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사회진보연대 격주간 웹소식지


제 23호 | 2013.06.27

해외 사례 연구를 통해 살펴보는 의료관광의 문제점

중/저소득 국가에서 건강 형평성과 접근성에 미치는 의료관광의 영향

보건의료팀
정부가 의료관광 추진에 발 벗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 호텔을 허용하는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고, 새누리당은 보험회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업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부터 정책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한 의료관광은 ‘국부 창출’을 명분으로 하지만, 의료관광이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려와 연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경제 관료와 병원자본이 중심이 되어 무비판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국익 창출이라는 논리에 갇혀서인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비판도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민중건강과 사회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건강 형평성과 접근성에 미치는 의료관광의 영향: 규제책 마련하기> 라는 해외 논문을 소개한다. 논문에서 저자는 의료관광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가 대개 ‘이론, 가정, 추측’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저소득국가의 실태 조사를 통해 의료관광이 실제로 건강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밝힌다. 무비판적인 의료관광 활성화를 추진 중인 한국 사회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 논문에서 밝히는 의료관광의 주요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아래에 소개한다.



의료자원에 대한 경쟁 증가

한정된 의료자원을 두고 발생하는 외국인 환자들과 지역 주민간의 경쟁은 의료관광의 주된 우려점이다.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병원들은 필요 이상의 혜택을 제공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태국에서 1명의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은, 지역 주민 4~5명이 치료하는데 필요한 양과 같다. 중/저소득국가 정부는 민간부분 지출 증가에 따라 보건지출을 축소하기도 하였다. 이는 의료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자원이 갈수록 지역 주민들에겐 더 적은 자원이 가게 됨을 의미한다.
의료관광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자원의 총량 감소 외에, 의료 자원의 불공평한 분배도 야기할 수 있다. 의료관광객은 자국에서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거나 오래 기다려야하며, 자국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대기 수술(elective procedure)을 목적으로 의료관광국을 찾는다. 이에 따라 이윤 높은 전문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자원은 편중된다. 특히나 의료관광객들이 찾는 2차/3차 의료와 달리 지역 주민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1차/예방 의료라는 점에서 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인도는 의료관광국으로서 최첨단의 수술을 자랑하는 반면, 결핵과 설사질병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요컨대 외국 환자와 국내의 부유한 환자들은 최첨단의 전문 진료를 받는 반면, 지역 주민들은 위생·정수시설, 구충 같은 기본적인 1차/예방 의료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중적 의료체계가 중/저소득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값비싼 기구의 구입과 투자 자본 회수를 위한 빈번한 기구 사용은 전체 의료비를 빠르게 상승시키고, 결국 지역주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 가능성을 더욱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 두뇌 유출의 악화

의료관광산업은 대개 도시의 민간의료부분에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의료 인력은 공공에서 민간부문으로, 지방에서 도심지로 이동하는, 이른바 국내 두뇌 유출이 일어난다. 민간부문에서 더 높은 보수와(태국에서는 민간병원의 봉급이 6~11배 높다고 한다) 낮은 업무량으로 공공부문 의사들을 유인한다. 한 보고에 따르면 2005년 태국 정부가 신규 수련 의사를 1300명으로 늘렸음에도, 그 해 공공부문은 700명의 의사가 그만뒀다. 태국·말레이시아·인도 등 도시 중심의 의료민영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는 의료 인력의 지리적 불균등 분포로 인해 지방의 공공시설 환자들이 가장 불이익을 받는다. 또한 민간부분으로 대개 경험 많고 고도로 숙련된 의료 인력이 이탈하는 경향은 단순히 인력손실을 넘어 공공의료부문의 질적 손실을 야기한다.
한정되어있는 숙련된 의사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경쟁으로 인한 의료 인적자원의 비용 상승과 값비싼 기구 사용 등으로 전체 의료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국내 환자들이 의료체계에서 배척당하는 증거들이 보인다. 의료비가 증가하자 싱가포르 정부는 시민들에게 이웃한 말레이시아에서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의료관광국 의료자원공급의 탄력성과 관련하여

의료관광 지지자들은 민간 투자로 전체 의료자원 공급이 증가하여, 공공자원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중/저소득 국가들에서 거의 현실화되지 못했다. 오히려 민간투자가 증가할 때 정부는 의료부문에의 투자를 축소해 왔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의료 부문에의 민간 투자가 급증하는 동안, 정부 지출 중 의료 관련 지출 비중은 1980년대 중반 3.29%에서 2005년 2.77%로 감소했다.
중/저소득 국가들은 인적자원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활발히 펼쳤다. 그러나 대부분 문제가 있었다. 빠른 효과를 위해 해외 인력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이는 효과가 불확실할 뿐더러, 국제적인 범위의 두뇌 유출과 불공평을 야기한다. 또 하나의 단기적 방법으로 초과근무에 대한 재정적 보상 등으로 기존 인력의 활용을 늘리려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증가된 업무량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미 과도한 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의료시스템에서 업무량을 더 늘리는 것이 과연 실현가능한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된다. 좀 더 장기적인 접근으로 태국은 최근 의료관련 전문학교의 입학생 수를 늘렸다. 그러나 이는 많은 비용이 소모돼 다른 중/저소득 국가들이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이 외에도 여러 정책이 시행될 수는 있으나, 이는 모두 강력한 통치 구조가 필요하다.
늘어난 의료자원을 균등히 분배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 체계 없이는 새로운 자원들은 계속해서 의료관광객을 위해서 쓰일 것이며, 빈민을 포함한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자원은 계속하여 미비한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관광은 과연 국외 두뇌 유출 문제의 해결책인가?

의료인의 증가가 의료서비스의 실질적인 확장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저소득 국가는 의료인들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 전문성 신장, 더 높은 보수, 더 나은 근로여건, 더 매력적인 사회정치적 환경에 끌려 많은 의료관광국의 의료인은 해외 일자리를 찾는다. 태국은 1960년과 1975년 사이에 미국으로만 약 25%의 의사들을 잃었다. 이는 이 인력을 교육하기 위해 투자했던 국가에게는 상당한 재정적 손실이다.
의료관광지지자들은 의료관광산업이 개발도상국 내의 일자리 증가, 더 높은 보수, 상업적 기회 등의 조건으로 의료인의 국외 이주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태국·인도 민간병원으로 의료인들이 돌아온 사례는 있으나, 이는 중/저소득 국가들이 직면한 인력부족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설령 국외로 떠난 의료인들이 상당부분 돌아온다 하더라도, 대부분 도시의 민간병원으로 돌아올 것이다. 결국 다시 국내 두뇌 유출 악화 문제로 이 추가 인력이 효과적으로 분포하지 못할 것이다.

의료부문의 긍정적인 스필오버효과(spillover effect)는 어떤가?

의료광관산업 지지자들은 민간부문의 성장이 공공의료로 이전되어 결국 지역 주민들에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 주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관광산업은 공공병원이 스스로 의료 기반시설에 투자하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최첨단 기술이 과도하게 강조되고 숙련된 의사를 얻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어 정작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질은 향상되지 않은 채 치료비를 인상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둘째, 의료관광으로 이윤을 얻은 민간의료기관들이 공공부문에 시설과 인적자원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비용 효과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고, 이러한 혜택은 사실상 주로 박애적인 차원에서 기부자 마음에 따라 제공되고, 실제 필요한 건강 우선순위와 무관한 경우도 있다. 때로 정부가 재정적 지원으로 민간과 공공 부문 간에 자원을 공유하게 하지만 지역 주민의 민간 부문에의 접근성 증가는 미미하고, 대부분 민간부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일례로 1998년 인도 델리 지방정부는 8백만 미국달러에 달하는 재정적 지원으로 아플로병원 그룹과 공동병원을 세워 입원환자의 1/3과 외래환자의 40%를 공공병원에서 보낸 저소득층 환자의 무료이용을 보장하려 했으나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셋째, 정부가 의료관광산업에 추가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수익의 일부를 공공시스템 보조에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두 번째 방식과는 달리 정부가 그 추가금액을 건강우선순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정부규제가 부재한 대부분의 중/저소득 국가들에서는 실현이 어렵다. 오히려 많은 의료관광 국가들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의료관광산업에 상당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인구가 적은 국가는 의료관광산업으로 인한 수요 증가를 통해 특정 전문분야의 지속적 개발을 가능하게 해 국내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인정하지만, 이는 절대 의료관광산업이 의료서비스 접근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지 못한다. 이런 정책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싱가포르조차 의료비용 증가로 인해 현재 정부가 앞장서서 시민들에게 해외의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의료관광산업을 통해 얻은 민간의료부문의 이익은 아직 공공부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효과가 전해지고 있지 않다. 효과가 간혹 있는 경우에도 의료관광산업에 사용된 엄청난 공공자원을 고려했을 때 그 성공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낙수효과는 어떤가?

의료관광 지지자들은 의료관광산업이 의료부문 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부분에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경제성장을 통해 과세기준을 확대하고 정부투자를 촉진시켜 공공의료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의료관광은 중/저소득 국가들의 외국통화를 증가시키긴 한다. 그러나 의료관광산업의 수익 중 실제로 얼마나 경제적 피라미드의 아래까지 흘러가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마땅한 자료가 없다. 관광산업 전체를 살펴보면 낙수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관광산업은 대부분 외국인 소유여서 관광 수익의 거의 절반이 해외의 주주들에게로 간다고 추정된다. 의료관광산업에서도 외국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관한 비슷한 예측을 해볼 수 있겠다.

결론

지금까지의 의료관광에 대한 논쟁은 반대자들이 그 해로운 영향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오히려 증거를 찾는 짐은 의료관광 지지자들에게 지워져야 한다. 지지자들이 의료관광 산업의 이익뿐 아니라 그 이익이 공평성의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들과 견주어 보아서도 타당한지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 규제가 왜 필요한지 반대자들이 입증할 것이 아니라, 규제가 왜 부적절한지에 대해 지지자들이 해명하도록 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 조사한 바로는 중/저소득국가가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상당한 공공자원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기능이라 주장되는 효과가 부정적 영향을 능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중/저소득국가가 의료관광산업을 관리할 강력한 관리·규제 체제가 계속해서 부재하는 한 공공의료시스템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지금까지 의료관광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많은 의견이 있었다. 의료관광산업에 대한 국제적 관리 체제의 개발이나, 관광객을 보내는 선진국에서 그 시민들이 자국 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 의료관광의 동기가 없어지게끔 정부가 충분한 공공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건강보험 없는 국민 수를 줄이고, 민간 보험회사가 환자의 보험 적용 제외를 줄이는 등의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전략의 성공 여부는 각 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에도 크게 좌우될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까지는 많은 국가들이 관리와 규제의 실패를 겪어왔다. 그럼에도 국제 사회는 바람직한 정책 기구를 발전시키는 데에 지속적 격려와 지지를 보내어, 훗날에는 의료관광산업의 과실이 공공 의료 시스템으로 다시 흘러가 이를 확장하고 개선시킬 수 있는 관리 체제가 개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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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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