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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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의 시대,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회화와노동 편집팀


최저임금 결정임박, 농성투쟁 돌입


최저임금의 결정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8월말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막바지 절충이 한창이다.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요구안을 제출하고 이를 압박하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들과 이를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하였다. 올해도 지난 5월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포함하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최저임금을 61만원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월드컵의 축배 속에서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비록, 월드컵의 광기와 여론의 홀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과 여성 등 최저임금과 직접관련된 주체들이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을 구성하여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농성투쟁에 주목하고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동안 노동운동진영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을 규합하거나 또는 독자적인 여론전에 몰두해 왔던 것에서 벗어나, 최저임금의 대상이 되는 주요 주체들이 모여 농성단을 조직하고 실질적인 요구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점만은 아니다. 그 보다도 더 핵심적인 것은 노동유연화 시대,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최저임금제의 현실화를 위한 투쟁이 갖는 또 다른 의미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불안정 노동의 시대, 최저임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저임금은 기업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이기에, 최저임금위원회는 적절한 최저임금 산출을 위해 여러 변수들을 놓고 산수(?)를 하게 된다.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노동생산성, 근로시간, 외국사례와의 수치비교 그리고 정치적 고려 등등... 그러나 문제는 산출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의 현실화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98년 IMF 체제 이후, 불안정노동이 일반화되면서 통계에 정확히 잡히지 않는 영세, 임시직, 계약직 사업장 종사자들의 임금-복지 수준은 정규직 노동자들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사회협약으로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최저임금을 확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생계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왜냐하면 임금의 증가율에 비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생계비용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단적으로 사교육비의 엄청난 증가와 의료비용의 개인전가, 주택과 식용품 구입 등등에 들어가는 필수 비용의 꾸준한 증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로서 사회복지비용의 민중전가, 불안정 노동의 확산에 따라 강화된 노동강도의 결과로서 나타났다. 비록 실질임금이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 최저임금의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 의료보험료 인상, 사교육비 지출의 증가 등 기존 생계비가 대폭 인상되기 때문에 임금인상은 그에 미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 민중은 노동시장에서 허락하는 모든 노동에 참여하여 생계수준을 유지해나가고자 한다. 즉, 생계비 보전을 위해 다시 유연화된 노동시장 속에 깊숙이 참여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저임금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영세사업장 근로자, 연수생, 수습생, 장애인, 실업자, 미성년자 등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은 잔업/특근과 같은 초과근무시간을 통한 각종 수당과 부업을 통해 이를 보전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최저임금제는 분명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실제로 전북 군산지역 15개 서비스업 표본조사를 한 결과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맥도날드 등 12개 업체가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으며 3개 업체가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더라도 휴일, 연장,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최고임금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현실은 정말 아이러니 할 뿐이다.


노동유연화 분쇄, 불안정노동철폐 투쟁으로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의미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라는 주장에 대해 이를 임금인상 투쟁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자는 주장은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 자리로 유지하자는 것을 훨씬 초과하는 의미를 가진다. 만약 그 의미가 두 자릿수 인상에 그친다면 물가인상률을 훨씬 상회하는 생계비 인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이 자본의 숫자놀음에 농락 당 할 수 있다. 현실이 증명하듯 매년 최저임금을 상향조정하고 그것이 심지어 물가인상률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 노동자는 의료보험료, 교육비, 주거비 등 높은 생계비 지출에 따라 빚에 떠밀려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자본이 왜 이러한 전략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데 있다.
경제위기 극복방식으로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은 적정(3∼4%)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선에서 경기를 부양한다. 국가와 자본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 민중은 항상적인 실업과 비정규직 노동, 낮은 임금의 위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낮은 임금의 유지는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즉,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자율을 조정하며 임금의 인상폭을 지속적으로 낮춘다. 그리고 저임금 노동자들이 비정규, 하청, 용역업체와 숙박·음식·서비스업 등 보다 신축적인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강제한다. 뿐만 아니라 자본은 소매금융시장을 자본의 수익원으로, 개발·공격적인 사업대상으로 삼아 노동자 개인이 지출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왔다. 그 결과 실질임금은 꾸준히 상승하였고 경제상황도 다시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최저임금의 현실화 과정은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협약을 통해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인상률로 제한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라는 것은 그 자체로 주먹구구식의 산출방법을 지니게 되며, 책임소지도 모호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러한 생계비를 최저임금을 통해서 보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보면, 자본에게도 국가에게도 그 책임은 돌려지지 않게 된다. 사회적 임금을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인지, 중소영세자본이 보장해 주어야 하는지도 애매한 상황을 자초하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구조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현재의 최저임금제와 최저임금위원회를 매개로 한 최저임금의 현실화 투쟁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객관적인 한계는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은 임금인상 투쟁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으로서,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는 투쟁으로서 자리매김 될 때만이 그 의미가 분명해 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실제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해 야기된 불안정 노동을 철폐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은 최저생계비의 현실화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포함되어야 하며, 동시에 비정규직, 이주, 여성, 장애, 실업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투쟁과 적극적으로 연대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불황이 구조화된 시대, 노동이 유연화 된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 민중은 스스로 단결하여 투쟁하지 못하면 경제상황과 시대상황을 볼모로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자본과의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저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라' , '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라'. 이것은 이번 투쟁을 하는 해당주체들의 소박하지만 정말 처절한 요구이다. 동시에 이러한 농성단의 요구가 전체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 요구로 대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투쟁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개별임금인상 투쟁의 한계를 극복케 하는 공동의 논의와 토론, 그리고 전선확대를 도모하는 가운데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저항주체를 형성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농성투쟁의 의의는 비록 최저임금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한 시기 집중 형태의 투쟁이지만, 불안정노동자의 전반적인 이해와 요구를 가지고 공동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다. 또한 고립되어 힘들게 투쟁해왔던 비정규직 사업장 노조의 지난 몇 년간의 싸움을 볼 때, 지역단위의 여러 단체들과 노조가 공동투쟁체와 농성단을 만들어 대정부 연대 투쟁을 전개하였다는 것은 또한 매우 의미가 있는 성과라 생각한다.
또한, 이 투쟁은 노동시장의 유연화 속에서 갈수록 수탈 당할 수밖에 없는 광범위한 불안정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일차적으로 집약시켜 낼 수 있는 생존권 보장 투쟁이며, 이들간의 연대의 고리를 더욱 확충시켜내고 이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워낼 수 있는 무기인 것이다. 결국, 투쟁의 요구를 임금인상폭에만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의 중단과 민중생존권의 사회적/국가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투쟁으로 전선을 끊임없이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의미를 점점 더 보편적으로 확대하여 전 민중의 이해와 요구로 집약시켜 낼 때 그 커다란 의미는 배가될 것이다.
21세기 점증하는 구조적 위기와 불황의 시대, 비정규직의 수탈을 아예 제도화하려는 획책이 노사정위에서 난무하고 있는 지금, 불안정노동에 맞선 연대투쟁의 대상과 폭은 더욱 크게 열려있다. 올해의 최저임금제 투쟁은 비록 한시적이고 제한된 주체의 투쟁이었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이 한 판 싸움의 커다란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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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획책되는 민간의료보험 도입음모를 규탄한다!!


월드컵이 한참 진행중인 지난 6월 16일, 재정경제부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슬쩍 발표하였다.
금융의 자율화·겸업화·세계화 추세 확대 및 소비자 권익 강조 등 보험환경의 변화,규제완화·계약자보호장치 강화·감독체계의 선진화 등을 통해 보험제도를 Global Standard에 부합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개정의 추진 배경이었다. '경쟁촉진 및 자율성 확대','보험제도의 선진화', '보험감독의 선진화', '보험가입자 보호 강화'를 그 기본방향으로 하여 25년만의 전면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업법 개정 의도는 결국 노동자민중 쥐어짜기


언제나 그렇듯이 정부가 무언가 변죽을 울릴 때는 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개정이 필요한 이유에는 소비자 권익 강조, 계약자보호장치의 강화 등의 내용이 들어있지만 그것은 속셈을 감추려는 면피용에 불과하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내 재벌과 보험회사, 초민족적 국제 금융자본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가 서로 피나는 경쟁을 벌이겠지만 이번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궁극적 결과는 노동자·민중의 호주머니 털기가 될 것이다. 보험은 소득재분배와 급작스런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그것은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아니며 사회와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개인의 책임에 맡겨온 현재의 방식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더군다나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초민족적 금융자본과 국내 재벌의 이윤확보의 수단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정부의 본질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민간의료보험 도입으로 국민건강을 아예 파탄내려는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중 가장 우리를 경악스럽게 하는 것은 "보험제도의 선진화"라는 미명아래 추진되는 "민영건강보험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을 위한 조치들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14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의 이름으로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협력을 통한 의료보장체계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가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논의를 유보시킨 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그때의 전사회적 분노를 잊은 채 다시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위한 제도기반을 다지려 하는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보험개발원이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대하여 민영건강보험의 개발 등에 필요한 의료정보(연령별 질병율·질병 치료에 소요된 비용관련 통계 및 개인의 질병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둘째, 보험개발원이 요양급여의 적정성의 심사·평가 및 공시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민간의료보험이 실시되는 지 여부와 무관하게 금융자본들에게 정확한 개인정보(의료정보까지)를 제공하고 활용하게 하여 더욱 세련된 위험관리체계의 운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이는 자본측에 수익률의 극대화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적으로나마 자신과 가족의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노동자·민중들에게는 보험료인상, 보험가입 제한 등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노동자·민중의 건강은 아랑곳없이 보험자본은 역시, 큰 돈이 될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바라고 있을텐데, 게다가 이렇게 도입된 보험급여의 적정성 심사권한을 보험개발원에 맡기겠다는 발상에는 기가 막힐 따름이다. 초국적 금융자본과 생명보험회사의 이해를 위해 또 그들의 돈으로 움직이는 보험개발원에게 막대한 요양급여 업무권한을 주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임에 분명하다.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포기하고 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라


재정경제부는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여 지속적으로 민간의료보험을 기정사실화하고 말 그대로 '기반 조성'을 위해 법석을 떨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여러 차례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였고 그 원칙은 지금도 변함 없다. 이미 수 차례 반복한 일이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정부를 포함한 모든 민간의료보험 도입음모를 가진 자들에 대한 경고를 반복한다. 노동자 민중의 생명과 건강을 이윤과 맞바꾼 댓가를 분명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또한 재정지원을 비롯한 여러 조치를 통해 현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대폭 늘리고 공공병원의 건설 및 지원을 강화해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 라고 충고하는 바이다. 이러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만이 우리나라 보건의료 모순의 폭발을 늦출 것이고 그것이 그나마 자신의 살 길을 도모하는 것임을 똑똑히 알기를 바란다.


2002. 6. 25

보건복지민중연대(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민중복지연대)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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