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군사시설보호와 행정대집행을 위한 군부대 투입은 초헌법적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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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도 보호하지 못하는 평택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
* 출처: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antigizi.jinbo.net)

국방부는 미군기지 예정 터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일대에 군병력 투입을 예정하고 있다. 국방부가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군사시설보호법과 행정대집행법이다.

군병력 투입은 초헌법적 발상

군사시설보호법에서 말하는 군사시설이란 군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장애물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가리킨다. 즉, 전투를 예상하고 설치되어 있는 일부 시설만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군사시설로서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그 시점에 ‘군사시설이 현존’하고 있어야 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분계선 인접지역과 그 밖의 지역에 설정할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군사시설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1㎞ 이내에 설정할 수 있다. 설정 절차도 매우 간단해서, 국방부 장관이 합동참모의장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족하다. 보호구역의 설정은 당연히 재산권, 평화적 생존권, 행복추구권 등 국민의 기본권과의 충돌 문제를 초래한다. 특히 군사분계선도 아닌 후방지역에서 매우 간단한 절차를 거쳐 보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군사시설보호법은 법률치고는 매우 졸속적이고 허점투성이이다. 이 법은 유신헌법이 발효되기 하루 전, 국회를 해산한 상태에서 비상국무회의가 제정했다는 것에서 그 태생적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그러한 입법상의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그 법 자체를 통해서도 팽성읍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국방부가 또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 행정대집행법에 근거하여 현지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퇴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대집행법이 적용될 수 있는 경우는, 예를 들어 불법 건축물(물적 존재)을 설치한 자에게 행정관청이 그 철거를 계고한 후 실력을 행사하여 이를 철거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일정한 토지를 점거하고 있는 자(인적 존재)를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행정대집행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군은 군병력(공병이건 보병이건 군병력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이용하여 강제력을 발동할 수 있는가? 군이 만약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면, 이거야말로 명백히 초헌법적인 발상이다. 대국민 관계에서 군병력을 동원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헌법은 긴급명령이나 계엄령 선포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군병력의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군이 이러한 위헌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경찰력을 빌리는 것이다. 그러나 팽성읍의 문제는 군사상의 목적과 주민의 권리가 충돌하는 문제이지, 경찰상의 필요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1950년 3월에 제정된 위수령이 있지만, 이는 헌법적 근거는커녕 법률적 근거도 없는 대통령령으로서 하루 속히 폐지되어야 할 규범적 사생아이다.



韓·美 서로 주권존중 해결을

평택 미군기지 예정 터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군과 주민 사이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국방부와 법률전문가들의 법리논쟁의 밑바닥에는 비정상적인 한·미관계가 깔려 있다. 주권국가라면 그 스스로의 책임하에 그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영토 이용에 관한 기본적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 즉 영토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미관계에서 대한민국 정부에는 그럴 권리가 없다. 미국과 미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어떤 목적을 위해서라도, 어떤 땅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것이 한·미관계의 현주소이고, 이 지점에 우리의 비극이 있다.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우리의 헌법질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치외법권적 박해이다.

평택 미군기지 예정 터 문제를 미국 정부의 입맛에 맞게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미간의 갈등은, 두 나라 정권이 서로의 주권을 존중해 가면서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미국의 군사적 이익이 우리나라의 법질서나 헌법상의 기본권에 우선해서는 안되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우리의 법질서와 국민의 기본권을 적대시하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라 불법국가라는 사실을, 그리고 힘의 철학을 신봉하는 미국의 속국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공언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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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국방부는 기만적 대화놀음과 폭력적 최후통첩을 거두고
지금이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정성 있게 대화에 나서라!




국방부가 ▲ 평택미군기지확장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 대화를 진행하는 중에는 대추분교 및 농지 등에 대한 행정대집행 및 그 준비를 하지 않으며, ▲ 지속적인 대화를 추진하기로 한 4월 30일의 평택범대위·팽성대책위와의 합의를 뒤집고 5월 1일 오후 5시에 열린 2차 실무대표회담에서 사실상 최후통첩을 하였다.
그 내용인 즉, ▲ 주민보상문제 협의, ▲ 공사준비활동(측량·지질·문화재지표조사 등) 보장, ▲ 영농 및 공사 방해 중단 시 철조망 설치 중지 등의 의제에 대하여 5월 2일 오전까지 답변을 주지 않으면 대화의 진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평택범대위와 팽성대책위는 ▲ 미군재배치와 관련된 변화되는 상황을 반영하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할 것, ▲ 공정한 제3자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 ▲ 양측의 제안을 각자 검토하여 5월 8일 오후 2시에 3차 대화를 열 것 등을 제안하였다.
국방부는 우리의 이러한 제안을 일축하였고, 다음 대화 날짜를 잡는 것조차 거부하였다.

국방부는 자신들이 4월 30일의 공동보도문을 통해 약속한 ‘평택미군기지확장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단 하루 만에 뒤집어 버렸다. 더욱이 평택범대위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 스스로의 위험부담을 안고 고심 끝에 제안한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바로 그 자리에서 거부하였다.

이로써 국방부의 대화 놀음이 군투입 문제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기만 및 지연전술이었음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국방부가 김지태 주민대책위원장 및 주민 면담에 그토록 집착한 것도 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방부는 또한 자신들이 대화를 파탄시켜놓고 그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기 위해 김지태 위원장이 당초 약속과 달리 대화에 나오지 않았으며, 평택범대위·팽성대책위가 자신들이 주민과 만나는 것을 차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4월 28일 오전,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지속적인 대화를 하기로 약속해놓고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라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는가 하면, 오후에는 군과 경찰 헬기 저공비행과 경찰력 투입 등 강제집행을 위한 예행연습을 자행하였다. 국방부는 예행연습에 대한 사과 요구를 끝내 거부하였고, 대화가 진행 중인 5월 1일 오후에도 군 헬기를 대추리 상공에 선회 비행 시켰다.
이처럼 국방부의 요구는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식으로서 대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쌓기이자, 대화의 내용도 기껏 보상문제를 얘기하면서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책임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실질적인 대표자인 국방부장관과 김지태 위원장·문정현 신부 등이 참여하는 회담을 제안했던 것이고, 주민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28일 침탈에 대해 사과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할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우리는 국방부의 기만적인 대화놀음과, 하루 아침에 태도를 180도 바꿔 그것도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답변을 주지 않으면 대화의 진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속적으로 대화하자고 문서로 약속해놓고, 바로 이틑날 3년이 넘게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어온 사안을 단 하루 만에 답변을 내놓으라는 국방부의 강압적 태도에서 우리는 국방부가 군부독재정권시절의 사고와 행태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국방부가 지금이라도 최후통첩을 거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진정성 있게 대화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우리는 국방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대화를 위한 노력을 백방으로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대추분교와 농지 등에 대한 침탈을 강행한다면 결사항전의 자세로 맞서 싸울 것이다.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책임은 평택미군기지확장 문제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거부한 국방부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혀둔다.

2006. 5. 2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2006년05월04일 3: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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