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 2023.05.02
시대착오적 민주당의 한미정상회담 평가 비판
비핵화만이 상호 절멸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정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정상은 보편적 인권, 자유, 법치 수호에 기반하여,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의 평화 문제에 공조하고, 글로벌 공급망 및 기후위기 등에서 협력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나갈 것을 밝혔다. 공동성명과 함께 채택한 ‘워싱턴선언’에서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고 미국의 전략자산을 정기적으로 전개하겠다고 했다.
워싱턴선언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한 것으로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 특히 북핵 위협의 새로운 단계에 대한 반응적 조치라는 측면을 외면한 채로 평가할 수 없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자,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핵우산을 발동할지 불확실해지면서 한국의 자체핵무장 여론이 확산했다. 이처럼 북핵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워싱턴선언에서 미국의 핵보복을 명문화하여 핵무장 및 전술핵 배치 여론을 진정시키고, 한국의 NPT 체제준수를 재확인한 것이다.
물론 워싱턴선언이 담고 있는 내용이 자칫 전쟁 위험을 높일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하면 궤멸적 타격으로 보복하겠다는 공포의 균형을 강화한 것이라, 한반도 비핵화의 염원과 멀어지고 상호 공멸과 더 가까워져서다.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의 반핵 평화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제정세 변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한미정상회담을 혹평했다. 이재명 대표는 “아낌없이 퍼주는 글로벌 호갱 외교”라고 깎아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고 있어 우려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러시아와 협력”해야 하고 “판문점선언이 평화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미정상회담 평가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국제정세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다. 민주당은 러시아 침공과 대만문제를 언급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얼어붙게 되었다고 비판하지만,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무다. 또한 윤석열정부가 미국일변도 외교노선을 택하면서 균형외교가 파탄 났다는 인식도 문제다.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과의 중재역할을 기대하고 대중국수출을 고려한다면 균형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의 실체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북핵문제 대응에서 과연 판문점선언을 ‘평화의 이정표’로 삼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판문점선언이 3년도 못가서, 2020년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파탄 난 사실을 망각한 듯하다. (<사회운동 포커스(2020.06.18.)>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한 북한 정권을 규탄한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침공 반대가 국익 포기란 말인가?
한미정상 공동성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한미 양국은 자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하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하며, 양 정상은 민간인과 핵심 기반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였다.” 대만해협에 대해서도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에도 매우 큰 불신을 남겼다”며 “감당하지 못할 청구서만 잔뜩 끌어안은 채 많은 부분에서 국가가 감당하지 못할 양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27일 민주당 대변인 논평도 동일한 맥락에서 “중국과 러시아 관계 포기가 국익입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이고 문제적 태도다.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강대국의 우크라이나와 대만 침공을 반대하면 국익을 포기하게 된다. 즉,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무력에 의한 영토와 주권침해를 반대하는 책무가 국익에 반한다는 의미로, 제1 야당이라는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또한, 지금은 근시안적으로 주변국인 중·러와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만 염려할 때가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이어 중국까지 대만을 침공한다면,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가 확산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국제질서가 붕괴될 수 있는 정세다. 따라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앞으로 국제질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도 전쟁반대가 중요하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 경우, 중국과 북한이 미국의 대응을 분산시키기 위한 군사행동을 취할 위험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을 향한 중국의 무력행동을 저지하는 것이 민주당이 강조하는 국익, 즉 평화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식 균형외교, 실체가 있나?
한미정상 공동선언이 발표된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러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28일 대변인 논평에서 “자유의 나침반을 자처하며 미국의 대외 전략에 무조건적 동참 의지를 표명한 것은 균형외교에 파산선고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균형외교를 통해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미국 편향적 외교노선을 취해서 문제라는 비판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균형외교로 추구할 수 있는 실리란, 안보 측면에서는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중재를 서는 것이고,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 수출을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균형외교의 실체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 비핵화에 관한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2022년 3월 북한이 ICBM을 발사하여 2018년 선언한 모라토리엄을 파기했음에도 UN안보리는 대북 경제제재를 부결했고 규탄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서다. 이들은 북한에 동조적인데, 북한은 미국에 대항하는 북·중·러 진영이 구축된다면 UN 경제제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경제협력을 강화했으며, 북한이 러시아로 무기를 판매하고 러시아는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등 군사적 측면에서도 밀착하고 있다. 현재 구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경제적 측면에서 실리추구라는 주장도 실체가 불분명하다. 중국과 관계가 경색되면 수출에 타격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대만의 사례만 보더라도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대만에 무력통일도 불사하겠다고 중국이 엄포를 놓고 있고, 작년에는 펠로시 미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중국이 공격적 군사훈련을 감행했음에도, 대만은 막대한 대중 무역흑자를 보았다. 특히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20.9% 증가했다. 중국이 경제적 필요가 있다면, 정치적 관계만 따져 손해 보는 선택을 하진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다.
따라서 작년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윤대통령이 균형외교를 저버린 결과라는 비판은 문제가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분석(2022.11)에 따르면 무역적자의 원인은 중국의 실물경기 회복 부진과 국제경제 환경 불안정에서 기인한 일시적 성격이 크다고 진단한다. 경기적 요인이 달라진다면 수출은 회복될 것인데, 대중국 수출이 점차 고기술 중간재로 변하고 있어 수출을 확대하려면 고기술 품목에 주력해야 한다며 기술혁신을 강조했다. 즉 대중국 수출확대는 궁극적으로 기술혁신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선언을 둘러싼 상반된 평가
워싱턴선언의 핵심은 한미 핵협의그룹(NCG)를 신설하여 미국이 핵우산 제공 계획을 한국에 공유하고, 그 과정에 한국이 관여하는 것이다. 이는 NATO식 핵공유와 차이가 있는데, 유럽에는 전술핵무기가 배치됐지만 한국에는 그렇지 않아서다. 대신 미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북한의 핵공격에 미국이 대응할지 불확실하다는 국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워싱턴선언에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고 명문화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서 대량 응징 보복의 의미는 핵무기와 함께 고위력·초정밀 타격 능력의 재래식 무기도 동원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면서 한국은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NPT의무를 이행할 것을 다시 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워싱턴선언이 “특정한 하나의 동맹국에 핵억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플랜을 담아서 선언하고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최초의 사례”라며 방미의 최대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핵협의그룹(NCG)만으로는 자체 핵무장 여론을 불식시키긴 역부족이라며, 앞으로 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보장받거나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술핵 반입과 핵무장에 선을 그은 것이 불가피하고, 앞으로 미국과 정보공유 및 기획·실행 과정에서 실효성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전술핵 배치가 골격인 나토식 핵공유보다, 독자 핵개발이나 한반도 내 핵무기 재배치가 불발된 워싱턴선언이 어떻게 북핵 대응에 더 효과적인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현재 수준의 확장억제에서 진전된 바가 없어서 성과가 없다는 평가로 보인다. 연장선상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워싱턴선언’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 (자체핵무장 카드를) 계속 쥐고 있으면서 협상용으로 썼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이 카드를 포기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선언’ 수준을 넘어 자체핵무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동시에 상반된 주장도 한다. 안민석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북한이 핵을 공격하면 핵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한반도는 핵 전쟁터가 되고 우리 민족은 말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선언’이 자체핵무장의 길을 닫아 문제라면서, 미국의 확장억제력으로 북핵에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은 모순적이다. 민주당에 일관된 입장이 있다기보다 정략적 비판만 내세우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 대응을 위해 ‘판문점선언’으로 돌아가야 하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미정상이 선언문을 채택한 날,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남과 북, 국제사회가 대화 복원, 긴장 해소, 평화의 길로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을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을 등한시하고 대결 구도를 향한다고 한미정상회담을 우회적으로 비판으로 보인다. 또한 판문점선언을 이정표로 삼자는 취지는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남한에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는 식의 급격한 현상변경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진정시키고 NPT체제를 준수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핵전쟁을 우려한다면, 그 일차적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즉, ‘워싱턴선언’은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에 대한 반응적 결과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이 핵무력을 고도화하면서,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고 남한을 향해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핵우산을 강화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미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과의 외교협상을 부정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북한과의 외교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북한과의 관계를 외교로 풀어가야지 강대강을 고수하다가는 전쟁위기가 높아진다는 우려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확장억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핵전쟁을 원하지 않는 민중에게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한과의 협상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화의 물꼬를 트려면 북한의 핵보유를 현실로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북한 비핵화가 필수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북한의 요구인 ‘조선반도 비핵화’(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동결 협상을 요구)를 두둔하는 방식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가 NPT체제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면서 좌초했다. 핵전쟁을 피하고자 핵으로 무장한 상대에게 투항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핵을 막기 위해서 핵을 가져야 한다는 교리에 따라 연쇄적인 핵무장 흐름으로 이어진다. 가령 러시아의 핵위협이 성과를 거두면, 비핵보유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비핵화를 ‘역사적 실수’로 인식하게 되고, 북한을 비롯하여 비공식 핵무장을 했거나 시도하는 국가들에겐 ‘핵이 만능’이라는 신호를 주게 된다. 즉, 핵무장 국가에 투항하는 것은 오히려 모두가 핵을 더욱 절박하게 보유하려고 하는 상황을 낳는 역설을 불러온다. 마찬가지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면 남한도 핵무장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곧바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민주당의 주장대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대북협상을 하더라도 그와 동시에 확장억제는 강고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한반도 핵전쟁의 위험은 영구화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핵전력을 고도화하는 한, 어떤 식으로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그에 비례하여 동북아의 핵태세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판문점선언’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바람직하지도, 실현할 수 있지도 않다. 판문점선언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미화하면서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심상치 않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선택지가 핵우산 강화와 ‘조선반도 비핵화’로 좁혀져선 안 된다. 대안적 길을 만들기 위해 국제연대를 통한 동아시아 평화운동을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 러시아의 침공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민중들과 연대해서, 군사적 모험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저지하고, 중국이 섣부른 행동을 못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만의 민중들과 연대하여, 동아시아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중국의 대만침공을 저지해야 한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맞서 일본 민중들과 연대해 반핵 평화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이것만이 상호 절멸이라는 공포의 균형과 핵무장 국가에 투항하는 길을 벗어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