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5-6.82호
GM대우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절실하다
비정규직 고공철탑농성 100일에 부쳐
GM대우의 비정규직 노동자 28명이 부당해고에 맞서 부평공장 앞 CCTV 고공농성을 벌인지 100일이 넘었다. 이들 모두는 GM대우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외주화(/업체폐지, 계약 해지 및 재계약)의 피해자이자, 노동조합(이하 비정규직지회)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탄압받아야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했다.
스피드파워월드 사내하청에 대한 GM대우의 계약해지와 업체폐업으로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해고당했다. GM대우가 스피드파워월드와 계약을 해지한 까닭은 2007년 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잔업 거부로 생산라인이 중단된 것을 하청업체의 노무관리 실책이라 본 것이었고, 동시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던 데 대한 본보기 차원이기도 했다. 비정규직지회는 GM대우 원청은 물론이고 수많은 하청업체와 한번도 교섭을 못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공문으로 교섭을 거부하고, 똑같은 임금인상 내용을 통보받을 만큼 GM대우가 하청업체의 노무관리를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GM대우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것은 GM대우 노무팀이 비정규직지회의 선전활동을 폭력으로 진압한다는 것만 보아도 드러난다. 하청업체에겐 일체권한이 없었지만 GM대우는 사용자로서 지위를 한사코 부정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지노위의 본조정마저도 무시했다.
비정규직지회를 건설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하청업체들은 똑같은 구실로 핵심간부들을 징계해고했다. 며칠 뒤에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만을 솎아 계약해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건설되었다는 것을 알리기도 전에, 민주파 대의원, 정규직 활동가들과 공동투쟁계획을 논의하기도 전에 비정규직지회의 주요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나 버린 것이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내에서 선전전이라도 할라 치면 GM대우 노무팀은 폭력을 휘두르며 이들을 내몰았다. 비정규직 지회가 공장 안에서 실천적 활동을 전개하지 못하는 사이에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해왔던 정규직 활동가들와 연대의 끈마저 느슨해졌다. GM대우의 노무관리가 곧 성공할 듯 보였다. 비정규직지회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위한 고육책으로 CCTV 고공농성투쟁을 결의하였다. 천막농성, 하청업체 점거농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5개 거점 1인 시위, 한강대교 고공농성, 마포대교 하상시위 등을 전개하면서 100일을 넘게 버텨왔다.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을 세상 곳곳에 알리면서, 지속적인 연대를 호소하면서 말이다.
GM대우자동차지부의 모호한 태도 1 : 대리주의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 건설 초기부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측과의 대립을 전술적으로 피하면서, 2년 후 금속노조가 지역지부로 완전히 편제되는 시점에 비정규직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GM대자지부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시기상조론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면서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의 간부들이 ‘학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면서 이들의 목적이 “고용안정, 노동조건과 같은 노동자의 순수한 현실의식”과는 괴리가 있는 매우 ‘정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민주광장』 677호).
GM대자지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해는 해고자 복직문제 관련 협의 때와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업을 할 때 분명히 드러난다.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사항이 “외주화부당해고 철회”임을 알면서도, 그리고 최소한 고용승계 협의 시 비정규직 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렇게 약속했음에도, 비정규직지회와 사전 교감도 없이 대리교섭을 진행하여 스피드 하청업체의 해고자 24명 중 10명 복귀 안을 받아 왔다. 외주화야말로 GM대자지부의 단협 사안이었고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야기한 원인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민주광장』, 683호). 이런 상황은 고공농성 60일이 다되어가던 시점에서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7명 복직 안을 마련해와 “지부는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제는 “지회가 선택해야 한다”는 마치 최후통첩과 같은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사실 7명 복직 안은 지난 10명 복직안의 재탕에 불과한데, 당시 복귀된 사람이 3명(그것도 노동조합 탈퇴자 3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GM대자지부는 이것이 마치 비정규직지회의 “최종요구안”이었던 것처럼 날조하고, “학력허위기재”라는 사측의 징계사유―이는 구실에 불과했고, 실상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임이 분명한데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비정규직지회의 전원복직 요구가 “소탐대실”의 초좌익적 요구라는 식으로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을 왜곡해버렸다(『민주광장』 707호).
GM대우자동차지부의 모호한 태도 2 : 시혜적인 시각
한편 GM대자지부는 지난 2월부터 작업환경개선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사측으로부터 작업장 바닥매트, 탈의함, 샤워장 같은 작업환경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다며, 이를 근거로 GM대자지부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활동이 본격화되었음을 선언했다(『민주광장』 709호, 710호). 하지만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이 완전히 부정당하고 있고(해고위협, 노동조합탈퇴 종용, 서면경고장을 앞세운 노조활동 방해) 외주화와 정리해고로 고용불안이 절정인 시점이다. 이럴 때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체화(/조직화)를 뒤로한 채 처우개선에 앞장서겠다고 하면, 누가 GM대자지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정작 실태조사가 업체관리자의 손아래 이루어졌다고 하니(열린마당게시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는 GM대자지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보호’의 시각 이상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1985년 대우자동차노동조합 투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민주노조운동이 한국노총과 자신을 구별하는 중요한 준거점 중 하나가 ‘자주성’이다. 노동자에 대한 일체의 시혜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의 문제는 노동자 자신의 힘으로, 투쟁하는 노동자의 자주적이면서도 단결된 힘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이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데 무권리 상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단결된 투쟁으로 쟁취할 수 있을 때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주체가 형성될 수 있고, 위기에 닥친 노동조합운동을 복원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시혜적인 시각으로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적인 요구는 현실에서 모조리 과도한 요구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고용불안과 임금격차, 노동조건의 차이가 구조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사항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서든지, 정규직 노동조합이 대신 해줄 수 있는 범위에서든지 ‘과도’한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시혜적인 차원으로 보는 노동자는 이 과도함을 억누르려 할 것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또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구조화하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인간의 권리(즉 노동자의 권리이자 시민의 권리)에 대한 박탈로 생각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며 노동조합운동 주체를 형성하는 첫걸음으로 보게 된다. 따라서 그 첫걸음과 함께 지금부터 어떤 전략, 전술이 필요한 지 상황판단이 가능해진다. 상호 자주성을 전제로 한 연대와 그에 기초한 공동투쟁이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인데 그런데 지금 GM대자지부는 정반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이해가 고착되면 아무리 노동조합이라 할지라도 비정규직 투쟁을 경원시하거나 사측처럼 노무관리하듯 관리하게 된다. 불행히도 이 위험은 1사1노조 규약변경과정에서도 또다시 보이고 있다.
현재 1사 1노조 규약변경 과정의 허점
GM대자지부는 지난 1월 29일 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의 1사1노조 방침에 따라 조직대상을 “GM대우자동차 소속 전 노동자”에서 “GM대우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규약을 변경하였다.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있었는데 “비정규조합원 조직편제 형태 및 범위 등 제반사항은 미비실무추진위원회에서 논의결정하여 규약소위에서 규정 개정 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별도 논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부사항을 다룰 미비실무추진위원회가 GM대자지부 집행부 4명, 대의원3명, 지회별-군산,창원,정비 각 1명 등 모두 10명과 GM대자지부 임원인 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1사1노조 통합의 3주체가 GM대자지부, 사무지부, 비정규직 지회/창원 비정규직 지회인데 여기에는 정작 사무지부와 비정규직 지회가 제외되어 있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방법이 없다. 이대로면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만 있을 뿐이지 노동조합운동의 한 주체로 자신의 뜻을 펼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다 금속노조는 1사1노조 방침을 규약변경에만 규정해놓았을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해당 사업장에 맡겨놓은 상황이어서 조직편제, 신분보장, 단협적용 등 앞으로 온갖 난관이 예상됨에도 어떤 대책도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공장 내에서 노동자 사이에 구조화된 분할을 깨뜨리고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투쟁계획 없이, 마치 1사1노조로 조직형식이 변경되면 원하청 노동자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는 듯 생각하는 데 있다. 노동자 사이에 분할이 구조화된 것은 전사(前史)가 있는데도 말이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노동조합운동이 취해온 기존의 자기 정당화 방식(생산성 협약 임금제)도 침식하였는데, 자본가들은 이 점을 빠르게 눈치 챘다. 자본가들은 이를 틈타 노동자 사이의 분할을 구조화하여 자동차산업 위기를 하청업체 및 분할선 아래의 노동자(불안정 노동자)에게 떠넘겼고, 그렇게 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기업별 노동조합에 익숙해져 있던 노동자들은, 더더구나 GM대우처럼 실제로 매각과 정리해고의 공포를 간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 같은 시도가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2003년 GM대우가 인력충원을 시도할 때 GM대자지부는 정리해고자 복직과 함께 비정규직 고용을 양해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GM대우의 구조조정 추진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노동자들은 하나가 아니라,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사내하청 사이의 분할선이 고착화되어 서로를 (같은 회사소속이라는 의미에서) 하나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지 규약변경이나 교육선전 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적 의식은 노동자가 원래 하나여서가 아니라 공동의 적에 맞서면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서로의 처지가 같고 서로 같은 제약조건 아래 권리를 박탈당해왔으며 이제껏 헛살아왔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함께 투쟁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그 투쟁의 과정에서 연대의 힘에 매료되고, 노동조합과 함께 자신이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의 힘에 놀라움을 느끼면서 노동자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1사1노조 규약변경은 이러한 투쟁계획을 전제(!)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사1노조 규약변경 방침은 현실의 분할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정규직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규약을 변경할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의존하게 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상호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사1노조 규약개정을 시도하다 갖은 홍역을 겪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기아자동차노동조합 사례에서도 확인되었던 일 아닌가. 지금 GM대자지부의 1사1노조 규약변경이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07년 GM대우의 생산성 15% 향상 계획과 노동자들의 투쟁
GM대자지부는 2007년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3조2교대 시행을 저지한 것을 최대성과로 꼽으면서 자찬하고 있다(『함께여는새날』, 29호). 하지만 GM대우의 핵심 사업계획이었던 생산성향상 15%를 둘러싸고 GM대자지부가 자신의 입장과 투쟁을 어떤 식으로 조직했는지를 회고해보면, 2007년 3조2교대 저지를 성과로 내놓을 만큼 GM대우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한계는 부분적으로나마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서도 확인된다.
오늘날 자동차산업이 추구하는 생산성 향상계획은 철저히 비용감축과 노동강도의 강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위기국면에서 생산설비 확장 및 기술투자를 앞세운 생산성 향상 계획은 자본축적과정에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시대 생산성 향상 계획은 말 그대로 노동강도의 강화와 인원감축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2007년 GM대우의 생산성 향상 15% 계획이 비정규직에게는 외주화와 정리해고, 정규직에게는 전환배치와 노동강도 강화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GM대자지부는 생산성 향상 15%에 대해 수사적인 차원에서만 경고를 했을 뿐 정작 이 문제는 부서협의회로 넘겨버렸다. 도장부나 조립1공장에서 현장 대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했지만 전 공장 차원으로 확산시키지 못했다. 비정규직 지회 역시 손발이 다 잘린 상태에서 외주화저지 투쟁을 전 공장 차원으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해고자 원직 복직투쟁에만 매몰되었다. 현장을 다시 조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수면위로 드러냈다점에서 각각 모두 의의가 있었긴 하지만, 사측의 구조조정 시도에 맞서 노동자의 단결을 도모하는데 얼마만큼 큰 성과를 남겼는지를 보면 한계 역시 컸던 것도 사실이다. 외주화와 전환배치는 GM대우 구조조정 프로그램 중 일부분이며, 따라서 정리해고와 노동강도강화에 맞서는 투쟁은 GM대우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전체에 맞서는 차원에서 배치되어야 했다. 총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와 공동투쟁으로 나아가야 했는데 그렇게까지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칵핏라인처럼 라인 전체가 부평공장 밖으로 나가버리거나 사이드이너 공정처럼 해당공정의 노동자들이 2-3차 하청으로 전락하고 엔진서브공장과 차체 A/S에서처럼 정규직들의 전환배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되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지만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게 된 것이다. GM대우의 생산성 15% 향상 계획은 이렇게 인원감축과 노동강도강화로 귀결되고 말았다. 제대로 된 투쟁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각개격파당한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위하여
: 노동조합운동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2007년 GM대우 부평공장 노동자의 투쟁을 이상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를 탓할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각개격파 당했는지, 공동투쟁을 못했던 한계는 무엇이었는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그 위에서 공동투쟁의 기운을 되살리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다음과 같은 투쟁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도 지금 GM대우 노동자 공동의 적은 GM대우이며, GM대우야 말로 노동자들로 하여금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고용불안에 떨게 했던 악덕 기업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지금 GM대자지부는 GM대우 부평공장의 경쟁상대가 GM상하이공장(미국의 본사까지 포함)이라고 생각하고는 이에 대응하는 계획을 GM대우법인과 노동조합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물량확보’야 말로 고용안정의 핵심이라는 식의 정책선전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원인을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GM대우는 GM이라는 초민족기업의 국제적 하청연계망의 한 고리에 불과하다. 이 같은 국제적 하청연계망은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으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용이하게 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이익을 기업주와 주주에게 집중시킨다. 자동차산업이 호황기라면 기술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 덕에 일부나마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의 떡고물을 움켜 쥘 수 있겠지만(물론 이는 그 자체로 반노동자적 관점이다), 자동차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물량확보 경쟁은 제 살 깎아먹기식 비용절감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몫이란 상시적인 인원감축 위협과 노동강도 강화일 뿐이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노동자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오로지 GM과 GM대우 자본가들만 이익을 얻어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 점을 분명히 폭로해야 한다. GM은 GM대우의 악랄한 비용절감 덕분에, 더구나 법인세를 안내도 되는 특혜덕에, GM대우의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만든 차로 손쉽게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 거기다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GM의 고위관료들은 소득세 한 푼 안내고 고액의 연봉을 챙기고 있다. 그런데 GM은 걸핏하면 ‘공장이전’ 협박을 하면서 노동자를 불안에 떨게 하고, 생산성 향상 운운하며 고용불안에 전전긍긍토록 하고, 혹독한 노동강도를 받아들이게 한다. 누가 우리의 적인가?
GM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공동의 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각인할 수 있는 선전전을 강화해야 한다. GM대우의 초민족적 특성을 폭로하고 그들의 초과수탈과정을 구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일한 결실을 GM이 어떻게 자신에게 집중시키는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수단을 찾아내야 한다. ‘공장폐쇄’, ‘해외이전’ 운운하며 협박하면, 그동안 수탈해 간 이익을 폭로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조직하면서 더 이상 공갈협박을 못하게 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정보공개 요구를 통해 생산통제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자본가들로부터 권한을 뺏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부평공장 안팎은 물론 국경을 가로지르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도모해야 하고,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둘째, GM대우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GM대우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입체적이면서도 총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반드시 짚어져야 한다. GM대우 창원공장에서 사례를 보면 GM대우는 진성도급화를 선택할 수 있고, 부평공장에서 사례를 보면 외주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GM대우에게 구조조정의 최종적인 목표는 비용절감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어떤 카드든 내놓을 수 있다.
문제는 작년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주화 저지 투쟁을,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배치 저지 투쟁을, 이렇게 각각 개별적으로 전개하면 각개격파당한다는 데 있다. 또한 하나라도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작년처럼 3조2교대를 저지하고 생산성향상 15% 향상계획은 들어주고 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다). GM의 기업주들은 국제적 하청관계망의 경쟁구조를 활용해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해내는 방안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시점에서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인원감축, 노동신축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폭로하면서 이에 함께 맞서는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구조조정에 맞서는 원하청 노동자들이 서로가 노동조합운동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와 공동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GM대자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공동투쟁을 실현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현장 조직화의 어려움과 해고투쟁의 고단함 등으로 인해 공동투쟁 계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 무엇을 수수방관했고, 서로 무엇에 매몰되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07년 GM대우의 구조조정-생산성 15% 향상계획의 결과’를 공동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섰던 서로의 투쟁(현장대의원들의 투쟁, 비정규직 지회의 투쟁)을 냉엄하게 평가해야 하며, 이 모두를 공유하기 위한 공동토론 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의 주체, 노동조합의 권리를 회복하는 투쟁의 주체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라는 점을 서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기반으로 부평공장 안팎에서 공동투쟁의 흐름을 현장에서부터 조직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저지-외주화중단/전환배치 반대’, ‘노조 탄압 중단’, ‘정리해고 규탄/해고자 복직’과 같은 공동의 요구를 앞세운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실천단을 조직해서 공장안팎에서의 선전을 강화하고 공장 내에서 동의지반을 확대해야 한다. 연대의 힘을 서로 확인하고, 사측에 보여주어야 한다.
1사1노조 규약변경에 따른 세부사항마련은 바로 이러한 투쟁 속에서 만들어지고 강제되어야 한다. 그런 기운 위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 3주체가 세부사항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 사이에서 동의지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반드시 3주체가 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상황에서 1사1노조를 구체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니한만 못한 상황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상의 숱한 과정들을 통해 GM대자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대중적 기반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은 상호 비판만으로 절대 극복되지 않는다. 현장으로부터, 아래로부터 구체적인 실천이 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대중적 기반 역시 마찬가지다.
셋째, 부평공장의 후퇴된 권리,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권리를 회복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2001-2002년 정리해고 및 해외매각의 압력 속에서 GM대자지부의 단협이 힘의 논리에 밀려 후퇴된 적이 있다. 정리해고자들이 원상회복 투쟁을 하듯 후퇴된 단협의 원상회복 투쟁 역시 매우 중요하다.
2001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과정에서 부당하게 박탈당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 2007년 GM대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가 같은 조건위에서 제약받고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후퇴된 단협과 무시당하고 있는 단협에 대한 공동의 비판과 폭로를 통해 GM대우의 노동자들이 회복해야 할 권리가 같은 문제임을 서로 확인해야 한다. GM대우가 원청이고, 이는 정규직에게서든 비정규직에게서든 사무직에게서든 공통이라는 투쟁을 전개하고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 1사1노조 규약변경이 진행된 2008년 임단협 시기, 임단협체결(/회복)과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둘러싼 토론와 실천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이 끈질기게 전개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건설 초기 해고자 발생은 자본가의 공격에 따른 필연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고자 복직 투쟁을 뒤로한 채로 노동조합 운동이 정상화될 수는 없다. 자본가의 기본적인 공격조차 막아낼 역량이 안 되는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GM대우 노동자에게서 투쟁에 대한 확신과 노동조합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약해지든 징계해고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절대 불가하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시에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은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현안을 함께 폭로하고 조직하는 것과 병행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지 해고자 문제가 아닐뿐더러 그것으로 대체되어서는 더더욱 안 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지회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자신의 언어로 구체화 할 수 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고자 복직 투쟁은 비정규직 지회와 여타 투쟁사업장, 지역 사회단체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2007년 해고자 복직 투쟁은 현장과 부평공장 밖의 운동을 매개할 수 있는 연계망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인천지역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기운을 만들고,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방향은 여러 사회운동 주체들과 함께 하는 혁신된 노동조합운동일 것이다.
100일이 넘게 버텨왔지만 어떤 문제 하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가 어떤 이유에서 외롭고 처절한 고공농성투쟁에 내몰리게 되었는지를 객관화해서 그 원인을 찾아내야한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조건을 새롭게 구성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면 지금 현재 지회가 처한 곤란의 해결책은 순식간에 출현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은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형태로서 노동조합운동의 복원이라는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GM대우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헌신적으로 투쟁해온 덕에 미미하게나마 인천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의 복원이라는 중요한 열쇠고리를 스스로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절실하다. 고공농성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다시한번 공동투쟁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그 조건과 가능성을 분석하는데 수많은 운동주체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스피드파워월드 사내하청에 대한 GM대우의 계약해지와 업체폐업으로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해고당했다. GM대우가 스피드파워월드와 계약을 해지한 까닭은 2007년 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잔업 거부로 생산라인이 중단된 것을 하청업체의 노무관리 실책이라 본 것이었고, 동시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던 데 대한 본보기 차원이기도 했다. 비정규직지회는 GM대우 원청은 물론이고 수많은 하청업체와 한번도 교섭을 못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공문으로 교섭을 거부하고, 똑같은 임금인상 내용을 통보받을 만큼 GM대우가 하청업체의 노무관리를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GM대우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것은 GM대우 노무팀이 비정규직지회의 선전활동을 폭력으로 진압한다는 것만 보아도 드러난다. 하청업체에겐 일체권한이 없었지만 GM대우는 사용자로서 지위를 한사코 부정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지노위의 본조정마저도 무시했다.
비정규직지회를 건설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하청업체들은 똑같은 구실로 핵심간부들을 징계해고했다. 며칠 뒤에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만을 솎아 계약해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건설되었다는 것을 알리기도 전에, 민주파 대의원, 정규직 활동가들과 공동투쟁계획을 논의하기도 전에 비정규직지회의 주요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나 버린 것이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내에서 선전전이라도 할라 치면 GM대우 노무팀은 폭력을 휘두르며 이들을 내몰았다. 비정규직 지회가 공장 안에서 실천적 활동을 전개하지 못하는 사이에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해왔던 정규직 활동가들와 연대의 끈마저 느슨해졌다. GM대우의 노무관리가 곧 성공할 듯 보였다. 비정규직지회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위한 고육책으로 CCTV 고공농성투쟁을 결의하였다. 천막농성, 하청업체 점거농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5개 거점 1인 시위, 한강대교 고공농성, 마포대교 하상시위 등을 전개하면서 100일을 넘게 버텨왔다.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을 세상 곳곳에 알리면서, 지속적인 연대를 호소하면서 말이다.
GM대우자동차지부의 모호한 태도 1 : 대리주의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 건설 초기부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측과의 대립을 전술적으로 피하면서, 2년 후 금속노조가 지역지부로 완전히 편제되는 시점에 비정규직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GM대자지부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시기상조론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면서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의 간부들이 ‘학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면서 이들의 목적이 “고용안정, 노동조건과 같은 노동자의 순수한 현실의식”과는 괴리가 있는 매우 ‘정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민주광장』 677호).
GM대자지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해는 해고자 복직문제 관련 협의 때와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업을 할 때 분명히 드러난다.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사항이 “외주화부당해고 철회”임을 알면서도, 그리고 최소한 고용승계 협의 시 비정규직 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렇게 약속했음에도, 비정규직지회와 사전 교감도 없이 대리교섭을 진행하여 스피드 하청업체의 해고자 24명 중 10명 복귀 안을 받아 왔다. 외주화야말로 GM대자지부의 단협 사안이었고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야기한 원인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민주광장』, 683호). 이런 상황은 고공농성 60일이 다되어가던 시점에서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7명 복직 안을 마련해와 “지부는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제는 “지회가 선택해야 한다”는 마치 최후통첩과 같은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사실 7명 복직 안은 지난 10명 복직안의 재탕에 불과한데, 당시 복귀된 사람이 3명(그것도 노동조합 탈퇴자 3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GM대자지부는 이것이 마치 비정규직지회의 “최종요구안”이었던 것처럼 날조하고, “학력허위기재”라는 사측의 징계사유―이는 구실에 불과했고, 실상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임이 분명한데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비정규직지회의 전원복직 요구가 “소탐대실”의 초좌익적 요구라는 식으로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을 왜곡해버렸다(『민주광장』 707호).
GM대우자동차지부의 모호한 태도 2 : 시혜적인 시각
한편 GM대자지부는 지난 2월부터 작업환경개선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사측으로부터 작업장 바닥매트, 탈의함, 샤워장 같은 작업환경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다며, 이를 근거로 GM대자지부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활동이 본격화되었음을 선언했다(『민주광장』 709호, 710호). 하지만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이 완전히 부정당하고 있고(해고위협, 노동조합탈퇴 종용, 서면경고장을 앞세운 노조활동 방해) 외주화와 정리해고로 고용불안이 절정인 시점이다. 이럴 때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체화(/조직화)를 뒤로한 채 처우개선에 앞장서겠다고 하면, 누가 GM대자지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정작 실태조사가 업체관리자의 손아래 이루어졌다고 하니(열린마당게시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는 GM대자지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보호’의 시각 이상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1985년 대우자동차노동조합 투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민주노조운동이 한국노총과 자신을 구별하는 중요한 준거점 중 하나가 ‘자주성’이다. 노동자에 대한 일체의 시혜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의 문제는 노동자 자신의 힘으로, 투쟁하는 노동자의 자주적이면서도 단결된 힘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이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데 무권리 상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단결된 투쟁으로 쟁취할 수 있을 때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주체가 형성될 수 있고, 위기에 닥친 노동조합운동을 복원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시혜적인 시각으로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적인 요구는 현실에서 모조리 과도한 요구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고용불안과 임금격차, 노동조건의 차이가 구조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사항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서든지, 정규직 노동조합이 대신 해줄 수 있는 범위에서든지 ‘과도’한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시혜적인 차원으로 보는 노동자는 이 과도함을 억누르려 할 것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또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구조화하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인간의 권리(즉 노동자의 권리이자 시민의 권리)에 대한 박탈로 생각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며 노동조합운동 주체를 형성하는 첫걸음으로 보게 된다. 따라서 그 첫걸음과 함께 지금부터 어떤 전략, 전술이 필요한 지 상황판단이 가능해진다. 상호 자주성을 전제로 한 연대와 그에 기초한 공동투쟁이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인데 그런데 지금 GM대자지부는 정반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이해가 고착되면 아무리 노동조합이라 할지라도 비정규직 투쟁을 경원시하거나 사측처럼 노무관리하듯 관리하게 된다. 불행히도 이 위험은 1사1노조 규약변경과정에서도 또다시 보이고 있다.
현재 1사 1노조 규약변경 과정의 허점
GM대자지부는 지난 1월 29일 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의 1사1노조 방침에 따라 조직대상을 “GM대우자동차 소속 전 노동자”에서 “GM대우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규약을 변경하였다.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있었는데 “비정규조합원 조직편제 형태 및 범위 등 제반사항은 미비실무추진위원회에서 논의결정하여 규약소위에서 규정 개정 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별도 논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부사항을 다룰 미비실무추진위원회가 GM대자지부 집행부 4명, 대의원3명, 지회별-군산,창원,정비 각 1명 등 모두 10명과 GM대자지부 임원인 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1사1노조 통합의 3주체가 GM대자지부, 사무지부, 비정규직 지회/창원 비정규직 지회인데 여기에는 정작 사무지부와 비정규직 지회가 제외되어 있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방법이 없다. 이대로면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만 있을 뿐이지 노동조합운동의 한 주체로 자신의 뜻을 펼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다 금속노조는 1사1노조 방침을 규약변경에만 규정해놓았을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해당 사업장에 맡겨놓은 상황이어서 조직편제, 신분보장, 단협적용 등 앞으로 온갖 난관이 예상됨에도 어떤 대책도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공장 내에서 노동자 사이에 구조화된 분할을 깨뜨리고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투쟁계획 없이, 마치 1사1노조로 조직형식이 변경되면 원하청 노동자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는 듯 생각하는 데 있다. 노동자 사이에 분할이 구조화된 것은 전사(前史)가 있는데도 말이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노동조합운동이 취해온 기존의 자기 정당화 방식(생산성 협약 임금제)도 침식하였는데, 자본가들은 이 점을 빠르게 눈치 챘다. 자본가들은 이를 틈타 노동자 사이의 분할을 구조화하여 자동차산업 위기를 하청업체 및 분할선 아래의 노동자(불안정 노동자)에게 떠넘겼고, 그렇게 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기업별 노동조합에 익숙해져 있던 노동자들은, 더더구나 GM대우처럼 실제로 매각과 정리해고의 공포를 간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 같은 시도가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2003년 GM대우가 인력충원을 시도할 때 GM대자지부는 정리해고자 복직과 함께 비정규직 고용을 양해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GM대우의 구조조정 추진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노동자들은 하나가 아니라,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사내하청 사이의 분할선이 고착화되어 서로를 (같은 회사소속이라는 의미에서) 하나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지 규약변경이나 교육선전 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적 의식은 노동자가 원래 하나여서가 아니라 공동의 적에 맞서면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서로의 처지가 같고 서로 같은 제약조건 아래 권리를 박탈당해왔으며 이제껏 헛살아왔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함께 투쟁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그 투쟁의 과정에서 연대의 힘에 매료되고, 노동조합과 함께 자신이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의 힘에 놀라움을 느끼면서 노동자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1사1노조 규약변경은 이러한 투쟁계획을 전제(!)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사1노조 규약변경 방침은 현실의 분할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정규직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규약을 변경할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의존하게 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상호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사1노조 규약개정을 시도하다 갖은 홍역을 겪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기아자동차노동조합 사례에서도 확인되었던 일 아닌가. 지금 GM대자지부의 1사1노조 규약변경이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07년 GM대우의 생산성 15% 향상 계획과 노동자들의 투쟁
GM대자지부는 2007년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3조2교대 시행을 저지한 것을 최대성과로 꼽으면서 자찬하고 있다(『함께여는새날』, 29호). 하지만 GM대우의 핵심 사업계획이었던 생산성향상 15%를 둘러싸고 GM대자지부가 자신의 입장과 투쟁을 어떤 식으로 조직했는지를 회고해보면, 2007년 3조2교대 저지를 성과로 내놓을 만큼 GM대우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한계는 부분적으로나마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서도 확인된다.
오늘날 자동차산업이 추구하는 생산성 향상계획은 철저히 비용감축과 노동강도의 강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위기국면에서 생산설비 확장 및 기술투자를 앞세운 생산성 향상 계획은 자본축적과정에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시대 생산성 향상 계획은 말 그대로 노동강도의 강화와 인원감축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2007년 GM대우의 생산성 향상 15% 계획이 비정규직에게는 외주화와 정리해고, 정규직에게는 전환배치와 노동강도 강화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GM대자지부는 생산성 향상 15%에 대해 수사적인 차원에서만 경고를 했을 뿐 정작 이 문제는 부서협의회로 넘겨버렸다. 도장부나 조립1공장에서 현장 대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했지만 전 공장 차원으로 확산시키지 못했다. 비정규직 지회 역시 손발이 다 잘린 상태에서 외주화저지 투쟁을 전 공장 차원으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해고자 원직 복직투쟁에만 매몰되었다. 현장을 다시 조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수면위로 드러냈다점에서 각각 모두 의의가 있었긴 하지만, 사측의 구조조정 시도에 맞서 노동자의 단결을 도모하는데 얼마만큼 큰 성과를 남겼는지를 보면 한계 역시 컸던 것도 사실이다. 외주화와 전환배치는 GM대우 구조조정 프로그램 중 일부분이며, 따라서 정리해고와 노동강도강화에 맞서는 투쟁은 GM대우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전체에 맞서는 차원에서 배치되어야 했다. 총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와 공동투쟁으로 나아가야 했는데 그렇게까지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칵핏라인처럼 라인 전체가 부평공장 밖으로 나가버리거나 사이드이너 공정처럼 해당공정의 노동자들이 2-3차 하청으로 전락하고 엔진서브공장과 차체 A/S에서처럼 정규직들의 전환배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되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지만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게 된 것이다. GM대우의 생산성 15% 향상 계획은 이렇게 인원감축과 노동강도강화로 귀결되고 말았다. 제대로 된 투쟁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각개격파당한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위하여
: 노동조합운동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2007년 GM대우 부평공장 노동자의 투쟁을 이상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를 탓할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각개격파 당했는지, 공동투쟁을 못했던 한계는 무엇이었는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그 위에서 공동투쟁의 기운을 되살리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다음과 같은 투쟁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도 지금 GM대우 노동자 공동의 적은 GM대우이며, GM대우야 말로 노동자들로 하여금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고용불안에 떨게 했던 악덕 기업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지금 GM대자지부는 GM대우 부평공장의 경쟁상대가 GM상하이공장(미국의 본사까지 포함)이라고 생각하고는 이에 대응하는 계획을 GM대우법인과 노동조합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물량확보’야 말로 고용안정의 핵심이라는 식의 정책선전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원인을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GM대우는 GM이라는 초민족기업의 국제적 하청연계망의 한 고리에 불과하다. 이 같은 국제적 하청연계망은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으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용이하게 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이익을 기업주와 주주에게 집중시킨다. 자동차산업이 호황기라면 기술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 덕에 일부나마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의 떡고물을 움켜 쥘 수 있겠지만(물론 이는 그 자체로 반노동자적 관점이다), 자동차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물량확보 경쟁은 제 살 깎아먹기식 비용절감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몫이란 상시적인 인원감축 위협과 노동강도 강화일 뿐이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노동자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오로지 GM과 GM대우 자본가들만 이익을 얻어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 점을 분명히 폭로해야 한다. GM은 GM대우의 악랄한 비용절감 덕분에, 더구나 법인세를 안내도 되는 특혜덕에, GM대우의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만든 차로 손쉽게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 거기다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GM의 고위관료들은 소득세 한 푼 안내고 고액의 연봉을 챙기고 있다. 그런데 GM은 걸핏하면 ‘공장이전’ 협박을 하면서 노동자를 불안에 떨게 하고, 생산성 향상 운운하며 고용불안에 전전긍긍토록 하고, 혹독한 노동강도를 받아들이게 한다. 누가 우리의 적인가?
GM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공동의 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각인할 수 있는 선전전을 강화해야 한다. GM대우의 초민족적 특성을 폭로하고 그들의 초과수탈과정을 구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일한 결실을 GM이 어떻게 자신에게 집중시키는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수단을 찾아내야 한다. ‘공장폐쇄’, ‘해외이전’ 운운하며 협박하면, 그동안 수탈해 간 이익을 폭로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조직하면서 더 이상 공갈협박을 못하게 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정보공개 요구를 통해 생산통제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자본가들로부터 권한을 뺏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부평공장 안팎은 물론 국경을 가로지르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도모해야 하고,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둘째, GM대우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GM대우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입체적이면서도 총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반드시 짚어져야 한다. GM대우 창원공장에서 사례를 보면 GM대우는 진성도급화를 선택할 수 있고, 부평공장에서 사례를 보면 외주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GM대우에게 구조조정의 최종적인 목표는 비용절감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어떤 카드든 내놓을 수 있다.
문제는 작년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주화 저지 투쟁을,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배치 저지 투쟁을, 이렇게 각각 개별적으로 전개하면 각개격파당한다는 데 있다. 또한 하나라도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작년처럼 3조2교대를 저지하고 생산성향상 15% 향상계획은 들어주고 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다). GM의 기업주들은 국제적 하청관계망의 경쟁구조를 활용해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해내는 방안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시점에서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인원감축, 노동신축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폭로하면서 이에 함께 맞서는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구조조정에 맞서는 원하청 노동자들이 서로가 노동조합운동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와 공동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GM대자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공동투쟁을 실현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현장 조직화의 어려움과 해고투쟁의 고단함 등으로 인해 공동투쟁 계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 무엇을 수수방관했고, 서로 무엇에 매몰되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07년 GM대우의 구조조정-생산성 15% 향상계획의 결과’를 공동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섰던 서로의 투쟁(현장대의원들의 투쟁, 비정규직 지회의 투쟁)을 냉엄하게 평가해야 하며, 이 모두를 공유하기 위한 공동토론 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의 주체, 노동조합의 권리를 회복하는 투쟁의 주체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라는 점을 서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기반으로 부평공장 안팎에서 공동투쟁의 흐름을 현장에서부터 조직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저지-외주화중단/전환배치 반대’, ‘노조 탄압 중단’, ‘정리해고 규탄/해고자 복직’과 같은 공동의 요구를 앞세운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실천단을 조직해서 공장안팎에서의 선전을 강화하고 공장 내에서 동의지반을 확대해야 한다. 연대의 힘을 서로 확인하고, 사측에 보여주어야 한다.
1사1노조 규약변경에 따른 세부사항마련은 바로 이러한 투쟁 속에서 만들어지고 강제되어야 한다. 그런 기운 위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 3주체가 세부사항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 사이에서 동의지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반드시 3주체가 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상황에서 1사1노조를 구체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니한만 못한 상황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상의 숱한 과정들을 통해 GM대자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대중적 기반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은 상호 비판만으로 절대 극복되지 않는다. 현장으로부터, 아래로부터 구체적인 실천이 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대중적 기반 역시 마찬가지다.
셋째, 부평공장의 후퇴된 권리,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권리를 회복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2001-2002년 정리해고 및 해외매각의 압력 속에서 GM대자지부의 단협이 힘의 논리에 밀려 후퇴된 적이 있다. 정리해고자들이 원상회복 투쟁을 하듯 후퇴된 단협의 원상회복 투쟁 역시 매우 중요하다.
2001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과정에서 부당하게 박탈당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 2007년 GM대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가 같은 조건위에서 제약받고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후퇴된 단협과 무시당하고 있는 단협에 대한 공동의 비판과 폭로를 통해 GM대우의 노동자들이 회복해야 할 권리가 같은 문제임을 서로 확인해야 한다. GM대우가 원청이고, 이는 정규직에게서든 비정규직에게서든 사무직에게서든 공통이라는 투쟁을 전개하고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 1사1노조 규약변경이 진행된 2008년 임단협 시기, 임단협체결(/회복)과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둘러싼 토론와 실천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이 끈질기게 전개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건설 초기 해고자 발생은 자본가의 공격에 따른 필연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고자 복직 투쟁을 뒤로한 채로 노동조합 운동이 정상화될 수는 없다. 자본가의 기본적인 공격조차 막아낼 역량이 안 되는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GM대우 노동자에게서 투쟁에 대한 확신과 노동조합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약해지든 징계해고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절대 불가하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시에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은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현안을 함께 폭로하고 조직하는 것과 병행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지 해고자 문제가 아닐뿐더러 그것으로 대체되어서는 더더욱 안 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지회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자신의 언어로 구체화 할 수 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고자 복직 투쟁은 비정규직 지회와 여타 투쟁사업장, 지역 사회단체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2007년 해고자 복직 투쟁은 현장과 부평공장 밖의 운동을 매개할 수 있는 연계망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인천지역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기운을 만들고,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방향은 여러 사회운동 주체들과 함께 하는 혁신된 노동조합운동일 것이다.
100일이 넘게 버텨왔지만 어떤 문제 하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가 어떤 이유에서 외롭고 처절한 고공농성투쟁에 내몰리게 되었는지를 객관화해서 그 원인을 찾아내야한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조건을 새롭게 구성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면 지금 현재 지회가 처한 곤란의 해결책은 순식간에 출현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은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형태로서 노동조합운동의 복원이라는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GM대우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헌신적으로 투쟁해온 덕에 미미하게나마 인천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의 복원이라는 중요한 열쇠고리를 스스로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절실하다. 고공농성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다시한번 공동투쟁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그 조건과 가능성을 분석하는데 수많은 운동주체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