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4호 | 2017.01.13
삼성, 녹십자가 하는 건강관리서비스, 박근혜가 밀어주고 황교안이 당겨주고
개인건강정보 유출 가능성 높고, 효과 없는 원격의료기기 사용하고, 건강불평등 악화시켜
작년 12월 2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비의료기관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2월 17일 보험회사를 포함한 모든 민간 기업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지 10달 만이다. 가이드라인은 2017년 1월 중 공개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되었지만 박근혜표 의료 정책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식이습관 교정, 운동 요법, 금연, 금주 등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서비스 자체는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건강관리서비스는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담뱃세를 걷고 있다. 정부가 이를 민간기업에 허용하겠다고 하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보험회사와 IT기업에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법으로 제정된 의무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건강관리서비스, 또 하나의 박근혜-최순실 의료게이트?
박근혜 대통령 의료정책의 상당부분은 최순실을 지원한 기업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에서 드러났다.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추진에도 수상한 점이 많다.
건강관리서비스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기업은 당연히 삼성이다. 민간보험회사, 대형병원, 건강관리서비스 업체를 모두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삼성생명이 가입자를 365홈케어(삼성 소유 건강관리서비스 업체)에 보내서 건강관리서비스를 받게 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가입자의 개인건강정보를 가져간다. 그러다 가입자가 병이 생기면 삼성병원 진료예약을 잡아준다. 삼성생명은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며, 삼성병원은 환자를 독점하며 보건의료체계를 어지럽힐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법적 규제만 몇 가지 완화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삼성은 향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헬스를 선정한 바 있다. 최순실에게 경영승계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창출도 부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녹십자다. 박근혜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추진을 발표한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녹십자홀딩스는 헬스케어 대표 기업으로 참여했다. 녹십자홀딩스 이병건 대표이사는 박근혜 대통령 옆자리에 배석되었다. 녹십자도 녹십자헬스케어라는 건강관리서비스 업체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녹십자는 이외에도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녹십자랩셀이라는 기업을 가지고 있으며, 녹십자 북미법인 GCNA가 캐나다에 짓고 있는 1800억 규모의 혈액공장에는 국민연금이 700억 원을 투자했다.
박근혜에게 영양주사를 처방했던 의사 김상만은 차움의원의 원장이었던 이정노의 소개로 최순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정노는 1995년부터 단 8가구만 입주해있는 양재동 모 고급빌라에 살고 있다. 위층에는 허일섭 녹십자 회장이 1994년부터 살고 있다. 20년 넘게 이웃사촌으로 지낸 것이다. 김상만 원장은 차움의원을 떠난 후 녹십자 아이메드 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까지 드러난 박근혜-최순실 의료 게이트의 특혜 의혹을 고려했을 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역시 특정 기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설령 특정 기업이 아니라 정부 주장대로 전체 보건의료산업과 국민 건강을 위해 추진한 것이라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에 보험회사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라 밝혔다. 보험사는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개인건강정보를 입수해 가입자 보험료 책정과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가 기획한 고가 원격의료기기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는 비용효과성이 매우 떨어지고 건강불평등을 악화시킨다.
보험회사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되는 이유: 개인건강정보 유출
2016년 11월 30일, 보험연구원은 ‘보험산업의 헬스케어서비스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여기서 보험연구원은 보험업계가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고 건강관리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1) 보험연구원은 아래 그림과 같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매개 역할을 함으로써 의료정보가 보호된다고 주장한다. 건강검진 결과를 건강관리서비스 업체에게 넘기지 않고 건강보험공단과 의료진까지만 공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관리서비스 대상이라는 것 자체가 보험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개인건강정보다. 보험연구원이 주장하는 건강관리서비스 모델은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정보건지도와 유사하다. 일본의 특정보건지도는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건강관리를 실시한다. 한국에서도 2016년 9월부터 실시한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에서 대사증후군 기준을 사용했다.(2)
대사증후군은 질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혈압, 혈당, 혈중 지질 등이 질병 전단계로 측정되는 상태다.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확률이 1.5~3배 증가하며, 당뇨에 걸릴 확률도 3~5배 증가한다.(3) 그런데 민간보험사들은 가입자가 질병에 걸릴 확률에 기초해 보험금을 책정한다. 따라서 건강관리서비스 대상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해당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험금을 책정하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 일본 민간보험사들은 건강관리서비스 회사를 운영하며 얻은 개인건강정보를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4)
건강관리서비스에 원격의료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효과 없음
보건복지부는 작년 9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에서 모든 참가자에게 원격의료용 활동량/체성분계를 지급하고 일부 참가자에게 원격의료용 혈압계와 혈당계를 지급했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에서도 원격의료기기 사용을 필수조건으로 제시하거나, 최소한 권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원격의료용 활동량계(이하 활동량계)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유명 학회지 두 곳에 활동량계 효과를 장기 연구한 논문이 한 편씩 실렸다. 두 연구 모두에서 활동량계로 인한 운동 증가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한 연구에서는 주당 운동시간이 37분 증가했고, 다른 연구에서는 증가 효과가 없었다.(5)(6) 두 연구 모두에서 체중이나 혈압 감소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 9월 시작한 시범사업에서는 모든 참가자에게 활동량계를 지급했고 가격은 개당 27만 원이다(입찰공고번호 201607-28652-00). 이 비용은 모두 담뱃세를 걷어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출되었다.
원격의료용 혈당계 역시 마찬가지다. 자가측정 혈당계는 경구약을 복용하는 당뇨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비용-효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대부분이다.(7) 당뇨 환자가 아닌 대사증후군의 경우에는 당연히 자가측정 혈당계는 필요 없다. 그런데 복지부는 시범사업에서 원격의료용 자가측정 혈당계를 지급했다. 이로 인해 수천 만 원의 세금 낭비가 발생했다.
건강불평등 부추기는 건강관리서비스
사실 건강관리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의료민영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건강관리서비스는 본래 ‘건강증진’이라는 개념에서 유래되었다. 요지는 병들기 전에 건강증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공공 정책의 조성, 건강 친화적인 환경의 창출, 건강을 위한 지역사회 활동의 강화, 개인기술의 개발, 보건의료서비스 방향의 재정립 등 보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까지 포괄한다.(8)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만들어진 건강관리서비스 TF팀에서 건강증진 영역을 민영화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 건강증진에서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 부분만 분리하여 건강관리서비스란 개념을 만들어냈다.(9) 보건학적으로 공인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서비스’, ‘건강생활관리서비스’ 등 통일된 용어 없이 연구자마다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 당장 일본에서도 특정보건지도라고 하지, 건강관리서비스라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건강관리서비스는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에 효과가 소득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주변 환경이 뒷받침되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게는 단순히 건강 정보를 조언해주고 모니터링 하는 것보다는 아예 생활환경을 바꿔주는 등 구조적 해결책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10)
더욱이 건강관리서비스는 비싸다. 연구에 의하면 서비스 공급자들은 손익분기점을 5~6만원대로 계산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지불의사금액은 약 15,000원에 불과하다.(11) 거기다 한국에서 시행 예정인 건강관리서비스는 효과는 없으면서 비싼 원격의료기기를 이용해야 한다. 저소득층은 건강관리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원격의료기기 가격 때문에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폐기하고 공공 건강증진사업에 집중하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건강불평등을 부추기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아니다. 사회적인 접근방안까지 포함된 건강증진사업이다. 이미 국민건강증진법이 1995년에 제정되었고, 사업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담뱃세를 걷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조성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 기금으로 제대로 된 건강증진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기금 예산 중 사업 실제 주체인 보건소에 지원되는 금액은 2016년 기준으로 고작 919억 원이다. 같은 해 보건산업 육성에는 기금 예산으로 2,174억 원을 지원했다.(12) 원격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현재 조성된 건강증진기금만 제대로 목적에 맞게 사용해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건강증진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보험사와 의료기기업계 배만 불려주는 민간 중심 건강관리서비스는 해결책이 아니다.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은 폐기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별로 파편화된 건강증진사업을 재조직하고 강화해야 하며, 지역사회를 통한 사회적 건강증진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이 앞장서서 이 모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국가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건강증진의 권리를 더 이상 빼앗기지 말자!
<각주>
(1) 조용운. 헬스케어서비스 보험산업 활용 방안. 보험연구원. 2016년 11월 30일.
(2)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건강관리, 터치 한번으로" 보건소의 똑똑한 건강관리.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6년 9월 9일.
(3) Dan L. Longo., et al.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18th edition. McGraw-Hill. 2012.
(4) 조용운 외. 건강생활관리서비스 사업모형 연구. 보험연구원. 2014.
(5) Eric A Finkelstein., et al. Effectiveness of activity trackers with and without incentives to increase physical activity (TRIPPA):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Lancet Diabetes Endocrinology. October 4, 2016.
(6) John M. Jakicic., et al. Effect of Wearable Technology Combined With a Lifestyle Intervention on Long-term Weight Loss The IDE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6;316(11):1161-1171.
(7) URIELL L. MALANDA, et al. Self-Monitoring of Blood Glucose in Noninsulin-Using Type 2 Diabetic Patients. DIABETES CARE. 2013;36:176-178.
(8) 신영수·김용익 외. 의료관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9) 이윤태 외. 건강서비스 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9.
(10) A. Beauchamp et al. The effect of obesity prevention interventions according to socioeconomic position: a systematic review. obesity reviews. (2014) 15. 541–554.
(11) 이상영 외. 친서민 건강관리서비스 확충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 제도 활성화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1.
(12)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민건강증진기금 정책동향, Vol. 4.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