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실질적 노동3권을 획득해야 한다
김철희/ 회원,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비정규분과장
1. 들어가면서
지난 세기 말엽부터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의 노동운동에게는 물론,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과 정권에게도 뜨거운 감자였다. 노동운동에게 비정규직 문제는 전례가 없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기존의 노·사·정간의 대립이 각각의 당사자의 이익을 조정하는 선에서 주로 이루어 졌다고 한다면, 비정규직을 어떤 선에서 통제할 것인가를 법률로 결정하는 것은 노동계에게 단결가능조건(사용자로부터 위협받지 않고 자유롭게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조건)의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였다. 반면 자본에게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것이었다. 비정규직제를 기존 정규직제와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함으로서 고용을 유지하는 중에 발생하는 부수적 비용부담을 일소하고, 최적의 생산조직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게다가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법률적 방식도 매우 간단했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강력한 저항을 완력으로 저지시켜서라도 지키고 싶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 와중에 정부의 태도는 불분명했다. 노동시장 분야에서는 비정규직채용을 통해 일시적 실업을 막고, 노동시장 존속의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반면, 근로감독의 분야에서 비정규직은 인사권이나 채용권의 남용이라고 바라보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입장은 내부에서 경합하다가 자본의 집중적인 로비와 신자유주의 기조의 유지라는 국정기조가 확정되면서 전자가 취하는 입장으로 정리되었다.
비정규직이 야금야금 정규직의 고용부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그 형태도 다양해졌다. 계약직(근로계약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하도록 하는 것), 파견직(제3자에게 고용되어 있으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것), 용역노동자(제3자에게 고용되어 있고, 형식상 그 제3자의 지휘에 의해 근무하나 사실상 수급사업자의 지휘를 받는 것)를 기본축으로 하여 임시직, 사용직, 파트타이머, 전문계약직, 프리랜서, 사내하청, 외주하청, 소사장제, 버츄얼컴퍼니 등등 실로 헤아릴 수도 없는 다양한 고용형태가 등장했다. 이러한 고용형태의 등장은 근로계약의 전형(典型)화가 큰 몫을 했다. 실업률의 급증이라는 조건에서 자본은 자유롭게 고용형태를 결정할 수 있었고, 고용시장의 오피니언리더들(공공부문과 100대 기업)이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자연스럽게 발명한 다양한 고용양식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소규모사업장의 점주들에게도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하지만 이토록 야만적인 고용형태는 ‘계약자유의 절대원칙’을 등에 업고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은 전체 피고용 노동자의 반수를 넘어가게 되고, 이는 법률이나 국가정책으로는 더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그 내용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결하게 되고 거칠게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의 비정규노동운동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법안을 목전에 놓고 싸우고 있다. 이번 법안통과과정은 개정 전 법안이 효력을 가졌을 때와 비교해 봤을 때 ‘비정규직제의 법적 보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그만큼 기존의 비정규직제는 거친데다가 이를 규제하는 법률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법안의 입법론자(노동계든 자본이든, 아니면 정부든)들은 최대한 체계를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법통과 과정은 앞으로 수십 년간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자본이 지닌 힘의 우위를 놓고 봤을 때)국민 대다수의 노동조건을 결정 짓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법률의 통과과정이 어떤 힘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던 간에 그 과정에서 간과된(의도되었던 아니던) 뚜렷한 공백을 볼 수 있다. 바로 실질적 노동3권의 부재다.
2. 비정규직투쟁 평가 - 노동3권의 확보과정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놓고 보면 나름대로 몇 가지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 사례
한국통신(현 ‘KT’,이하 한통) 소속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수차례 반복적으로 계약되면서 근로해 왔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당시 정규직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던 한통노조에 가입을 요청하게 되었다. 당시 한통노조는 규약 상 계약직들의 가입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하지만 한통노조로의 가입은 어려운 문제였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을 것이지만 상당수의 비정규직들을 조합원을 받아들인 후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다. 정규직은 정규직 나름대로 교섭상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비정규직은 나름대로 단결권의 확보를 요구했다. 이후 상황은 한통이 비정규직들이 노조가입을 추진했다는 것을 이유로 도급으로 전환하면서 급변했다. 도급제전환 반대를 외치면서 노동조합을 유지해 나갔으나 이후 노동조합은 패배하게 되었다.
나. 인사이트코리아노동조합 사례
SK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던 저유소에 근무하던 노동자들 중 SK의 인력파견 자회사인 인사이트코리아 소속이었던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으로 인한 차별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그들은 SK의 사업장에서 SK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단지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극심한 차별대우를 받아왔던 것이다. 한동안 100여명에 달했던 조합원들은 SK가 인사이트를 폐업시키자 4명을 제외한 전원이 조합을 탈퇴하고 SK의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한동안 회사는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정규직화가 이루어 졌는데도 일방적으로 근로제공을 기피했다”며 노동조합이 주장한 부당해고사실을 부인했다. 나아가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탈퇴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를 다투었으나 이는 각하되고 만다. 이후 쟁점은 불법파견과 파견법의 고용의제적용여부로 옮겨 붙었고, 대법원이 ‘원래 고용된 상태’라고 인정하여 기존의 다툼들은 판결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후 벌어진 수많은 투쟁과정에서 대부분의 논쟁은 ‘원래 고용 되었나’와 ‘불법파견에 고용의제를 적용할 수 있는가’에 국한되는 현상을 보였다.
다. 특수고용직들의 투쟁사례
레미콘, 캐디,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등 여러 도급형 고용노동자들의 투쟁들이 일어났다.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요구는 노동자성의 인정이었다. 노동자임을 인정받는 것은 결국 이들이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쟁의를 보호받을 수 있는가와 연관되어 있었다. 도급과 파견, 혹은 도급과 직접사용의 애매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당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인정과 노동권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 준 중요한 투쟁이었다. 하지만 도급계약의 허구를 규명해낼 만한 실력을 보유할 수 없었던 관계로 많은 투쟁들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다.
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 사례
현대중공업은 수백 개의 사내하청 기업을 사용하는데 사내하청노동조합은 이들 하청기업의 노동자를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사업주들을 통제하고 다시 사내하청사업주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노동조건에 대해 저항을 조직하기 위한 아주 합법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조합 결성추진은 커다란 암초를 만난다. 바로 소속 조합원들의 회사를 폐업해 버리는 것. 사실상 법률적인 자격(조합원일 것, 그전에 노동자일 것, 노동자이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을 것)을 따져 보호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소속 사업장이 소멸되어 버리는 것은 계약 상대방의 사망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매우 높은 수준의 투쟁방식을 취했고, 몇 차례의 긍정적 투쟁국면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세적인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노동위원회에서 현대중공업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받았고, 정식적인 교섭을 요청할 예정이나 조직력의 한계와 현대중공업이 법정공방을 물량전으로 이끌고 가려는 시도 앞에서 어렵게 싸워나가고 있다.
마. 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동조합 사례
금호타이어는 정규직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정규직화 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노동부의 불법파견진정을 통해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았고, 이후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함께 사용자와 교섭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은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압박하여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비정규직들이 정규직화 된 이후 그 동안 투쟁의 요구가 층족 되었으므로 투쟁의 성과는 적절하게 남지 못한 채 정규직 일반 조합원으로 남게 되었다.
바. 우리신용정보노동조합 사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례이지만 정규직노동조합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신용정보는 채권추심회사인데 정규직 사원의 200%정도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비정규직도 계약직과 시간제로 구분하여 관리자급을 계약직으로, 사원급을 시간제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이 시간제노동자를 조합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확장시켜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회사가 이를 거부 했다. 노동조합은 배수진을 쳐 가입이 불가능한 시간제사원을 노동조합에 가입시키고, 파업을 예고했다. 사용자는 시간제를 계약직으로 전환시키기로 합의하고, 6개월의 시간을 두고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별도협약 체결에 합의했다. 합의 직후 회사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기간만료로 해고하기 시작했고,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그 결과 노동조합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해고되고, 중간 간부들은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현상을 보였다. 노동조합의 핵심 간부들은 해고와 중징계의 위협에도 강력하게 저항하려 하고 있으나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저항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3. 비정규노동운동의 현재상태
가. 유연화 전략에 따른 운동주체의 등장
사용자의 비정규노동 선호현상은 비정규직들이 강력한 저항을 조직하는 첫 번째 요인을 제공해 왔다. 바로 ‘차별’과 ‘불평등’이었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차별과 불평등은 은폐되거나 잠복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었고, 악용되면서 인간의 기본권을 수시로 침해당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세계의 자본이 비정규 고용에 대해 사용자의 차별과 불평등을 압박하려는 정책적 시도(하지만 대부분 시도에 그치고 있다)를 추진해 온 이유도 항구적인 비정규노동시장 확보를 위한 복안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차별과 불평등은 효율적으로 제한되지도 않았고, 그럴 의사도 없어보였다. 나아가 이런 사용자와 국가의 태도는 근로기본권의 확보를 위해 20여 년간 투쟁해 온 한국 노동운동 주체들에게 장차 그 동안의 성과를 무화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초기에 매우 불안정한 형태로 등장한 비정규 노동운동 주체들은 직후에 전통적(!) 노동운동 주체들의 지원을 받아 조직화와 투쟁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차별’과 ‘불평등’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비되는 고용형태로 현상화 되어 있고, 사용자가 악의적으로 정규직을 쓸 직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에 ‘정규직화 쟁취’라는 슬로건이 등장할 수 있었다.
나. 비정규 노동의 약한 고리에 대한 공격-‘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
정규직화 쟁취라는 슬로건은 사용자와 정부에 대해 명분을 가지고 싸울 수 있는 적절한 매개였다. 투쟁 초기에 비정규직임을 인정하는 투쟁을 한다는 것은 허용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은 자본의 불손한 의도에 의해 태어난 작품이었기 때문에 자본의 불손함을 직접 공격하고, 나아가 자본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부당한 처분의 완전해소와 원상복귀였으므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 나아가 근로조건의 동등적용을 요구하는 ‘차별해소’, ‘차별철폐’는 한단계 물러서는 투쟁이 될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은 더욱 당위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각 사안별 투쟁에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 뿐, 전체적인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것은 ‘비정규 노동자 투쟁’의 목표로써 ‘정규직화’가 합당한 것인가라는 의문과 ‘정규직화 이후의 비정규투쟁’을 담당할 주체 보전이 공백으로 남아있는데 이를 메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부수적으로는 비정규직의 독특한 근로조건을 놓고 누가 교섭해야 하는 가도 숙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다. 이 운동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한 소목표
필자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현재 한국 비정규운동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해 내야 한다. 첫째, ‘전체적이고 항구적인 비정규 운동’을 위한 투쟁방향을 잡을 것, 둘째, ‘비정규 노동자들의 하향평준화 현상을 견제’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주체형성 질서를 바로잡을 것, 셋째, ‘비정규직들의 교섭전술 확보’를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벌일 것.
여기서 전체적이고 항구적인 비정규운동을 확보하는 것은 주체를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 이를 전제한 투쟁전술의 구사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기간의 사업장별, 사안별 대응으로 비정규 문제를 조직하는 것은 즉각적인 대응으로 비정규직 투쟁의 의미를 전체 민중들에게 알려낸다는 의미에서는 중요성을 갖지만 현재 비정규법 통과 이후 예상되는 비정규고용 확대에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정리해고제도가 도입된 후 사용자들이 법적 절차를 감래하는 수준의 인내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정리해고 한 것과 같이 이번 법개정 이후 비정규직은 합법성과 함께 비도덕적이지 않다는 명분을 가지고 질서 있게 확산될 것이다. 이를 과거 무법상태에서 비정규제도에 항의하고 저항하는 방법론으로는 전혀 ‘커버’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다음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하향평준화 현상을 견제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고민은 바로 ‘산개된 비정규직 운동주체의 적절한 결합’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를 중심으로 본 조직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와는 약간 궤를 달리하여 실질적으로 각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들, 장차 일시적으로나마 비정규운동을 경험하게 될 사람들에게 투쟁의 방식과 절차 등이 적절히 전달되고, 이를 집중적으로 관장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특징상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고, 비정규직들의 저항은 이전된 사업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수시로 나타나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기존의 투쟁경험에 영향을 준다면 효과적인 주체형성이 이루어 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예상을 전제로 목표로서의 ‘고용안정’을 위해 현실로서의 ‘불안정한 고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느 다른 노동조합과 달리 조합원 교양과 투쟁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 힘쓰는 전체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들의 독특한 교섭전술의 확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의 교섭요구안이 정규직의 교섭시즌에 맞추어 통합된 안으로, 혹은 동시에 교섭하는 방식으로 준비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요구안은 교섭 담당자가 책임지고 교섭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나 교섭 당사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문제로 인해 교섭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이다. 나아가 2007년 복수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는 전체 노동운동에게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정규직 노동조합과 공동으로 교섭을 전개한다는 기존의 계획은 2007년 이후 변경되어 독자적으로 ‘교섭을 요청’해야 하는 조건으로 변화할 수 있다.
4. 비정규직에게 노동3권을
필자는 앞서 지적한 몇몇 사례를 통해 비정규직들의 투쟁과정을 일반화 시켜 바라보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주되게는 이들이 노동3권의 구체적 확보에 어떤 방식을 도입했고,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집중해 살펴보려고 했다. 왜냐하면 다른 노동운동이 대부분 근로조건의 개선과 노동3권의 확보를 목표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유독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경우 노동3권의 충분한 배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특화시켜 지켜 본 것이다.
노동운동에 있어 노동3권의 실질적인 확보는 첫째, 합법적인 노동조합이 실질적인 교섭주체인 사용자(더욱 중요성을 갖는 것은 간접고용에 있어서의 원청사업주)와 교섭하면서 비정규직 제도의 남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 둘째, 방해받지 않는 쟁의권의 행사를 통해 주체적으로 노동조건개선투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 셋째, 노동3권의 확보는 장차 비정규노동조합이 구조적 한계에 매여 대리주의나 전투주의로 침강하는 현상을 막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앞서 필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과제 역시 이와 같은 비정규직의 노동3권 확보를 통해 가능해 진다. 노동조합의 노동3권 획득투쟁은 자본과의 투쟁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부와의 법제도개선 투쟁과도 맥이 닿아있다. 특히 현재 간접고용이 만연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원청사업주를 상대방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쟁취하고, 적법한 쟁의 중 계약만료 등을 남용 할 수 없도록 하며, 대체근로나 각종 위법행위를 막아내기 위한 제도확보가 가능해 질 것이라 판단된다.
5. 글을 마치며
정리되지 않은 고민을 한꺼번에 쏟아 부으려고 하니 많은 한계를 느낀다. 아무래도 많은 비정규 활동가 동지들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므로 적절한 의견표명을 적극 바라는 바다. 더불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진척시킬 수 있는 적절한 토의가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PSSP
1. 들어가면서
지난 세기 말엽부터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의 노동운동에게는 물론,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과 정권에게도 뜨거운 감자였다. 노동운동에게 비정규직 문제는 전례가 없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기존의 노·사·정간의 대립이 각각의 당사자의 이익을 조정하는 선에서 주로 이루어 졌다고 한다면, 비정규직을 어떤 선에서 통제할 것인가를 법률로 결정하는 것은 노동계에게 단결가능조건(사용자로부터 위협받지 않고 자유롭게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조건)의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였다. 반면 자본에게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것이었다. 비정규직제를 기존 정규직제와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함으로서 고용을 유지하는 중에 발생하는 부수적 비용부담을 일소하고, 최적의 생산조직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게다가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법률적 방식도 매우 간단했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강력한 저항을 완력으로 저지시켜서라도 지키고 싶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 와중에 정부의 태도는 불분명했다. 노동시장 분야에서는 비정규직채용을 통해 일시적 실업을 막고, 노동시장 존속의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반면, 근로감독의 분야에서 비정규직은 인사권이나 채용권의 남용이라고 바라보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입장은 내부에서 경합하다가 자본의 집중적인 로비와 신자유주의 기조의 유지라는 국정기조가 확정되면서 전자가 취하는 입장으로 정리되었다.
비정규직이 야금야금 정규직의 고용부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그 형태도 다양해졌다. 계약직(근로계약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하도록 하는 것), 파견직(제3자에게 고용되어 있으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것), 용역노동자(제3자에게 고용되어 있고, 형식상 그 제3자의 지휘에 의해 근무하나 사실상 수급사업자의 지휘를 받는 것)를 기본축으로 하여 임시직, 사용직, 파트타이머, 전문계약직, 프리랜서, 사내하청, 외주하청, 소사장제, 버츄얼컴퍼니 등등 실로 헤아릴 수도 없는 다양한 고용형태가 등장했다. 이러한 고용형태의 등장은 근로계약의 전형(典型)화가 큰 몫을 했다. 실업률의 급증이라는 조건에서 자본은 자유롭게 고용형태를 결정할 수 있었고, 고용시장의 오피니언리더들(공공부문과 100대 기업)이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자연스럽게 발명한 다양한 고용양식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소규모사업장의 점주들에게도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하지만 이토록 야만적인 고용형태는 ‘계약자유의 절대원칙’을 등에 업고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은 전체 피고용 노동자의 반수를 넘어가게 되고, 이는 법률이나 국가정책으로는 더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그 내용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결하게 되고 거칠게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의 비정규노동운동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법안을 목전에 놓고 싸우고 있다. 이번 법안통과과정은 개정 전 법안이 효력을 가졌을 때와 비교해 봤을 때 ‘비정규직제의 법적 보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그만큼 기존의 비정규직제는 거친데다가 이를 규제하는 법률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법안의 입법론자(노동계든 자본이든, 아니면 정부든)들은 최대한 체계를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법통과 과정은 앞으로 수십 년간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자본이 지닌 힘의 우위를 놓고 봤을 때)국민 대다수의 노동조건을 결정 짓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법률의 통과과정이 어떤 힘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던 간에 그 과정에서 간과된(의도되었던 아니던) 뚜렷한 공백을 볼 수 있다. 바로 실질적 노동3권의 부재다.
2. 비정규직투쟁 평가 - 노동3권의 확보과정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놓고 보면 나름대로 몇 가지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 사례
한국통신(현 ‘KT’,이하 한통) 소속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수차례 반복적으로 계약되면서 근로해 왔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당시 정규직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던 한통노조에 가입을 요청하게 되었다. 당시 한통노조는 규약 상 계약직들의 가입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하지만 한통노조로의 가입은 어려운 문제였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을 것이지만 상당수의 비정규직들을 조합원을 받아들인 후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다. 정규직은 정규직 나름대로 교섭상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비정규직은 나름대로 단결권의 확보를 요구했다. 이후 상황은 한통이 비정규직들이 노조가입을 추진했다는 것을 이유로 도급으로 전환하면서 급변했다. 도급제전환 반대를 외치면서 노동조합을 유지해 나갔으나 이후 노동조합은 패배하게 되었다.
나. 인사이트코리아노동조합 사례
SK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던 저유소에 근무하던 노동자들 중 SK의 인력파견 자회사인 인사이트코리아 소속이었던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으로 인한 차별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그들은 SK의 사업장에서 SK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단지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극심한 차별대우를 받아왔던 것이다. 한동안 100여명에 달했던 조합원들은 SK가 인사이트를 폐업시키자 4명을 제외한 전원이 조합을 탈퇴하고 SK의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한동안 회사는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정규직화가 이루어 졌는데도 일방적으로 근로제공을 기피했다”며 노동조합이 주장한 부당해고사실을 부인했다. 나아가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탈퇴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를 다투었으나 이는 각하되고 만다. 이후 쟁점은 불법파견과 파견법의 고용의제적용여부로 옮겨 붙었고, 대법원이 ‘원래 고용된 상태’라고 인정하여 기존의 다툼들은 판결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후 벌어진 수많은 투쟁과정에서 대부분의 논쟁은 ‘원래 고용 되었나’와 ‘불법파견에 고용의제를 적용할 수 있는가’에 국한되는 현상을 보였다.
다. 특수고용직들의 투쟁사례
레미콘, 캐디,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등 여러 도급형 고용노동자들의 투쟁들이 일어났다.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요구는 노동자성의 인정이었다. 노동자임을 인정받는 것은 결국 이들이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쟁의를 보호받을 수 있는가와 연관되어 있었다. 도급과 파견, 혹은 도급과 직접사용의 애매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당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인정과 노동권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 준 중요한 투쟁이었다. 하지만 도급계약의 허구를 규명해낼 만한 실력을 보유할 수 없었던 관계로 많은 투쟁들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다.
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 사례
현대중공업은 수백 개의 사내하청 기업을 사용하는데 사내하청노동조합은 이들 하청기업의 노동자를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사업주들을 통제하고 다시 사내하청사업주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노동조건에 대해 저항을 조직하기 위한 아주 합법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조합 결성추진은 커다란 암초를 만난다. 바로 소속 조합원들의 회사를 폐업해 버리는 것. 사실상 법률적인 자격(조합원일 것, 그전에 노동자일 것, 노동자이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을 것)을 따져 보호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소속 사업장이 소멸되어 버리는 것은 계약 상대방의 사망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매우 높은 수준의 투쟁방식을 취했고, 몇 차례의 긍정적 투쟁국면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세적인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노동위원회에서 현대중공업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받았고, 정식적인 교섭을 요청할 예정이나 조직력의 한계와 현대중공업이 법정공방을 물량전으로 이끌고 가려는 시도 앞에서 어렵게 싸워나가고 있다.
마. 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동조합 사례
금호타이어는 정규직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정규직화 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노동부의 불법파견진정을 통해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았고, 이후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함께 사용자와 교섭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은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압박하여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비정규직들이 정규직화 된 이후 그 동안 투쟁의 요구가 층족 되었으므로 투쟁의 성과는 적절하게 남지 못한 채 정규직 일반 조합원으로 남게 되었다.
바. 우리신용정보노동조합 사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례이지만 정규직노동조합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신용정보는 채권추심회사인데 정규직 사원의 200%정도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비정규직도 계약직과 시간제로 구분하여 관리자급을 계약직으로, 사원급을 시간제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이 시간제노동자를 조합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확장시켜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회사가 이를 거부 했다. 노동조합은 배수진을 쳐 가입이 불가능한 시간제사원을 노동조합에 가입시키고, 파업을 예고했다. 사용자는 시간제를 계약직으로 전환시키기로 합의하고, 6개월의 시간을 두고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별도협약 체결에 합의했다. 합의 직후 회사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기간만료로 해고하기 시작했고,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그 결과 노동조합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해고되고, 중간 간부들은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현상을 보였다. 노동조합의 핵심 간부들은 해고와 중징계의 위협에도 강력하게 저항하려 하고 있으나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저항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3. 비정규노동운동의 현재상태
가. 유연화 전략에 따른 운동주체의 등장
사용자의 비정규노동 선호현상은 비정규직들이 강력한 저항을 조직하는 첫 번째 요인을 제공해 왔다. 바로 ‘차별’과 ‘불평등’이었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차별과 불평등은 은폐되거나 잠복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었고, 악용되면서 인간의 기본권을 수시로 침해당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세계의 자본이 비정규 고용에 대해 사용자의 차별과 불평등을 압박하려는 정책적 시도(하지만 대부분 시도에 그치고 있다)를 추진해 온 이유도 항구적인 비정규노동시장 확보를 위한 복안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차별과 불평등은 효율적으로 제한되지도 않았고, 그럴 의사도 없어보였다. 나아가 이런 사용자와 국가의 태도는 근로기본권의 확보를 위해 20여 년간 투쟁해 온 한국 노동운동 주체들에게 장차 그 동안의 성과를 무화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초기에 매우 불안정한 형태로 등장한 비정규 노동운동 주체들은 직후에 전통적(!) 노동운동 주체들의 지원을 받아 조직화와 투쟁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차별’과 ‘불평등’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비되는 고용형태로 현상화 되어 있고, 사용자가 악의적으로 정규직을 쓸 직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에 ‘정규직화 쟁취’라는 슬로건이 등장할 수 있었다.
나. 비정규 노동의 약한 고리에 대한 공격-‘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
정규직화 쟁취라는 슬로건은 사용자와 정부에 대해 명분을 가지고 싸울 수 있는 적절한 매개였다. 투쟁 초기에 비정규직임을 인정하는 투쟁을 한다는 것은 허용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은 자본의 불손한 의도에 의해 태어난 작품이었기 때문에 자본의 불손함을 직접 공격하고, 나아가 자본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부당한 처분의 완전해소와 원상복귀였으므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 나아가 근로조건의 동등적용을 요구하는 ‘차별해소’, ‘차별철폐’는 한단계 물러서는 투쟁이 될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은 더욱 당위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각 사안별 투쟁에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 뿐, 전체적인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것은 ‘비정규 노동자 투쟁’의 목표로써 ‘정규직화’가 합당한 것인가라는 의문과 ‘정규직화 이후의 비정규투쟁’을 담당할 주체 보전이 공백으로 남아있는데 이를 메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부수적으로는 비정규직의 독특한 근로조건을 놓고 누가 교섭해야 하는 가도 숙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다. 이 운동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한 소목표
필자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현재 한국 비정규운동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해 내야 한다. 첫째, ‘전체적이고 항구적인 비정규 운동’을 위한 투쟁방향을 잡을 것, 둘째, ‘비정규 노동자들의 하향평준화 현상을 견제’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주체형성 질서를 바로잡을 것, 셋째, ‘비정규직들의 교섭전술 확보’를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벌일 것.
여기서 전체적이고 항구적인 비정규운동을 확보하는 것은 주체를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 이를 전제한 투쟁전술의 구사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기간의 사업장별, 사안별 대응으로 비정규 문제를 조직하는 것은 즉각적인 대응으로 비정규직 투쟁의 의미를 전체 민중들에게 알려낸다는 의미에서는 중요성을 갖지만 현재 비정규법 통과 이후 예상되는 비정규고용 확대에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정리해고제도가 도입된 후 사용자들이 법적 절차를 감래하는 수준의 인내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정리해고 한 것과 같이 이번 법개정 이후 비정규직은 합법성과 함께 비도덕적이지 않다는 명분을 가지고 질서 있게 확산될 것이다. 이를 과거 무법상태에서 비정규제도에 항의하고 저항하는 방법론으로는 전혀 ‘커버’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다음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하향평준화 현상을 견제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고민은 바로 ‘산개된 비정규직 운동주체의 적절한 결합’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를 중심으로 본 조직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와는 약간 궤를 달리하여 실질적으로 각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들, 장차 일시적으로나마 비정규운동을 경험하게 될 사람들에게 투쟁의 방식과 절차 등이 적절히 전달되고, 이를 집중적으로 관장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특징상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고, 비정규직들의 저항은 이전된 사업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수시로 나타나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기존의 투쟁경험에 영향을 준다면 효과적인 주체형성이 이루어 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예상을 전제로 목표로서의 ‘고용안정’을 위해 현실로서의 ‘불안정한 고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느 다른 노동조합과 달리 조합원 교양과 투쟁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 힘쓰는 전체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들의 독특한 교섭전술의 확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의 교섭요구안이 정규직의 교섭시즌에 맞추어 통합된 안으로, 혹은 동시에 교섭하는 방식으로 준비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요구안은 교섭 담당자가 책임지고 교섭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나 교섭 당사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문제로 인해 교섭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이다. 나아가 2007년 복수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는 전체 노동운동에게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정규직 노동조합과 공동으로 교섭을 전개한다는 기존의 계획은 2007년 이후 변경되어 독자적으로 ‘교섭을 요청’해야 하는 조건으로 변화할 수 있다.
4. 비정규직에게 노동3권을
필자는 앞서 지적한 몇몇 사례를 통해 비정규직들의 투쟁과정을 일반화 시켜 바라보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주되게는 이들이 노동3권의 구체적 확보에 어떤 방식을 도입했고,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집중해 살펴보려고 했다. 왜냐하면 다른 노동운동이 대부분 근로조건의 개선과 노동3권의 확보를 목표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유독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경우 노동3권의 충분한 배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특화시켜 지켜 본 것이다.
노동운동에 있어 노동3권의 실질적인 확보는 첫째, 합법적인 노동조합이 실질적인 교섭주체인 사용자(더욱 중요성을 갖는 것은 간접고용에 있어서의 원청사업주)와 교섭하면서 비정규직 제도의 남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 둘째, 방해받지 않는 쟁의권의 행사를 통해 주체적으로 노동조건개선투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 셋째, 노동3권의 확보는 장차 비정규노동조합이 구조적 한계에 매여 대리주의나 전투주의로 침강하는 현상을 막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앞서 필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과제 역시 이와 같은 비정규직의 노동3권 확보를 통해 가능해 진다. 노동조합의 노동3권 획득투쟁은 자본과의 투쟁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부와의 법제도개선 투쟁과도 맥이 닿아있다. 특히 현재 간접고용이 만연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원청사업주를 상대방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쟁취하고, 적법한 쟁의 중 계약만료 등을 남용 할 수 없도록 하며, 대체근로나 각종 위법행위를 막아내기 위한 제도확보가 가능해 질 것이라 판단된다.
5. 글을 마치며
정리되지 않은 고민을 한꺼번에 쏟아 부으려고 하니 많은 한계를 느낀다. 아무래도 많은 비정규 활동가 동지들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므로 적절한 의견표명을 적극 바라는 바다. 더불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진척시킬 수 있는 적절한 토의가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