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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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산-학 협동'을 넘어 '산-학 일체'로 가는가?

정부의 '산업교육진흥법'개정안 추진에 부쳐

편집팀

내년부터 국립대학 부지 내에 산업체 연구소나 테크노파크 등 민간소유 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9일 기획예산처는 현재 국립대 내 민간소유시설 유치가 국유재산법 등에 따라 불허되고 있지만, 대학과 기업간 산학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립대 캠퍼스에 산학협력단을 설치하고 별도회계 운영을 허용하는 내용의 '산업교육 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이하 개정산교법)은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2002년에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법으로 지난 4월 28일 입법예고 되었다. 이 법안은 교육의 시장화, 즉 교육을 자본의 이해에 맞춰 상품화시키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 굳히기


우리는 김영삼 정권의 '5.31 교육개혁안' 발표 이후 안의 맥락을 따라 김대중 정권까지 일관되게 진행된 교육구조조정 일반을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라 보고있다. 이는 경제위기(그리고 재벌의 축적위기)와 대학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삼아 대학을 개혁하는 것으로, 대학을 기업화하고, 지식을 상품화하여 기업의 이해와 대학의 이해를 일치시켜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BK21로 대표되는 대학에 대한 평가의 강화는 '성과에 대한 회계적 측정'으로서 '경영평가'를 모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은 효율성의 원리를 대학경영의 핵심지표로 삼게된다. 동시에 정부는 교육재정을 대폭 감소하고, 감소된 재정을 평가를 통해 일부 우수대학에만 분배한다. 돈이 안되는 지방과 여타 대학, 기초학문은 사멸하고 일부 대학, 학문이 집중 육성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대학의 '자율화'란 명목으로 시장화를 촉진시킨다. 여기서 '자율화'는 대학을 (경영평가기준에 따라) 획일화시키고, 돈벌이 기관(등록금 인상, 학생증원)으로 전락시킨다. 이제 대학교육의 미국화는 가속화되어 대학이 기업화되고 기업이 지식을 독점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DJ정권이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등록금 인상, BK21, 모집단위 광역화, 국공립대 발전계획 등 대학구조조정이 일정 마무리되어가고 있으며,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중등교육의 구조조정(자립형사립고, 평준화 폐지, 7차교육과정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정부는 대학자체의 변화-구조조정을 더욱 안착화하고, 대학을 기업의 이윤추구의 장으로 삼고자 개정산교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삼아 산학협동을 통한 대학과 기업의 직접적 연계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대학 협력을 넘어 산업-대학 일체로(?)


개정산교법은 미국의 베이돌(Bayh-Dole)법안과 일본판 베이돌법안(산업기술협력강화법)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개정산교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산학협력을 촉진하는 것'을 임무(제 4조)로 하며, 평가·인증기관에 재정지원(제 8조의 3)을 함으로써 '산학협력'을 더욱 강화한다. 둘째, 산업체와 특약에 의해 설치된 학과나 교육과정은 대학별로 알아서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권(제 8조의 2)을 준다. 셋째, 산학협력단은 세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는 대학으로 봄(제 25조)으로서 정부는 대학에 대한 투자에 세제상의 혜택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넷째, 대학의 시설과 자원을 기업이 거의 무상으로 이용(제 35조)할 수 있게 되고, 국·공립대는 '국·공유재산의 사용료와 수수료, 강좌나 과정 설치운영에 따른 수업료나 징수금'도 수입(제 30조)으로 한다. 다섯째, 산업체 등과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는 산학협력단이 지적재산권의 취득과 사용을 담당함(재 26조)으로서 연구의 성과를 기업이 가져갈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학이 학교기업형태로 이윤추구를 할 수 있게된다.
요약하자면 대학 중심의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기반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마다 기술이전과 관리를 전담하는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을 두고, 학교기업과 산학협력단을 통해 '대학의 연구'와 '지식'의 상업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여기서는 핵심적인 세가지만 짚어보도록 하겠다. 첫째,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국가의 재정투자와 지원을 줄이고 특허의 상업화와 학교기업을 육성해 대학을 운영하라는 발상은 대학을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우며 "산학협력단은 수입의 일부나 전부를 대학의 회계에 전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보면, 대학을 더욱 부정부패로 몰아넣을 우려가 충분하다. 둘째, 학교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상은 대학당국과 교수가 이윤추구만을 위해 연구를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돈이 교수들의 연구방향을 제약하는 일이 벌어지고, 돈이 되지 않는 연구는 고사할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교육부는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한 대학교수에게 연구성과의 산업화에 따른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대학교수들이 민간기업체에 고용될 경우 휴직이 가능하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셋째, 대학의 시설과 자원을 기업이 거의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정부는 대학에 대한 투자에 세제상의 혜택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정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것인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을 이용하려는 것인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개정산교법의 의도는 명확하다. 자본의 고유한 본성인 사유재산제도의 강화, 이윤의 탐식을 위해 대학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대학의 본연의 목적으로 인식되었던 교육, 학문탐구, 연구를 오롯이 기업을 위해서만 해야 한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이젠 산학협동을 넘어 산학일체인가(?)


산학협동의 결과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베이돌 법안에 따라 산학연계 강화를 통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기업과 대학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대학의 연구의제가 상업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실증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교수들이 벤처회사 이사회에 상당히 긴밀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교수들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있는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스톡옵션 등을 통해 기업의 이익과 매우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 실정에 이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수들의 연구의 방향이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와 결합되었음은 물론이거니와, 자본의 이해에 봉사하는 교수의 수가 상당히 늘어났다. 여기서 글리벡 제조회사로 알려진 초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노바티스는 98년 버클리 대학에 새상품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목적의 돈을 투자하였고 그 성과로 특허약을 제조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학의 연구와 공적자금을 통해 만들어낸 글리벡이라는 기적의 백혈병 치료약이 노바티스란 기업에게만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는 개정산교법의 노림수인 대학연구-지식을 상품화한 결과이다.
지금 정부는 미국에서 베이돌법 시행이 낳은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효율성이란 시장원리만을 되뇌이며 미국식 그대로 [개정 산교법]을 도입하려하고 있다. 그 결과는 매우 자명하게 보인다. 미국에서 그러했듯이 산업교육진흥법은 대학과 대학의 연구를 공익보다는 상업적인 이윤추구로만 매진하게 할 것이며, 교육시장을 더욱 시장화할 것이다. 비록 정부와 몇몇 엘리트들은 대학의 연구가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이 역시 기업에게 대학의 연구를 상품화 할 권리(특허권)를 주어 이윤을 집중시켜 줄 뿐, 팽창된 이윤은 민중에게 특별한 혜택을 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대학의 기업화, 지식의 상품화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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