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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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_노동자운동_정의헌.hwp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 출범의 의미와 전망

정의헌 |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일반노동조합 운동과 일반노협 현황

일반노조는 2000년 4월 부산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만 6년의 기간을 경과하면서 전국적으로 20여 개의 조직으로 늘어났다. IMF 국가부도 위기 이후 자본과 정권의 전면적 공세를 받으면서 기존의 기업별 노조운동이 갖는 한계를 절감하여 산별노조건설의 과제가 대두되었다. 1999년 부산에서는 중심적 지역 활동가들이 기업별 노조의 시대적 대안은 산별노조가 아니라 단일노조임을 피력하였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건설로 민주노조운동이 산별연맹 체제로 개편되면서 지역적 연대운동이 급격히 허물어져 간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이미 산별노조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기정사실화 한 운동현실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펼치는 활동가들의 저의가 무엇인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였다. 지역의 활동가들은 1년 간의 추진위 준비위 과정의 실천을 통하여 기업과 업종을 뛰어넘는 계급적 노동조합을 지역노조로 직접 건설하였다. 최초의 일반노조인 부산지역일반노조이다.
부산일반노조는 2개월만에 지자체 민간위탁 청소업체를 힘있게 조직하여 기본대오를 확보하고 뒤이어 6월 초부터 100여 일에 걸친 조선비치호텔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의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끈질기게 전개하였다. 이 투쟁을 통해 부산일반노조는 지역에서 크게 주목받게 된다.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할 때였다. 해를 넘기면서 충남, 경남, 서울 등지에서 일반노조들이 덩달아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지역이 경북이다(2005년 6월 29일). 경북일반노조는 민주노총 경북본부가 조직적 논의를 거쳐 만들어졌다. 초기 인력과 재정을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지원하고 있다. 일반노조를 민주노총이 조직가들을 투입하여 직접 만든 셈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조합원이 1천명이 넘는 노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경남, 충남). 일반노조는 이렇게 민주노조운동의 하나로 자리 잡아왔다.
그 동안 전국의 일반노조들은 해마다 한 번씩 수련회를 통해 경험을 교류해 오다가 2004년부터 대표자회의를 구성하여 보다 일상적인 활동공유와 연대를 축적해왔다. 그 성과로 지난 2월 12일 21개 조직(참가 15개, 참관 6개)이 함께 하는 조합원 5천여 명의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일반노협)을 건설하였다. 일반노협은 지역노조들의 전국적 연계를 한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인도하는 것이다.1)


민주노조운동 위기는 지역연대가 허물어진데서 잉태되었다

일반노조운동은 중소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의 길을 열어주었다. 원래 산별노조만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겼고 따라서 기업별노조들의 통합을 산별노조 건설의 방안으로 생각했지만 지역노조로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산별연맹이 고착화되기 전에 기업별 노조로서도 업종을 뛰어넘는 지역적 연대의 힘으로 노동조합을 사수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왔기 때문이다. 연대의 문제가 본질이다. 현 시기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도 그러하고 대공장과 중소공장 사이의 관계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지역연대의 상실에서 오고 있다. 아니 지역연대의 기초 없이 만들어가는 산별연대의 한계에서 오고 있다.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대(對) 자본 투쟁에서 나타나는 한계점이다. 프랑스처럼 시민사회의 정치적 의식수준이 받쳐주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낮은 조직율은 계급대표성의 한계와 곧바로 연결된다. 즉 합쳐도 힘쓰기 어려운데 16~7개 산별연맹으로 나뉘어 제각각 활동하는 데서부터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산업별로 전국적으로 뭉치면 힘쓰기는 더 수월하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으나 전국적 대중파업을 수행하여 자본과 정권의 공격을 분쇄할 만한 투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왜소한 산별대오는 전투 대형에서 보급선을 길게 늘어뜨려 놓는 것만큼이나 불리한 진용이다.
노조운동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많은 문제가 생겨나기 쉬운 조직형식이다. 첫째, 지역에서부터 산별노조로 전진하지 못한 현실에서 그리고 전체 조합원들이 그렇게 많지도 못한 현실에서 기업별 노조들의 전국적 연대는 자연스럽게 대공장 중심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즉 전국적 지도력 생산에서 치명적 한계를 구조적으로 배태하고 있다. 둘째, 연대의 수준이 상층 간부들의 연대로 협소하게 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쉽게 정치화(?)된다. 지금 민주노총 운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파적 활동가 그룹들로 구성되고 있는 과두제적 지도력은 그러한 산물이다. 이렇게 협소하고 비대중적인 활동에도 이들 지도력 체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산별연맹 체제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함께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중심노조로서의 대공장 노조의 책무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옆에 사업장에서 죽든 살든 책임을 느끼지 않고도 전국적 연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계급적 심성과 감성의 상실이다. 일상적·대중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지역 활동은 부차적으로 돌려놓고 하려고 해도 하기 어려운 전국연대를 중심적 임무로 설정하고 있는데서 오는 필연적 질곡이다. 이런 점에서 의식은 존재의 반영이라는 철학적 명제는 역사적인 진실을 이야기한다. 존재는 사회적 존재 즉 인간관계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민주노총 운동의 병폐는 가까이 있는 노동자들과의 대중적 일상적 연대 즉 지역연대를 복원함으로써 치유될 수 있다.2)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일반노협의 역할

일반노조운동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지역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일반노협 건설을 계기로 보다 체계적으로 지역연대를 외치고 실현할 것이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연대운동에서 균형있는 연대를 만들어 가는데 일반노조가 앞장 설 것이다. 씨줄과 날줄의 굵기를 같게 만들어야 옷을 지어 입을 수 있는 천을 짤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일반노협은 산별 소속과 관계없이 지역연대 강화를 통해 조직을 사수하고 조직을 확대하고자 하는 모든 조직들이 함께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많은 전국적 업종(소산별)노조들의 경우 지역적 기반의 취약으로 고통받고 있다. 산별연맹 본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힘이 되기에는 여간 어려운 여건이 아니다. 다 같이 어려운 처지의 조직들이 산별연맹을 뛰어넘어 연대함으로써 그 한계를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 또 업종별 지역노조들도 마찬가지다. 전국을 지향하지만 여력이 없어 지역에 묶여있다. 아니 지역을 지키기도 버겁다. 이들 조직들이 전국적으로 함께 하여 연대한다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반노조운동은 지역본부의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실천적으로 각 지역에서 앞장서고 있다. 사실 지역본부를 받치고 있는 산별연맹들이 지역적 역할을 방기함으로써 지역본부는 구심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총연맹이 연맹들의 눈치를 보며 구심으로서 지도력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이 힘이 있어야 하고 민주노총이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을 먼저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일반노조들은 헌신적으로 지역노조운동으로서 스스로 지역에서 튼튼히 뿌리내리고 이를 중심으로 지역연대의 복원에 헌신적으로 주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지역노동자들의 단결투쟁 구심으로서 지역본부의 위상정립에 보다 힘 있게 앞장설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과제들은 일반노조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힘이 약하다. 또 산별연맹 안에도 많은 뜻있는 조합원 간부 활동가들이 있다. 마음을 열고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힘을 모아 실천해 나간다면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든 동지들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어려운 현실의 조건에 얽매여 있지 말고 진취적인 마음으로 만난다면 투쟁의 의지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일반노조운동의 전망

일반노조운동의 앞날에 대하여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일반노조운동은 아직 여전히 과도기에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나타난 계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그러하듯 일반노조운동은 시대가 만들어낸 운동이다. 신자유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처지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특히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완전한 무권리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 더 이상 이러한 상태로 노동자들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완고하다. 자본독재의 지배는 군사독재보다 훨씬 강력하고 정교하여 사슬을 박차고 나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지역을 중심으로 계급적 진지를 튼튼히 꾸려나가야 할 때이다. 기업별 참호는 더 이상 소나기 같은 신자유주의 공세 앞에 참호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 제대로 되었다면 산별노조도 원래 그러한 사회운동적 변혁적 무기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리라. 대사업장들이 진정한 산별노조로 나아가려면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형제로서 안을 수 있어야 하고 지역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중심노조서 역할을 높여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만들어 가면서 상층의 통합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반노조운동은 광범위한 지역노조활동가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장기적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과 굳게 결합하는 활동가들의 연대는 지역 중심의 활동에서 가능하다.

1) 경북과 충남 경남의 사례로 볼 때 산별연맹 조직들이 협소한 이기주의에 매이지 않고 민주노총 차원에서 일반노조로 힘을 모아낸다면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매우 성공적으로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조직화 효율성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승적 마음을 갖지 못하고서는 50억 돈을 모은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낮은 조직율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본문으로

2) 물론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적 병폐를 불러온 것은 지역연대의 소홀만이 원인이 아니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활동가들의 사상이념적 긴장감 소진(사상적 투항)과 조합권력 매몰, 비정규직 확산 등 신자유주의 전면 공세로 노조운동의 힘이 급격히 왜소하게 된 데서 비롯된 조합원들의 실리주의 경도 등 다른 많은 요인들도 있다.본문으로

[자료]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 창립 결의문

우리는 오늘 벅찬 가슴으로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 출범에 함께 하고 있다. 어제 우리는 전국 각 조직 70여 명의 간부 동지들이 함께 수련회에서 진지한 토론으로 일반노조운동의 현실을 점검하고 전국조직 건설의 의의를 공유하였다. 아울러 모든 동지들이 일반노협 활동에 책임 있게 함께 할 것을 결의하였다.
IMF 경제위기 이후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각 지역에서 일반노조운동을 시작한지 만 6년. 우리는 기업과 업종을 넘어 ‘인간답게 사는 길에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기치 아래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지역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투쟁해왔다. 중소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를 받아 안고 지역적 연대의 힘과 지혜로 힘을 키워온 우리는 소속 산별연맹을 가리지 않고 지역의 투쟁하는 동지들과 연대함으로써 믿음과 신뢰를 쌓아왔다. 이제 일반노조운동은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동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국적 단결과 투쟁을 일구어나갈 우리들의 연대조직을 함께 세우고자 한다. 21개 조직 5천여 조합원으로 시작하는 우리 일반노협은 산별 조직형식을 넘어 단결하고 투쟁함으로써 절망에 처해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한다.
우리 일반노협은 지역에서 더 깊이 더 넓게 뿌리내리기 위해 더욱 분투할 것이다.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이 조직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은 조합원들의 지역 실천연대를 포기하고 소수 최고 간부들의 중앙 정치연대에 치중한데서 비롯되었음을 뼈저리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 일반노협은 실천으로 앞장서면서 전국의 민주노조운동 동지들에게 지역에서부터 산별연맹 형식을 넘어 단결하고 투쟁할 것을 촉구해 나갈 것이다. 최소한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조차 함께 연대하지 않고는 결코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일반노협은 민주노총이 1천 5백만 노동자와 4천만 민중의 든든한 신뢰를 안고 썩은 세상을 갈아엎는 투쟁하는 노동자 부대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다.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재건 없이는 노동자 민중에게 진정한 희망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대적인 정치투쟁의 계절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민주노총이 바로 서는 것은 전체 노동자 민중의 절박한 염원이다. 우리 일반노협 동지들은 이 모든 일들을 우리만의 힘으로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일반노협은 선배 열사들의 희생으로 일구어 온 민주노조운동 현실을 진정으로 걱정하며 실천으로 내일의 희망을 열어가고자 하는 전국의 수많은 동지들과 더욱 함께 소통하며 연대할 것이다.
우리는 눈앞에 다가온 복수노조 시대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일반노조운동 현장간부를 대대적으로 양성하여 조직의 내실을 다지고 전국적으로 포진하고 있는 지역노조의 장점을 살려 전국적 사업방식으로 각 지역의 조직 확대 사업에 주력할 것이다. 우리는 각 지역의 경험을 일상적으로 공유하면서 모범을 발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시켜 각 조직의 활동 편차를 꾸준히 극복해 나갈 것이다. 또한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지역에서 함께 연대하고 투쟁함으로써 조직을 보위하고 조직을 확대 강화하고자 하는 조직이라면 소속 연맹과 관계없이 일반노협으로 함께 할 것을 적극 제안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토론 자리를 마련하여 조직이 함께 살고 중소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사는 길임을 함께 공유하고 모범을 창출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우리 일반노협은 지금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이 야합하여 처리하고자 하는 비정규직 법이 자본가만을 위한 악법임을 분명히 하고 그들의 비정규직 확산 법 개정에 맞서 온 힘으로 투쟁할 것이다. 전국 각 지역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가능한 모든 투쟁을 다할 것이며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연대회의(전비연) 동지들과 굳게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우리 일반노협 동지들은 일반노조운동 처음의 마음을 항상 새기면서 낮은 곳을 향하는 사회운동 노동조합으로서 조직의 힘을 키워 나갈 것이다.

동지들!
일반노조운동을 강화하자!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로 단결하자!
썩은 세상을 갈아엎는 민주노조운동을 일으키자!


2006년 2월 12일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 창립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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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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