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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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기획망명'을 부추기는가?

이른바 '북한붕괴론'의 망령

사회화와노동 편집팀


누가, 왜, 기획망명을 주도하는가


최근 신문지면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기사는 기획망명과 이를 둘러싼 중국, 일본, 한국의 긴장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특히,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언론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북한 인권을 문제삼으면서 탈북자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 북한, 남한 정부 사이에 해결해야 할 난제로 탈북자 문제가 거론된 지 꽤 오래 되었다. 이미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 10만명의 탈북자가 체류하고 있고 4월말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총 312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특이한 것은 탈북자의 망명 형태가 많은 국제 단체들의 도움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유난히 늘어나는 탈북자와 치밀한 계획과 도움 하에 이루어지는 기획망명- 도대체 탈북자를 돕는 국제 단체들은 어떤 목적으로, 왜 그들을 돕고 있으며 현재 보이는 국제적인 관심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획망명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기획망명의 시작은 지난 3월 탈북자 25명의 기획망명사건부터다. 지난 3월 탈북자 25명이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으로 진입한데 이어 8일 장길수군 친척 5명의 선양주재 일본총영사관 진입시도 등 탈북자들의 기획망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개 기획망명은 치외법권 지역인 주중 외국공관에 기습적으로 돌진하여 제3국으로 추방된 후, 한국으로 입국하는 형태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수하게 탈북자의 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망명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은 치밀한 계획과 막대한 자금, 그리고 그 계획을 지휘할 제3자다. 그렇다면 기획망명은 과연 누가 주도했으며 그 의도는 무엇인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기획 망명 사건의 현장 지휘를 맡았던 인물, 독일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씨는 '이 사건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비밀 작전이다. 신원이 밝혀지기를 원치 않는 일본 미국 유럽인 약 30명으로 구성된 그룹이 주도했다’고 말한다.(시사저널 649호) 그 그룹은 가칭 '국제 인권 자원봉사자 모임’이라고 한다. '국제 인권 자원봉사자 모임'은 지난 2월 9∼10일 이틀 간 일본 도쿄에서 <조선일보>가 후원해 열린 강경파 중심의 북한 인권 관련 국제 회의 이후, '북한에 인권의 빛을 비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해 가겠다’는 다짐으로 이 회의가 끝난 지 바로 한달 뒤 기획 망명 사건을 터트렸다. 그들은 “미국은 난민의 탈북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탈북자를 통한 북한붕괴론을 주장한다. 과거 동독에서 대거 탈출한 동독 난민들이 1989년 동독 정권의 붕괴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북한 난민들의 대거 탈북을 권장해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아울러 미국은 남한에 있는 탈북자 지원 단체들과 국제 단체들에 대해 외교적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순수자원봉사자 모임이 진행한 거사라고 보기에는 의문점이 많다. 일단 3월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위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는 점과 대사관지역의 삼엄한 경계에도 TV 카메라가 탈북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순수하게 그들이 자비를 끌어 모아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큰 돈, 1백20만 달러라는 거금이 기획망명 과정에서 사용되었다는 점등이 의심스럽다. 유엔인권위 회의 때까지 스페인 대사관에서 시간을 끌 예정이었다는 지난 3월 기획망명사건은 유엔인권위 회의에 탈북자 난민지위 인정문제를 상정해 중국 정부를 구석에 몰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임의의 국제 인권 자원봉사자 모임이 어떻게 경계가 삼엄한 대사관 지역에서 언론을 대동할 수 있었으며 공안세력에 협조 대가로 지불하는 용도의 거금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 마지막으로 중국공안의 협조 없이 거사가 성사되었는가. 이런 대목은 이들이 아닌 또 다른 배후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다. 하지만 그들의 배후가 누구인가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기획망명이 엄청난 투자와 계획 속에 미국과 유럽의 국제 단체들이 합세하여 진행되었던가라는 점이다. 모든 것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중요한 것은 기획망명은 현재 정치적 활용 면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기획망명은 분명히 북한을 고립화하고 중국을 흔드는 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대북정책


국제법상 탈북자의 신병에 관한 문제는 중국의 주권에 속하고 이들을 북한으로 되돌려보내는 것은 중국의 권한이다.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 당연히 북한에 탈북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지금 국제 여론이 북한 송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라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무척 곤란한 처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중국 베이징 시내 중심부의 싼리툰 외교단지에 지난 3일부터 일제히 철조망이 쳐졌다.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으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며 실제 지난 8일 장길수군의 친척 5명이 일본대사관에 들어가려다가 중국 공안원이 이를 막아 탈북자들의 기획망명이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중국 정부는 북한과 함께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탈북자를 남한으로 인도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왜 탈북자들이 월경을 하는가. 그것은 바로 북한의 지속되는 경제난과 식량난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 이후, 북한이 대외무역 상대국을 잃으면서, 심각한 에너지 부족을 겪게 되고, 이에 따라 식량 생산, 공업 생산의 위기가 심화되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탈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이 미국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합의가 약속한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실질적으로 거부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을 사실상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남한 정부의 대북 전력지원이라든가 대북배상금이 걸려있는 북-일 수교를 가로막는 방법 등으로 북한이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동아시아 전략 하에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하고만 있을 뿐, 봉쇄의 변형된 형태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패권전략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취임이후, 15개월여 동안 북-미 대화가 단절되어 있었다.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 정권을 "악의 축"이라고 표현했고, 최근에는 가공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은닉하고 우리를 협박할 뿐 아니라, 돈을 주고 사겠다면 누구에게나 팔아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는 최악의 국가"로 지칭, 북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 더욱이 미국은 이런 사태를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이 최근 북미 대화 재개 성명을 발표하였고 북한이 조건 없이 호응해옴에 따라 북미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단절된 지난 15개월 동안 관련 3국의 국내외 조건이 예전과 비해 아주 악화되어 있다.
또한 지금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면서 유엔에 북한 인권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정부에도 북한과의 대화 시 북한 종교 자유와 다른 인권 개선을 위해 압력을 가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전 세계의 유일한 패권국으로서 아무도 미국을 막을 수 없음을 엄포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고립화하는 이유는 동북아에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패권적인 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미국주도의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이루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확고히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을 뿐, 북한은 그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잔인한 정권"이라고 비판하지만, 오히려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노력을 모두 봉쇄해버린 것은 인권을 그토록 부르짖는 미국 그들이라는 것이다.

'북한붕괴론'의 망령

현재 북한인권문제는 워싱턴을 달구고 있다. 미국 하원이 2일 북한 인권청문회를 열어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설 것"을 결의하였기 때문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독일 의사 플러첸 의사는 "북한 주민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세계가 북한의 실정을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현재 미국의 정계와 언론은 북한의 인권현실을 빌미로 북한에 대한 강경한 보수적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서 대량 망명을 지원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또다시 악순환으로 빠지게 하고 있다.
기획망명을 부추기는 배후에는 분명 극우주의자가 주장하는 '북한붕괴론'이 있다. 북한문제에 대한 미국우익의 해법을 기본으로 김정일 정권을 제거해 북한 인민을 해방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들이 주장하는 요지이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북한 난민의 대량 탈북을 지원하면서 대북군사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획망명은 북한붕괴론을 기본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붕괴를 조장하고 바라는 자 누구이며, 그들은 왜 북한의 고립을 원하는 것인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전략이 이미 설명하듯 현재 북한붕괴론의 망령은 미국 부시 정권의 또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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