잘 안 되었다면 안 된 부분을 평가하고,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운동사회 내부의 진지한 토론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 점이 부족했다”는 점을 주로 짚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일부 전 실장은 산별노조 역사 속의 상징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2003년에 금속노조에서 임금저하 없는 주5일제를 관철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전국적인 파급효과를 주었는데, 산별교섭의 적용 범위 확대라는 의미는 이렇듯 사회적 파급효과를 의미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산별노조 운동을 구체적으로 평가해서 공과를 되새겨야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당부했다.
평가 쟁점 3.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은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가
발제문에서는 정규직을 제외하고 가장 비율이 높고 처우가 열악한 노동자는 ‘임시일용직형 비정규직’ 노동자이지만, 노동자운동이 조직화에 집중한 영역은 조직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상용형 비정규직’ 노동자였음을 지적한다. 같은 직군 내에 비교 가능한 정규직이 있기에 정규직을 따라잡는 운동이 전형화되었고, 그 결과 애초에 전략조직화가 목표로 삼았던 초기업 교섭구조를 만들어보려던 운동이 상대화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업별 이익극대화라는 기존 노동조합 운동의 관행이 반복되고 ‘기업 내 정규직화’와 ‘정규직 따라잡기’가 핵심 요구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비정규직 운동의 한계는 비정규직 운동 주체들의 책임은 아니다. 노동자운동의 주요 전략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상황에서는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운동이 가진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그 속에서 의미있는 새로운 시도도 존재했다. 건설, 화물노동자, 택배나 배달노동자와 같이 초기업적 연대를 활성화한 경우가 그것이다. 이는 기존의 경로와는 다르게 산별노조 운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성과였다. 발제문에서는 오히려 노동자운동이 이러한 측면에 제대로 주목하지 못했던 점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형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기업 내 정규직화’와 ‘정규직 따라잡기’로 귀결되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비정규직 운동은 적대적인 환경의 압력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자기 생존과 적응을 위해 창의적인 실험을 진행해왔다. 예를 들면 모듈 부품사 노조의 사례나 희망연대노조 사례처럼 자회사를 바탕으로 한 시도가 그러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을 기존 운동의 관성에 입각해서 일탈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서 그는 조합원 수의 변화만 놓고 보면, 2010년대 후반의 상승은 1987년의 상승 국면과 비교해서 별로 뒤처지지 않는 규모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대규모의 조직화가 가능했던 주요 요인은 산별노조의 적극적인 자원 집중 때문이고, 따라서 산별노조가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에 끼친 긍정적 영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안 1. 정책 혁신: 연대임금 정책을 핵심과제로 삼고 모든 수단을 고려하자
발제자는 “노동자운동의 주류적 관념이 기업별 임금 극대화 노선이라는 점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활동가, 노조의 공식기구 차원에서 이러한 관념을 변화시켜야 한다. 현재의 정세에서 기업별 노사관계의 극복과 임금격차 축소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대임금 정책이라는 핵심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대임금을 위해 전투적인 투쟁을 할 수도 있고, 교섭할 수도 있다. 사회적 대화도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단보다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중요하다”는 취지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일부 전 실장은 발제문이 말하는 방향이 “좀 더 개량적으로 하자”는 주장으로 오해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주었다.
유형근 교수는 “노동자계급의 보편적인 이해를 노총 수준에서 어떻게 모아낼 것인지가 취약하다 보니 민주노총이 목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표류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대화는 노동운동이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단결을 강화하고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을 줄이려면 법 제도에 대한 노동의 개입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서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사회정책, 노동정책, 산업정책에 대해서 해석해내고, 노동조합의 정책을 생산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시민사회에 유통하는 능력을 갖춘 활동가, 연구자를 내부에서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자원을 아낌없이 투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안 2. 운동노선 혁신: 현장주의 이데올로기와 전투적 경제주의를 넘어서자
유형근 교수는 현장주의 이데올로기와 전투적 경제주의를 비판하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현장주의 이데올로기’와 ‘현장 수준에서 노동의 권력자원 강화’는 구분되어야 하고, 후자는 새롭게 재건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정일부 전 실장은 현장주의 이데올로기나 전투적 경제주의와 같은 ‘구래의 운동 관념’에 반대하는 편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발제문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자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현장 수준에서의 권력자원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고, 기업별 교섭이 필요한 과제들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장과 산별 혹은 총연맹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오히려 현재 시점에서 문제는 현장 차원의 투쟁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산별이 주도해야 하는 의제, 이를테면 산별노조가 임금 문제에 대해서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실험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대 후반 금속노조가 산별교섭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진행한 정책의 “현대화”도 이러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서 80년대 후반 민주노조 운동의 폭발적인 성장을 “전투적 경제주의”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즉 3저 호황을 맞아 한국경제가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던 정세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오히려 당시에 변혁적 지향을 가진 정치적 노동자운동이 형성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제안 3. 주체 형성: 노동자운동의 변화를 위한 ‘운동 내 운동’, 정치적 노동자운동을 복원하자
발제문은 사회경제적 노동자운동과 비교해서 정치적 노동자운동이라는 축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장기적 관점과 운동노선의 혁신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에,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노동자운동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토론자들은 실질적인 형태나 지향하는 방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여기에 대해서 발제자는 “추상적이지만 잠정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변화된 정세 속에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변혁의 방향과 조응할 수 있는 노동운동의 전략, 진보정당의 전략을 제시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노조운동 역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해도, 노동정책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위협, 북핵 고도화라는 정세변화와 한국경제의 장기 저성장까지 고려하는 가운데, 총체적인 전망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전체 한국사회의 변혁 전략과 연계되어야 하기에 노동자운동 차원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당, 노조, 지식인들을 모두 포함해서 활동가들의 집단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치적 노동자운동의 복원 아닐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사회진보연대도 함께 해온 지난 20여 년 동안의 한국 노동자운동 역사에 관한 평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활동을 반성하면서, 여러 논의 끝에 다다른 평가지만 아직은 개괄적인 상태이고 구체적인 전략과 실현 방안에 관해서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한 두 토론자 덕분에 평가의 내용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다. 발제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치열한 토론이 이를 방증한다. ‘일이 잘못되면 군자는 제 탓을 하고 소인은 남을 탓한다’는 말이 있다. 노동자운동이 걸어온 역사 속에서 분명 예상치 못한 곤란한 정세가 기존의 경로를 강제하며 옴짝달싹 못 하도록 만든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판단의 갈림길에 섰을 때 노동자운동이 주체적으로 선택했던 길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저울질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번만큼은 노동자운동이 쇄신할 수 있는 계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가를 진행했다. 다만 노동운동포럼 당일에는 시간제한으로 세세한 쟁점들에 대해서 심화된 토론을 충분히 진행하지 못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앞으로도 다양한 자리를 빌려 계속해서 토론을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