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호 | 2012.07.03
‘장학의사제도’를 통해 본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
‘장학의사제도’ 에 대한 논란 및 의사들의 엇갈린 입장
최근 보건복지부가 일명 ‘장학의사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의료계에서 논쟁이 되고 있다. ‘장학의사제도’는 41개 의과대학에서 정원 외 입학으로 학생을 선발해 국가가 학비를 지원한 뒤, 의대 졸업 후 5년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의대 정원 외 특례입학제도’이다. 이는 의료취약지역에 복무하는 공중보건의사가 오는 2020년까지 약 1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사 과잉공급 등의 문제로 ‘장학의사제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공중보건의사 감소의 주요 원인을 군필자 및 여성 신입생의 비율이 높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도입에 있다고 파악한다. 그런데 22개 의전원의 대부분이 오는 2015~2017년까지 의과대학으로 전환해 5개밖에 남지 않게 되므로, 공중보건의사 부족 문제는 몇 년 내에 해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병원계는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현재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학의사제도를 통해 입학한 의대생들이 5년간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마치고 나면 일차의료(동네병원)나 이차의료(중소병원)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장학의사제도는 공중보건의사 부족 문제와 의료의 지역적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가?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보충하는 ‘장학의사제도’
공중보건의사의 감소가 왜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한국에서 의료취약지역에서의 진료, 즉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을 감축하는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질병의 예방․관리 중심이 아닌 치료 중심인 한국 의료현실에서 의사의 역할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의료공급체계가 민간중심적이고 자유방임적인 한국에서 의사들을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에 근무하게 강제하는 것은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유일무이하다.
‘장학의사제도’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보충하는 격이다. 그런데 ‘장학의사제도’와 비슷한 제도가 과거에도 시행된 적이 있다. ‘국민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1978년 12월 제정된 후 1979년 처음으로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되기 전인 1977년, 의과대학 6년간 등록금과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신 졸업 후 5년간 공공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정원 내 일부에서 시행되었다. 그러나 큰 호응이 없었고 이후 공중보건의사가 본격적으로 선발되고 나서는 중단되었다. 그러다 2010년 의전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려했으나 희망자가 거의 없고 예산 지원도 못 받아 시행되지 못하였고, 이제는 정원 외 특례라는 형태로 재고되고 있다. 정원 외 선발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의료취약지역의 의료공백을 줄이고, 오히려 공중보건의사의 수를 늘리며 안정적인 의료 인력 수급을 위한 고민을 시작한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정부도 정책적 고려에 머무는 수준이고, 의사 정원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이해당사자들과의 의견조율이 만만치 않은 민감한 사항인데다 적지 않은 재정이 필요하기에 시행이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공중보건의사로 채울 수 없는 의료의 지역적 격차
현재 쟁점은 정원 외 특례입학에 따른 의사 수 증가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의사 수 증감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정책으로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을 감축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전체 의사 수가 늘어나고, 공중보건의사 수가 늘어난다면 의료취약지의 의료는 자연히 해결되는 것일까? 도농간 경제력 격차, 높은 나이대 등에 따른 건강의 사회적 요인의 차이에 의한 불평등은 차치하고서 질병 치료만으로 접근해도 해결은 쉽지 않다. 의료취약지역에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의사는 여전히 부족할뿐더러 의무 복무를 마치면 지역에 남는 경우는 많지 않아 의사 인력은 일시적인데다 지속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병원, 의료 인력․시설 및 장비 등이 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지역 간의 의료 격차는 응급의료에서 여실히 드러낸다.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의 연구에 따르면 외상환자의 사망률은 지역 간 불평등을 보였다. 외상환자의 생존에는 구급단계부터 병원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는지, 수술이 얼마나 빨리 가능한지, 수술 후 재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모두 관여한다. 즉 외상환자의 생존 여부는 총체적인 의료시스템과 관련되는데, 이것에 지역 간 차이가 큰 것이다. 가장 높은 중증외상환자 사망률을 보이는 전남(13.0%)은 가장 적은 사망률을 보이는 서울(5.8%)에 비해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다. 또한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이 전국 평균 2.4%, 서울 4.6%인데 반해 경상남도는 0.3%에 불과했다. 서울과 경상남도의 생존율이 15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나느냐에 따라 그 환자의 생존율이 결정되는 것이다. 의료취약지의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지 공중보건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 의료의 지역적 격차를 감축시키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의료 민영화 저지 및 공공의료 확충을 통한 의료의 지역적 격차의 해소
그러나 한국에서는 의료 인력 및 시설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의료가 도시로 집중된다. 결국 민간중심적이고 자유방임적인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규제 및 통제를 강화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하여 지역적 격차를 줄여야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민간의료보험 확대 및 송도 영리병원 추진 등 의료 민영화를 보건의료 정책기조로 갖고 있다. 지역별․소득별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더욱 벌려 양극화를 초래하는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그 어떤 공공의료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의료민영화의 폐해를 감추기 위한 정책적 노림수로 비춰진다. 의료 민영화를 당장 중단하고 공공의료의 확대를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으로 삼아야한다. 그런 기조 하에 공공병원․의원 확충 및 지방 중소병원에의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통해 공공의료를 담당하게 하는 등 공공의료를 확대해야한다. 이런 방향성을 토대로 정부가 고려하는 ‘장학의사제도’나 의협이 주장하는 의료취약지구의 재정의를 통한 공중보건의사의 효율적 배치, 원로의사의 지역사회 안착 및 정착 시도와 경험이 많은 민간유휴 의료인력 활용 등의 정책 안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쿠바의 사례 : 일차공공의료 확대가 필요하다
의료서비스 전반을 국가가 담당하는 쿠바의 경우 여러 차례 의료개혁을 통해 전국에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었다. 2004년도 기준, 전 국민의 99%가 가정의의 진료를 받았으며 경제적으로 제3세계국가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의 보건지표를 상징하는 영아사망률, 평균수명이 선진국 수준에 달한다. 국가가 의료기관 및 인력을 통제하고 1차 의료가 전국 곳곳에 발달해있는 이곳에서 의료취약지라는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쿠바의 의대교육 역시 1차 의료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지역사회연대를 통해 1차 의료실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대학병원 위주의 임상실습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쿠바의 사례를 한국에 도식적으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쿠바 및 해외의 1차 의료 및 공공의료가 발달한 사례들을 참고하여 우리만의 대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운동진영의 헌신적인 노력과 전체 운동과 결합하여 건강권에 대한 쟁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일명 ‘장학의사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의료계에서 논쟁이 되고 있다. ‘장학의사제도’는 41개 의과대학에서 정원 외 입학으로 학생을 선발해 국가가 학비를 지원한 뒤, 의대 졸업 후 5년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의대 정원 외 특례입학제도’이다. 이는 의료취약지역에 복무하는 공중보건의사가 오는 2020년까지 약 1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사 과잉공급 등의 문제로 ‘장학의사제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공중보건의사 감소의 주요 원인을 군필자 및 여성 신입생의 비율이 높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도입에 있다고 파악한다. 그런데 22개 의전원의 대부분이 오는 2015~2017년까지 의과대학으로 전환해 5개밖에 남지 않게 되므로, 공중보건의사 부족 문제는 몇 년 내에 해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병원계는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현재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학의사제도를 통해 입학한 의대생들이 5년간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마치고 나면 일차의료(동네병원)나 이차의료(중소병원)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장학의사제도는 공중보건의사 부족 문제와 의료의 지역적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가?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보충하는 ‘장학의사제도’
공중보건의사의 감소가 왜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한국에서 의료취약지역에서의 진료, 즉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을 감축하는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질병의 예방․관리 중심이 아닌 치료 중심인 한국 의료현실에서 의사의 역할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의료공급체계가 민간중심적이고 자유방임적인 한국에서 의사들을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에 근무하게 강제하는 것은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유일무이하다.
‘장학의사제도’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보충하는 격이다. 그런데 ‘장학의사제도’와 비슷한 제도가 과거에도 시행된 적이 있다. ‘국민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1978년 12월 제정된 후 1979년 처음으로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되기 전인 1977년, 의과대학 6년간 등록금과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신 졸업 후 5년간 공공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정원 내 일부에서 시행되었다. 그러나 큰 호응이 없었고 이후 공중보건의사가 본격적으로 선발되고 나서는 중단되었다. 그러다 2010년 의전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려했으나 희망자가 거의 없고 예산 지원도 못 받아 시행되지 못하였고, 이제는 정원 외 특례라는 형태로 재고되고 있다. 정원 외 선발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의료취약지역의 의료공백을 줄이고, 오히려 공중보건의사의 수를 늘리며 안정적인 의료 인력 수급을 위한 고민을 시작한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정부도 정책적 고려에 머무는 수준이고, 의사 정원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이해당사자들과의 의견조율이 만만치 않은 민감한 사항인데다 적지 않은 재정이 필요하기에 시행이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공중보건의사로 채울 수 없는 의료의 지역적 격차
현재 쟁점은 정원 외 특례입학에 따른 의사 수 증가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의사 수 증감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정책으로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을 감축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전체 의사 수가 늘어나고, 공중보건의사 수가 늘어난다면 의료취약지의 의료는 자연히 해결되는 것일까? 도농간 경제력 격차, 높은 나이대 등에 따른 건강의 사회적 요인의 차이에 의한 불평등은 차치하고서 질병 치료만으로 접근해도 해결은 쉽지 않다. 의료취약지역에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의사는 여전히 부족할뿐더러 의무 복무를 마치면 지역에 남는 경우는 많지 않아 의사 인력은 일시적인데다 지속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병원, 의료 인력․시설 및 장비 등이 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지역 간의 의료 격차는 응급의료에서 여실히 드러낸다.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의 연구에 따르면 외상환자의 사망률은 지역 간 불평등을 보였다. 외상환자의 생존에는 구급단계부터 병원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는지, 수술이 얼마나 빨리 가능한지, 수술 후 재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모두 관여한다. 즉 외상환자의 생존 여부는 총체적인 의료시스템과 관련되는데, 이것에 지역 간 차이가 큰 것이다. 가장 높은 중증외상환자 사망률을 보이는 전남(13.0%)은 가장 적은 사망률을 보이는 서울(5.8%)에 비해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다. 또한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이 전국 평균 2.4%, 서울 4.6%인데 반해 경상남도는 0.3%에 불과했다. 서울과 경상남도의 생존율이 15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나느냐에 따라 그 환자의 생존율이 결정되는 것이다. 의료취약지의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지 공중보건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 의료의 지역적 격차를 감축시키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의료 민영화 저지 및 공공의료 확충을 통한 의료의 지역적 격차의 해소
그러나 한국에서는 의료 인력 및 시설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의료가 도시로 집중된다. 결국 민간중심적이고 자유방임적인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규제 및 통제를 강화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하여 지역적 격차를 줄여야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민간의료보험 확대 및 송도 영리병원 추진 등 의료 민영화를 보건의료 정책기조로 갖고 있다. 지역별․소득별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더욱 벌려 양극화를 초래하는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그 어떤 공공의료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의료민영화의 폐해를 감추기 위한 정책적 노림수로 비춰진다. 의료 민영화를 당장 중단하고 공공의료의 확대를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으로 삼아야한다. 그런 기조 하에 공공병원․의원 확충 및 지방 중소병원에의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통해 공공의료를 담당하게 하는 등 공공의료를 확대해야한다. 이런 방향성을 토대로 정부가 고려하는 ‘장학의사제도’나 의협이 주장하는 의료취약지구의 재정의를 통한 공중보건의사의 효율적 배치, 원로의사의 지역사회 안착 및 정착 시도와 경험이 많은 민간유휴 의료인력 활용 등의 정책 안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쿠바의 사례 : 일차공공의료 확대가 필요하다
의료서비스 전반을 국가가 담당하는 쿠바의 경우 여러 차례 의료개혁을 통해 전국에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었다. 2004년도 기준, 전 국민의 99%가 가정의의 진료를 받았으며 경제적으로 제3세계국가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의 보건지표를 상징하는 영아사망률, 평균수명이 선진국 수준에 달한다. 국가가 의료기관 및 인력을 통제하고 1차 의료가 전국 곳곳에 발달해있는 이곳에서 의료취약지라는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쿠바의 의대교육 역시 1차 의료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지역사회연대를 통해 1차 의료실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대학병원 위주의 임상실습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쿠바의 사례를 한국에 도식적으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쿠바 및 해외의 1차 의료 및 공공의료가 발달한 사례들을 참고하여 우리만의 대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운동진영의 헌신적인 노력과 전체 운동과 결합하여 건강권에 대한 쟁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