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사회진보연대 격주간 웹소식지


제 64호 | 2015.09.14

인천에서 바티칸까지, 돈벌이 노조탄압 인천성모병원에 맞선 투쟁

보건의료팀

지난 9월 7일, 5명의 한국인이 인천공항에서 바티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들이 바티칸 행 비행기를 탄 목적은 관광이나, 성지순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천성모병원의 보건의료노조 홍명옥 지부장 및 조합원들이며, 바티칸으로 향하는 이유가 인천성모병원에서 일어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황과 직접 면담을 하고 바티칸에 머무르는 동안 이탈리아 공공노조와 연대하여 원정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인천성모병원에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바티칸으로 가야했을까.



비인간적인 노조탄압

인천성모병원은 1955년 '성모자애병원' 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했으며 1962년 가톨릭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편입되었다. 2005년 11월 천주교 인천교구는 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해서 운영을 맡기 시작했고 2008년 7월에 새 병동 기공식과 함께 성모자애병원은 인천성모병원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인천성모병원을 인수한 인천교구는 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을 인수하기 전 2004년 병원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232명이었으나, 2006년 한 해 동안 133명의 조합원이 탈퇴를 했다. 2009년에는 병원 측에서 일방적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해지하면서 조합원의 수는 30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2015년 7월에는 불과 11명의 조합원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조합원의 수가 극적으로 줄어들게 된 배경에는 병원 측의 집요한 노조파괴공작들이 있었다. 홍명옥 지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병원관리자들은 2008년부터 노조사무실 앞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노동조합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왔고, 지부 간부와 조합원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징계를 남발했으며, 11억 8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노동조합에 청구하는 등 다양한 탄압를 시도했다.
또한 올해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국제성모병원에서 환자 수를 부풀려서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과다하게 청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병원관리자들은 홍 지부장을 제보자로 지목하였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홍 지부장에게 ‘집단괴롭힘’을 행사하였다. 병원 측은 3일간 여러 명의 병원직원들을 동원하여 홍 지부장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폭언을 퍼부었으며 이로 인해 홍 지부장은 정신과 진료를 받고 격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러한 집단괴롭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병원 측은 이전에도 노조탄압의 한 수단으로 홍 지부장에 대해 수차례의 집단괴롭힘을 행한 바 있다.

도를 넘는 돈벌이에 노동자들도 지쳐가

인천교구는 수년에 걸쳐 인천성모병원의 직원들에게 진료수입 확대를 위해 편법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직원들이 쓰는 업무용 컴퓨터의 전산화면을 통해 병원의 병상가동률과 외래, 수술환자 수 등의 지표를 실시간으로 공개했고, 각각의 지표에는 실적 목표, 누적실적, 누적 달성률 등이 지속적으로 표시되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근무시간 내내 컴퓨터의 모니터는 붉은빛으로 깜빡였다. ‘외래환자 2000명 돌파하는 날’, ‘3000명 돌파하는 날’ 등을 임의로 정해서 병원 직원들에게 퇴근 후 길거리 홍보활동을 사실상 강제하였고, ‘직원 한 사람이 신규환자 10명 이상 소개하기 운동’ 등을 벌이기도 했다. 의사 개인별로 실적을 할당하여 환자들에게 필요 없는 검사를 하게끔 유도하거나,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검사나 처치등을 부추겼으며 병원의 정책에 반발하는 의사의 진료실에는 폐건축물을 쌓아 진료를 방해하는 등의 행패를 부렸고, 이 때문에 결국 병원을 떠난 의사도 있었다. 오전, 오후의 외래진료 접수시간에도 마감시간을 두지 않아 외래 진료가 계속 이어지면서 직원들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으며 진료가 끝나기 전까지 제시간에 퇴근을 하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렇게 병원직원들의 노동권은 계속 무너져갔지만 붕괴되어버린 노동조합은 별다른 힘을 쓸 수 없었고 노동권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은 계속되었다. 노동조합에서는 병원의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병원의 운영을 맡는 인천교구의 최고책임자인 최기산 주교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그는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했다. 조합원들이 바티칸 출국이라는 극단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했던 이면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이다.

의료공공성의 주춧돌, 노동조합

인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일들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일들이 단지 인천성모병원이라는 하나의 대형병원 혹은 가톨릭 재단이라는 운영주체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의 비중이 극히 적고, 민간병원의 운영에 대해서는 방임에 가까우며, 대형병원의 운영이 재벌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하나의 돈벌이 수단 정도로 여겨지는 곳이다. 이미 상당수의 대형병원들은 연예인 홍보대사를 위축하고, 증상의 경증을 가리지 않고 환자를 끌어들이고 필요없는 검사들을 시행하며 무분별하게 병상을 확대하고 새로운 병원을 건립하는 등, 인천성모병원에서 일어난 일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일들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1차, 2차, 3차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고 환자들을 무분별하게 대형병원으로 쏠리고 있으며 이는 대형병원들의 수익성 추구를 더욱 가속화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현재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영리자회사 허용, 원격의료 도입, 영리병원 개설허용과 같은 의료영리화 정책들은 병원들이 더욱 수익을 쫓게 만들 것이며 제2, 제3의 인천성모병원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결국 인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일들은 수익성만이 병원운영의 목표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물이다. 현재 인천성모병원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또 다른 인천성모병원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투쟁에 동참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영리화 정책들을 막아내는 동시에, 잘못된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시민들은 병원내부에서 운영주체를 감시하고 파행적인 운영을 했을 때, 이를 고발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병원 노동조합이 단단한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을 직접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이 병원 노동조합의 활동을 이해하고 이에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 노동조합이 파괴되면 결국 민중들의 건강권도 보전될 수 없게 된다.
그 첫걸음으로 가톨릭 인천교구가 이제까지 병원을 앞세워 무분별한 돈벌이를 해왔음을 인정하고, 이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향후에는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비인간적 노동탄압을 멈춰야 한다. “존엄은 노동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개인의 존엄에 있어 노동은 근본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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