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호 | 2013.11.06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이 대국민 사기극이 되지 않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을 보건의료 분야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무상의료 공약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공약으로 차별화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 공약 역시 비급여를 통제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과소추계 된 재정만 투여하여 100% 보장하겠다고 한 점에서 비현실적인 공약이었다. 어쨌든 박근혜는 ‘책임 있는 변화’를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뻔뻔하고 기만적인 공약 뒤집기
아니나 다를까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정에서부터 쟁점이 되었다. 박근혜는 2012년 12월 16일 TV 대선 토론에서 간병비가 보험 대상이 되냐는 질문에 “치료비에 전부 해당이 된다”고 답했다. 또 박근혜는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지난 2월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는 애초에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기만적인 발표를 해 비난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인수위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등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을 추진하기로 밝혔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와 ‘3대 비급여 제도개선’을 분리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선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방안으로는 선별급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4대 중증질환자에 한해 초음파 검사를 건강보험 급여화했다. ‘3대 비급여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실태조사를 시행하였고, 보건복지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개선방안을 두고 2차례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선별급여의 문제점과 초음파 급여화의 진실
선별급여제도는 지난 6월 제2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방안의 하나로 발표되었다. 의학적 필요성이 낮으나 환자부담이 높은 고가의료, 임상근거 부족으로 비용효과 검증이 어려운 최신의료, 치료효과 개선보다는 의료진 및 환자편의 증진 목적의 의료 등에 본인부담 50~80%로 하여 건강보험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 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3대 비급여는 책임지지 않으면서 의학적 필요성이 낮고,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의료에 건강보험재정을 투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비급여 검사와 치료의 가격을 인하하고 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나 급여화된 의료의 행위량이 증가하여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다. 이 경우에 의료 행위량 증가는 의학적 필요에서라기보다는 병원의 이윤추구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지난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건복지부는 9월 13일 선별급여 도입을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생색내고 있는 4대 중증질환 대상 초음파 급여화는 오히려 후퇴된 정책이다. 보건복지부가 2009년에 발표한 ‘2009~2013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계획안’에 이미 2013년부터 초음파 전면 급여화 계획이 있었던 것을 작년에 중증질환으로 범위를 축소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시행된 중증질환 초음파 급여화를 마치 박근혜 정부의 공약 이행인 양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3대 비급여 개선을 위한 논의
한편 박근혜 정부는 3대 비급여 해결이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국민적 반발이 거세어지자 억지로 실태조사 및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에 대해서 실태조사와 토론회를 통해 초벌적인 논의를 하고 있고, 간병비 해결을 위해서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4대 중증질환자들이 건강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의 35%로 가장 부담이 큰 항목들이다.
선택진료비 - 병원의 이윤확대가 목적인 선택진료비는 폐지되어야 한다
선택진료비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 기관에서 환자가 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 받는 경우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선택진료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형병원에서 대부분의 전문의들이 선택진료의사로 지정되어 있어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고, 직접 진료를 하지 않는 검사, 영상진단, 마취와 같은 항목도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선택진료를 받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번 건강보험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선택진료비 규모는 약 1조 3천억 원이며, 선택진료 환자 중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는 59.1%였고, 나머지 환자는 선택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가피하게 선택진료를 받았다. 심지어 선택의료 환자 중 11.6%는 선택진료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선택진료제도는 1963년에 특진제도라는 이름으로 개원의에 비해 소득이 낮은 국립대 병원 의사들의 수익을 보전하는 방편으로 시작되었다. 특진제도가 1991년 지정진료제로 바뀌면서 400병상 이상인 대형병원 등에 한해 의사 개인의 진료 건수 중 70% 내에서 허용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병원급 이상에서 모두 선택진료가 가능하고, 한 병원 내에서 선택진료가 가능한 의사 비율이 80%를 넘지 않는다면 의사 개인의 선택진료 건수는 무제한으로 허용된다. 즉 선택진료제도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병원의 이윤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되어온 제도이다.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이유는 전문화된 진료를 받기 위해서이고 이에 대한 보상은 종별가산제를 통해 이미 지급되고 있는데, 여기에 선택진료비를 추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의사들로 하여금 1분 진료를 하도록 만들고, 과잉 검사를 부추기는 의사성과급의 재원이 주로 선택진료비다. 불필요하게 환자들에게 부과되는 비용이자 의사성과급과 악순환을 만드는 선택진료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의료기관에 대한 수익 보전이 필요하다면 의료인력 등 질 평가를 통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상급병실료 - 일반병실 비율을 대폭 늘리고 병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상급병실은 5인실 이하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병원이 임의로 가격을 정하는 병실이다. 상급병실료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형병원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상급병실을 필요량보다 많이 만들어서 보험 적용이 되는 일반병실에 입원하기를 원하는 환자들까지 상급병실에 입원시키는 것이 관행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상급병실료 차액 규모는 1조 147억 원이며, 상급병실을 이용한 환자의 59.5%가 본인의 당초 의사와 상관없이 상급병실을 이용하였고, 상급병실 선택사유로는 일반병실 부족이 52.7%로 가장 많았다.상급병실료 역시 이전에는 일반병실 부족으로 환자가 상급병실에 입원하게 된 경우 상급병실료 차액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1983년부터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병원이 이윤 확대의 경로를 열어주고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운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일산병원 입원 예약환자 중 상급병실 수요는 약 7.0%에 불과하며, 다른 연구에서도 환자가 상급병실을 원해서 이용하는 비율을 6.3~6.9%였다. 따라서 환자들의 필요에 맞추어 일반병실 비율을 90%이상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병실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6인실 병실에서는 환자와 간병인을 합하면 12명이 생활해야 하는데, 이는 아픈 환자가 치료받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환경이며 병상 당 면적도 좁은 편이다. 병원 내 감염 등 의료의 질을 고려하여 일반병실의 환자수를 줄이고 병상 당 면적을 늘려가야 한다.
간병비 -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간호·간병 인력을 포괄하는 병원의 인력 기준 마련, 간호 서비스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간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족 한 명이 환자 옆에 붙어 있을 수 없을 때에는 간병인을 고용해야만 해서 환자들에게 간병비는 병원비와 별도로 큰 부담이 된다. 한편 간병인 입장에서는 24시간 환자 옆에 붙어 간병이라는 힘든 일을 하고 쪽잠을 자고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시급 2700원을 받는다. 이는 병원이 인력 확보를 통해 직접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외부화시켜 환자들에게 떠넘겨왔기 때문이며 국가 또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간병비를 보장하지 않고 방치해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포괄간호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병원에서 간호 인력과 간호보조 인력을 확충하여 직접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시범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호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간호사들이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환경을 버티지 못해 취업 후 일찍 일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 노동 환경의 개선과 함께 간병비를 포함한 간호서비스 전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그리고 간호·간병 인력을 포괄하는 병원의 인력 기준과 간호 서비스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공약 실현은 의료공급체계 개선과 비급여 통제에서부터 시작해야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한 이행 계획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정부의 개선안이 결국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국가가 100% 보장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공약사기라는 점에서 문제다. 또 한편으로는 비급여를 축소시키는 방안이 병원의 경영위기를 가져온다고 병원 협회의 반대가 극렬하다. 그러나 이것은 예상된 반응이었다. 환자의 지갑을 터는 3대 비급여라는 덩치 큰 괴물은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공급체계에서 기인한 과잉경쟁을 방치하면서 키워 온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체계를 공공적으로 재편하지 않으면서 보장성만 높이려고 하면 민간의료기관은 또 다른 3대 비급여를 키울 것이고,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 실현은 요원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을 뒤집으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필수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환자가 선택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환자들의 40%가 원치 않아도 선택진료를 받아야 하고, 60%가 원치 않아도 상급병실을 이용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공급체계 개선 방향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비급여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뻔뻔하고 기만적인 공약 뒤집기
아니나 다를까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정에서부터 쟁점이 되었다. 박근혜는 2012년 12월 16일 TV 대선 토론에서 간병비가 보험 대상이 되냐는 질문에 “치료비에 전부 해당이 된다”고 답했다. 또 박근혜는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지난 2월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는 애초에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기만적인 발표를 해 비난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인수위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등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을 추진하기로 밝혔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와 ‘3대 비급여 제도개선’을 분리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선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방안으로는 선별급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4대 중증질환자에 한해 초음파 검사를 건강보험 급여화했다. ‘3대 비급여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실태조사를 시행하였고, 보건복지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개선방안을 두고 2차례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선별급여의 문제점과 초음파 급여화의 진실
선별급여제도는 지난 6월 제2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방안의 하나로 발표되었다. 의학적 필요성이 낮으나 환자부담이 높은 고가의료, 임상근거 부족으로 비용효과 검증이 어려운 최신의료, 치료효과 개선보다는 의료진 및 환자편의 증진 목적의 의료 등에 본인부담 50~80%로 하여 건강보험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 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3대 비급여는 책임지지 않으면서 의학적 필요성이 낮고,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의료에 건강보험재정을 투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비급여 검사와 치료의 가격을 인하하고 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나 급여화된 의료의 행위량이 증가하여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다. 이 경우에 의료 행위량 증가는 의학적 필요에서라기보다는 병원의 이윤추구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지난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건복지부는 9월 13일 선별급여 도입을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생색내고 있는 4대 중증질환 대상 초음파 급여화는 오히려 후퇴된 정책이다. 보건복지부가 2009년에 발표한 ‘2009~2013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계획안’에 이미 2013년부터 초음파 전면 급여화 계획이 있었던 것을 작년에 중증질환으로 범위를 축소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시행된 중증질환 초음파 급여화를 마치 박근혜 정부의 공약 이행인 양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3대 비급여 개선을 위한 논의
한편 박근혜 정부는 3대 비급여 해결이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국민적 반발이 거세어지자 억지로 실태조사 및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에 대해서 실태조사와 토론회를 통해 초벌적인 논의를 하고 있고, 간병비 해결을 위해서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4대 중증질환자들이 건강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의 35%로 가장 부담이 큰 항목들이다.
선택진료비 - 병원의 이윤확대가 목적인 선택진료비는 폐지되어야 한다
선택진료비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 기관에서 환자가 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 받는 경우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선택진료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형병원에서 대부분의 전문의들이 선택진료의사로 지정되어 있어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고, 직접 진료를 하지 않는 검사, 영상진단, 마취와 같은 항목도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선택진료를 받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번 건강보험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선택진료비 규모는 약 1조 3천억 원이며, 선택진료 환자 중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는 59.1%였고, 나머지 환자는 선택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가피하게 선택진료를 받았다. 심지어 선택의료 환자 중 11.6%는 선택진료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선택진료제도는 1963년에 특진제도라는 이름으로 개원의에 비해 소득이 낮은 국립대 병원 의사들의 수익을 보전하는 방편으로 시작되었다. 특진제도가 1991년 지정진료제로 바뀌면서 400병상 이상인 대형병원 등에 한해 의사 개인의 진료 건수 중 70% 내에서 허용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병원급 이상에서 모두 선택진료가 가능하고, 한 병원 내에서 선택진료가 가능한 의사 비율이 80%를 넘지 않는다면 의사 개인의 선택진료 건수는 무제한으로 허용된다. 즉 선택진료제도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병원의 이윤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되어온 제도이다.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이유는 전문화된 진료를 받기 위해서이고 이에 대한 보상은 종별가산제를 통해 이미 지급되고 있는데, 여기에 선택진료비를 추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의사들로 하여금 1분 진료를 하도록 만들고, 과잉 검사를 부추기는 의사성과급의 재원이 주로 선택진료비다. 불필요하게 환자들에게 부과되는 비용이자 의사성과급과 악순환을 만드는 선택진료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의료기관에 대한 수익 보전이 필요하다면 의료인력 등 질 평가를 통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상급병실료 - 일반병실 비율을 대폭 늘리고 병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상급병실은 5인실 이하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병원이 임의로 가격을 정하는 병실이다. 상급병실료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형병원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상급병실을 필요량보다 많이 만들어서 보험 적용이 되는 일반병실에 입원하기를 원하는 환자들까지 상급병실에 입원시키는 것이 관행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상급병실료 차액 규모는 1조 147억 원이며, 상급병실을 이용한 환자의 59.5%가 본인의 당초 의사와 상관없이 상급병실을 이용하였고, 상급병실 선택사유로는 일반병실 부족이 52.7%로 가장 많았다.상급병실료 역시 이전에는 일반병실 부족으로 환자가 상급병실에 입원하게 된 경우 상급병실료 차액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1983년부터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병원이 이윤 확대의 경로를 열어주고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운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일산병원 입원 예약환자 중 상급병실 수요는 약 7.0%에 불과하며, 다른 연구에서도 환자가 상급병실을 원해서 이용하는 비율을 6.3~6.9%였다. 따라서 환자들의 필요에 맞추어 일반병실 비율을 90%이상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병실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6인실 병실에서는 환자와 간병인을 합하면 12명이 생활해야 하는데, 이는 아픈 환자가 치료받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환경이며 병상 당 면적도 좁은 편이다. 병원 내 감염 등 의료의 질을 고려하여 일반병실의 환자수를 줄이고 병상 당 면적을 늘려가야 한다.
간병비 -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간호·간병 인력을 포괄하는 병원의 인력 기준 마련, 간호 서비스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간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족 한 명이 환자 옆에 붙어 있을 수 없을 때에는 간병인을 고용해야만 해서 환자들에게 간병비는 병원비와 별도로 큰 부담이 된다. 한편 간병인 입장에서는 24시간 환자 옆에 붙어 간병이라는 힘든 일을 하고 쪽잠을 자고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시급 2700원을 받는다. 이는 병원이 인력 확보를 통해 직접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외부화시켜 환자들에게 떠넘겨왔기 때문이며 국가 또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간병비를 보장하지 않고 방치해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포괄간호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병원에서 간호 인력과 간호보조 인력을 확충하여 직접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시범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호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간호사들이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환경을 버티지 못해 취업 후 일찍 일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 노동 환경의 개선과 함께 간병비를 포함한 간호서비스 전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그리고 간호·간병 인력을 포괄하는 병원의 인력 기준과 간호 서비스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공약 실현은 의료공급체계 개선과 비급여 통제에서부터 시작해야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한 이행 계획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정부의 개선안이 결국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국가가 100% 보장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공약사기라는 점에서 문제다. 또 한편으로는 비급여를 축소시키는 방안이 병원의 경영위기를 가져온다고 병원 협회의 반대가 극렬하다. 그러나 이것은 예상된 반응이었다. 환자의 지갑을 터는 3대 비급여라는 덩치 큰 괴물은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공급체계에서 기인한 과잉경쟁을 방치하면서 키워 온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체계를 공공적으로 재편하지 않으면서 보장성만 높이려고 하면 민간의료기관은 또 다른 3대 비급여를 키울 것이고,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 실현은 요원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을 뒤집으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필수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환자가 선택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환자들의 40%가 원치 않아도 선택진료를 받아야 하고, 60%가 원치 않아도 상급병실을 이용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공급체계 개선 방향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비급여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