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호 | 2014.08.06
타락한 요양병원들
요양병원 제도의 전반적 개선과 국공립 요양병원 확충을 요구하자
요양병원의 각종 문제들이 곪아 터져 나오고 있다. 심각한 수준이다. 환자의 건강을 되찾아 줘야 할 병원이 오히려 사람을 해치고 있다. 환자의 존엄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양병원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 보건·복지 제도의 모순과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방치하다시피한 장기요양 서비스와 관련한 정책들의 문제점을 발본적으로 재검토해야하고, 취약계층 당사자를 포함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대안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이 곳이 정녕 ‘병원’인가
요양병원은 ‘범죄구역’이 되었다. 한 요양병원에서는 술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홈리스(노숙인)를 입원시키고, 입원시킨 뒤에는 구타·감금하는 한편 일까지 시키면서 건강보험에서 나오는 진료비를 횡령하였다. 이 병원의 병원장은 구속되었으나, 실소유주가 따로 있는 사무장 병원이라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조직범죄 집단 수준인 이 요양병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이용해 공적 재정을 사취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들에게 폭력을 가했으며, 노동을 착취하고, 건강까지 파괴했다. 한 노숙인 여성 환자는 병원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급사했다. 환자가 병원에서 일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병원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죽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요양병원은 또한 ‘인권 사각지대’기 되었다. 에이즈 환자들은 그동안 지정 요양병원에만 입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에이즈가 치료제의 개발로 장기 생존이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었으나, 요양병원들은 여전히 여러 이유를 내세우면서 에이즈 환자의 입원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 요양병원마저도 환자에게 폭언, 구타, 성폭행을 일삼았고, 급기야 치료를 방치해 환자를 죽이기까지 했다. (민중건강과 사회 제31호 참조)
요양병원은 ‘안전 무방비’ 상태이다. 지난 5월 장성 효사랑병원에서는 21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불은 8분 만에 꺼졌는데 불이 발생한 별관 2층에 입원해 있던 환자 34명 중 20명과 야근을 하던 간호조무사가 사망한 것이다. 별관에는 총 79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당직 간호인력은 사망한 간호조무사 1명 뿐이었다. 유독가스 속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혼자 대피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명도 지키지 못했다. 장성 효사랑병원은 정기 소방 점검, 의료기관 평가인증원의 인증 평가를 모두 통과한 병원이었다. 요양병원의 인력·시설·안전기준은 8분간의 화재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할 정도로 엉터리였다.
취약계층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자들과 이를 방치하는 사회
앞에서 설명한 사건들은 요양병원 문제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홈리스(노숙인)를 유인하고, 환자들을 학대하고, 불량시설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은 부지기수라는 경험적 근거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민간요양병원의 급증과 영리화라는 구조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2002년 54개에서 2014년 현재 1,276개 20만 병상으로 지난 10여 년간 20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국공립병원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97%가 민간 요양병원인 셈이다. 이러한 급증에는 2002년부터 시행된 정부 지원사업의 영향이 컸다.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급증, 노인 부양에 대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 등에 대응한다는 명목 하에 정부는 요양병원 신설 및 시설 개·보수와 장비에 대한 융자 지원을 해주었다. 여기에는 병상과잉으로 수익 창출에 곤란을 겪는 일반 병원들에게 사업을 전환하고 새롭게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주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특혜’에 힘입어 민간 요양병원은 5년 만에 과잉 상태에 이르렀고, 2008년 지원사업은 중단되었다.
정부는 아주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한 것일까? 요양병원의 증가와 함께 의료비도 폭등했다. 요양병원 입원진료비는 2005년 1,251억원에서 2010년 1조 6,262억원으로 13배가 증가하였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으나 불필요한 입원이 늘어난 측면도 있었다.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치료 수준이 아니라 요양시설에서 돌봄 정도가 필요한 노인들까지도 병원에 입원시키는 등, 운영의 낭비와 비효율이 만연해 있음을 여러 연구가 지적한바 있다.
건보공단은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요양병원 건강보험수가, 즉 일당정액제 방식의 수가체계를 따로 만들었다. 지난 2005년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 본격 도입됐다. 이 수가체계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입원 일당 정액 수가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병원이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고가사용 등을 할 유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민간요양병원이 압도하고 있는 체계에서 지출만 통제하려는 정부의 이런 땜질식 처방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켰다. 최소한의 인력만 갖춘 채 부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더 많은 수익을 챙기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요양병원의 행태는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약재만 사용하게 되었고, 추가 배치 시 수가가 가산되지 않는 의료인력은 제대로 갖추지 않게 되었으며, 더 많은 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는 방식으로 변해갔다. 일당 정액 수가는 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지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감독 체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극단적인 민간 중심 요양병원 체계를 유도하면서도 요양병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노숙인을 꾀어서 입원시키고, 에이즈 환자들에게 직접 병원 청소를 시키는 타락한 요양병원들은 바로 정부의 민간요양병원 육성 정책이 만든 그림자인 셈이다.
작금의 요양병원 사태는 일차적으로 부실 민간요양병원이 급증했기 때문에 발생했지만 더 넓게 보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의 부재와 그로인한 차별과 편견에서 비롯한다. 노인빈곤율이 OECD 중 1위인 한국에서는 가족에게 버려진 노인들이 요양병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제대로 된 주거,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들이 의료인을 가장한 지능 범죄자들에게 이용당한다. 감염인은 오히려 부당한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한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가난해 질 수 있고, 결국에 노인이 되는데 우리 사회는 이것을 공동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소수의 돈벌이 사업에 맡긴다. 요양병원은 한국 사회 취약계층의 삶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이대로 둘 것인가.
환자, 노동자,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는 요양병원 건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는 근본적 대책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임무마저 방기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 실태조사 및 시정조치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일선 지자체, 사법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는 보이지도 않고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어떻게 하면 면피가 가능할지 궁리만 하는 것으로 비친다.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에 혈안이 되어 국민건강증진과는 거꾸로 가는 보건복지부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일까.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모여가고 있다. 홈리스 당사자들은 불법 병원 근절 및 홈리스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고, 장성 효사랑병원 화재 참사 피해 가족들은 요양병원의 인력과 안전시설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에이즈 감염인들은 지정요양병원을 다시 마련하고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사업을 개선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가진 고유의 문제가 있고, 요구들도 다양하지만 제대로 된 요양병원을 요구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요양병원 문제 하나로 환원할 수는 없겠지만 요양병원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복지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한 인력과 적절한 시설로 환자들의 안전이 보장되고 환자의 질병에 맞는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요양병원. 취약계층 진료에 차별이 없고, 실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가 주인이 되는 요양병원.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제대로 된 요양병원’을 원하고 있다. 의료법, 정신보건법 등 현행 요양병원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요양병원 서비스를 책임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요양병원을 지역마다 확충하고 앞에서 요구한 ‘제대로 된 요양병원’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어야 한다. 병원의 노동자, 환자, 지역주민이 이런 공공요양병원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운영에 참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물론 장기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더디더라도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다.
이 곳이 정녕 ‘병원’인가
요양병원은 ‘범죄구역’이 되었다. 한 요양병원에서는 술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홈리스(노숙인)를 입원시키고, 입원시킨 뒤에는 구타·감금하는 한편 일까지 시키면서 건강보험에서 나오는 진료비를 횡령하였다. 이 병원의 병원장은 구속되었으나, 실소유주가 따로 있는 사무장 병원이라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조직범죄 집단 수준인 이 요양병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이용해 공적 재정을 사취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들에게 폭력을 가했으며, 노동을 착취하고, 건강까지 파괴했다. 한 노숙인 여성 환자는 병원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급사했다. 환자가 병원에서 일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병원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죽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요양병원은 또한 ‘인권 사각지대’기 되었다. 에이즈 환자들은 그동안 지정 요양병원에만 입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에이즈가 치료제의 개발로 장기 생존이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었으나, 요양병원들은 여전히 여러 이유를 내세우면서 에이즈 환자의 입원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 요양병원마저도 환자에게 폭언, 구타, 성폭행을 일삼았고, 급기야 치료를 방치해 환자를 죽이기까지 했다. (민중건강과 사회 제31호 참조)
요양병원은 ‘안전 무방비’ 상태이다. 지난 5월 장성 효사랑병원에서는 21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불은 8분 만에 꺼졌는데 불이 발생한 별관 2층에 입원해 있던 환자 34명 중 20명과 야근을 하던 간호조무사가 사망한 것이다. 별관에는 총 79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당직 간호인력은 사망한 간호조무사 1명 뿐이었다. 유독가스 속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혼자 대피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명도 지키지 못했다. 장성 효사랑병원은 정기 소방 점검, 의료기관 평가인증원의 인증 평가를 모두 통과한 병원이었다. 요양병원의 인력·시설·안전기준은 8분간의 화재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할 정도로 엉터리였다.
취약계층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자들과 이를 방치하는 사회
앞에서 설명한 사건들은 요양병원 문제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홈리스(노숙인)를 유인하고, 환자들을 학대하고, 불량시설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은 부지기수라는 경험적 근거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민간요양병원의 급증과 영리화라는 구조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2002년 54개에서 2014년 현재 1,276개 20만 병상으로 지난 10여 년간 20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국공립병원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97%가 민간 요양병원인 셈이다. 이러한 급증에는 2002년부터 시행된 정부 지원사업의 영향이 컸다.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급증, 노인 부양에 대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 등에 대응한다는 명목 하에 정부는 요양병원 신설 및 시설 개·보수와 장비에 대한 융자 지원을 해주었다. 여기에는 병상과잉으로 수익 창출에 곤란을 겪는 일반 병원들에게 사업을 전환하고 새롭게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주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특혜’에 힘입어 민간 요양병원은 5년 만에 과잉 상태에 이르렀고, 2008년 지원사업은 중단되었다.
정부는 아주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한 것일까? 요양병원의 증가와 함께 의료비도 폭등했다. 요양병원 입원진료비는 2005년 1,251억원에서 2010년 1조 6,262억원으로 13배가 증가하였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으나 불필요한 입원이 늘어난 측면도 있었다.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치료 수준이 아니라 요양시설에서 돌봄 정도가 필요한 노인들까지도 병원에 입원시키는 등, 운영의 낭비와 비효율이 만연해 있음을 여러 연구가 지적한바 있다.
건보공단은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요양병원 건강보험수가, 즉 일당정액제 방식의 수가체계를 따로 만들었다. 지난 2005년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 본격 도입됐다. 이 수가체계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입원 일당 정액 수가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병원이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고가사용 등을 할 유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민간요양병원이 압도하고 있는 체계에서 지출만 통제하려는 정부의 이런 땜질식 처방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켰다. 최소한의 인력만 갖춘 채 부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더 많은 수익을 챙기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요양병원의 행태는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약재만 사용하게 되었고, 추가 배치 시 수가가 가산되지 않는 의료인력은 제대로 갖추지 않게 되었으며, 더 많은 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는 방식으로 변해갔다. 일당 정액 수가는 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지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감독 체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극단적인 민간 중심 요양병원 체계를 유도하면서도 요양병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노숙인을 꾀어서 입원시키고, 에이즈 환자들에게 직접 병원 청소를 시키는 타락한 요양병원들은 바로 정부의 민간요양병원 육성 정책이 만든 그림자인 셈이다.
작금의 요양병원 사태는 일차적으로 부실 민간요양병원이 급증했기 때문에 발생했지만 더 넓게 보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의 부재와 그로인한 차별과 편견에서 비롯한다. 노인빈곤율이 OECD 중 1위인 한국에서는 가족에게 버려진 노인들이 요양병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제대로 된 주거,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들이 의료인을 가장한 지능 범죄자들에게 이용당한다. 감염인은 오히려 부당한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한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가난해 질 수 있고, 결국에 노인이 되는데 우리 사회는 이것을 공동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소수의 돈벌이 사업에 맡긴다. 요양병원은 한국 사회 취약계층의 삶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이대로 둘 것인가.
환자, 노동자,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는 요양병원 건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는 근본적 대책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임무마저 방기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 실태조사 및 시정조치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일선 지자체, 사법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는 보이지도 않고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어떻게 하면 면피가 가능할지 궁리만 하는 것으로 비친다.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에 혈안이 되어 국민건강증진과는 거꾸로 가는 보건복지부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일까.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모여가고 있다. 홈리스 당사자들은 불법 병원 근절 및 홈리스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고, 장성 효사랑병원 화재 참사 피해 가족들은 요양병원의 인력과 안전시설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에이즈 감염인들은 지정요양병원을 다시 마련하고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사업을 개선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가진 고유의 문제가 있고, 요구들도 다양하지만 제대로 된 요양병원을 요구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요양병원 문제 하나로 환원할 수는 없겠지만 요양병원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복지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한 인력과 적절한 시설로 환자들의 안전이 보장되고 환자의 질병에 맞는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요양병원. 취약계층 진료에 차별이 없고, 실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가 주인이 되는 요양병원.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제대로 된 요양병원’을 원하고 있다. 의료법, 정신보건법 등 현행 요양병원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요양병원 서비스를 책임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요양병원을 지역마다 확충하고 앞에서 요구한 ‘제대로 된 요양병원’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어야 한다. 병원의 노동자, 환자, 지역주민이 이런 공공요양병원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운영에 참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물론 장기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더디더라도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