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호 | 2012.08.01
바로 지금 모두에게 건강을!
제3차 민중건강총회(People’s Health Assembly 3)
7월 6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제3차 민중건강총회(People’s Health Assem bly 3)가 개최되었다. 전 세계 90여 개 국가에서 800명이 넘는 보건의료 및 건강부문 활동가들이 이번 민중건강총회를 위해 모였다. 행사는 ‘바로 지금 모두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 Now)이라는 구호 아래 6일간 진행되었으며, 민중건강운동(People’s Health Movement)이 주최하는 전체토론과 자체적으로 조직된 수백 개의 워크숍이 열렸다.
민중건강총회의 시작과 현재
민중건강총회는 가시화된 보건의료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중이 주도하는 대안적 보건의료를 모색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78년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공동주최로 열린 ‘일차의료에 대한 국제회의’에서 ‘2000년까지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되는 선언문을 채택하고 대다수의 국가들이 조인했다. 하지만 1980년대를 거치면서 중심부 국가들은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보편적 보건의료가 아닌 시장지향적 의료개혁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초민족자본에게 주도권을 부여함으로써 보건의료에 대한 민중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했다.
이에 알마아타 선언의 이념을 복원하고 보건의료에 대한 민중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이들은 각국의 보건의료관련 사회운동세력이 집결하는 세계보건의료운동의 세력화를 추진하였고, 그 결과 2000년 방글라데시에서 제1차 민중건강총회가 개최되었다. 총회에는 75개국에서 1400여 명이 참여하였으며, 알마아타 선언의 이념을 현실화할 것을 요구하는 민중건강헌장(People's Charter For Health)을 채택했다. 이 헌장은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적 세력으로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국제기구와 초민족자본을 지목하는 동시에 빈곤국가의 외채삭감,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적 이동을 규제하는 토빈세 도입, 여성해방과 여성권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 의료 및 지역개발에 대한 민중의 참여, 빈곤해결을 위한 민족적. 국제적 지원 등을 요구했다.
제1차 민중건강총회의 준비 및 개최 과정의 성과로 민중건강운동이라는 국제연대체가 조직되었다. 민중건강운동은 세계적 차원의 보건의료운동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민중건강총회를 지속적으로 조직․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다. 제2차 세계사회포럼(2002, 포르투알레그레)에서부터 본 행사에 앞서 ‘민중의 건강을 방어하기 위한 국제포럼’을 사전포럼으로 개최하였으며, 2005년 ‘건강을 위한 세계사회포럼’을 조직하였다.
2차 민중건강총회는 2005년 7월 에콰도르에서 개최되었으며, ‘바로 지금 모두에게 건강을’이라는 1차 총회의 슬로건을 바탕으로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의 폐지, 세계보건기구의 개혁,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요구했다. 또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대중의 발언과 요구를 지원하고, 각국의 보건의료운동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민중건강대학(IPHC)이 설립되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올해 제3차 민중건강총회가 열린 것이다. 총회의 주요 참가국은 주변부 국가였으며 특히 총인원의 30% 이상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참가했다. 참가는 NGO, 지역사회기반 조직, 노동조합, 전문직연합 등의 사회단체들과 각국 정부, 정부간 기구, 학술기관 등으로 이루어졌다.
아래에 제3차 민중건강총회의 목적과 프로그램 등 개요를 소개한다.
제3차 민중건강총회의 목적
제3차 민중건강총회 및 연관된 활동들은 다음과 같은 목표 하에 이루어진다.
1) 건강과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요소에 대해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든다.
2) ‘모두를 위한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전 세계의 활동가들간 학습과 교류를 통하여 연대를 강화하고 공유를 촉진한다.
3)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개입하기 위한 조직화된 활동을 만들어내고 건강과 보건의료에의 보편적이고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구조와 원동력을 만든다.
4) 정책을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정책 실현을 감시하고 추동하며, 보건의료체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보건의료의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을 위한 생산적 대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대한 시민사회와 활동가의 역량을 강화한다.
5) 활동 및 그 경과에 대한 성찰, 그리고 필요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의 계획과 공고화를 통해 민중건강운동(People’s Health Movement)을 더욱 강화한다.
6) 우리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활동가들이 ‘모두에 위한, 더 공정하고 더 나은 건강’을 위해 투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
7) 전 세계의 보건의료 및 건강부문 활동가들의 성취와 업적을 확인한다.
제3차 민중건강총회 프로그램
제3차 민중건강총회는 6일간 진행되었으며 오전에 전체토론(plenary session) 및 부분토론(sub-plenary session), 오후에 자체적으로 조직된 워크숍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날에는 호소문(Call to Action)을 발표하고 케이프타운 시내를 행진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전체토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7월 7일 - 세계적인 관점에서의 건강의 정치적․경제적 배경(The Global Political and Economic context of health)
7월 8일 - 건강을 파괴하거나 향상시키는 사회적․물리적 환경(Social and Physical Environments that destroy or promote health)
7월 9일 - 바로 지금 모두에게 건강을: 보편적 보장과 평등이 보장되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보건의료체계(Health for All Now: Universal coverage and equity in comprehensive and integrated health systems)
7월 10일 -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 ‘모두를 위한 건강’을 향한 실천(Beyond the Current Crisis: Mobilizing for Health for All)
전체토론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전 세계의 보건의료 활동가들이 보건의료체계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건강을 파괴하거나 향상시키는 여러 요인들에 대해 분석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실천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합의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보건의료 운동의 세계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2) 건강 및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에 대항하는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3) 약소국의 농업을 저해하며 비만을 확산시키는 초국적식품기업에 대항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4) 보건의료 영역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부분토론의 내용은 전체토론의 내용을 보충하거나 보완하는 내용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자체적으로 조직된 워크숍들은 각종 주제들에 대해 공통된 관심을 가진 여러 단체들이 교류하며 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또한 총회 기간 동안 다큐멘터리전과 사진전이 계속되었으며 저녁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도 열렸다.
마지막 날에는 호소문(Call to Action)이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호소문의 주요 내용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금융, 생태 및 식량 위기와 그 위기를 넘어서 평등한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구성되었다. 이어서 열린 케이프타운 시내 행진은 노래, 춤, 구호 등이 어우러졌으며 각 사안별 부문별 홍보도 진행되었다.
신자유주의와 보건의료의 위기, 문제의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적 보건의료의 위기는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내, 국가간 건강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의료비용의 상승은 의료사유화 정책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보건의료의 위기는 식량, 생태, 경제, 정치적 위기를 포함하는 신자유주의의 위기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위기에 대한 인식과 분석, 대안으로부터 보건의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민중건강총회에서 제시한 대안은 새로운 경제 환경과 경제 시스템, 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정치적․경제적 결정기구들, 세계건강기구의 개혁과 공정한 보건의료체계의 통합적인 변화를 포괄한다. 이러한 대안은 어느 한 단위, 어느 한 지역에서의 단발적인 투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국가, 지역의 보건의료 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어 가면서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제3차 민중건강총회는 대안적 보건의료운동의 흐름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시키려는 활동가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운동은 대안세계화 운동과 결합하면서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아래로부터의 세계적 보건의료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보건의료에 대한 민중의 자기결정을 강조하면서 자본주의적 보건의료 자체를 건강권의 원리에 따라 변혁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의 보건의료단체 및 활동가들 역시 민중건강운동의 문제의식을 참고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각국의 보건의료에 끼치는 영향을 공유하고, 신자유주의에 맞서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 세계 민중의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