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평가와 ‘검수완박’의 문제점
1. 들어가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퇴임 전 법안 통과를 목표로 ‘검수완박’을 강행처리했다. 법안의 내용과 입법과정의 문제가 심각하여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한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시즌2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추진된 검찰개혁 시즌1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보완하는 성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민주당의 입법 의도가 의심받는 이유 중 하나다.
검찰개혁 시즌1(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립)을 평가하여 문제점과 개선되어야할 지점을 확인하고, 검찰개혁 시즌2(중대범죄수사청, 검수완박)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는지 살펴보겠다.
2. 검찰개혁 시즌1 평가: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의 문제점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검찰권한을 분리, 분산하여 기관 간의 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가 추진되었다.
따라서 검찰 인사에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는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통해 검찰권한 분리분산과 기관 간의 통제장치를 마련했는지를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시즌1에 대해 평가해보겠다.
1) 검찰 인사의 중립성 독립성
수사기관이 중립성을 가지려면 정치권력, 특히 대통령의 권한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핵심적으로 인사권 행사에서 대통령의 권한 자제가 필요하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강력히 종속되어 있다면 수사기관이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하기 어렵다. 정치검찰이라는 말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에 눈감아주고, 집권세력의 정적을 제거하는 칼로 활용되었다는 비난이다. 따라서 검찰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검찰수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2017년 대선 공약으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의 정비를 제시했다. 이보다 앞선 2012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며,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총장후보 추천위에 검찰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가 과반수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인사위도 과반수를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총장추천위와 검찰인사위 제도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반대로 인사권을 무기 삼아 검찰에 대한 개입을 강화했다. 특히 검찰이 조국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을 수사하자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강조했다.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권은 검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좌천시키고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을 요직에 배치한 직후의 발언이다. 즉,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으로 간주해 좌천시킨 것을, 검찰개혁을 위한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갑작스러운 것은 아닌데, 2011년 문재인 대통령이 저자로 참여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정치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통해 정치적 중립을 실현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저서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제가 “검찰의 기득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거부하는 적극적 의미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정치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검찰개혁의 핵심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노골적으로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개혁하자고 주장해온 장본인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구상을 수립하고 추진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그도 2012년 본인의 저서인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에서 “정치권력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와 이익을 위해 검찰을 수족처럼 부려선 안 되지만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는 헌법과 법률이 부과하는 인사권이 있으며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정당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인사권을 통한 검찰개혁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추구한다는 목표와 상충한다. 정치세력의 입맛에 맞는 검사만 살아남게 된다면 수사의 중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인사권 행사는 정치세력의 검찰 길들이기와 다르지 않으며, 인사권자가 바뀔 때마다 검찰조직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민주적 통제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정치권력이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취지이지만, 정치적 중립 여부를 정치권력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그 부정적 결과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과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2) 검찰권한 분산과 기관 간 견제
문재인 정부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지향 아래 검찰권한의 분리, 분산을 통한 기관 간의 견제를 권력기관 개혁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검찰개혁 3법이라 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 및 공수처법 제정으로 구체화되었다. 그 내용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일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인정하고,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이차적 보충수사권을 가지며 6대 중요범죄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직접 수사하도록 했다. 또한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수사와 기소 권한을 가진 독립수사기구로 공수처를 설치했다.
검찰개혁의 지향으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수사와 기소가 결합된 구조에서는 검사가 기소할 생각이 없는 사건에서 수사 의지가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기소하기로 마음먹은 사건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범죄혐의와 증거를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의 기소 결정이 객관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어서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곧바로 검사를 수사에서 절대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장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위한 성격을 가진다. 정보축적 권한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과 무력을 갖춘 경찰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검사는 법관에 준하는 신분보장을 인정해 직무독립성을 보장하지만, 경찰은 행정 지휘계통의 명령을 집행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지휘를 배제하면 그 수사권이 귀속되는 주체는 개별 사법경찰관이 아니라 정보·치안·수사 경찰 기관 전체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따라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 위해 검찰은 공소검사와 수사검사로 분리하고 경찰도 사법경찰과 행정경찰로 분리하여, 수사검사의 지휘 아래 사법경찰이 수사하는 별도 수사청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기능하고 경찰청은 행정기능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을 재편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검찰의 직접수사를 존치시켰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경찰수사에 대한 통제장치를 약화시켰다. 또한 공수처는 검찰이 안고 있던 중립성과 독립성의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모순되는 성격을 가진다. 경찰, 검찰, 공수처라는 수사기관의 난립과 모호한 수사범위 때문에 형사사법절차의 혼란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1)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분점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6대 중요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 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고, 경찰은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 수사하며 독자적인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6대 범죄의 폭이 상당히 넓고 이러한 유형의 범죄를 왜 검찰이 수사해야 하는지 근거가 불명확하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던 검찰의 특수수사가 현행 유지됐다. 때문에 검경수사권 조정이 합리적인 근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나누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검찰의 특수수사를 유지하는 대가로 일반수사에서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일종의 타협안으로 교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이러한 구상은 2018년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권력기관 개혁안’ 발표에서 확인된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되,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 등에 한하여 검찰의 직접수사를 인정”한다고 했고, ‘검찰개혁 정부안’에서 특수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 수사를 위해 검찰의 특수부를 강화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2016년까지만 해도 23명이었던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는 적폐수사가 한창일 때인 2018년에는 43명까지 늘어났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의 특수수사를 유지한 이유는 적폐수사를 위한 필요성 때문이었다.
반전은 검찰이 조국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시작되었다.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검찰의 특수부 수사 축소를 추진한 것이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를 폐지하고, 명칭을 반부패수사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검찰 직접수사 축소 기조는 조국 후임 법무부장관들에서도 계속되었고, 민주당이 2021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에 특수부 수사를 남겨둔 조국 전 장관도 “‘6대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구를 만들게 되면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게 된다”고 찬성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받았다.
이처럼 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지향을 내세우면서도, 검찰을 적폐청산 수사에 동원할 수 있을 때는 특수부를 강화하고 검경수사권 조정에서도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 남겨두었다가, 검찰 수사가 정권을 향하자 특수부를 축소하고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박탈하려고 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일관된 원칙을 고수한 것이 아니라 정략적 이해에 따라 형사사법체계를 바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 경찰권한 강화와 견제장치 약화
기존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고 모든 수사 결과를 검사에게 보내야 했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 결과, 경찰에 일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었다. 경찰은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만,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일차적 수사종결권이 인정된 것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송치 전 수사지휘에 대한 보완책으로 검사의 영장청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 시정조치 요구권, 송치요구권 등을 인정했다. 송치 후 수사지휘에 대한 보완책으로는 소추권행사를 위한 보완수사 요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불송치 후 수사지휘에 대한 보완책으로 재수사요구권,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시 사건송치의무 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의 이차적 보충수사권은 경찰권 견제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된다. 단적으로 사법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행하고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기준이 불확실하여 검찰과 경찰 사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불이행에 대한 ‘정당한 이유’의 판단을 통제의 대상인 사법경찰관이 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보완수사 요구를 사문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리고 사법경찰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검사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 보완수사를 강제하거나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게 하는 등의 강제절차 부재한 것이다. 또한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을 때에는 검사가 해당 사법경찰의 직무제재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지만 강제력이 부여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 경찰의 수사권이 강화되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로 이관될 예정이므로 경찰의 권한남용 문제가 우려된다. 이를 위해 행정경찰의 기능과 수사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행정경찰의 기능 중 정보 기능을 수사 기능에서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경수사권을 조정하면서 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경찰에 수사만 담당하는 별도 조직인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되고, 즉각적인 현장 대응이나 경미한 범죄수사는 자치경찰이 맡게 되었다. 하지만 경찰청 안에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방식처럼 하나의 조직 안에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기능적으로 분리할 경우 실질적인 분리가 어렵고 수사경찰에 대한 행정경찰의 간섭과 개입을 차단하기 어려워 한계적이다.
결국 검경수사권 조정의 결과, 경찰의 권한은 비대해진 반면 견제장치는 부실해졌다. 경찰 수사를 감독하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었고, 보완책으로 보충수사권이 검사에게 부여되었으나 수사견제가 충분하지 않다. 또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분리는 행정과 수사의 실질적 분리라고 보기 어렵다.
(3) 형사절차 복잡화와 사건처리 지연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절차가 복잡해지면서 피해자들의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신속한 권리구제가 진행되기 어려워졌다.
첫째, 피해자는 자신의 사건을 검찰과 경찰 중 어디에 접수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졌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경찰에 사건을 접수해도 검찰이 수사를 지휘했고, 곧바로 검찰에 사건을 접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6대 범죄를 수사하고 경찰이 나머지 일반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등, 범죄유형에 따라 수사범위를 정하다보니, 그 경계가 모호해서 피해자는 검찰과 경찰 중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럽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사건이 경찰에 이송될 가능성이 있고, 하나의 고소사건이 두 개로 쪼개어져 검찰과 경찰 각각에서 진행될 수도 있게 되었다. 피해자는 이러한 결정이 내려져도 정당성을 다투기 어려우며, 심지어 이송통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둘째, 형사절차가 복잡해졌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받으면서 불송치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견제장치로 경찰이 내린 불송치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고소인은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곧바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다. 물론 검찰에 송치된 사건도 조사가 미비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가령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는데 검찰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여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경찰이 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이에 고소인이 이의신청한다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이후 검찰은 직접수사 및 경찰에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검찰이 기소하면 법원으로 가게 된다. 이처럼 사건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면서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경찰수사를 검사가 지휘하기 때문에 검사가 경찰 수사 중에 절차의 적정성 여부를 체크할 수 있었다. 또한, 경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검사가 기록을 송치받아 직접 보완수사를 하여 기소 또는 불기소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수사 기간이 비교적 단축되며, 공소제기 여부에 필요한 쟁점들을 충실히 수사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수사지휘권 폐지로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사건송치 후 보완수사나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대한 재수사 및 이의신청 등으로 여러 번 수사를 받게 되면서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셋째, 이러한 문제들은 형사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건처리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피해자에게 수사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의신청을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 고지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단적으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려놓고도 고소인에게 통보하지 않는 일도 있는가 하면, 통보하더라도 그 이유를 교부하지 않거나 그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의신청을 하려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는지와 그러한 결정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사실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고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사례가 늘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6대 중요범죄를 제외한 사건을 전부 경찰이 전담해야 하고, 검찰이 요구하는 재수사 및 보완수사로 수사 부담이 늘어났으며, 불송치 결정을 경찰이 자체적으로 내리다 보니, 과거 검사가 작성하던 불기소처분 이유도 경찰이 직접 써야 하는 등 업무가 폭증해서다. 이에 더해 일선 경찰들의 법률적 전문지식 미비로 형사사건을 민사사건이라며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이처럼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정적 결과로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수사를 반복하고, 이로 인해 사건처리가 지연되거나 심지어 경찰의 고소장 접수 거부 및 반려가 발생하면서,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지연과 불편으로 귀결된다.
(4)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
공수처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과 수사권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공수처에도 고위공직자 비리와 관련한 특정 사안에 대하여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하지만 공수처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공수처가 견제하자는 것인데, 검경수사권 조정은 기소와 수사를 점진적으로 분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수처 설립 근거는 검경수사권조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기존 검찰조직과 권한을 전제한 공수처 도입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동시 추진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또한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권력남용이 발생했다고 평가하면서,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부여하는 또 다른 기관을 설립하는 점도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공수처가 정치검찰의 폐해를 반복할 수 있어 문제다. 공수처가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려면 검찰과 마찬가지로 집권세력의 인사권을 통한 영향력 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수처장 임명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구조적으로 유리하도록 공수처법이 설계되었다. 공수처장만이 아니라 수사처 검사를 추천하는 인사위원회 구성도 여당이 좌우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줄이는 것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하여, 야당 추천위원 2명이 찬성하지 않아도 의결시킬 수 있도록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켰다. 바로 이런 이유로 공수처는 집권당의 상설 사정기구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논란과 우려 속에서 탄생한 공수처의 현재 성적표는 초라하다.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출금사건 수사를 중단시킨 의혹을 받는 이성윤 전 서울지검장을 수사하면서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그리고 설립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지금까지 공수처가 기소하거나 구속한 사건이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공수처가 신청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능력을 의심받는 실정이다. 여기에 야당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과 그 가족 등 300여 명에 대해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찰’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공수처는 정치 중립성부터 수사능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 총체적 위기 상태다.
3. 검찰개혁 시즌2 평가: 중대범죄수사청과 검수완박의 문제점
1) 검찰개혁 시즌1의 문제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시즌1을 평가하자면, 첫째로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한 제도적 정비를 약속했으나 추진하지 않았고, 검찰이 정권비리를 수사하자 도리어 인사권을 통한 개입을 강화했다. 둘째로 검찰개혁 방향으로 수사-기소 분리원칙을 제시했지만, 검찰의 직접수사는 존치되고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의 권한은 강화되었으나 통제장치는 약화되었다. 검찰의 특수수사가 문제가 되었는데, 왜 6대 중요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남겨두고, 일반 형사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적폐청산 수사에 검찰을 활용하려는 정권의 의도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어정쩡하게 수사권을 나눠가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셋째로 그 결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겪고 있다. 수사권이 공수처, 검찰, 경찰로 분산되면서 수사범위가 모호해 피해구제를 위해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형사 절차는 복잡해졌지만 피해자의 권리행사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고 사건처리가 지연되면서 피해구제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검찰개혁 시즌1을 수사-기소 분리의 과도기적 상태로 평가하면서 독립적인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것을 통해 문제를 해소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검찰의 직접수사를 폐지하여 검찰 내 수사 인력을 검찰로부터 분리하고, 그들을 사법경찰과 통합하여 검찰과 경찰로부터 독립적인 수사기관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유사한 입장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명확한 분리는 범죄유형에 따른 수사분배가 아니라, 수사조직과 기소조직의 분리로만 가능하다며 장기적으로 독립수사기구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독립수사기구 신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방안이자, 동시에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계가 모호한 수사권을 독립수사기구에 집중시켜 수사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행정과 수사의 분리로 경찰권력 남용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검찰개혁 시즌1(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은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추진한 검찰개혁 시즌2(중대범죄수사청, 검수완박)는 이러한 평가를 토대로 개선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정략적 이해를 좇기 위한 입법이 검찰개혁 시즌1에 이어 반복되었다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2) 중대범죄수사청과 검수완박은 검찰개혁 시즌1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1) 중대범죄수사청의 문제점
검찰개혁 시즌2는 황운하·김남국·김용민 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운영법’ 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되었다. 검찰이 수사하던 6대 중요범죄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겨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자(‘검수완박’표현이 등장)는 내용이다.
당시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중수청 법안을 3월 발의해서 6월 입법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중대범죄수사청 도입을 서두르다 보니 비판여론이 거셌다. 그래서 정부여당이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까지 했으나 실패하자 마지막으로 들고나온 수단이 ‘검수완박’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중대범죄수사청은 입법 의도가 의심스러운 것만이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의 한계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첫째, 6대 범죄의 인위적 분리가 그대로 유지, 강화되기 때문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에도 수사권을 범죄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경계가 모호하고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되었다. 모호한 수사권 분배는 피해자가 경찰, 검찰, 공수처 중 어디에 사건을 접수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하고, 사건이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송되거나 쪼개져서 복수의 기관에서 수사되기도 하는 불편을 야기했다. 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이 검찰을 대신하여 6대 범죄를 맡는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둘째, 수사기관의 난립으로 인한 수사만능주의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으로 검찰, 공수처, 국수본 등의 수사기관이 늘어나면서 기관들 사이의 실적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수사기관들이 권한과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근거를 증명하고자 경쟁적으로 수사에 몰입할 수 있어서다. 그 결과 정치와 사회 전반에 감시, 수사, 처벌이 능사라는 식의 수사만능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기관과 경찰의 수사기관을 각각 분리해 통합하는 방안, 즉 수사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은 검찰의 6대범죄를 담당하는 것이라 수사기관 일원화와 거리가 멀다.
셋째, 경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받았고, 앞으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로 이관되면서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그런데 경찰은 상명하복의 원리가 지배하는 행정기관의 성격이 강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권한 남용의 문제가 검찰보다 파괴적일 수 있다. 그래서 행정경찰과 수사경찰로 조직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되었던 것이다. 경찰의 정보와 수사기능이 결합되면 권력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고, 행정경찰의 개입을 차단하지 못하면 독립적 수사가 침해당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은 경찰조직 분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또한,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역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성격을 가지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폐지되면서 통제장치가 약화되었다. 보완책으로 보충수사권이 검사에게 부여되었으나, 경찰 수사견제가 충분하지 않고 형사사법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넷째, 수사의 중립성을 침해할 수 없도록 인사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자는 주장은 검찰의 수사가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불신을 근거로 삼는다. 그런데 수사의 중립성을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인사권에 대해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검찰의 폐해가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에서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인력과 조직구성이 공수처와 유사성을 보이는데, 집권여당에게 유리하다. 즉,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되기 때문에 수사권을 박탈하여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자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도 당시 민주당은 법안 강행을 중단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총장 사퇴로 검찰에서 저항세력을 제압했고, 차기에도 집권할 수 있다면 굳이 잘 드는 칼인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모조리 박탈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2년 정권이 교체되자 민주당은 다시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2) 검수완박의 문제점
2022년에 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 법안은 입법과정과 내용에 있어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 민주당은 4월 12일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통과를 목표로 강행하여 5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 입법하기로 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안에 졸속으로 처리하려다 보니, 민주당은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법을 온갖 편법을 총동원하여 무력화했다.
법안의 내용은 검찰이 담당하던 6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를 부패, 경제범죄 등으로 축소하고, 선거범죄는 올해 12월까지 수사권을 잠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하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면서 정작 수사권을 어디로 넘길지 결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검수완박 법안과 함께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안도 가결되었는데, 앞으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수사기관 전반을 정비하는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검찰이 하던 일을 못 하게 하려면 해당 역할을 어떤 기관이 담당할지도 동시에 제출되어야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수사권 박탈을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므로 대안은 나중에 마련하자며 입법을 강행한 것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의 속내는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증발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은 2021년 시도되었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보다 더욱 졸속적인 법안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지만 어떤 수사기관이 담당할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그리고 검찰이 왜 6대 범죄를 수사하고 나머지는 경찰이 맡아야 하는지도 합리적 근거가 부족한데, 만약 경제와 부패범죄는 검찰, 4대 범죄는 중대범죄수사청, 그리고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고 나머지는 경찰이 수사하게 되면 그 근거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수사기관이 검찰, 경찰(자치경찰과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더욱 난립하여 수사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은 오로지 검찰의 수사권 축소가 목표일 뿐, 현재의 형사사법체계를 개선하려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검찰의 수사권 축소는 검찰개혁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지향은 수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며, 단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긴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더라도 검찰의 수사지휘를 전제로 해야 경찰의 권한 남용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인사제도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수완박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명분을 내세워 정권비리 수사를 방해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자초할 정도로 검찰개혁 시즌1의 평가를 통한 개선과는 무관하다.
검수완박이 방탄입법이라는 의심을 받는 이유는 추진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점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민주당 의원들이 중대범죄수사청을 밀어붙이려 하자,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안착이 우선이라며 만류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직전에 태도를 바꿔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것에는 동조했다. 달라진 것은 윤석열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점 뿐이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말 검찰수사권 박탈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면, 애초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의 특수수사(6대 범죄)를 남겨둬서는 안 되었고, 적어도 2021년 민주당 의원들을 대통령이 말려서도 안 되었다. 그러다가 퇴임 직전에 갑자기 형사사법체계를 흔드는 법안을 강행하는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민주당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검찰수사권 박탈을 중단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다시 수사권을 박탈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3) 검수완박의 독소조항
졸속법안의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가뜩이나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절차가 복잡해져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어려워졌는데, 검수완박의 독소조항까지 생기면서 문제가 더 늘어났다.
첫째, 검찰의 보완수사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제한한 것이다. 경찰이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시정요구, 불법구금 의심사건,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검사에게 사건이 넘겨지는데, 공범이나 여죄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졌다. 경찰이 혐의를 인정해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의 수사를 제한하지 않지만, 오히려 더욱 철저히 확인해봐야 하는 이의신청 등으로 검찰에게 넘겨진 사건의 수사를 ‘동일성’ 범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사기 사건을 경찰이 불송치 했으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넘겨진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로 사기사건의 공범을 찾거나 사기 과정에서 절도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동일성’ 제한 때문에 이를 수사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피고인의 변호인은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워 처벌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동일성 제한’의 취지는 별건수사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개정안 198조 4항에 이미 별건수사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데, 굳이 검사의 보완수사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된다. 별건수사는 관련성이 없는 사건을 끌어다가 먼지털이식으로 수사하는 관행을 의미하기 때문에 제한되어야 하지만, 관련성 있는 사건에 대한 수사는 필요하다. 가령 뇌물수사를 하던 피의자에 대해 관련성 없는 사기와 횡령까지 수사를 확대하면 별건수사지만, 뇌물자금을 사기와 횡령을 통해 마련했다면 관련성 있는 수사가 된다. 후자의 경우 관련수사가 필요하지만 ‘동일성 제한’으로 수사가 어려워져 문제로 지적된다.
둘째,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으면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이의신청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있으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는데, 이는 사법경찰관의 일차적 수사종결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견제장치의 성격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제한했다.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이의신청이 남발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불확실하지만 폐해는 분명하다. 우선 고발인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한다.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 항고·재항고뿐 아니라 법원의 재정신청까지 최소 두 차례 이상의 불복 절차가 보장되는데, 고발인이 의뢰한 사건의 경우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 법률상 불복할 방법이 없다. 김예원 장애인권법 센터 변호사의 말처럼, 경찰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내리는 효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기 어려운 장애인, 아동, 공익제보자 등의 사건이 문제가 된다.
또한 고발인의 사건에 대해 경찰이 고의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하거나 부실 수사하여 무혐의 처분을 내리더라도 손쓸 방법이 없다. 단적으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기업들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대가로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사건은 제삼자의 고발로 시작된 수사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현행법에 따라 고발인이 이의신청했고 보완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만일 법안이 시행되는 9월 이후 경찰이 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사건이 종결되면서 검찰수사가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정치인 범죄는 특성상 대부분 시민단체 등의 고발에서 수사가 시작되는데, 경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건을 재검토할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고발권이 있던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국가기관조차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면 검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을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다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이의신청이 불가능하다.
4. 나가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으나 집권세력에게 유리하게 법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적폐청산 수사를 위해 검찰의 특수수사를 존치시켰다. 그러다 검찰의 수사가 정권을 향하자 태도를 바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로 잠시 안도했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정권이 교체되자 황급히 검수완박을 강행했다. 검수완박은 방탄입법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정도로, 검찰개혁 시즌1로 발생한 경찰 권한에 대한 통제약화, 수사기관의 난립 문제, 중립적 인사제도 문제,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어려워진 문제에 대한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입법과정도 정당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
그 결과 경찰은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았으나 통제장치는 약해지면서 권한남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행정부 산하의 기관으로, 무력 행사가 가능하고 정보 기능도 갖춘 경찰의 권한 남용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경찰, 중대범죄수사청, 검찰, 공수처로 늘어나면서 수사기관들 간의 실적 경쟁이 발생하여 수사만능주의가 팽배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피해자의 권리구제는 고발인 이의신청 제한과 동일성 규정으로 더욱 문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사회운동 다수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내세워 정략적 이해를 추구하고 입법폭주를 일삼는 것에 침묵했다. 정의당은 처음에는 검수완박의 시기·방식·내용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1차 검찰개혁의 안착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끝내 민주당의 강행처리에 협조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게 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정의당이 찬성한 국민의힘과 합의한 중재안은 원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퇴임 직전에 밀어붙이느라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개최하지 않았고,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온갖 편법을 총동원한 시기와 방식의 문제도 달라지지 않았다. 중재안을 합의했다가 파기한 국민의힘의 어리석은 행동이 졸속법안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중재안을 검수완박 찬성의 근거로 삼기에는 명분이 없다.
민주노총과 사회운동 단위들도 침묵했다. 정략적 이해를 위해 법체계를 망가뜨리는 행태와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무기로 입법절차를 무시하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어야 할 노동자운동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폭주에 침묵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검수완박을 지배계급의 권력다툼으로 치부하여 방관하거나, 보수당보다 민주당이 낫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한다면, 노동자운동이 합리적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 것은 요원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