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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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10.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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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_책과나_김현준.hwp

자본이 가는 곳에 갈등이 따라간다

김현준 | 회원, 공공연맹 법규부장
0/ 건강검진

“발견된 질환: 경미한 우울, 기분전환을 위한 운동 등의 신체활동과 기타의 취미활동이 필요합니다.”

졸업학기에 어렵사리 취직한 직장을 6개월 만에 때려치고 조합으로 옮긴지 4개월차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다. 삶이 ‘때로는’ 마음 먹은데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동에 대한 대의나 결의라고는 결코 찾아볼 수 나 같은 인간이 항상 ‘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적어도 내 삶은 ‘항상’ 그러하나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이 정도의 질환은 적어도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징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투쟁사업장이 생기고, 기존의 투쟁사업장은 승리하거나 패배하거나 하는 간단한 등식으로 정리되겠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결과가 어떠하던 매순간이 짊어지기엔 다소 버거운 짐인게 사실이고 현장에 나가서 같이 투쟁을 계획하고 싸움에 함께하는 사람에게도 그리 만만한 짐은 아닌 셈이다(노동운동 4개월차 치고는 꽤나 건방진 말이다ㅋ).

내가 소속된 노조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법규담당인데 사실 ‘법규활동’이란 영역이 아직까지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인식이 일천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활동하다 보면 조직력이 소실되어가는 장기투쟁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서 법률투쟁이 투쟁의 국면을 전환하는 중대한 고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기관의 매우 ‘정상적인’(?) 판정으로 초를 치는 경우도 수다하니 법규담당자야 말로 이러한 질환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집단이 아닌가하는 나름의 진단도 해본다.


1/ 비관 속에서 낙관을.

; 사실 사회진보연대에서 <책과나>코너에 글을 기고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상이한 판단들이 교차했는데 하나는 지난 몇 개월간 제대로 읽어본 책이 한권도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자기반성이었고 이 참에 고민을 풍부화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도 한권 읽어보자는 나름데로의 ‘어려운’ 약속이었다. 최근에 운동진영은 물론이고 관변단체, 학계까지 나서서 ‘노동운동의 위기’를 운운하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입장정리를 필요하겠다 싶어서 서점에서 다소 원색적인 제목(?)의 이 책을 뽑아들게 되었다.

사실 실버를 비롯하여 세계체계론자들의 저서들은 자본에 의한 체계구조 전환의 역사적 궤적들을 추적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이에 상응하는 대중운동의 동학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을 감안한다하더라도 나같이 읽기만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책을 갈망하는 성급한 족속들에겐 첫 장을 넘기기가 매우 고통스러운(?) 책 중의 하나였다. 그래도 이 책을 그리 고통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보수언론들까지 거론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하여 과거의 노동운동의 경험이나 궤적들에 한정하지 않고 현재의 운동을 약화시켜온 구조적 요인을 다층적인 차원에서 포착하려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바닥을 향한 경주’로 표현되는 세계경쟁력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자와 노동자운동의 조건을 전반적으로 쇠퇴시키고 있다는 지배적 담론을 비판하며 이러한 동학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이에 대하여 2장에서는 세계자동차산업에서 발생한 전 세계적 노동소요의 동학을 분석한 후 포드주의적 대량생산이 급속히 확대된 모든 장소마다 사실상 강력하고 영향력있는 노동운동이 출현했다고 언급한다. 또한 자본가들은 더 값싸고 유순할 것이라고 추정되는 노동이 있는 장소로 생산을 재배치하여 투자가 빠져나간 장소의 노동운동은 약해지지만 팽창이 이뤄지는 새로운 장소의 노동은 강해진다고 주장한다(p.75~76).

저자는 끊임없는 공간 재정립과 기술 재정립을 통해 수익성과 통제를 유지하려는 자본의 전략이 노동소요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 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20세기 세계자동차산업에서 발생한 노동소요의 궤적을 추적한다. 자본의 전략은 산업자본의 지리적 재배치나 기본 생산라인의 재편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를 넘어 새로운 산업과 제품생산라인으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산업 내 갈등의 장소가 지리적으로 이전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본 갈등의 장소가 더 긴 시간에 걸쳐 부문간으로 이전되는 것도 예상해야 한다고 하고 주장한다. ‘제품재정립과 노동소요 사이의 동학’이라 명명한다(p.117~118).

저자는 21세기 초, 섬유산업과 자동차산업 같은 기존의 산업뿐만 이나라 반도체산업같은 새로운 선도산업의 노동력은 저소득국가와 중간소득 국가에 집적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21세기에 제조업 분야에 일어날 세계노동소요의 진원지도 이런 국가들에 집중될 것이며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해왔던 서비스산업의 고용과 노동소요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제조업과 달리 이러한 부분들에서는 공간 재정립의 어려움, 생산의 수직적 분절, 생산거점의 다양화로 노동자들의 구조적 교섭력이 약화되기도 하였으며 따라서 연합적 힘의 중요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p.184).

4장에서 저자는 전 지구적 경제과정 자체가 국가형성에서부터 시민권, 국가간 갈등, 세계전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전지구적 정치의 동학에 깊게 뿌리박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세계정치와 노동운동의 상호관계를 분석하고 있다(p.189). 또한 이러한 역사적 분석에 따라 노동운동이 겪고 있는 일반적 위기도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또한 아르헨티나, 중국, 시애틀에서 제노바까지의 반세계화 저항이 20세기 전반기와 비슷하게 폴라니식 노동소요와 맑스식 노동소요의 물결이 결합되는 노동소요의 상승기가 머지않아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지 묻는다.(p.244).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현재의 세기가 세계 헤게모니의 기존 약속에 내재한 한계들이 수익성의 위기와 환경의 위기가 결합되어 표출되었으며, 수십년에 걸친 산업화와 발전은 미국의 세기가 끝날 무렵이 되자 소득과 자원의 사용/남용에서 생겨난 세계적 불평등을 공고히 했을 뿐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적 규모에서의 부의 분할과 인종분할은 서로 겹치면서 공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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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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