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사회진보연대 격주간 웹소식지


제 16호 | 2013.03.11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숨겨진 진실

공공의료를 담보로 하는 경상남도의 돈놀이 행정

보건의료팀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경상남도는 2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진주의료원 폐업 계획을 밝힌데 이어, 3월 8일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폐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개별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에 따른 폐업 논란으로 볼 수 없다. 진주의료원은 전국의 34개 지방의료원 중 하나로 지역의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의료원의 향방은 경영 문제뿐 아니라 의료기관이 지역에서 수행하고 있는 공공적 역할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 또한 폐업으로 인해 치료받고 있던 환자들이 입을 피해, 종사 노동자들의 일자리 문제 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진주의료원의 경영위기설 역시 경상남도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몇 가지 사실만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정말 폐업이 불가피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상황인지, 경영 악화의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등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불과 5년 전 대규모의 공공재원을 투입하여 확장한 의료기관에 대한 폐업이 이렇게 일방적이고 막무가내로 결정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부풀려진 경영위기설: 정말 폐업이 불가피한가?

경상남도는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진주의료원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거들은 명백히 과장되었으며, 진주의료원 폐업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우선 300억 원의 부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2011년 말 현재 진주의료원의 부채는 253억 원으로, 2005년 84억 원이던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일차적인 지표는 부채의 절대액수가 아니라 부채비율로, 300억 원이라는 규모만을 내세운 것은 경영위기설을 유포하기 위한 꼼수다. 진주의료원의 부채비율은 2011년말 현재 63.9%로 매우 안정적인 재무구조이며, 부채비율이 2배 가량 높아졌지만 병원의 자산 규모 역시 2배 가까이 커졌으므로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대자동차의 부채가 74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154%이지만 그것이 현대자동차의 경영위기를 의미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경상남도는 매년 40~6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로 인해 이대로 놔두면 3~5년 안에 진주의료원의 파산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경상남도의 주장대로 2007년 이후 매년 40~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회계장부상 손실과 실제 현금 흐름상 손실 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장부상 손실로 기록되지만 실제 현금이 빠져나가지는 않는 감가상각비, 퇴직급여충당금 증가분 등을 빼면 2011년 진주의료원의 현금 손실은 16억 원에 불과하다. 6년간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평균을 계산해봐도 실제 현름 손실은 연평균 9억 9,000만원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3~5년 안에 진주의료원이 파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마지막 주장은 막대한 혈세 투입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주의료원은 34개 지방의료원 중 23번째로 적은 액수(2010년 기준)를 지원받고 있다. 경상남도의 예산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6번째로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경상남도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연 1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더 이상 혈세를 지원할 수 없어서 폐업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공공의료를 담보로 한 경상남도의 돈놀이 행정이다

이렇게 과장된 경영위기설을 유포하면서, 도민들의 의사를 수렴하거나 도의회의 논의를 거치지도 않고, 심지어 진주의료원 노동자들과도 협의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폐업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이 경남도청 제2청사 이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홍준표 도지사는 2년 내에 제2청사 진주 이전을 완료할 것이며, 이전 장소는 애초 예정지인 진주혁신도시가 아닌 제3의 장소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진주의료원이 폐업할 경우 현 건물을 리모델링해 제2청사로 사용가능하다는 관계자의 발언이 전해지고, 진주의료원 인근 지역에서는 제2청사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2년 내에 업무까지 볼 수 있는 건물 마련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소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제2청사 건립은 도청의 마산 이전과 함께 홍준표 도지사의 핵심적 공약 중 하나다. 홍준표 당시 도지사 후보는 도청을 마산으로 이전하고 진주에 제2청사를 지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그 자리로 제2청사를 이전하면 공약을 지켜 지역 민심을 얻는 동시에 이전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아도 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세금 지원의 절감은 부수적 효과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는 홍준표 도지사가 경상남도의 부채규모 축소와 제2청사 건립이라는 모순적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진주의료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제2도청 이전 문제와는 별개로 진주의료원 폐업은 공공의료를 담보로 한 경상남도의 돈놀이 행정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다. 진주의료원 신축 이전 과정에서 사업비의 상당 부분이 국비 지원으로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진주의료원 신축 이전 과정에서 200억 원의 국비가 지원되었는데, 이는 진주의료원이 경남의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며, 대규모의 지원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라는 의미다. 이전 5년만에 이루어진 일방적 폐업 결정은 의료공공성을 명목으로 지원받은 국비를 도의 재산으로 전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홍준표 도지사의 뜻대로 폐업이 현실화되면 경상남도는 막대한 수입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진주의료원의 순자산인 396억 원이 경상남도로 귀속된다. 게다가 진주의료원 부지의 공시지가는 취득당시인 2004년 6월에 비해 4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 공시지가 기준 부지 가격은 241억 원으로 장부상 토지가격보다 183억 원 더 높으며, 실제 시세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주변 부지의 현 시세는 평당 150~300만원에 이른다.
의료원의 신축 이전에 경상남도는 114억 원을 보탰다. 그리고 뜻대로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킨다면 579억 원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다. 579억 원에는 국가의 지원금 200억 원과 부동산 가격 인상분 183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5년만에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크게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공공의료기관을 폐업하고 환자들을 억지로 쫓아낼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다.
민의를 받들어야 할 행정기관이 스스로의 수익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무리하게 폐업시키고 환자들을 쫓아내려는 발상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경상남도의 이러한 계획은 명백히 공공의료를 담보로 한 돈놀이 행정이며, 쌍용자동차, 하이디스 등 기업을 인수하여 쥐어짜기 방식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고난 후 경영위기설을 퍼뜨리며 철수를 시도하는 외국자본의 먹튀행각과 닮아있다.

사태의 올바른 해결 방안

진주의료원의 경영이 악화된 것은 2008년 시 외곽으로 신축 이전하면서부터였다. 병원 신축 과정에서 이자비용 및 전기수도료, 연료비, 소모품비, 외주용역비 등 유지비의 급등, 병원 규모 확대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발생한 반면 외곽으로 이전한 이후 환자수는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진주의료원 이전의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승인했던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 경영 악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의료원 이전 때 보건복지부가 사업타당성 조사를 요구했음에도 진주의료원은 그 책임을 방기했고, 이후에도 의료원의 발전을 위한 지원을 도외시함으로써 문제를 악화시켰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경상남도가 독단적으로 폐업을 결정함으로써 지역의 환자들과 종사 노동자들을 곤경에 빠뜨린 것은 결코 올바른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
진주의료원의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 병원 바로 주변 초전개발구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멀지 않은 거리에 혁신도시가 건설 중으로 11개의 공공기관이 이전 예정에 있어 진주의료원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과제는 적절한 경제적·정책적 지원을 통해 진주의료원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시작으로 우선 폐업 결정을 철회하고 의료원 발전의 직접적 걸림돌인 지역개발기금 상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상남도의 지원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상환을 일정기간 연기할 수 있도록 지역개발기금 설치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더불어 경상남도, 의료원, 노동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폐업이 철회되더라도 이번 사태를 없던 일로 하고 빠른 시일에 진주의료원을 정상화하기는 힘들어졌다. 의료진의 상당수가 이탈했고, 환자들 역시 강제로 쫓겨나거나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번 사태를 긍정적인 계기로 삼아 진주의료원의 운영을 정상화하고 장기적 발전 전략을 세워 나가야 한다. 의료원 신축 이전 이후 발표된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진주의료원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된 바도 있다. 관리·감독 및 지원의 당사자인 경상남도, 운영의 주체인 경영진과 종사 노동자, 의료원을 이용하는 시민 등 진주의료원에 관련된 모든 주체를 포괄하는 논의기구를 통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이미 이번 사태의 주요 당사자인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노, 사, 정,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하는 <진주의료원 공공병원 살리기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합리적인 해결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제 경상남도가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첨부된 보고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숨겨진 진실>에 있음.

주제어
보건의료 민중생존권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