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호 | 2015.06.15
정부와 삼성서울병원, 왜 메르스 막지 못했나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방역망 한계 만들어
참담하다.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6월 15일 현재 확진자는 150명이다. 16명이 사망했다. 3명의 감염자를 거친 4차 감염자도 발생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일어났던 초동대응의 실패에 이어,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방역망이 뚫렸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응급실 이송요원(137번)과 14번 환자를 진료한 의사(35번) 외에 의사 1명(138번)이 추가로 감염되었다. 이들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자가격리되지 않고 계속 병원에서 환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며 큰 파장이 되고 있다. 또한 외래에 갔을 뿐 응급실에 가지 않았던 환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격리자가 5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왜 한국에서 유행하느냐를 두고 변종 가능성, 공기감염 가능성 등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유행하는 메르스는 변종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가능성은 없다고 장담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지금 병원 내 감염만으로도 메르스는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왜 병원이 감염 차단과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감염을 확산시킨 공간이 되었을까. 한국 의료체계의 고질적 문제에서 비롯한다.
메르스 세계 2위가 된 이유
세계보건기구-한국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현지 조사를 통해 메르스 확산 요인을 밝혔다. 첫째, 한국 의료진이 이 질병에 익숙하지 않아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메르스를 의심하지 못했다. 둘째, 일부 병원의 경우 감염예방 통제조치가 미비했는데, 응급실이 너무 붐볐고, 다인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들이 지냈다. 셋째, 치료를 받기 위해서 여러 군데의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 관행, 여러 친구나 가족들이 환자를 병원에 동행하거나 문병하는 문화로 2차 감염이 확산되었다고 밝혔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지적되었고, 한국에서 병원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확산의 원인이 된 현상을 묘사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밝혀야 할 진실은 그 현상의 원인이다. 왜 한국에서는 응급실이 붐비고, 환자들이 병원을 떠돌아다니며, 가족들이 간병을 해줘야 하는가.
병원을 떠돌아다니는 환자들
한국인은 대부분 ‘의료쇼핑’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옷을 고를 때, 가방을 고를 때처럼 기분 좋은 쇼핑은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를 받아도 병이 낫지 않을 때 새로운 병원을 찾는다. 1번 환자(index case)도 그랬다. 5월 4일 입국한 1번 환자는 11일부터 증상이 발생해 5월 12일 충남 아산서울의원을 찾았다. 5월 12일, 14일, 15일 외래 진료를 세 번 받고,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경기도 평택성모병원 2인실에 입원했다. 5월 17일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365서울열린의원 외래 진료를 받고 귀가했다. 5월 18일 다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은 뒤 20일 메르스로 확진되었다. 충남, 경기, 서울 3군데 광역시도에서 동네의원, 대형병원, 빅5 수도권 대형병원을 다 돌아다닌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어 있고 주치의 제도를 갖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어 있으면, 환자에 따라 병원의 역할과 기능이 분리된다. 경증 환자의 외래 진료를 1차 의료(동네병원)가 담당하고, 중증 환자의 입원 진료를 2,3차 의료(병원, 대형병원)가 담당한다. 1차 의료를 책임지는 의사들은 주치의가 되어 평소 환자의 건강상태, 직업, 여행력 등을 파악한다. 주치의는 자기 환자가 중증질환에 걸려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2,3차 병원에 환자를 의뢰하면서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대부분 공공병원이고, 국가가 의료비를 거의 다 책임지는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HS)가 이러한 방식이다. 우리와 비슷한 전국민건강보험체계를 가지는 대만도 주치의 제도가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적한 ‘의료쇼핑’ 현상은 한국 환자들이 유별나서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한국의 의료제도 때문이다.
전국에서 강남으로, 강남에서 다시 전국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다시 전국 각지로 흩어져서 메르스를 전국에 확산시켰다. 매일 실시간 검색에 올랐던 ‘부천 메르스’, ‘김제 메르스’, ‘부산 메르스’ 등 전국에서 발생한 환자들이 삼성병원에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었다.
소위 ‘빅5‘라는 수도권 대형병원에 전국의 환자들이 몰리게 된 것도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현실을 반영한다. 동네의원도, 지역의 병원도, 서울의 재벌병원도 같은 환자를 두고 경쟁한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에 대형병원들이 병원 증축 경쟁을 하면서 더 심화되었다. OECD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병원이 과도하게 시설을 증축하거나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지역별 병상총량제를 폐지하면서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수도권의 대형병원들은 주말에도 외래진료를 하면서 전국의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가 어떤 질환에 걸렸냐는 중요하지 않다. 전국의 환자가 몰리는 ‘빅5’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서 환자들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병원의 현실을 아는 환자들은 빨리 입원하기 위해 응급실로 간다. 응급실이 꽉차서 환자들이 대기실에도 누워있고, 심지어 야외 벤치에도 눕는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과밀화지수가 133.2%로 4위인데, 100명 수용할 수 있다면 133.2명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빅5' 병원 응급실 내원환자의 주요 질병은 암(11.3%), 열린 상처(8.2%), 감기(8.1%), 급성위장관염(5.4%), 복통(2.3%) 등의 순이다.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인력
감염 확산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된 병원의 부실한 감염관리, 보호자가 간병하는 문화 역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병원의 설립과 운영을 시장에 내맡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시설·장비 경쟁에서 뒤쳐진 지역 중소병원들은 열악한 시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악화되었지만 이것도 정부는 방치했다.
평택성모병원은 열악한 환기 시설로 메르스 확산을 일으켰다는 의혹이 있고,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감염관리를 포함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인증을 받았으나 이번 사태로 관리가 부실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보호자가 없으면 간병을 하지 못하고, 간병인의 간병비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다. 간병노동자는 비정규직이고, 이주노동자도 많아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방역망을 벗어나기도 한다.
원격의료? 정신 못 차린 새누리당과 정부
이런 시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까. 메르스에 걸려서 고열이 나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원격진료를 할까? 병원 응급실을 찾을까? 초등학생도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메르스에 취약한 중증질환자들은 병원에 올 수 밖에 없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오히려 의료전달체계가 더 붕괴된다. 원격의료가 가능해지면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는 장비와 자본력을 갖춘 병원들이 그동안 지역사회 동네의원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던 환자들을 독과점하게 된다. 삼성과 같은 재벌 의료기기 회사,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대형병원들이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이유다. 게다가 원격의료는 장비 구입 등 추가로 소요될 비용과 대비했을 때 치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민간병원의 무질서한 경쟁과 그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방치한 결과가 메르스 확산을 불렀다. 환자가 의료쇼핑을 하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전국의 환자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정부의 의료정책 때문이다.
메르스 대응 과정의 다른 문제들도 모두 붕괴된 의료전달체계와 연관되어 있다. 정부가 병원 공개를 일찍하지 못하고, 괴담 처벌에만 앞장 선 것도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민간병원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이 전면 역학조사를 받지 않고, 정부 통제를 벗어난 자체 관리를 한 것도 경제적 손해를 최소화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용역 직원이라는 이유로 삼성의 관리를 받지 못한 137번 환자는 아파도 일을 했고, 그 결과 또다시 새로운 격리자를 만들었다.
정부가 의료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해 기업의 이윤창출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민간병원의 돈벌이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병원의 설립과 운영과정에 정부와 지역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를 만들고, 정부의 공적재원을 통해 인력을 확충하고 병원 내 감염 예방과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금부터 논의되어야 한다.
왜 한국에서 유행하느냐를 두고 변종 가능성, 공기감염 가능성 등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유행하는 메르스는 변종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가능성은 없다고 장담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지금 병원 내 감염만으로도 메르스는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왜 병원이 감염 차단과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감염을 확산시킨 공간이 되었을까. 한국 의료체계의 고질적 문제에서 비롯한다.
메르스 세계 2위가 된 이유
세계보건기구-한국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현지 조사를 통해 메르스 확산 요인을 밝혔다. 첫째, 한국 의료진이 이 질병에 익숙하지 않아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메르스를 의심하지 못했다. 둘째, 일부 병원의 경우 감염예방 통제조치가 미비했는데, 응급실이 너무 붐볐고, 다인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들이 지냈다. 셋째, 치료를 받기 위해서 여러 군데의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 관행, 여러 친구나 가족들이 환자를 병원에 동행하거나 문병하는 문화로 2차 감염이 확산되었다고 밝혔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지적되었고, 한국에서 병원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확산의 원인이 된 현상을 묘사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밝혀야 할 진실은 그 현상의 원인이다. 왜 한국에서는 응급실이 붐비고, 환자들이 병원을 떠돌아다니며, 가족들이 간병을 해줘야 하는가.
병원을 떠돌아다니는 환자들
한국인은 대부분 ‘의료쇼핑’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옷을 고를 때, 가방을 고를 때처럼 기분 좋은 쇼핑은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를 받아도 병이 낫지 않을 때 새로운 병원을 찾는다. 1번 환자(index case)도 그랬다. 5월 4일 입국한 1번 환자는 11일부터 증상이 발생해 5월 12일 충남 아산서울의원을 찾았다. 5월 12일, 14일, 15일 외래 진료를 세 번 받고,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경기도 평택성모병원 2인실에 입원했다. 5월 17일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365서울열린의원 외래 진료를 받고 귀가했다. 5월 18일 다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은 뒤 20일 메르스로 확진되었다. 충남, 경기, 서울 3군데 광역시도에서 동네의원, 대형병원, 빅5 수도권 대형병원을 다 돌아다닌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어 있고 주치의 제도를 갖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어 있으면, 환자에 따라 병원의 역할과 기능이 분리된다. 경증 환자의 외래 진료를 1차 의료(동네병원)가 담당하고, 중증 환자의 입원 진료를 2,3차 의료(병원, 대형병원)가 담당한다. 1차 의료를 책임지는 의사들은 주치의가 되어 평소 환자의 건강상태, 직업, 여행력 등을 파악한다. 주치의는 자기 환자가 중증질환에 걸려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2,3차 병원에 환자를 의뢰하면서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대부분 공공병원이고, 국가가 의료비를 거의 다 책임지는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HS)가 이러한 방식이다. 우리와 비슷한 전국민건강보험체계를 가지는 대만도 주치의 제도가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적한 ‘의료쇼핑’ 현상은 한국 환자들이 유별나서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한국의 의료제도 때문이다.
전국에서 강남으로, 강남에서 다시 전국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다시 전국 각지로 흩어져서 메르스를 전국에 확산시켰다. 매일 실시간 검색에 올랐던 ‘부천 메르스’, ‘김제 메르스’, ‘부산 메르스’ 등 전국에서 발생한 환자들이 삼성병원에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었다.
소위 ‘빅5‘라는 수도권 대형병원에 전국의 환자들이 몰리게 된 것도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현실을 반영한다. 동네의원도, 지역의 병원도, 서울의 재벌병원도 같은 환자를 두고 경쟁한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에 대형병원들이 병원 증축 경쟁을 하면서 더 심화되었다. OECD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병원이 과도하게 시설을 증축하거나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지역별 병상총량제를 폐지하면서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수도권의 대형병원들은 주말에도 외래진료를 하면서 전국의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가 어떤 질환에 걸렸냐는 중요하지 않다. 전국의 환자가 몰리는 ‘빅5’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서 환자들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병원의 현실을 아는 환자들은 빨리 입원하기 위해 응급실로 간다. 응급실이 꽉차서 환자들이 대기실에도 누워있고, 심지어 야외 벤치에도 눕는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과밀화지수가 133.2%로 4위인데, 100명 수용할 수 있다면 133.2명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빅5' 병원 응급실 내원환자의 주요 질병은 암(11.3%), 열린 상처(8.2%), 감기(8.1%), 급성위장관염(5.4%), 복통(2.3%) 등의 순이다.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인력
감염 확산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된 병원의 부실한 감염관리, 보호자가 간병하는 문화 역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병원의 설립과 운영을 시장에 내맡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시설·장비 경쟁에서 뒤쳐진 지역 중소병원들은 열악한 시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악화되었지만 이것도 정부는 방치했다.
평택성모병원은 열악한 환기 시설로 메르스 확산을 일으켰다는 의혹이 있고,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감염관리를 포함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인증을 받았으나 이번 사태로 관리가 부실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보호자가 없으면 간병을 하지 못하고, 간병인의 간병비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다. 간병노동자는 비정규직이고, 이주노동자도 많아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방역망을 벗어나기도 한다.
원격의료? 정신 못 차린 새누리당과 정부
이런 시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까. 메르스에 걸려서 고열이 나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원격진료를 할까? 병원 응급실을 찾을까? 초등학생도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메르스에 취약한 중증질환자들은 병원에 올 수 밖에 없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오히려 의료전달체계가 더 붕괴된다. 원격의료가 가능해지면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는 장비와 자본력을 갖춘 병원들이 그동안 지역사회 동네의원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던 환자들을 독과점하게 된다. 삼성과 같은 재벌 의료기기 회사,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대형병원들이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이유다. 게다가 원격의료는 장비 구입 등 추가로 소요될 비용과 대비했을 때 치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민간병원의 무질서한 경쟁과 그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방치한 결과가 메르스 확산을 불렀다. 환자가 의료쇼핑을 하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전국의 환자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정부의 의료정책 때문이다.
메르스 대응 과정의 다른 문제들도 모두 붕괴된 의료전달체계와 연관되어 있다. 정부가 병원 공개를 일찍하지 못하고, 괴담 처벌에만 앞장 선 것도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민간병원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이 전면 역학조사를 받지 않고, 정부 통제를 벗어난 자체 관리를 한 것도 경제적 손해를 최소화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용역 직원이라는 이유로 삼성의 관리를 받지 못한 137번 환자는 아파도 일을 했고, 그 결과 또다시 새로운 격리자를 만들었다.
정부가 의료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해 기업의 이윤창출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민간병원의 돈벌이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병원의 설립과 운영과정에 정부와 지역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를 만들고, 정부의 공적재원을 통해 인력을 확충하고 병원 내 감염 예방과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금부터 논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