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대한민국을 그려낸 영화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16인의 독립영화인과 미디어활동가들의 영화를 한 필름으로

이동권 기자


연출가 이마리오 씨가 일을 냈다. 미쳐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들을 모아 하나의 필름으로 만든 것. 이 영화는 한 편의 작품으로 표현하기에 벅찬 사건들을 하나의 영화로 무리없이 만들어내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른바 16인의 독립영화인과 미디어활동가들의 영화를 하나로 모은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이다.

이 영화는 16인의 독립영화인이 대추리, 새만금, 줄기세포, 화상경마공원, 카지노, 비정규직, 기륭전자, 양심적 병역거부, 사학법, APEC, WTO, 여성농민, 한미FTA, 전략적 유연성 등의 이야기를 옵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필름이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프로듀서와 총연출을 맡은 이마리오 씨는 기획 의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21세기 문턱에서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무작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더더욱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마리오 씨는 "이 작품은 한국의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미디어 활동가들이 바라본 한국사회의 여러 단면들"이라면서 "과거에 벌어졌던 혹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들의 단면들을 모으고 재조합하여 '지금 현재'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 어떠한지 기록하고자 하는 첫번째 시도"이라고 밝혔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시작은 2006년 4월 24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던 한미 FTA에 대한 찬반의견을 대조해가며 편집한 필름이다. 통렬한 조롱과 해학이 넘치는 이 작품은 이훈규씨가 연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GDP 2% 성장과 일자리 10만개 창출 등의 한미FTA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지만,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들이 제시한 통계가 '사기'라고 말한다.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는 GATT 4조가 스크린쿼터에 대한 규정인지도 모른 채 미국인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영화산업 해결책이라 말한다. 이에 대해 칼날을 세워 증명해내는 사람은 이해영 교수이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한미FTA가 경제적, 군사적, 전략적 동맹임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발언하는데도, 이를 믿지 않는 정부 관료들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이어 오종환, 이재수 감독은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위 한 주민들의 투쟁을 영상에 담았다. 이 영화는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가 어민들의 생존권을 무참하게 끊는 일임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또한 새만금에 살고 있는 2만여 명의 어민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절망과 희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새만금연안 피애어민비상대책위원회가 끝물막이 작업을 저지하기 나선 해상시위는 무척 인상깊다.

계속해서 태준식 감독은 은행 계약직 노동자의 삶을 그려 냈다. 연출자의 누나이기도 한 주인공은 최저 임금도 못받으면서, 월5만원에 알아서 청소를 하고, 또 1년마다 해고되지 않기 위해 가슴조린다. 이 영화는 담담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리고 최은정, 김천석 감독은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그린다. 용역깡패와 관리자들로 구성된 구사대들에게 얻어 터지고, 60만원을 벌기 위해 손가락이 휘어지도록 노동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이 부분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 일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