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보다
| 2023.05.19
2023년 금속산업 최저임금 투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금속노조는 지난 2월 27일 진행한 57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일요구안으로 ‘금속산업 최저임금 확장’을 결의했다. 타결방침에는 “모든 교섭에 우선시하며 원안 문구를 수정하지 않고 합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전 사업장에서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실질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축소하고,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계급적 대표성을 제고할 가능성을 지닌다. 2023년 금속산업 최저임금 확장 요구가 실현되면 중앙교섭 의제가 중앙교섭 불참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통로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중앙교섭에 힘이 실리게 된다. 임금 의제인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매개로 산별노조로서 일치성도 확보하게 된다. 중앙교섭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도가 올라간다면, 이는 곧 산별노조로서 정체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이 산별노조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금속노조가 이 투쟁에 주력해야 할 이유다.
부침을 겪은 금속산업 최저임금
금속노조는 출범부터 산별노조로서 바로 서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산별노조 지향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금속노조 조합원 간 상이한 임금수준과 임금체계, 노동조건으로 인해 산별노조다운 노동자 간 연대를 실현하지 못했다.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수많은 금속 노동자의 존재 또한 산별노조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단결된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그간 금속노조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격차 축소를 위해 하후상박의 임금인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리의 적용,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산업 수준의 연대기금 조성 등을 요구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제도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2004년 신설했다. 기본 목표는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임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금속산업 내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끌어올려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은 산별 임금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명목상으로만 존재해왔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금속노조는 2004년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도입했으며, 타결 직후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다. 금속노조에서 지침을 내려 사업장별 최저임금 현황을 조사해서 보고토록 했으며, 중앙교섭 사업장들이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례를 적발하고 적용하도록 투쟁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같은 사업장 내 비정규직에까지 금속산업 최저임금이 적용됐으며, 조직확대가 활발했던 지부에서는 사업장 밖 공단으로 영향이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금속산업 최저임금의 영향력은 한계에 부딪혔다. 2006년 완성차지부의 중앙교섭 참여가 좌초하면서 금속노조 내에서 중앙교섭의 지위도 흔들렸다. 산별교섭에 대한 기대감이 줄면서 금속산업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도 같이 멀어지게 된다.
완성차까지 포함한 산별노조 건설시도가 좌초하면서 금속산업 최저임금 의미도 반감되었지만, 금속산업 최저임금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도 존재했다. 2011년에는 금속노조 임금인상 요구액과 금속산업 최저임금 요구액을 동일하게 맞춘 정액임금인상 투쟁을 시도했다. 2014년에는 공단노동자의 최저임금 요구를 반영해 금속산업 최저임금 투쟁을 진행하고, 미비실 사업이 아니라 금속노조 전체 사업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사내하청으로, 공단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의 경우 2013년 지부집단 교섭에 참여하는 사업장에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보장한다는 요구를 마련하고 이를 관철하여,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으로 효력 확대를 시도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실질화의 필요성
정기 상여금의 통상 임금화 방안이 노사 간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2017년, 2018년 법정 최저임금마저 대폭 인상되자 금속산업 최저임금 의제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금속 사업장은 임금구성 항목 중에서 기본급 비중이 매우 낮은데, 그러다 보니 근속 1년 차 신입의 기본급이 금속산업 최저임금, 법정최저임금보다 낮아진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조직화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중앙교섭에 참가하지 않는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신규조직된 사업장에서 금속산업 최저임금이 임금교섭의 출발점이 된 것인데, 애초에 임금 테이블이 없었기 때문에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임금 테이블을 만드는 경우가 생겨났다. 기본급 비중이 낮은 지회에서는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단협에 반영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형해화된 줄 알았던 금속산업 최저임금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었던 것이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매개로 산별 일치성 확대해야
중앙교섭에 대한 조합원의 무관심은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 정체성 형성에 큰 걸림돌이다. 당장 중앙교섭 참가단위를 큰 폭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산별 중앙교섭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을 제고하고,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 정체성을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소속 사업장 사이의 일치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별 기본 협약 이상의 공동 단협을 쟁취하거나 중앙교섭 의제 중 하나를 불참 사업장도 공동 단협으로 쟁취하려고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동 요구·공동 투쟁으로 공동 타결의 역사를 만드는 경험을 쌓아간다면, 지회들 사이의 일치성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금속노조가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통일요구로 제시한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중앙교섭 핵심의제 중 하나를 실질화 화면서 동시에 공동 단협으로 쟁취해 산별 일치성을 확대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계기로 선순환을 만들자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실질화할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두 가지다. 첫째, 금속노조의 임금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된다. 금속노조는 산별 형태를 갖추고는 있으나, 임금은 사실상 기업별로 결정하고 있다. 사업장별 임금체계는 매우 다양하며, 업종별·직군별로 발전해 온 기업별 임금체계의 역사성이 남아있다. 이렇게 이질적인 임금체계 하에서는 산별 임금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산별 임금정책을 펴려면 공동의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업장 내 신입의 임금과 다양한 하청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규율하는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효과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둘째,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금속산업 최저임금의 효력을 확산하는 과정에서 금속노조 혁신의 계기, 조직 확대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며, 이는 저임금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금속노조에 가입할 유인을 제공한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이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의 기본급으로서 위상을 정립하게 되면 금속노조의 계급 대표성은 강화될 것이고, 이것이 다시 조직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통일요구안으로 금속산업 최저임금이 들어간 첫해인 만큼 지부집단 교섭에서부터 개별사업장 지회까지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투쟁을 통일적으로 해야 한다. 신규사업장에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적용하려는 시도와 함께 사내하청 노동자와 지역공단으로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확산시키는 시도도 필요하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매개로 임금정책을 수립하고 임금체계 개편의 주도권을 금속노조가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금속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