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고용·연대임금 정책의 현 시기 조건과 쟁점
1. 문제 제기
경제적 불평등은 오늘날 세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다. 사회운동의 구호에서, 정치인들의 선거 캠페인에서, 경제학 논문들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빠지지 않는다.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소득 불평등의 여러 지표에서 나쁜 쪽으로 1~3등 안에 꼭 든다. 갈등도 첨예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불평등 관련 논의에서 노동조합이 해결 주체로 그다지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세기 이후 적어도 20세기 중반까지 노조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였는데도 말이다. 한국에서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사회의 중심 이슈로 만든 중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서유럽에서도 노조는 문제해결의 중심에 존재하지 않는다. 유행하는 정책들도 법정 최저임금, 조세 재분배, 기본소득, 확장적 재정정책 등 대부분이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들이다. 가끔 노조 조직률 또는 단체협약 적용률 제고가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제안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조차 노조는 주인공이 아니라 정부에 제도개혁을 청원해야 하는 조연에 머문다.
이유가 무엇일까? 왜 노조 운동은 경제적 불평등이란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조차 선수가 아니라 응원단이 되는 처지가 되었는가?
마르크스의 노조 이론에서 우리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조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노조는 시장의 제도이면서, 동시에 시장을 비판하는 계급 조직이다.
먼저, 노조는 노동시장의 가격제도로 역할을 한다. 경제학은 일반적으로 실업자(산업예비군)가 없다는 전제에서 임금이 노동생산성에 비례해 상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업 없는 경제는 매우 예외적이며, 있더라도 일시적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는 항상 실업의 위험에 노출된다. 그래서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교섭 열위 상태에서 임금을 결정하며, 임금은 노동생산성보다 상승률이 낮아진다. 여기서 노조가 역할을 한다. 노동자는 노조로 단결하여 임금인상 투쟁을 하고, 노동자의 자본에 대한 교섭 열위 상태를 보정한다. 노조는 임금이 노동생산성 향상만큼 인상되게 만드는 제도, 다시 말해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 상품을 제값 받고 기업에 팔 수 있도록 만드는 가격제도인 셈이다.
다음으로, 노조는 시장에 대한 계급적 비판자이다. 경제가 잘 나갈 때는 시장이 그럭저럭 작동한다. 하지만 경제가 불황 또는 침체가 되면 상황이 바뀐다.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해 이윤 감소의 방파제로 삼는다. 노조가 고용과 임금을 방어하려 해도, 투자와 고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생존을 위해 노동자는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며, 임금을 삭감한다. 여기서 노동시장의 제도란 기껏해야 불황의 피해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실업을 관리하는 것이다. 시장은 자본이 노동을 지배한다는 그 계급적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노조는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시장의 법칙을 준수할 수 없다. 노조는 시장이 체계적으로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희생을 비판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노조는 이 두 역할을 임금 격차를 축소하고, 실업을 줄이는 것으로 결합해왔다. 이른바 연대임금·연대고용 정책이다.
임금 격차 축소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을 개별적 보상이 아니라 사회적 결과로서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현재의 생산력이 노동자 모두가 분업을 통해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계급적 윤리를 노동자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임금 격차 축소는 단순한 도덕적 평등주의가 아니다. 실업을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본의 노동에 대한 지배는 실업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해고 앞에 장사 없다. 실업자가 늘면 일자리 경쟁이 격화되고, 경쟁이 격화되면 임금 격차도 증가한다. 그래서 취업자와 실업자가 연대하지 못하면 마르크스가 말했던 것처럼 노동자 계급은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경제적 불평등이 커진다는 것, 즉 자본에 비해 노동의 소득이 감소하고, 또한 노동자 간의 소득 격차가 커진다는 것은 노조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회적으로 노조의 경제적 불평등 해결 능력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조가 연대임금·연대고용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는 불신을 표현한다. 그런데 연대임금·연대고용은 단지 노조의 하나의 정책이 아니다. 노조의 코어다. 이를 추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노조가 시장제도나 계급적 조직이 아니라 좁은 의미의 이해관계자 조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경제적 불평등 문제 해결에서 노조가 주변으로 밀려나 있다는 것은 단지 노조의 약화를 넘어 존립 근거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본 글은 한국의 거시경제 조건, 노동시장 조건을 살펴보며, 한국 노조 운동이 연대임금·연대고용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본다. 경제적 불평등이 선진국 내에서도 매우 큰 한국에서, 더군다나 노조가 ‘귀족노조’로 비하되는 한국에서 연대임금·연대고용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노조 운동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2. 임금 격차와 산업예비군
한국에서 임금 격차를 좁히고, 실업을 줄인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태를 보면 두 문제 모두 숨이 턱 막힐 정도다. 한국 노동시장을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노조 운동이 연대임금·연대고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검토해본다.
1) 자본과 노동 간의 분배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서 직관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자본과 노동의 분배에 관한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쟁점이 되면서, 이 문제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국내소득 중 임금 또는 가계소득의 비중이 높아지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임금분배율이 낮아졌기 때문에(임금 상승이 노동생산성 상승에 뒤쳐졌기 때문에) 기업이 고용 확대와 임금인상에 지금보다 더 노력할 여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들의 주장처럼 하락하는 임금분배율이 핵심 문제라면 노조가 추진할 연대임금·연대고용의 핵심도 어떻게든 이 분배율을 조정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기업에게 더 고용하고, 더 임금을 지불하라고 해야 한다.
국민소득의 분배율과 관련한 연구들은 대체로 외환위기 직후 임금분배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한다. 1980~1990년대 중반까지 75% 내외였던 임금분배율은 2000년대 계속 하락해 70% 내외로 떨어졌고, 2008~2009년 금융위기로 2~3%포인트 더 하락했다가 2010년대 약간 반등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내에서 100만 원 소득이 만들어지면, 1990년대 중반까지는 임금으로 75만 원, 이윤으로 25만 원 분배되던 것이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임금 70만 원, 이윤 30만 원으로 분배됐고, 금융위기 때 임금으로 2~3만 원 덜, 이윤으로 그만큼 더 가져가다, 2010년대 다시 임금 70만 원, 이윤 30만 원 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분배율의 분모를 무엇으로 두는지, 자영업소득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분배율 계산에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추이는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임금분배율이 변동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이후 이윤분배율은 제조업 이윤이 전(全)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비례해 상승했다. 즉 임금분배율은 제조업 이윤 비중에 비례해 하락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환위기 이후 수출제조업 기업들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로 막대한 이득을 봤지만, 고용은 오히려 줄였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국내에서 생산하며 고용증가를 주도하던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1980~1990년대 중반에는 제조업 이윤 비중이 증가해도 국민경제 이윤분배율은 안정적이었다. 이때까지는 제조업 이윤 증가가 국내투자와 고용증가를 통해 국민경제에 분배됐었다.
제조업 이윤이 전체 이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25%에서 2010년대 40%대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고용감소로 제조업 임금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30%에서 2010년대 20%대로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임금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제조업 임금총액이 전(全)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산업별 임금분배율을 봐도 제조업 임금분배율은 외환위기 이후 10%p 이상 낮아졌다. 전(全)산업의 3~5%p에 비해서도 하락폭이 두 배 이상이다.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 때 임금분배율이 다시 크게 낮아진 것은 기업들의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당시 기업들은 희망퇴직과 비정규직 해고, 그리고 신규채용 보류 등으로 고용을 줄였다. 대부분 기업에서 임금인상도 동결됐다.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출 대기업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수출이 증가해 곧바로 손실을 회복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환율상승과 그에 뒤이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명목임금이 동결되어 상당한 손해를 봤다.
2010년대 임금분배율이 소폭이긴 하지만 지속해서 상승한 것은 저성장 침체의 효과다. 경기침체는 단기적으로 하방 경직성이 있는 임금보다 변동성이 큰 이윤에 더욱 영향을 크게 준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반짝 성장했지만 2012년 이후 명목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졌다. 당연히 소수의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 이윤율도 하락했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서 명목 임금은 금융위기 당시 삭감을 복구하는 차원에서 약간 상승했고, 저물가도 이어져 실질임금이 소폭이나마 상승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저성장 상태에서 명목임금의 하방 경직성이 임금분배율을 미약하게나마 끌어올린 것인데, 이명박, 박근혜 두 보수 정부가 친기업적 정책을 폈음에도 1990년대 후반 같은 대대적인 노동시장 유연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만약 노동자들이 명목임금을 방어한다면, 노조의 별다른 노력 없이도 임금분배율은 소폭으로나마 상승할 수 있다. 저성장-저물가라는 조건 덕분이다. 2010년대에서 봤듯 기업의 강력한 구조조정이나 정부의 가혹한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금분배율은 저성장-저물가 덕에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배율 조정은 문제가 있다. 임금 격차나 실업 문제에 별다른 해법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오히려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임금분배율이 상승할 수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임금을 방어할 수 있는 조직노동자가 소수라서 그렇다. 저성장의 고통이 그대로 저임금 미조직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그러면 임금분배율을 크게 상승시키는 것은 어떨까? 할 수도 없거니와 해도 문제가 된다.
먼저 임금분배율이 하락한 구조적 원인을 살펴볼 때 시장에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부 주도 경제정책은 한계가 명확하다. 앞서 본 것처럼 2000년대 임금분배율 하락은 수출주도 제조업 성장의 결과이다. 그래서 임금분배율을 높이려면 제조업 고용 비중을 높이거나, 제조업 기업이 국내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수출제조업 기업의 노동집약적 공정 대부분이 이미 해외로 나가 있다는 점, 제조업을 이끄는 첨단전자 산업이 고도의 장비 산업이란 점, 더군다나 수출마저 감소하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딱히 제조업 고용을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만큼 증가시킬 방법이 없다. 수출제조업의 국내 서비스 구매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이 국내에서 구매하는 서비스는 주로 전기, 수도, 물류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다. 이는 고임금 노동자가 일하는 대형 공기업이 대규모 장치를 이용해 제공하는 서비스들로 임금분배율과 그다지 관계가 없다. 참고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같은 방법 역시 그다지 효과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저임금·임금격차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접근방향-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의 한계와 대안」 보고서를 참조하라.
생각지 못한 어떤 방법으로 임금분배율을 급격하게 상승시킬 수 있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기업 대부분이 이윤율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분배율이 낮아졌어도, 투자자본 자체의 생산성이 하락하면 이윤율은 상승하지 않는다. 예로 100만 원을 투자해 100만 원 상품을 생산해 80만 원 임금, 20만 원 이윤으로 분배했다 치자. 그런데 가동률 저하 또는 상품가격 하락으로 100만 원 투자해 60만 원 상품을 생산했다면, 이를 8대 2에서 7대 3으로 나눠도 이윤은 18만 원으로 감소한다. 현재 한국 제조업 가동률은 산업화 이후 유례없는, 7년 넘는 가동률 하락을 경험 중이며, 반도체 착시 효과를 제거하면, 주력 제조업 전반이 수익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임금분배율을 상승시키면, 수익성 하락, 투자감소, 고용감소라는 악순환의 방아쇠가 된다. 이것이 기업이 이윤율 기준에 따라 투자와 고용을 결정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2)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은 소수 자본가와 다수 노동자의 부의 격차보다도 시민 다수를 이루는 노동자 간의 격차가 더 문제가 된다. 한국은 여성/남성,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등 분류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선진국 최고 수준의 임금 격차를 가지고 있다. 노동자의 일상은 그야말로 경제적 불평등의 전시장과 같다. 그렇다면 임금 격차의 실태는 어느 정도이고 원인은 무엇인가? 2017년 현황을 보자.
먼저 2017년 기준 한국의 취업자 1인당 순생산은 연 4,800만 원이며, 임금노동자의 1인당 인건비(급여와 회사가 부담하는 사회보장세 및 복지후생비)는 연 4,100만 원이다. 월로 환산하면 노동자 평균 인건비는 340만 원이며, 인건비의 약 15%에 달하는 고용주 부담 사회보장세와 복리후생비를 고려한 노동자 평균임금은 290만 원이다.
그렇다면, 이런 평균 속에서 소득 격차는 얼마나 벌어져 있을까?
우선 전반적인 임금 격차 정도를 살펴보자. <일자리행정통계>를 보면 평균임금은 290만 원, 중위임금은 210만 원이다. 중위임금은 100명을 소득 순위로 줄 세우면 딱 그 중간인 50등의 임금을 의미한다. 2017년 중위임금은 평균임금의 0.7배다. 즉 평균 이하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평균 이상으로 받는 노동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약 60~70% 노동자가 평균 이하에 분포해 있다.
임금 격차를 대표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를 보자.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월 임금 총액은 340만 원, 비정규직 150만 원이다. 정규직 임금은 비정규직보다 2.3배 많다. 단, 근무시간당 임금으로 보면 이 격차는 1.5배로 감소한다. 비정규직에 아르바이트 같은 단시간 근로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이 정규직보다 짧다. 물론 현실에서 체감하는 격차는 1.5배보다는 2.3배에 더 가까울 것이다. 자신의 필요로 짧은 시간만 일하는 노동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보자.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종사자 300인 이상인 대기업 노동자 월 임금은 490만 원, 중소기업은 220만 원이다. 차이가 2.2배에 이른다. 그런데 이 배수는 현실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작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대기업은 300인 이상이 아니라 수천 명이 일하는 기업들이다. 통계적 대기업과 현실의 대기업 사이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의 500인 이상 사업장 임금을 참조할 수 있다. 이 정도 사업장들을 운영하는 기업은 대체로 우리가 현실에서 지칭하는 대기업이라 볼 수 있다. 500인 이상 사업장 평균임금은 540만 원이다. 중소기업의 2.5배다.
자주 언급되지는 않지만, 산업별 임금 격차 역시 중요하다. 노동자 수가 많은 순으로 보면 제조업은 340만 원, 도소매는 260만 원, 보건·사회복지 240만 원, 건설업 260만 원, 음식·숙박업은 140만 원(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이다. 제조업을 제외하면 모두 전(全)산업 평균임금 290만 원에 미달한다. 특히 음식·숙박업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상태다.
공공과 민간(제도부문)으로 나누어 봐도 격차가 크다. 국민 계정의 공공부문계정과 통계청 공공일자리 행정통계로 계산해보면, 공공부문(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평균임금은 월 410만 원이다. 민간 법인기업 평균임금 320만 원의 1.3배, 개인기업 평균임금 160만 원의 2.6배에 이른다. 비슷한 기업 규모로 비교해보면 중앙공공기관 월평균 임금은 650만 원(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으로 민간 대기업 540만 원보다 1.2배 많다. 공공부문에 고학력 종사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공공부문은 대졸 평균임금 360만 원보다 1.1배 높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이상의 임금 격차를 종합한 것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임금이 1.6배 크다. 여성 차별은 앞서 본 격차의 구조에 그대로 녹아있다. 노동자 중 여성 비중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제조업보다 도소매, 음식·숙박업이나 보건·사회복지 같은 저임금 서비스업에서 높다.
임금 격차를 길게 다뤘지만, 사실 시민의 소득 측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영업 부분이다. 국민 계정 상으로 보면 자영업자 570만 명의 1인당 소득은 연 1,200만 원이다. 월 환산 100만 원꼴이다. 여기에 무급가족종사자까지 합하면 비임금근로자 1인당 소득은 월 80만 원까지 내려간다. 노동자 임금의 1/3도 되지 않는 액수다. 비상식적으로 보일 정도로 액수가 적은 이유는 고령 자영업자의 극단적으로 낮은 소득 때문이다. 노상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 한산한 중소도시 재래시장 가게나 거주지와 붙어있는 슈퍼마켓 등을 떠올려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고령 자영업자가 주로 있는 근로자 외 가구 2분위(하위 20~40%)는 가구주 연령 61세에 월 사업소득은 85만 원이다. 근로자 외 가구 1분위(하위 20%)는 가구주 연령 68세에 월 사업소득은 13만 원에 불과하다.
극단적 저소득 자영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광역도시의 경우 자영업 소득은 25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평균이 이렇다는 것이지 다수 자영업자가 이 정도 소득을 번다는 의미가 아니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영업자 사이 소득 격차는 임금보다도 더 극단적으로 벌어져 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10명 중 6명이 월 소득이 100만 원이 안 된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도 월 소득이 100만 원이 안 되는 경우가 10명 중 4명이다. 2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고용원 없는 경우가 20%, 있는 경우가 40%다. 대도시에 대형 식당이나, 개인병원 같은 전문직의 경우 월 소득이 천만 원이 넘는 고소득 자영업자도 있기는 하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다.
한편, 노조로 조직된 부분이 상대적으로 고소득 부분에 집중된 점도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의 특징이다. 자동차산업과 제조업 대기업이 주력인 금속노조의 경우 평균 월 임금이 약 6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임금소득 상위 10% 경계가 월 600만 원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금속노조 상당수가 상위 10%에 속해 있는 셈이다. 또한 임금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공공부문에서 노조 조직률은 민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노조 조직률은 50~60%에 이른다. 민간의 경우 10% 미만인데, 그나마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같은 저소득 부분은 5%도 되지 않는다. 남성에 비해 여성 조직률이 훨씬 낮은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에서 임금 격차와 노조 격차는 상당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상의 오늘날 한국 사회 노동자 임금 격차를 몇 가지 대표적 지표로 나타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3) 실업과 불안전취업
노동시장의 소득 격차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실업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실업자가 늘어 일자리 경쟁이 격화될수록 노동자의 기업에 대한 교섭력은 약화되고, 해고와 노동력 대체가 쉬운 일자리일수록 임금은 상대적으로 더 정체 또는 하락한다.
신자유주의 개혁은 이런 노동시장의 특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례다. 노동시장 유연화란 다름 아니라 실업과 취업 사이 경계를 허물어 반(半)실업-반(半)취업 상태의 불안전취업자를 다수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우리가 비정규직으로 부르는 바로 그 취업 형태다. 자본은 실업과 취업 사이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 더 많은 다수가 실업의 공포를 느끼도록 만들었다.
한국은 자영업을 노동시장의 배후지로 활용하면서 이런 신자유주의 개혁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했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자영업자가 되도록 유도해, 이들을 사장의 모습을 한 불안전취업자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앞서 봤듯 자영업자의 소득은 임금노동자보다 훨씬 못하다. 취업자보다는 오히려 실업자 상태에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혹자는 한국의 자영업을 ‘노동시장의 배수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여러 형태의 산업예비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7년 취업자 숫자는 2700만 명이다.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000만 명, 자영업자가 600만 명, 무급가족종사자가 100만 명이다. 그리고 실업자가 300만 명(고용보조지표2)이다. 물론, 이미 이야기했듯 이 수치를 가지고 한국에는 2700만 명의 취업자와 300만 명의 실업자가 있다고 분석해서는 안 된다. 불안전취업의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불안전취업의 대표적 형태인 비정규직은 700만 명(근로형태별부가조사)이다. 여기에 월 소득 200만 원 이하인 자영업자를 취업보다 실업에 가까운 상태로 가정할 경우 약 400만 명이다. 100만 명에 달하는 무급가족종사자는 취업에 대한 적극적 대안으로 일자리를 선택한 것이 아니므로 이 또한 불안전취업으로 간주할 수 있다. 정리하면, 300만 명의 실업자와 1200만 명의 불안전취업자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인구, 즉 마르크스가 말한 의미의 산업예비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산업예비군이 전체 노동인구 3000만 명의 절반에 달한다.
한편, 아래 표에서 보이듯 비정규직의 80%는 중소기업, 개인기업(자영업) 등 자본 규모와 자본집약도가 낮은 부분에 존재한다. 비정규직 비율은 개인기업이 48%에 이르며, 중소기업도 38%나 된다. 대기업의 경우 26%, 일반정부는 15%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중소기업, 개인기업의 고용과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비정규직 고용은 중소기업과 개인기업의 전반적 저임금과 관련이 있다. 위 그림을 보면 중소기업과 개인기업의 임금분포는 비정규직 차별이라기보다는, 전반적 저임금 구조에서 최저임금 또는 최저임금 미만 영역을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것에 가깝다. 개인기업의 경우 60% 가까이가 최저임금보다 적은 월 15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평균임금 수준이라 할 250만 원 이상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150만 원 미만이 35%, 250만 원 이상이 30% 정도다. 대기업의 경우 70% 가까이가 250만 원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다.
3. 최근 연대임금 정책들에 대한 평가
1)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한국에서는 몇 년간 최저임금이 연대임금 정책을 대표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법정 최저임금을 올리면 실제 임금이 그만큼 오르느냐이다. 우리의 앞선 보고서, 「저임금·임금격차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접근방향-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의 한계와 대안」은 최저임금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임금총액 증가율을 예로 들어 시장에서 최저임금인상이 실제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상용직 증가율 둔화, 임시직 증가, 임시직 노동시간의 감소, 최저임금미만율의 상승 등이 원인이었다.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에 나섰고, 노동자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법으로 임금 하한선을 정하는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의 법칙을 규제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은 시장의 반작용 앞에 본질적으로 무기력하다. 최저임금제도로 급격한 임금상승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닭 잡는 칼로 소 잡겠다”는 격이다.
마르크스는 시장의 노동 지배는 임금수준이 아니라 노동자 간의 경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취업자와 실업자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업자, 불안전취업자들의 일자리를 둘러싼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최저임금은 예전보다 더욱 무기력하다. 요컨대 연대고용 정책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한 최저임금은 현 노동시장 조건에서 의미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 금속노조 하후상박 임금인상
2018년 금속노조는 하후상박이라 불리는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현대차, 기아차 같은 최상위 원청 대기업들의 임금인상과 부품사, 중소기업의 임금인상을 차등해서 요구한 것이다. 당연히 전자보다 후자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차등 임금인상률 교섭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급적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한국에서 거시적으로 문제가 되는 임금 격차는 금속노조 조합원 간 임금 격차와 크게 관련이 없었다. 금속노조의 하후상박 임금교섭은 17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17만 조합원 중 현대기아차그룹 소속 10만은 한국의 상위 10%에 속하고, 2만 부품사 역시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15% 이상에 속한다. 금속노조 하후상박은 상위 15% 간의 격차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의 임금 격차는 앞서 봤듯 중소기업, 자영업에 포진한 불안전취업자가 핵심이다. 산업으로 보면 도소매, 음식·숙박업, 사회복지, 시설관리 등 다수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으나, 임금은 가장 낮은 서비스업종들이 문제다. 인구학적으로 보면 청년, 여성, 노인 같은 집단, 고용 형태로 보면 해고가 일상인 여러 형태의 비정규직이 문제다. 금속노조는 이들을 포괄하지 못한다. 즉 한국 사회 임금 격차 축소에 금속노조 내부의 임금전략으로는 크게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후상박 역시 이런 점에서 그 정신은 높게 평가할만하지만, 실제 경제적 의미는 크지 않다.
둘째, 차등 인상률 교섭은 금속노조 내부의 격차 완화에도 제약이 컸다. 금속노조 내 임금 격차는 임금교섭에 영향을 받는 기본급보다도 그 외 임금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내부 임금 격차는 성과급, 정기상여금, 근속 등에서 발생한다. 장시간 노동과 임금인상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의 특수한 정규직 생산직 임금체계들이 임금 격차 완화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된다.
물론 이러한 금속노조의 어려움은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임금인상률을 하후상박으로 해도 임금 격차가 많이 완화되지는 않는다. 비정규직이 임금인상보다 정규직화를 통한 정규직 임금체계 쟁취에 몰두하는 이유도 사실은 여기에 있다. 보편적 임금체계 없이 보편적 임금교섭이 성사되기 어렵다.
셋째, 금속노조는 사업장 수준의 임금 극대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후상박 연대임금은 노동자 간의 분배 문제보다 자본에게 더 많은 몫을 요구하기 위한 명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저성장 속에서 임금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더욱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상황이다. 하후상박은 결과적으로 개별 사업주들의 지불능력제한 내에서만 부분적으로 작동된다.
3) 민주노총의 정액 임금인상 요구
몇 년 전부터 사라졌지만, 이전에는 형식적으로나마 민주노총이 표준생계비 모델에 근거해 정액으로 임금인상 요구안을 공표했었다. 하지만 저성장-저물가, 그리고 극단적으로 큰 임금 격차 조건에서 정액 임금 인상은 생각보다 그 효과가 크지 않다. 예로 1970년대 이탈리아 3노총 연대임금 모델을 보자. 이탈리아 정액인상-물가연동제는 고물가와 크지 않은 임금 격차라는 두 가지 전제에서 작동한다.
예시로 그 작동방식을 이해해 보자. 월 임금이 100만 원인 A와 80만 원인 B가 있다고 가정하자. 노사교섭으로 표준임금이 90만 원으로 됐다. 물가가 15% 상승했다. 임금은 90만 원×15%=14만 원 인상된다. A는 114만 원, B는 94만 원이다. 임금 격차 A/B는 1.25에서 1.21로 하락한다. 그런데 이때 실질임금을 보자. 전해 기준으로 A는 99만 원, B는 82만 원이다. A는 1만 원 삭감, B는 2만 원 인상이다. 실질임금 기준으로는 A/B는 1.20으로 차이가 더 준다. 이렇게 정액인상-물가연동제는 고물가 상황에서 차등 인상처럼 작동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을 보자. 임금 격차는 A가 100만 원, B가 50만 원이다. 매우 크다. 물가 상승은 2%로 반대로 매우 낮다. 14만 원을 인상하면 A가 114만 원, B가 64만 원이 된다. 실질임금으로는 A는 112만 원, B는 63만 원이다. A는 12만 원, B는 13만 원이 인상된다. 이탈리아가 3만 원 차등 인상 효과가 난 반면, 우리나라는 1만 원 차등 인상 효과밖에 나지 않는다.
4) 스웨덴 노총의 완전고용과 연대를 위한 임금 정책
2016년 스웨덴노총(LO)은 「완전고용과 연대를 위한 임금정책(Full Employment and a wage policy of Solidarity)」 보고서를 대의원대회에서 채택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연대고용·연대임금 정책이라 하겠다.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총이 직면한 곤란은 실업률과 임금 격차다. 실업률 상승은 임금 격차를 확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업률 상승은 수요부족과 경제구조 변화로 생산직 일자리가 감소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생산직과 사무직의 비율은 20년 전 6:4에서 현재 4:6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완전고용은 실업률 2~4%(현재 6%), 고용률 85%(현재 70%)를 목표로 한다. 노조는 임금 소비를 늘리고, 정부는 재정 확대로 복지, 실업보험, 성인교육, 사회간접자본투자, 주택 보조 등을 늘려 수요를 증가시켜야 한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관리만이 아니라 완전고용을 정책목표로 두고 통화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연대임금 정책은 완전고용에 친화적이어야 한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은 자제되어야 한다. 동시에 저생산성-저임금 산업이 커지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임금은 개별적 결과 이전에 사회적 결과이므로 그 격차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임금 소비를 증가시키려면 사회적 생산성보다 임금 상승이 뒤처지는 부분에서 강력한 임금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임금 정체가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여성 밀집 산업과 여성 직무다. 일의 가치에 대한 성별 차별 탓에 상대적 저임금이 발생한다. 또한 전통적 차별이 이어지는 생산직과 사무전문직 간에도 임금 격차도 사상 최대치로 커지고 있다. 여성 일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노동자 전체의 분배를 표준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임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동자 전체의 임금 격차를 축소해야 임금분배율 역시 상승이 가능하다.
스웨덴노총의 이런 접근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스웨덴노총은 임금 격차 문제를 산업예비군의 증가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연대고용(완전고용)을 통한 연대임금의 강화가 그들의 목표다. 둘째, 노총은 거시경제 목표를 두고 문제에 접근한다. 도달해야 할 실업률과 고용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생산성 임금 전제하에서 연대임금 사각지대를 다룬다. 셋째, 계급적 지향으로 임금의 사회적 성격을 분명하게 규정한다.
한편, 스웨덴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형태로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는 양상도 나타난다. 생산직과 사무전문직 사이의 임금 격차가 그것이다. 스웨덴에는 전국범위의 2개의 노총 또는 노조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스웨덴노총(LO)은 생산직 중심으로 160만 명이 조합원이다. LO와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는 사무전문직노조(TCO)는 120만 명을 포괄한다. 스웨덴 노조 조직률은 70%로 임금노동자 400만 명 중 280만 명 정도를 포괄한다. 그런데 2000년대 조직률이 10% 포인트 가량 하락했는데, 이는 스웨덴노총의 조합원이 200만 명에서 10년 사이 160만 명으로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임금 평준화를 추구하는 노총의 임금정책이 약화되고, 근속과 능력에 따른 임금 격차를 인정하는 사무전문직노조의 임금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그림을 보자. 2017년 현재 생산직 임금은 사무전문직의 67%로 임금 격차가 작지 않다. 이런 임금 격차는 1980년대 노총 전국 교섭이 약화되면서 급속도로 확대됐다. 1980년대 말까지 생산직 임금은 사무전문직의 80%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임금 격차가 커진 이유가 무엇일까?
사무전문직과 생산직의 임금 격차는 입직(入職) 시에는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나이가 증가하면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사무전문직은 우리의 연공급과 비슷하게 가파른 임금 커브가 존재하는 반면, 대부분 노총 소속인 생산직은 임금 커브가 아주 완만하다. 사무전문직의 임금 커브는 최고임금이 최저임금의 2.3배에 달하는 반면, 생산직은 1.3배에 불과하다. 더불어 사무전문직의 나이 별 임금 격차는 남성, 여성 간 격차와 동행하는데, 입직 시에는 남성, 여성 임금 격차가 없으나, 50대에 이르면 격차가 1.4배로 커진다. 생산직의 경우 남녀 임금 격차가 훨씬 작고 나이에 따라 증가하지 않는다. 사무전문직은 산업 간에도 임금 격차가 커서 금융보험업 전문직은 지자체 보육 전문직에 비해 1.7배의 임금을 받는다. 스웨덴노총 생산직의 경우 제조업이 보육에 비해 1.2배의 임금을 받을 뿐이다.(참고로 한국의 경우 제조업이 보육에 비해 1.8~2.0배 높음.)
스웨덴노총의 고민은 자신들의 임금체계를 사무전문직처럼 만드는 방식으로 격차를 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 노총은 이런 식 임금 추격은 거시경제 목표를 흔든다고 주장한다. 고용증가 없이 인플레이션만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교하자면 스웨덴노총의 임금형태는 우리나라 비정규직과 비슷하다. 그리고 사무전문직노조의 임금형태는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은 한국과 반대다. 한국의 경우 스웨덴노총이 사무전문직 노조 임금형태를 추격해야 한다며 투쟁하는 형태이니 말이다. 거시경제 정책과 연대임금 정책의 조율을 강조한다는 점 역시 한국과 아주 큰 차이점이다. 한국 노조 운동의 경우 완전고용이나 인플레이션 같은 거시 목표를 다루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 내의 분배가 중요할 수 있다는 관점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4. 결론: 몇 가지 상상과 현실
한국 노동시장의 중요한 특징은 노동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산업예비군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존재하는 대규모 불안전취업자와 아예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실업자들이 한국의 저임금, 임금 격차의 핵심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저임금 상태는 이들 부분이 대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현격히 낮기 때문이다. 우리의 앞선 보고서 「저임금·임금격차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접근방향-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의 한계와 대안」에서 이미 지적했듯, 한국의 자본주의 성장 역사는 자본 운동의 측면에서나, 노동 운동의 측면에서나, 자본 격차와 생산성 격차를 소수의 부와 소득을 극대화하는 데 이용해왔다. 1970~1980년대 중화학 공업화와 수출주도 성장, 1987년 노동자대투쟁, 200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노동 유연화를 거치며 생산성 격차와 임금 격차는 한국 경제에 굳어졌다.
그렇다면 노조 운동은 어떻게 이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가?
1) 빈곤의 저수지에서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가?
객관적으로는 산업예비군을 줄일 수 있는 거시경제 조건이 없다. 그럼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제약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현실 가능성과 무관하게 극단적 가정하에서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해 볼 수는 있다.
산업으로 보면 거대한 빈곤의 침전지 역할을 하는 곳은 도소매, 음식·숙박, 사업지원(시설관리), 사회서비스 부분이다.
도소매업에는 370만 명이 종사한다. 이 중 160만 명의 정규직 노동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60만 명의 비정규직, 90만 명의 영세자영업자는 노동빈곤, 또는 도시빈민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도소매는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억지로 늘릴 이유가 없다. 이들 150만 명은 다른 산업으로 이동해야 거시 경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음식·숙박업에는 230만 명이 종사한다. 70만 명의 정규직 노동자와 20만 명의 중규모 이상 자영업자를 제외하면, 140만 명의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가 심각한 빈곤층을 이루고 있다. 자본투자를 통해 대형화·고부가가치화한다고 해도, 공급과잉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임금수준을 고려할 때 2/3는 타 산업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50만 명에 달하는 무급가족종사자들 역시 이동이 필요하다. 사업지원에는 130만 명이 종사한다. 이 중 100만 명의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가 문제가 된다. 자본투자를 통한 자동화,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며, 이들의 임금이 두 배 넘게 인상되어야 평균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50만 명 이상이 타 산업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기술발전도 있는 만큼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임금·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사회복지서비스에는 80만 명이 종사한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또한 대부분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부분이다. 고령화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부 통제와 지원 하에서 서비스의 질과 임금 모두를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돈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정리해보자. 여기 서비스업 빈곤의 침전지에서 약 350만 명 규모의 일자리 이동이 필요하다. 음식숙박, 사업지원은 대기업 진출을 통한 대형화와 자본투자가, 사회복지는 강력한 국영화가 필요하다. 한편, 이들 350만 명이 연 급여 3천만 원 정도의 일자리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이 필요한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현재 연 소득(1,500만 원)이 약 50조 원 정도니 추가로 50조 원의 임금이 필요하다. 민간 기업에서 고용이 이뤄진다면, 이윤분배율 30%를 고려할 때 이윤 20조 원도 필요하다. 즉 국내순생산이 70조 원 증가해야 한다. 2018년 국내순생산 1,400조 원의 5% 규모다. 경제성장률이 현재보다 5%p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로 경제성장률이 7~8%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저임금 서비스업 일자리를 대기업-공공부문에서 흡수할 수 있을까? 현황부터 보자.
현재 고용은 대기업 360만 명, 공공부문 240만 명 수준이다. 이 부분에서 얼마나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까? 참고로 신규고용은 기존 일자리의 흡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예로 대기업·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노동자가 200만 명 존재하는데, 이들의 직고용이 일자리의 증가는 아니다.
2017년 말 대기업의 경상이익은 182조 원이다. 이 중 제조업 대기업이 124조 원으로 약 70%를 차지한다. 서비스업은 50조 원 안팎이다. 제조업 이익은 고도의 장비 산업인 반도체, 석유화학이 절반을 차지한다. 서비스업은 역시 자본 집약적인 금융, 통신이 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고용 창출 효과가 낮은 곳에 이익이 집중되어 있다. 민간 부분에서 이익-고용은 절대적으로 비대칭적이다.
제조업 해외고용은 30대 기업집단이 약 20만 명, 연관된 중소중견기업이 1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해외공장 절반이 유턴해도 제조업 15만 명(제조업 440만 명의 3%) 증가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제조업 노동시간을 10% 감소시킬 경우 중하위 숙련 노동자가 300만 명 정도 되는 것을 고려하면 30만 명 정도 고용이 증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타국과 비교해 봐도 지나치게 빠르게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정책도 수용은 가능할 것이다.
현재 공공부문 일자리는 240만 개다. 이중 행정·국방·치안 120만 개, 교육이 70만 개다. 피용자 보수로 보면 행정·국방·치안이 85조 원, 교육이 80조 원이다. 비생산적인 행정·국방·치안이나 인구감소로 더는 증원이 불필요한 교육은 일자리 확대에서 제외하자. 8만 명을 2조 원의 인건비로 운영하는 보건·사회복지 일자리를 대폭 증원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OECD 국가와 비교해보면 사회복지 지출이 매우 작으므로, 대략 4배 정도로 늘리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200만은 약간의 임금상승과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해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 임금체계 개편 시 전환 비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지원금으로 민간에서 운영 중인 보육(약 35만 명), 요양(40만 명) 등은 과감하게 완전 국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자리 증가는 아니지만, 임금 격차 완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요컨대, 핵심은 빈곤의 침전지 역할을 하는 저임금 내수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다른 영역으로 탈출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앞의 제안들은 객관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전시경제에서나 상상이라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현실적으로는 몇 가지 정책이 약한 강도로 집행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취업자 수만 명을 이동시키는 수준으로 현 노동시장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본축적 둔화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노동시장의 여러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2) 노조 운동의 혁신
구조적 위기 시대에 연대고용·연대임금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을 포기할 수도 없다. 연대고용·연대임금에 도전하지 않고서는 노조 운동은 계급적 목표를 지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거시 경제적 목표는 불완전취업자와 실업자에게 상대적으로 생산성과 임금이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고용 확대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 부분의 연대임금 정책이 중요하다. 연대고용에 친화적이며,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임금체계와 임금수준을 만들어야 한다.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니라 사회적 수준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임금체계을 개편하기 위한 모색, 급경사 임금커브로 인한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 연대임금 연대고용에 대한 고려 속에서 고임금 부문의 중단기적 임금인상률 조정, 실노동시간 단축 등 두 부분의 고용 비중 확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노조들이 연대임금에 동참하려면, 임금 극대화를 계급적 수사로 치장해 온 전투적 경제주의와 의식적인 결별이 필요하다. 또한 임금교섭권을 산별노조와 총연맹에 실질적으로 이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준하는 재정, 산업, 노동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목표는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달성이 쉽지도 않거니와, 달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노동운동 내적 혁신의 동기가 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인구 절반을 배제한 상황에서 10% 조직 노동이 계급적 운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인해 노동운동의 ‘귀족노조’화와 각자도생형 투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연대고용·연대임금은 가능/불가능을 떠나 노조 운동이 존재의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목표다.
참고로, 노조 주도로 자본 격차와 임금 격차를 줄였던 사례는 20세기 중반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노조 주도로 저생산성-저임금 부분을 구조조정하고, 고생산성-고임금 부분에서 고용을 늘렸었다. 이른바 스웨덴 연대임금 모델이다. 블루칼라 노동자가 중심인 스웨덴 노총은 중앙교섭을 통해 전국, 전산업에 걸쳐 임금 격차를 최소화했는데, 그 결과 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저생산성 부분이 구조조정 되었고, 상대적으로 생산성 향상보다 임금 인상이 적었던 고생산성 부분에서는 고용이 증가했다. 스웨덴 경제의 고도성장으로 완전고용에 가깝게 고용이 증가했던 조건, 스웨덴 노총이 고생산성-저생산성 부분의 노동자들 이해관계를 조정할 능력이 있었던 조건, 친노동인 사민당 정부가 장기집권하고 있었던 조건 등이 연대임금 체제가 재생산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물론 이런 경험을 한국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면 20세기 중반 스웨덴과 21세기 한국은 모든 조건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스웨덴은 실업률은 최하였고, 성장률은 최고였으며, 노총의 단협적용률은 80%, 그리고 심지어 자본 생산성의 상승으로 이윤분배율이 감소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본축적이 원활히 이뤄졌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실업률은 최고, 심지어 불안전취업자가 어마어마하게 존재하는 상황이고, 성장률은 최하, 노총의 교섭권은 부재하며 단협적용률 역시 10% 내외에 불과하다.
또한 임금분배율 또는 이윤분배율의 조정 역시 쉽지 않은데, 앞서 본 것처럼 이윤분배율을 낮추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윤분배율이 외환위기 이후 2010년대 전까지 높아진 것은 사실이긴 하다. 이 변화는 수출제조업의 초민족적 성장과 관련 있다. 그래서 이윤분배율을 낮추려면 수출제조업의 국내 낙수효과를 확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방법은 현실에서 찾기 어렵다. 심지어 그런 방법을 찾더라도 현재는 수출제조업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참고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핵심변수는 자본의 생산성이지, 자본과 노동의 분배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딱 한국의 상황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