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관련 악법 통과 이후 방향과 진단
비정규직 관련 악법 통과가 의미하는 것은 권리의 박탈이고 투쟁의 왜곡이다
2006년 11월 30일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통과는 그야말로 이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일격을 가하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법안 통과는 단지 비정규직의 양적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비정규직 법안의 통과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이제 정상적이고 일반적 고용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정권과 자본은 이에 맞게 노동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이제는 불안정한 고용형태, 노동기본권의 박탈이 일반화된, 철저한 자본 위주의 노동조건이 만들어 질 것이다.
또한 지난 8년간의 투쟁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다시 투쟁의 내용과 의미를 재구성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1987년 이후 노동자들이 쟁취한 노동권은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법률적 표현으로 보장을 받았다.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을 그러한 법에서 제외하면서 착취와 차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는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과는 다른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만들어냄으로써 노동권 박탈을 구체화하고 있다. 즉, 비정규직에게는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을 적용하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에게만 적용할 특별법을 만들어 비정규직의 권리를 제한시키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투쟁은 비정규직도 과거의 노동법 안에 포함시켜달라고 투쟁한 것이 아니었다. 권리보장 입법안을 제출하면서 기존의 노동법에 한정된 내용이 아닌 노동자 개념 확대나 사용자의 개념 확대 등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비정규직의 요구를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비정규직 관련 악법이 통과하면서 비정규직이 일반화되고, 그래서 정권은 비정규직들만의 권리(?)로 요약되는 비정규직보호(?) 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더욱 당당하게 주장하게 되었다.
통과된 내용은 비정규직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놓을 것인가
(1) 기간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량해고가 드러나고 있다.
예상대로 비정규직 관련 법안 통과 이후 대다수의 2년차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해지를 당했다. 통과된 비정규직관련 법안은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하지 않은 채 사용 기간만 2년으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기존의 3개월, 6개월, 11개월씩 반복되던 단기계약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올해 7월부터 신규채용 시 2년짜리 수습사원을 대거 고용하고 2년 뒤에는 마구잡이로 해고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년 후면 정규직이 된다며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현재도 기업은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다. 실제 공공부문과 금융기관에서는 상시적인 인력을 기간제 노동자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간제노동자에게 대부분 계약해지가 몰렸으며 모범이 되어야할 공공부문에서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뿐 아니라 지난해 8월에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으로 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외주화 및 무기근로계약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철도공사 새마을호 승무원은 강요된 외주화를 거부하여 2006년 12월 31일자로 해고통보가 내려졌고, 2년 이상 장기계약직으로 일해오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점차 해고 통보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원, 각종 공공기관, 국공립대 병원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계약해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 노동유연화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공방은 계속 될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비정규직에게 해악적인데도 정부와 자본은 이데올로기 작업을 통해서 비정규직화를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다. '무기근로계약'이 마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공공부문의 외주화가 정당하다는 점을 알리려고 할 것이다. 그 외에 노동자들의 업무에 위계를 두고, 거기에 고용형태를 대입하면서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를 세분화하고, 그렇게 비정규직화하는 것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정당성도 획득하려고 할 것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에서 나타난 '무기계약근로' 전환이 그러하고, 우리은행의 '독립직군제'가 그러한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정권이 말하는 고용안정이 진정 이루어 졌는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많다. 상시업무의 비정규직은 언제나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이 항상 이루어진다. 따라서 특별히 무기계약근로를 통해 고용이 안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사회 양극화의 논리로 정규직노조에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 역시 계속 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구상하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이미 과도하게 늘어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보호'라는 미명하에 '합법적 제도적으로 인정하여 활성화'하고, 정규직에 대해서는 공격을 지속하여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통한 글로벌 스탠더드 완성이다. 결국 노무현 정권은 집권 4년 내내 지하철노조·철도노조 등의 대규모 공기업 파업, GS 칼텍스 등 대규모 노조 파업 때마다 이 논리로 대응했다. 또한 사회양극화라는 표현으로부터 더욱 이 논리를 굳혀갔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민주노동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득연대전략'을 내놓으며 대선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정규직노조인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가 자신의 임금을 동결시켜가며 비정규직 3100명을 정규직화 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문제의 해법은 '권리'개념에서 '보호' 개념으로 변질되고 있다.
(3) 임박한 특수고용 노동자 유사근로자 입법안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 법안 신설과 파견제 개정 등을 통한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관리하기 위한 특별 법안이 지난 2006년 11월에 통과되었다면, 마저 남아있는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특별법안 역시 정부에 의해 준비되고 있다. 2000년부터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으로 제출되어 가닥이 잡힌 특수고용 법안은 지난해 10월 노동부의 입법 발의안으로 공식화되고 있다. 노동부가 10월 25일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은 산재보험 적용, 불공정거래행위 방지 등 경제법상 조치를 적용해주면서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엄연히 노동자임에도 '유사노동자'라는 개념을 써가며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도 경제법 상의 시혜를 통해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의 길이 열렸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실제 이 법안의 국회통과가 임박해 오면서 수많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유사근로자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성을 부정당하고 권리를 박탈당할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법안마저 완성된다면 비정규직은 이제 별도의 관리 시스템을 적용받는 노동자 집단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 관련 악법 통과이후 변화하는 노동자운동의 과제
(1) 단기적 과제
- 노동기본권 박탈하는 비정규직 관련 악법 폐기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
먼저 노동운동진영은 '노동법 개악 폐기'의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니며, 그것을 인정한 가운데 고용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인정할 수 없고, 그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의 일반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노동법 개악이 이미 통과된 마당에 가장 현실적으로 투쟁해야할 과제는 시행령에 대한 개입이라고 말한다. 이미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었으니 이제 내년 7월까지 만들어지는 '시행령에 개입'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또 다른 일부는 차별시정에 천착하며 차별을 구제하기 위한 고민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 차별이라는 것도 비정규직을 일반화하고 권리마저도, 법안마저도 다른 형태로 적용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단지 생색내기 식 보호조치일 뿐이다. 상황이 달라질 것이 없다. 그리고 차별의 구제라는 것은 다분히 한계적이다. 차별이라는 것은 너무도 교묘해서 직접적인 차별이 눈앞에 없어져도 더욱더 고착화된 간접차별이 생길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의 현실은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우회로로 가지 말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가로막는 장벽에 정면 대응하자.
- 비정규직문제를 차별문제로 왜곡하려는 행보에 대한 반대와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
한편, 노무현 정권이 노리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그동안 진행된 비정규직운동의 쟁점을 '차별'로 전화시켜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싹을 아예 자르는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문제들의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인 것이다. 차별은 그로 인해 불거진 현상의 한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쟁점을 차별의 문제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영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시혜의 대상인 불완전한 존재로 남겨둔 채, 자신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보호자'임을 자처하려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진영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차별 시정에 대한 논리는 위험하다. 이미 비정규직운동의 초반에 나타난 '비정규직 철폐 vs 차별철폐' 의 논쟁이 다시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차별이 없어져야 되는 것은 맞지만, 본질을 외면한 채 차별만을 없애는 것은 많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2) 장기적 과제
- 비정규직 운동의 확산, 전략에 대한 고민 필요
이제 노동자운동의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기 시작했고, 비정규직운동을 하는 주체들도 확산되었다. 초기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말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제는 노동조합을 통한 투쟁 역시 일반화되고 확산되고 있다. 여타의 단위 역시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운동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략조직화'라는 이름으로, 민주노동당도 센터를 만들어서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직접 현장 진출을 통한 비정규직 조직화의 전망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운동은 단지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양성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지점에 달했다. 이 주체들이 무엇을 요구로 하고 어떤 방향으로 싸워 나갈지에 대한 면밀한 고민 필요하다. 비정규직운동의 양적성장뿐 아니라 질적성장을 위한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 고용형태의 문제를 넘어 노동의 보편적 권리로의 확장이 필요
지금까지 비정규직 투쟁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투쟁이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정규직과의 차별 등의 현안 문제로 촉발되었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의 문제로 귀결된다. 고용형태의 문제는 단순히 제도적 법적 조처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자본의 축적 및 지배 구조가 필연적으로 귀결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비정규직 투쟁은 투쟁 그 자체로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이었지만, 점점 더 확산되면서 그런 의미가 약해져 가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잘못된 고용형태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기란 더욱 어려워 졌다. 말 그대로 합법적인 고용형태가 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불법'이라는 개념에서 투쟁을 만들어 왔던 전례와는 다른 차원의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노동의 보편적 권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망을 제출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노동의 보편적 권리란, 고용 여부나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삶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은 빈곤하지 않을 권리, 노동형태와 노동조건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가질 권리를 포함한다. 여전히도 '노동기본권 쟁취, 구조조정 저지'라는 투쟁은 유효하지만, 여기에 더 나아가서 노동의 보편적 권리를 재구성하기 위한 고민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2006년 11월 30일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통과는 그야말로 이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일격을 가하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법안 통과는 단지 비정규직의 양적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비정규직 법안의 통과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이제 정상적이고 일반적 고용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정권과 자본은 이에 맞게 노동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이제는 불안정한 고용형태, 노동기본권의 박탈이 일반화된, 철저한 자본 위주의 노동조건이 만들어 질 것이다.
또한 지난 8년간의 투쟁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다시 투쟁의 내용과 의미를 재구성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1987년 이후 노동자들이 쟁취한 노동권은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법률적 표현으로 보장을 받았다.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을 그러한 법에서 제외하면서 착취와 차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는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과는 다른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만들어냄으로써 노동권 박탈을 구체화하고 있다. 즉, 비정규직에게는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을 적용하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에게만 적용할 특별법을 만들어 비정규직의 권리를 제한시키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투쟁은 비정규직도 과거의 노동법 안에 포함시켜달라고 투쟁한 것이 아니었다. 권리보장 입법안을 제출하면서 기존의 노동법에 한정된 내용이 아닌 노동자 개념 확대나 사용자의 개념 확대 등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비정규직의 요구를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비정규직 관련 악법이 통과하면서 비정규직이 일반화되고, 그래서 정권은 비정규직들만의 권리(?)로 요약되는 비정규직보호(?) 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더욱 당당하게 주장하게 되었다.
통과된 내용은 비정규직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놓을 것인가
<통과된 비정규직 관련 악법의 간단한 내용들> □ 차별처우 금지·시정 ○ 비정규직(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절차를 마련 ※ 사용자 입증책임 부여, 시정명령 불이행시 1억 원 이하 과태료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 ○ 기간제 근로의 총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 2년 초과 시 정규직(무기근로계약) 근로자로 간주 ○ 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시간을 주 12시간으로 제한 □ 파견근로 ○ 형식적으로 파견업무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 현실에 맞게 확대·조정하도록 요건을 일부 수정·보완 ※ 전문지식·기술, 경험 이외에 업무의 성질도 고려(대통령령으로 정함) ○ 현행 파견기간 2년 초과 시 고용의제 규정을 직접고용의무로 변경(위반 시 3천만원이하 과태료) ○ 파견 대상 업무 위반, 무허가 파견 등 모든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고용의무 적용 ○ 불법파견 시 사용사업주에 대한 벌칙을 강화 ※ 1년 이하 징역, 1천만 원 이하 벌금 3년 이하, 2천만 원 이하 □ 시행시기 ○ 2007년 7월 1일 시행 단, 중소기업의 부담을 감안하여 차별금지·시정 관련 규정은 사업체 규모별 단계적 시행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 07년 7월, 100인∼299인 08년 7월, 100인 미만 09년 7월 |
(1) 기간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량해고가 드러나고 있다.
예상대로 비정규직 관련 법안 통과 이후 대다수의 2년차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해지를 당했다. 통과된 비정규직관련 법안은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하지 않은 채 사용 기간만 2년으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기존의 3개월, 6개월, 11개월씩 반복되던 단기계약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올해 7월부터 신규채용 시 2년짜리 수습사원을 대거 고용하고 2년 뒤에는 마구잡이로 해고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년 후면 정규직이 된다며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현재도 기업은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다. 실제 공공부문과 금융기관에서는 상시적인 인력을 기간제 노동자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간제노동자에게 대부분 계약해지가 몰렸으며 모범이 되어야할 공공부문에서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뿐 아니라 지난해 8월에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으로 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외주화 및 무기근로계약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철도공사 새마을호 승무원은 강요된 외주화를 거부하여 2006년 12월 31일자로 해고통보가 내려졌고, 2년 이상 장기계약직으로 일해오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점차 해고 통보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원, 각종 공공기관, 국공립대 병원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계약해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 노동유연화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공방은 계속 될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비정규직에게 해악적인데도 정부와 자본은 이데올로기 작업을 통해서 비정규직화를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다. '무기근로계약'이 마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공공부문의 외주화가 정당하다는 점을 알리려고 할 것이다. 그 외에 노동자들의 업무에 위계를 두고, 거기에 고용형태를 대입하면서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를 세분화하고, 그렇게 비정규직화하는 것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정당성도 획득하려고 할 것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에서 나타난 '무기계약근로' 전환이 그러하고, 우리은행의 '독립직군제'가 그러한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정권이 말하는 고용안정이 진정 이루어 졌는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많다. 상시업무의 비정규직은 언제나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이 항상 이루어진다. 따라서 특별히 무기계약근로를 통해 고용이 안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사회 양극화의 논리로 정규직노조에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 역시 계속 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구상하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이미 과도하게 늘어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보호'라는 미명하에 '합법적 제도적으로 인정하여 활성화'하고, 정규직에 대해서는 공격을 지속하여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통한 글로벌 스탠더드 완성이다. 결국 노무현 정권은 집권 4년 내내 지하철노조·철도노조 등의 대규모 공기업 파업, GS 칼텍스 등 대규모 노조 파업 때마다 이 논리로 대응했다. 또한 사회양극화라는 표현으로부터 더욱 이 논리를 굳혀갔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민주노동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득연대전략'을 내놓으며 대선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정규직노조인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가 자신의 임금을 동결시켜가며 비정규직 3100명을 정규직화 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문제의 해법은 '권리'개념에서 '보호' 개념으로 변질되고 있다.
(3) 임박한 특수고용 노동자 유사근로자 입법안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 법안 신설과 파견제 개정 등을 통한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관리하기 위한 특별 법안이 지난 2006년 11월에 통과되었다면, 마저 남아있는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특별법안 역시 정부에 의해 준비되고 있다. 2000년부터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으로 제출되어 가닥이 잡힌 특수고용 법안은 지난해 10월 노동부의 입법 발의안으로 공식화되고 있다. 노동부가 10월 25일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은 산재보험 적용, 불공정거래행위 방지 등 경제법상 조치를 적용해주면서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엄연히 노동자임에도 '유사노동자'라는 개념을 써가며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도 경제법 상의 시혜를 통해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의 길이 열렸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실제 이 법안의 국회통과가 임박해 오면서 수많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유사근로자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성을 부정당하고 권리를 박탈당할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법안마저 완성된다면 비정규직은 이제 별도의 관리 시스템을 적용받는 노동자 집단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 관련 악법 통과이후 변화하는 노동자운동의 과제
(1) 단기적 과제
- 노동기본권 박탈하는 비정규직 관련 악법 폐기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
먼저 노동운동진영은 '노동법 개악 폐기'의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니며, 그것을 인정한 가운데 고용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인정할 수 없고, 그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의 일반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노동법 개악이 이미 통과된 마당에 가장 현실적으로 투쟁해야할 과제는 시행령에 대한 개입이라고 말한다. 이미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었으니 이제 내년 7월까지 만들어지는 '시행령에 개입'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또 다른 일부는 차별시정에 천착하며 차별을 구제하기 위한 고민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 차별이라는 것도 비정규직을 일반화하고 권리마저도, 법안마저도 다른 형태로 적용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단지 생색내기 식 보호조치일 뿐이다. 상황이 달라질 것이 없다. 그리고 차별의 구제라는 것은 다분히 한계적이다. 차별이라는 것은 너무도 교묘해서 직접적인 차별이 눈앞에 없어져도 더욱더 고착화된 간접차별이 생길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의 현실은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우회로로 가지 말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가로막는 장벽에 정면 대응하자.
- 비정규직문제를 차별문제로 왜곡하려는 행보에 대한 반대와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
한편, 노무현 정권이 노리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그동안 진행된 비정규직운동의 쟁점을 '차별'로 전화시켜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싹을 아예 자르는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문제들의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인 것이다. 차별은 그로 인해 불거진 현상의 한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쟁점을 차별의 문제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영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시혜의 대상인 불완전한 존재로 남겨둔 채, 자신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보호자'임을 자처하려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진영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차별 시정에 대한 논리는 위험하다. 이미 비정규직운동의 초반에 나타난 '비정규직 철폐 vs 차별철폐' 의 논쟁이 다시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차별이 없어져야 되는 것은 맞지만, 본질을 외면한 채 차별만을 없애는 것은 많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2) 장기적 과제
- 비정규직 운동의 확산, 전략에 대한 고민 필요
이제 노동자운동의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기 시작했고, 비정규직운동을 하는 주체들도 확산되었다. 초기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말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제는 노동조합을 통한 투쟁 역시 일반화되고 확산되고 있다. 여타의 단위 역시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운동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략조직화'라는 이름으로, 민주노동당도 센터를 만들어서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직접 현장 진출을 통한 비정규직 조직화의 전망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운동은 단지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양성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지점에 달했다. 이 주체들이 무엇을 요구로 하고 어떤 방향으로 싸워 나갈지에 대한 면밀한 고민 필요하다. 비정규직운동의 양적성장뿐 아니라 질적성장을 위한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 고용형태의 문제를 넘어 노동의 보편적 권리로의 확장이 필요
지금까지 비정규직 투쟁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투쟁이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정규직과의 차별 등의 현안 문제로 촉발되었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의 문제로 귀결된다. 고용형태의 문제는 단순히 제도적 법적 조처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자본의 축적 및 지배 구조가 필연적으로 귀결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비정규직 투쟁은 투쟁 그 자체로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이었지만, 점점 더 확산되면서 그런 의미가 약해져 가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잘못된 고용형태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기란 더욱 어려워 졌다. 말 그대로 합법적인 고용형태가 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불법'이라는 개념에서 투쟁을 만들어 왔던 전례와는 다른 차원의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노동의 보편적 권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망을 제출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노동의 보편적 권리란, 고용 여부나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삶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은 빈곤하지 않을 권리, 노동형태와 노동조건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가질 권리를 포함한다. 여전히도 '노동기본권 쟁취, 구조조정 저지'라는 투쟁은 유효하지만, 여기에 더 나아가서 노동의 보편적 권리를 재구성하기 위한 고민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