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호 | 2015.07.06
병원 노동자 외주화로 초래된 메르스 확산
삼성서울병원이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부분폐쇄 결정을 내리게 만든 것은 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가 관리대상에서 누락된 채 업무를 계속해왔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137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직원이 아니었고, 관리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병원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환자이송업무를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143번 환자는 대전 대청병원에서 일하면서 메르스 환자에게서 전염되었으나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격리 대상에서 누락되었다. 이 환자 역시 외부업체에서 파견된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일하지만 병원 노동자로 인정받고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은 스스로도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고, 결국에는 병원 및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다 이윤을 위해 늘어나는 비정규직
병원경영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은 19.5%(직접고용 비정규직 9.1%, 간접고용 비정규직 10.4%)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2008년 22.4%에서 2015년 27.8%(직접고용 비정규직 14.9%, 간접고용 비정규직 12.9%)로 증가했으며 규모로 보면 5,378명에서 9,587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서울병원이 밝힌 바에 의하면 삼성서울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35%(8,440명 중 2,944명)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의료서비스는 노동집약적 서비스로 인력의 양과 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인력이 충분히 확보될수록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인력의 숙련도가 높고 안정된 고용상태와 건강상태에 있어야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 그러나 한국의 병원들은 이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고, 이를 규제해야 할 정부마저 병원의 수익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립대병원의 경우 정규직 인원을 제한하는 공공기관 총 정원제를 적용하고 있어 비정규직 활용을 부추기는 장치가 되고 있다.
병원 비정규직은 직접고용 비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특수고용 비정규직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병원이 직접 시간제 혹은 기간제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으로, 의사, 약사, 간호사, 임상병리, 물리치료, 시설, 전산, 간호조무, 원무 등의 직종에서 나타난다. 이들 업무는 한정된 기간 동안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이므로 기간제 고용의 정당성이 없다. 그러나 병원은 2년 이내로 계약하여 비정규직을 지속시키거나 불법적으로 2년 이상 계약직 노동자를 사용한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업무를 외주화하여 병원에서 일하지만 병원이 아닌 용역업체에 고용된 것으로, 시설관리, 청소, 세탁, 급식, 경비, 진료보조 등의 직종에 걸쳐 있다. 이들 업무 중에서는 환자 진료와 직접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망을 교묘히 피하거나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외주화하기도 하고, 실제 일하는 노동자는 바뀌지 않지만 용역업체만 바꾸어가며 인건비를 절감하기도 한다. 간병인은 특수고용 비정규직으로 환자 및 보호자와 계약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고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실제로는 중환자실에서 환자 이송, 검사물 이동, 환자 체위변경 등 진료보조를 하는 인력을 ‘특별청소’라는 업무분장으로 위장해 외주화했다. 화순 전남대병원은 물품 소독 및 준비, 환자 병력조사 및 혈압측정, 환자 식이 및 배설 보조, 체위변경 등 간호조무사 업무를 하는 진료보조 인력을 용역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 이들은 병원에서 일할 때 병원과 정규직 간호사들에게서 업무 지시를 받아 파견노동을 했다. 그러나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파견이 금지되어 있어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병원에서 일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실시한 3개 국립대병원 및 1개 시립병원의 청소노동자 주사침 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2.5%가 주사바늘, 칼 등에 찔리거나 베인 사고 경험이 있었다. 주사침 사고의 원인으로는 인력부족이 33.5%, 폐기물 분류 및 처리과정이 안전하지 않음이 28.9%, 감염환자에 대한 정보 부족이 21.1%였다. 사고가 원청인 병원에 보고된 비율이 60.8%, 사고 후 산재처리 비율은 31.2%에 불과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 당시에도 정부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을 예방백신을 접종하면서 간병, 청소노동자는 제외시켰다가, 노동조합의 반발로 예방접종을 시행한 바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원과 정부로부터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보호받을 수 없었다. 간병노동자가 감염 예방이나 보호구 착용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마스크조차 지급받지 못했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병원 측에 메르스 예방교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일회용 마스크 지급마저도 병원과 용역업체가 서로 떠넘기다가 직접 사서 쓰라고 했다. 메르스 때문에 소독업무까지 추가하다보니 노동강도가 높아져 청소노동자가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지만 병원 측은 어떤 위로나 대책도 없었다. 보라매병원 환자이송 노동자는 메르스 사태 전까지만 해도 병원 측이 환자들이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업무 특성상 환자와 가장 접촉이 많은 간병노동자는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8명이 메르스에 감염되었다. 메르스 환자가 퇴원하면 휴지통을 비우고 병실을 청소하는 것은 청소노동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병원이 돌아가는데 꼭 필요한 업무들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정규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환자에게 노출된다. 하지만 병원은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일자리들을 비정규직화시키고는 이들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나몰라라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감염병에 대한 예방교육, 환자에 대한 정보, 충분한 보호 장비, 감염 시 보고체계 및 후속조치 등 모든 것에서 배제되어 있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병원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감염관리 실패를 초래한 병원 비정규직 확산
비정규직화, 외주화된 병원노동자들은 병원의 관리망에서 벗어나게 되고, 감염에 취약해진다. 병원노동자들이 감염에 취약해지면 병원 내 감염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소노동자들은 병원 곳곳을 돌아다니고, 간병노동자, 환자이송노동자들은 환자들과 가까이 대면하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사스가 대만에서 유행할 당시, 대만 질병관리본부 국장(Director of Center of Disease Control in Taiwan)이었던 수 박사는(Dr. Su)는 병원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외주화된 시설관리와 세탁 서비스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병원 내 감염이 심각했기 때문이다.1) 국민건강보험국이 의료자원의 낭비를 줄이라고 압박하자, 병원은 당국의 강력한 조치에 외주화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대응했다. 사스 유행으로 병원의 이러한 업무 외주화가 부적절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병원들은 비정규직 간병, 세탁, 청소노동자들을 충분히 관리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감염관리에 실패했다. 수 박사는 감염 관리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외주화된 업무를 다시 병원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만 의료개혁 재단은 사스 유행에 노출된 국가 의료 시스템의 결점을 분석하면서 외주화를 언급했다. 이 재단은 환자들을 간호하는 것이 병원의 책임이지만 그들은 비용에 더 신경 쓴다고 하며, 병원들이 간호에 더 많은 비용을 쓰고 환자를 간호할 인력을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병원 외주화는 1983년부터 시작되었고, 2000년 NHS Plan이 발표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병원 청소노동자를 외주화한 케이스들을 UNISON(영국 공공노조)에서 분석한 결과, 외주화된 청소서비스는 병원의 감염관리정책에 통합되지 못하고 분리된 반면, 병원 직영 청소서비스는 병원의 감염관리정책에 통합되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2)
호주 정부와 이탈리아 정부는 1980~90년대를 거치며 공공부문 개혁을 표방하며 업무를 외주화하는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주화했던 업무들을 다시 내부화(Backsourcing)하는 병원들이 나타나고 있다. 업무를 외주화한 이탈리아 병원 140개, 호주 병원 37개를 대상으로 외주화와 내부화에 대해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 병원의 15%와 호주 병원의 33%가 외주화된 서비스를 다시 내부화했다. 또한 이탈리아 병원의 40%와 호주 병원의 17%가 외주화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지만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내부화하지 못했다. 다시 내부화한 병원들은 그 이유로 외주화가 효율성을 증가시키지 못했고 비용도 절감하지 못했으며, 다시 내부화할 경우 질 관리와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3)
병원 비정규직·외주화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병원에서의 업무에는 모든 노동자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고, 병원 감염관리체계는 총체적이고 일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모든 병원노동자가 직접고용되어 있을 때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병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광범위한 분야의 노동자를 외주화했고, 그 결과 내원하는 환자들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까지 불신과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핵심은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병원들의 행태와 이를 묵인하고 부추기는 정부 정책이다. 정부와 병원들이 의료시장화 및 이윤극대화를 지향하는 이제까지의 방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제기되는 여러 대책들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당장 해야 할 일은, 전염병이 의심되어 자가격리되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하여 비정규직 노동자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정규직화하여 감염관리를 포함한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메르스 환자 대규모 발생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병원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부분 폐쇄나 격리했던 집중관리병원을 중심으로 우선 160억원을 지원하고 향후 추경예산 책정을 통해서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지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번과 같은 대규모의 인명 피해와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병원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고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며, 감염관리의 실패에는 병원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책 역시 손실을 보전하는 의미의 단발성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되며, 외주화된 업무를 다시 내부화하는 것을 강제하는 등 병원시스템을 개선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과 연동되어야 할 것이다.
1) Chih-Tung Hsiao, Jar-Yuan Pai and Hero Chiu. The study on the outsourcing of Taiwan's hospitals: a questionnaire survey research. BMC Health Services Research, 2009. 9:78.
2) Jane Lethbridge. Empty Promises:The impact of outsourcing on the delivery of NHS services. UNISON, 2012.
3) Manuela S. Macinati., et al. International perspectives on backsourcing in health: Is it just a merry-go-round? Health Care Manage Rev, 2009. 34(4). 37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