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호 | 2013.02.28
직능갈등만 조장하는 ‘간호인력 개편방향’, 원점부터 재논의가 필요하다
간호인력 문제의 해결방향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다
간호조무사 폐지에 반대하는 간호사와 찬성하는 간호조무사의 대립을 부각하는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논란은 지난 2월 14일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간호인력 개편방향’(이하 개편안)으로 촉발되었다. 개편안이 발표되자 해당 직종 사이에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개편안을 ‘간호사/간호조무사 일원화’로 규정하면서 계획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는 청원에 네티즌 15,000여 명이 서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 자체에 있다. 정부는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와 간호조무사의 관리 부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번 개편안을 제시했지만, 문제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갈등으로 흘러가면서 개편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을 직역간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우리사회의 열악한 간호서비스 문제는 공공연한 사실이고, 병원·의원에서 벌어지는 무자격자의 간호업무 수행 역시 심심찮게 문제가 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의료서비스의 잠재적 이용자라는 점에서 이번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간호인력 배치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당사자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입장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먼저 이번 개편안 관련 논란을 살펴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또한 ‘간호인력 개편방향’에 반대하고 있는 당사자인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의 대응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자.
‘간호인력 개편방향’ 논란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먼저 간호인력체계를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가칭)>으로 구성해, 1급 간호실무인력은 2년의 대학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2급 실무간호인력은 특성화 고등학교 과정이나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한다. 또한 1급 실무간호인력이 의원급에서는 독립적간호업무 및 진료보조업무(의사의 지도·감독 하에서)를 볼 수 있게 하며, 일정 경력 이상의 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이 일정기간 교육을 거쳐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간호사-간호조무사 2단계 체계를 3단계 체계로 바꿔서 ‘대학 2년 교육을 받은 간호사’를 신설하는 것, 그리고 간호사/간호조무사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있던 기존 체계를 바꾸어 경력상승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개편안의 배경을 두 가지로 밝힌다. 먼저 간호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의 관리 부실 및 업무범위 논란 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2년 간호조무사시험 응시자격요건을 규정한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시행규칙」(이하 간호조무사 규칙) 개정을 둘러싸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발생한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이번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 지난 2월 20일에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간협은 보건복지부에 장기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협회 내 별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입장에서는 제대로 양성 및 관리된 간호조무사에게 간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간호사 입장에서는 간호팀의 리더로서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위상이 정립될 것이다’라며 개편안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법령이나 시행령 개정이 가시화되면 직능 간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문제점: 간호사 부족현상의 원인은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개편안의 가장 핵심적 문제점은 이번 개편안이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편안을 통해 2년제 간호사인 ‘1급 간호실무인력’을 병원에서 간호사를 대체하는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지만, 현재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인력 문제의 원인은 ‘간호사 부족’이 아니라 ‘일하는 간호사 부족’이다. 2011년 말 현재 간호사 면허등록자 282,656명 중 활동하는 간호사는 118,771명으로 면허자의 58% 정도가 유휴인력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자격을 가진 사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2010년 말 국민 1,000명당 간호사수는 OECD 평균이 6.74명인데 비해, 한국은 2.37명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국민 1,000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8.95병상으로 OECD 평균인 5.34병상에 비해 훨씬 많다. 병상은 많은 데 간호사는 적다. 간호사 한 사람당 맡게 되는 병상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노동강도 또한 매우 높다. 병원은 부족한 간호인력으로 운영을 하기 위해 간호사의 노동시간을 연장한다. 많은 간호사들이 법정 식사시간, 휴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인수인계, 잔업 등으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론적으로 간호사 부족현상의 본질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간호사의 부족이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간호인력 개편방향’
게다가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복지부의 주장과 달리 업무범위 논란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가중될 것이다. 현재 간호사는 부족한 인력상황 때문에 담당해야 할 간호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간호조무사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어 그 지위와 업무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그리고 연속적인 여러 업무들의 종합인 의료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간호사-간호조무사’ 체계를 3단계의 간호인력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제도적 해법으로 업무범위 문제가 해결될리 만무하다. 문제의 해결은 직역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의 일방적인 제도 변화가 아니라 간호인력의 법적 지위와 업무범위에 대한 직역들 내부의 논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2단계 체계에서 업무혼란 및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의료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없이 단기처방만으로 일관해온 정부 정책에 그 원인이 있다. 간호조무사는 1967년 서독 등 해외 인력 송출로 인해 발생한 간호인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간호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처음 도입 당시에는 보건복지부장관 면허였던 것이 1974년 시·도 자격으로 전환되면서 간호인력으로서 공적인 관리에서 사실상 배제되었고, 이후 의료기관의 인건비 감축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어왔던 것이다.
심지어 3차병원에서 자체 선발시험을 통해 고용한 일반 인력을 간호업무 보조에 활용하고, 의원에서도 무자격자를 고용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보다 인건비를 줄여서 더 많은 수익을 남기려는 의료기관의 행태가 간호인력의 부족과 직역간 업무범위의 혼란을 낳고 있고, 정부는 의료시스템을 자유방임적 경쟁구조에 방치함으로써 이를 방조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서도 정부의 의도는 동일하다. 의료기관에 대한 공공적 지원과 관리감독을 통해 인력을 확충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분명한 해결책을 외면하면서 1급·2급 간호실무인력의 제도화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이번 대책은, 의료기관이 저임금의 간호인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개편안이 발표되자 병원협회는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후속조치로 간호등급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개편안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련의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간호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은 물론 간호사·간호조무사 모두의 임금 및 노동조건 역시 하향편준화될 것이다. 요컨대, 이번 개편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직역간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전체 간호인력과 정부·의료기관 사이의 문제이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과 정부 사이의 문제인 것이다.
개편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번 개편안이 전면 재검토되어야 함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직역간 갈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전술했다시피 직역간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개편안의 진정한 의미를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갈등은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될 뿐아니라 역으로 정부의 개혁안이 직종갈등으로 가로막히고 있다는 인식을 낳으면서 개편안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간호조무사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간호사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간호인력의 지위를 하향평준화할 것이다.
개편안의 당사자들이 이번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현실화를 막아야 하며 병원협회가 원하는 의료기관의 간호인력 기준의 후퇴 또한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 근거와 방향이 직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둘째, 간호인력의 노동조건과 의료서비스의 질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인력개편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문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막론하고 모두가 겪는 문제일 뿐 아니라 간호인력의 노동조건은 의료서비스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셋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현장의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조건과 인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의 실마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직역을 넘어서서 의료현장의 노동자들이 폭넓게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 자체에 있다. 정부는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와 간호조무사의 관리 부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번 개편안을 제시했지만, 문제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갈등으로 흘러가면서 개편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을 직역간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우리사회의 열악한 간호서비스 문제는 공공연한 사실이고, 병원·의원에서 벌어지는 무자격자의 간호업무 수행 역시 심심찮게 문제가 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의료서비스의 잠재적 이용자라는 점에서 이번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간호인력 배치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당사자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입장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먼저 이번 개편안 관련 논란을 살펴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또한 ‘간호인력 개편방향’에 반대하고 있는 당사자인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의 대응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자.
‘간호인력 개편방향’ 논란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먼저 간호인력체계를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가칭)>으로 구성해, 1급 간호실무인력은 2년의 대학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2급 실무간호인력은 특성화 고등학교 과정이나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한다. 또한 1급 실무간호인력이 의원급에서는 독립적간호업무 및 진료보조업무(의사의 지도·감독 하에서)를 볼 수 있게 하며, 일정 경력 이상의 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이 일정기간 교육을 거쳐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간호사-간호조무사 2단계 체계를 3단계 체계로 바꿔서 ‘대학 2년 교육을 받은 간호사’를 신설하는 것, 그리고 간호사/간호조무사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있던 기존 체계를 바꾸어 경력상승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개편안의 배경을 두 가지로 밝힌다. 먼저 간호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의 관리 부실 및 업무범위 논란 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2년 간호조무사시험 응시자격요건을 규정한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시행규칙」(이하 간호조무사 규칙) 개정을 둘러싸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발생한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이번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 지난 2월 20일에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간협은 보건복지부에 장기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협회 내 별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입장에서는 제대로 양성 및 관리된 간호조무사에게 간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간호사 입장에서는 간호팀의 리더로서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위상이 정립될 것이다’라며 개편안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법령이나 시행령 개정이 가시화되면 직능 간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문제점: 간호사 부족현상의 원인은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개편안의 가장 핵심적 문제점은 이번 개편안이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편안을 통해 2년제 간호사인 ‘1급 간호실무인력’을 병원에서 간호사를 대체하는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지만, 현재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인력 문제의 원인은 ‘간호사 부족’이 아니라 ‘일하는 간호사 부족’이다. 2011년 말 현재 간호사 면허등록자 282,656명 중 활동하는 간호사는 118,771명으로 면허자의 58% 정도가 유휴인력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자격을 가진 사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2010년 말 국민 1,000명당 간호사수는 OECD 평균이 6.74명인데 비해, 한국은 2.37명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국민 1,000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8.95병상으로 OECD 평균인 5.34병상에 비해 훨씬 많다. 병상은 많은 데 간호사는 적다. 간호사 한 사람당 맡게 되는 병상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노동강도 또한 매우 높다. 병원은 부족한 간호인력으로 운영을 하기 위해 간호사의 노동시간을 연장한다. 많은 간호사들이 법정 식사시간, 휴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인수인계, 잔업 등으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론적으로 간호사 부족현상의 본질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간호사의 부족이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간호인력 개편방향’
게다가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복지부의 주장과 달리 업무범위 논란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가중될 것이다. 현재 간호사는 부족한 인력상황 때문에 담당해야 할 간호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간호조무사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어 그 지위와 업무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그리고 연속적인 여러 업무들의 종합인 의료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간호사-간호조무사’ 체계를 3단계의 간호인력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제도적 해법으로 업무범위 문제가 해결될리 만무하다. 문제의 해결은 직역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의 일방적인 제도 변화가 아니라 간호인력의 법적 지위와 업무범위에 대한 직역들 내부의 논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2단계 체계에서 업무혼란 및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의료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없이 단기처방만으로 일관해온 정부 정책에 그 원인이 있다. 간호조무사는 1967년 서독 등 해외 인력 송출로 인해 발생한 간호인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간호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처음 도입 당시에는 보건복지부장관 면허였던 것이 1974년 시·도 자격으로 전환되면서 간호인력으로서 공적인 관리에서 사실상 배제되었고, 이후 의료기관의 인건비 감축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어왔던 것이다.
심지어 3차병원에서 자체 선발시험을 통해 고용한 일반 인력을 간호업무 보조에 활용하고, 의원에서도 무자격자를 고용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보다 인건비를 줄여서 더 많은 수익을 남기려는 의료기관의 행태가 간호인력의 부족과 직역간 업무범위의 혼란을 낳고 있고, 정부는 의료시스템을 자유방임적 경쟁구조에 방치함으로써 이를 방조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서도 정부의 의도는 동일하다. 의료기관에 대한 공공적 지원과 관리감독을 통해 인력을 확충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분명한 해결책을 외면하면서 1급·2급 간호실무인력의 제도화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이번 대책은, 의료기관이 저임금의 간호인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개편안이 발표되자 병원협회는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후속조치로 간호등급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개편안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련의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간호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은 물론 간호사·간호조무사 모두의 임금 및 노동조건 역시 하향편준화될 것이다. 요컨대, 이번 개편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직역간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전체 간호인력과 정부·의료기관 사이의 문제이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과 정부 사이의 문제인 것이다.
개편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번 개편안이 전면 재검토되어야 함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직역간 갈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전술했다시피 직역간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개편안의 진정한 의미를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갈등은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될 뿐아니라 역으로 정부의 개혁안이 직종갈등으로 가로막히고 있다는 인식을 낳으면서 개편안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간호조무사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간호사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간호인력의 지위를 하향평준화할 것이다.
개편안의 당사자들이 이번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현실화를 막아야 하며 병원협회가 원하는 의료기관의 간호인력 기준의 후퇴 또한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 근거와 방향이 직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둘째, 간호인력의 노동조건과 의료서비스의 질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인력개편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문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막론하고 모두가 겪는 문제일 뿐 아니라 간호인력의 노동조건은 의료서비스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셋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현장의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조건과 인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의 실마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직역을 넘어서서 의료현장의 노동자들이 폭넓게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