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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0.5-6.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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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9년 금융위기, 금융회사의 범죄행위 때문인가?

임필수 | 정책위원장
2010년 4월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민주당 출신으로 상원 은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도드가 주도하는 금융개혁 법안의 상원 표결이 4월 26일로 임박한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는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작 골드만삭스 측은 여유 만만한 모습이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대표는 4월 20일 올해 1분기 이익이 지난해보다 91%나 늘었다고 발표하면서 SEC의 고소에 대해 아무 일도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피소된 파브리스 투르 부사장이 무기한 유급휴가와 거액의 보너스를 받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왜 그런가? 골드만삭스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설계하고 판매한 금융상품이 새롭고도 복잡하기 때문에 사건 개요를 이해하기 매우 어렵고 설명하기는 더 어렵다. (부동산 대출의 증권화가 야기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 사슬에 관해서는 사회운동 2008년 5-6월호에 실린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을 참조할 수 있다.) SEC가 제기한 혐의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서브프라임 주거용부동산담보부증권(RMBS)의 실적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합성 부채담보부증권(CDO)인 아바쿠스를 설계하고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핵심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 그 정보는 거대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컴퍼니가 CDO를 구성하는 RMBS 선택과정에 개입했고, 폴슨앤드컴퍼니가 CDO 가치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신용부도스왑(CDS) 계약을 골드만삭스와 맺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간략히만 풀어서 설명하면, 폴슨앤드컴퍼니가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123개의 MBS를 선정하여 골드만삭스와 CDO 상품개발에 착수하면서 이를 숨기려고 제3자인 ACA 자산운용사를 형식적인 상품개발자로 내세웠다. 골드만삭스가 발행한 합성 CDO는 CDS 계약을 통해 CDO의 가치하락 위험을 위험매입자(보장매도자)에게 이전하는 구조를 지녔다. 실제로 2007년 아바쿠스가 팔리기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CDO의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2008년 1월까지 아바쿠스에 포함된 MBS의 가격이 99% 하락했다.) 아바쿠스를 대량으로 구매한 금융회사가 큰 손실을 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신용파생계약에서 최종적인 위험매입자를 맡았던 ACA의 자회사나 신용파생계약을 중개한 네덜란드 ABN이 1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은 반면, 폴슨앤드컴퍼니는 이 계약을 통해 10억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골드만삭스는 아바쿠스의 설계와 거래 과정에서 폴슨으로부터 1,5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벌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간 후 SEC는 골드만삭스의 사기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하버드대학의 앨런 페럴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엔 미래 예측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폴슨이 어디에 투자했든 사기혐의와 상관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초대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그레고리 크레이그를 최근 영입하며 법률 대응을 준비 중이다. 실제로 재판이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해가 걸릴 것이며 아마도 여론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최악의 금융위기에 직면하여 수많은 노동자가 실업이나 파산으로 고통 받을 때 수조 원의 이익을 얻은 자가 있고, 그것도 매우 교묘한 수법을 통해 돈을 빼앗았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2007-2009년 금융위기가 범죄행위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물론 골드만삭스와 폴슨의 사기 행위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거대 금융회사의 행태는 사태를 악화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런 범죄행위가 없었더라도 금융위기는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투자자 대부분이 미래를 낙관하며 위험을 알리는 정보공개서를 잘 읽지 않았기 때문에 폴슨이 포트폴리오 선택에 참여했다고 골드만삭스가 공개했더라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여 가속화된 세계경제의 금융화는 언젠가 반드시 터질 수밖에 없는 거대한 거품을 낳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중이 심판해야 할 대상은 어떤 개인이 저지른 금융범죄가 아니라 투기와 거품을 양산한 오늘의 자본주의 경제체계다.

이번 호는 6.2 지방선거와 민중운동의 대응을 특집으로 구성했다.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반이명박정부 민주대연합론과 야권단일화 협상이 전면에 부상했다는 점이다. <6.2 지방선거ㆍ교육감선거, 노동자민중의 공동대응으로>는 지방선거를 거치며 노동자운동 내부가 주요 선거구에서 민주당 지지와 진보신당 지지로 나뉘며 민중운동의 파괴적 분열을 경험하게 되면, 결국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이 붕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6.2 지방선거 정세에 대하여>는 민중운동이 민주당의 반이명박 네거티브 캠페인을 모방하기를 멈추고 노동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선전과 대중운동을 결합할 수 있는 운동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은 각국 정부와 자본이 위기의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려는 전략을 폭로하는 계기로서 G20 대응을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핵전략과 2010년 NPT 평가회의>는 5월에 개최될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미국의 핵전략을 강요하는 장으로 활용하려는 미국 정부의 기만을 폭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 소개는 지난호의 <경성 트로이카, 이관술, 박헌영>에 이어 <시대의 불꽃 김경숙, 박영진, 성완희>를 담았다. 앞으로도 한국 현대사를 헤쳐 나간 운동가의 삶을 다루는 책을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다. 앞에 실린 사진은 100년 넘게 개최되고 있는 메이데이 집회와 시위 사진으로 구성했다. 그 사진들은 세계 노동자운동의 역사적 기록의 아주 일부분일 것이고, 메이데이는 앞으로 더 많은 기록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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