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대우자동차와 GM대우노동조합운동
2002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의 진실
“GM 현금 4억 달러로 신규법인을 설립(대우채권단이 1억 9700만 달러 투자, 대신 배당부 장기 우선주 12억 달러 배당), 이 신규법인(GMDAT)이 5.73억 달러의 부채를 포함 대우자동차 인수” 2002년 4월 외자유치를 빌미로 해외매각에 혈안이 된 김대중 정부의 대우자동차 매각명세표다. 12억 달러 우선주 배당에 5.73억 달러 부채를 합쳐도 매각대금은 2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그 와중에 GM이 내놓은 현금은 고작 4억 달러니 군산·창원공장 청산가치만 2조 2천억 원인 대우자동차를 5천억 조금 더(4억 달러) 받고 판 꼴이다.
여기다 채권단은 GM에게 20억 달러어치의 저리 장기운영자금 대출을 약속했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27(~23)%에 이르는 법인세를 10년간 감면(7년간 100%, 3년간 50%)해 주었고, 외국인 임직원의 소득세도 10년간 감면(7년간 100%, 3년간 50%)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김대중 정권의 혁혁한 공은 198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상징이었던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을 온갖 협박과 공권력 행사로 기를 꺾어놓고 팔아버린 점에 있다. 김대중 정부는 해외매각과 정리해고(1,725명)에 반대해왔던 GM대우 부평공장의 노동조합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강제진압·해산하였고, 해외매각이 수면에 떠오르자마자 모든 언론은 생산성 향상 계획에 노동조합이 무조건 동참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이런 상황의 지렛대를 이용하여 GM은 부평공장 인수만큼은 끝까지 유예하였다. 부평공장 운영을 좌지우지할 것이면서도 4가지 전제조건이 달성되어야 인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6개월 연속 주야 2교대 가동, 연 4%대의 생산성 향상, 국제적 품질 수준 유지, 노사분규로 인한 작업손실시간 GM 기준 충족(전 세계 GM 공장의 평균 ― 연 2시간 이하) 등 부평공장이 향후 6년 동안 GM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완전한 항복을 전제로 부평공장을 인수한다는 것이다.
GMDAT와 DIMC 법인통합의 이면
2005년 10월 GMDAT(군산/창원공장)는 DIMC(대우인천차)를 흡수통합했다. GM대우 부평공장의 환경품질책임제가 2005년 GM전체의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성과를 거둔데다 2005년 임단협도 무분규상태로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2001년, 2002년 2년 동안 임금교섭 자체가 없었고 임금인상폭도 작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이성재 집행부)은 인수 4대 전제조건 중 하나인 노사평화유지 조항을 지켰다. GM대우자동차 기업조직 및 GM대우노조의 정상화가 최우선과제였기 때문이다.
2001년 의식개혁을 통한 회사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환경품질책임제는 전사, 부서, 개인 단위의 환경품질 관리 구역을 두고 그곳의 자재, 기계, 방법, 사람에 대해, 노동자를 관리 책임자로서 경영에 참여시켜 모든 공정 내 품질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근무외시간에 시행하는 ‘자율관리’였지만 매각·파산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회사가 만들어놓은 성과지표와 오류 체크리스트 작성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고, 개선―제안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리하여 부평공장은 2003에만 환경품질책임제 하나로 2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였고, 2004년에는 GM의 세계 공장 중에서 GMS(Global Manufacturing System) 평가 최우수 공장이 되기도 하였다. 과거 1992~3년 대우자동차의 NAC운동으로 대우자동차의 저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다 잠시 주춤한 바 있는 데, 환경품질책임제로 린생산체계가 재확립된 것이다.
다른 린생산체계도 그랬듯 부평공장의 환경품질책임제 또한 노동강도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노동조합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1995년 60짭수/JPH(Jobs Per Hour)에 이르렀던 시간당 자동차 생산대수가 1998년 대우자동차 위기로 급격히 하락했었는데, 2005년 환경품질책임제 운동으로 60짭수/JPH 그대로 복원된 것이다. 차이가 나는 것은 생산직 노동자 수가 2000년 5,327명에서 2005년 4,011명으로 크게 감소되었다는 점이다. NAC 운동으로 늘었던 때도 그랬듯 현재 짭수 증가는 기술생산성과는 관련 없이 오로지 노동강도 강화에만 의존한다. 여기다 인원까지 감축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권위가 실추된 상황에서 환경품질책임제가 추진하는 작업환경개선시도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를 노동조합보다는 직장/팀체계에 더욱 의존하게 만든다. 실제 환경품질책임제는 제품생산과 관련된 ‘제안’뿐만 아니라 약간이나마 작업환경 개선과 관련된 ‘제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GM대우 노동자들 사이의 분할선
2003년 생산성 지표가 일정하게 회복(2002년 매출액 6천원 → 2003년 4조원)되고 2교대 근무가 확대되면서 GM대우는 인력충원을 시도하였다. 2교대 근무를 확대하는 것인 만큼 GM대우는 (반)숙련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 정리해고된 조합원을 복귀시킨다. 그리하여 2006년에는 거의 모든 조합원이 복귀된다. 재입사 형식이었고, 따라서 아직도 그들이 GM대우 노동자로서 모든 권리를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이때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늘어나는데 노동조합이 해고된 조합원을 복귀시키면서 GM대우 회사 측의 비정규직 고용을 묵인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타협점이 형성된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숫자는 점점 늘어 2007년에는 부평공장에서만 1차 하청업체 노동자가 1,478명, 전체의 40.6%에 이른다. 2006년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인천항의 KD(Knock Down)센터에는 자동차 부품 조립·포장 노동자들이 전원 비정규직으로 채용된다.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그러하듯 GM대우 부평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 노동자들과 유사한 일을 하고 있으며, 노동강도는 거의 동일하거나 더 강하다. 부평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부분 서브라인 쪽에서 일하고 있으며, 임금수준도 정규직 노동자보다 낮다. 그리고 연령 및 근속에 있어서도 정규직과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이는 직영과 하청의 차별, 수당의 차이에서 오는 차별을 당연히 여기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GM대우는 신규인원을 뽑을 때, 단체협약에 따라 정리해고자들을 우선 복귀시킨 뒤 하청업체에서 ‘발탁채용’을 하는데, 현장에서는 이 발탁채용이 사내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고용 및 승진체계로 부각되기도 한다. 이 바람에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가 다시 한번 당연시 된다. 물론 이런 발탁채용은 사내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서의 단결조차 심각하게 저해한다.
한편 2005년 불법파견 시비는 GM대우에도 밀어닥치는데, 어찌된 일인지 GM대우 부평공장은 불법파견시비에서 벗어났다. 1개 하청업체가 여러 부서로 인원을 나누어 파견하는가 하면, 현장의 하청업체 운영이 사업부서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등 정황이 명백한데도 말이다. 창원공장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창원비정규직노조지회를 중심으로 투쟁이 확대되지만, 2006년 이성재 집행부의 GM대우 노동조합은 이 투쟁을 경원시하거나, ‘공장을 볼모로 한 투쟁 중단’을 요구하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투쟁의지를 꺾는데 여념이 없었다.
GM대우의 자구책 ― 생산성 15% 향상
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2006년매출액(백만달러)177,260177,867185,837195,351194,655207,349매출댓수(천대)807384118098909890519181순이익(백만달러)6011,7363,8222,701-10,417-1,978이윤마진(%)0.31.11.51.4-5.3-1
<표1. GM의 매출 및 순익상황>
<표1>에서 보는 것처럼 GM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의 이윤율 하락경향을 GM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서 2005년 11월 GM은 (이제는 M&A가 아니라)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는데. 핵심은 70억 달러의 경비 절감을 위해 2009년까지 5개 조립공장의 폐쇄하고, 3만 명의 종업원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구 분2002년2003년2004년2005년2006년매 출 액(백만원)614,296 4,276,923 6,051,631 7,531,273 9,604,122 영업 이익(백만원)-96,300 -255,098 -396,165 -28,843 335,642 당기순이익(백만원)-130,559 -222,635 -172,844 65,464 592,757
<표2. GM대우의 매출 및 순익상황>
한편 <표2>에서 보는 것처럼 GM대우의 순익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GM의 순익경향과도 다를 뿐만 아니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 순익 경향과도 다르다. 이는 GM대우의 위상이 GM전체 내에서 매우 강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데 (GM대우는 지금 현재 GM 전체 차량 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GM대우가 GM의 글로벌 생산 기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GM대우의 역할 증대는 기술혁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노동강도의 강화(내포적 노동시간의 증대)에 기반을 둔 것이다. 사실 이는 이윤율 하락 경향을 상쇄해보려는 개별 기업의 생존전략 중 하나이기도 한데, 린-생산체계의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GM대우는 도산위기에 처했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위상마저도 급격히 추락했기 때문에 이것이 재도입-강화되는데 있어 GM대우는 다른 어느 공장보다 유리했던 것이다. 물론 GM대우는 늘어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의 자동차 시장 전초기지로서 지리적 잇점도 있었고, 심지어는 김대중정권이 강력한 노동조합 탄압에다 ‘법인세·소득세·특소세 면제’라는 엄청난 특혜까지 보태주었기 때문에 GM대우의 위상이 강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GM대우가 GM의 동아시아 R&D거점 기지로서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는데, 한국은 유가 상승과 달러환율 하락이라는 기회비용 상승요소가 늘 상존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GM대우 신설법인이 설립되었던 2002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달러환율은 25% 이상 하락했다. 매출액의 80%이상을 외화로 거래하지만, 비용의 87%는 원화로 지급해야 하는 GM대우에게 원화가치 상승은 비용상승의 커다란 압박요인이었다. 결국 대대적인 비용감축 계획을 내놓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2007년 GM대우가 내내 강조해온 ‘생산성 15% 향상’ 계획이다.
비용감축을 목표로 하는 생산성 향상 계획은 반드시 노동강도의 강화와 인원감축(/노동시간 감소)을 동반하게 된다. 기술투자는 단기적인 비용상승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기술개선이 아닌 한 장기적으로 이윤율의 저하경향을 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회피하려 한다. 따라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노동강도 강화다. 그에 따라 린생산체계가 끊임없이 탐구되어 변형된 형태로 재도입·강화되고, 다양한 방식의 인원감축안이 강구된다. 2007년 GM대우 부평공장에서 현장을 들썩였던 낭비제거혁신활동, 분임조 활동 등등이 노동강도 강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3조 2교대, 야간근무 정상퇴근 등은 인원감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사실 하루 노동시간 감축은 개별 노동자의 소득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하루 8시간 노동만으로는 소득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없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동조합의 저항에 부딪힌 GM대우는 이를 철회하였다. 하지만 무력화된 노동조합과 린생산체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약한 상황에서 또다른 린생산체계의 도입―노동강도 강화에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생산성 15% 향상 계획’이 부평공장 내 노동자의 분할선을 타고 들어오는 경우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라는 분할선 말이다.
외주화(/진성도급화)와 노동강도의 강화
사실 광범위한 외주화는 린생산체계에 고유한 것으로,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상층과 저임금·열악한 노동조건이라는 하층 노동자가 각각 분리구축되어 생산연쇄 체계를 구축할 때 진행되는 과정이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플랫폼화, 모듈화, 적기생산(JIT : Just In Time)―직서열 납입방식이라는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을 요구하고 동시에 노동자들 사이의 강한 분할선(남성/여성, 자국인/타국인, 주민/이주민, 백인/흑인,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을 전제한다. 즉 노동조합의 쇠퇴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생산연쇄체계가 구축되어서 노동조합이 쇠퇴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쇠퇴했기 때문에 생산연쇄체계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외주화는 그 자체로 자동차산업에서 획기적인 경영기법이 될 수는 없는데, 외주화는 조직비용이 줄지 모르지만 유통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더더구나 하청업체의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계라는 차원에서 보면 혁신적인 경영기법은 아니다. 외주화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외주화를 통해서(혹은 반대로든) 인원절감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여부다.
GM대우 혹은 우리나라의 모든 자동차산업에서처럼 노동자들 사이의 분할선이 강한 상태에서 회사가 비용절감 노력을 강구하게 될 때, 회사가 외주화 전략에 눈을 뜨는 것은 인원절감의 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주화과정에서 상당량의 작업이 기업주에 의해서건 종신고용을 보장받으려는 노동자에 의해서건 생산연쇄의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하청업체는 생산관리 뿐만 아니라 인력관리의 비용까지도 부담하게 되는데, 이 때 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진 하청업체는 그것을 또 다른 2차 하청업체에게 그리고 자신이 고용한 (하청)노동자에게 이를 전가한다. 외주화된 업체의 노동조건이 극악해지고, 외주화 과정에서 완전히 고용승계가 안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외주화 과정을 통해서 인원절감의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또 다른 효과도 얻어낼 수 있는데, 외주화의 압력 앞에서 회사의 경영위기 담론에 동화된 노동자들은 GM대우의 신차 수주를 위한 입찰 노력을 가속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에 대한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되고 말 생산혁신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제안’하게 된다. 그리하여 상하이GM을 최대경쟁상대로 규정지어 놓고는 내수시장 진작과 기업이미지 제고, 품질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안을 내놓겠다고 호언하는 GM대우 노동조합이나, 너나 할 것 없이 생산혁신을 위한 각종 제안을 늘어놓는 노동자들이 맞이하게 될 것은 노동강도 강화와 함께 노동자의 현장 민주주의, 자주성의 침해일 뿐이다. 2007년 이남목 위원장이 이끄는 GM대우노동조합은 ‘생산성 15% 향상’이라는 문제에 직면해서 이를 부서협의회 차원으로 넘겨버렸고, 부서협의회에서는 몇몇 소위원들이 저항을 하긴 하였지만 전환배치와 외주화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해왔던 작업장으로 전환배치된 노동자는 더 강한 노동강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모듈화가 진척됨에 따라 더욱 무거워진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고된 일자리를 참고 작업장을 지키도록 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 들에 대해서만큼은 노동력의 자연감소 속도를 조절한다는 의미에서 약간 더 많은 고임금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고용을 보장해 주긴 하겠지만 이는 악순환의 또 다른 축을 의미할 뿐이다.
현 시기 GM대우노동조합 목표의 불가능성
2007년 임단협시기 노동조합은 물론 상당수의 현장조직들이 자동차 생산 물량확보가 시급하다며 아우성을 쳤다. 현재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과잉생산으로 진단하고 있는 이들에게 ‘물량확보’는 (다소 이기적이긴 하지만) 유력한 대안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량확보로 고용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은 완전히 자기 부정에 가까운 발상에 다름 아닌데, 왜냐하면 현 시기 자동차 물량확보의 전제는 무엇보다도 ‘비용감소’이고 이 비용감소의 전제조건은 ‘노동강도의 강화’와 ‘인원감축(/노동시간 감소)’이기 때문이다. 설사 노동자 내부의 분할선을 타고 흐르는 외주화에 눈을 감는다고 해서 자신이 예외가 될 수는 없는데, 강화된 노동강도를 버티지 못해 일찍 정년(/퇴직)하던가, 점점 낮아지는(혹은 제자리를 걷고 있는) 시급 상황―이는 저임금 노동자들과의 격차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더욱 강화된다―에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 사이의 분할선이 강화되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 자체가 부정된다는 점이다. 악순환의 첫 발자국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스스로가 내딛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경영참가와 함께 현장권력을 강화한다는 현 노동조합 집행부의 발상이 실현 불가능한 미망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07년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투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UAW는 공장 별 새 모델 투입을 요구하며, 공장폐쇄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형식적인 이틀 파업) 이 과정에서 물량공급, 공장폐쇄 중단, 일부 외주화공정의 공장 안 진입 등 몇 가지 성과(?)가 있었지만, (핵심)생산라인-(비핵심)직종 임금 차등 지급, 신입사원부터 적용될 임금 2중 임금제(Two-tier), 3년간 기본급 동결 일괄 성과급으로 지급 등을 동의했다. 결과적으로 (신규) 노동자의 노동력 유연화에 동의하고, 노동자 내의 임금격차를 구조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회사 측이 간절히 요구했던 비용절감 노력에 화답한 꼴이 된 것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지금 GM대우 노동조합은 미국 내에서 이처럼 물량이 동결된 것에 한편으로는 (고용을 지켰다는 점에서)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물량이 더 이상 한국-동아시아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 상태로는 GM대우 노동조합이 선택할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GM대우 노동자운동이 한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운동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그것을 전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내하청(/비정규직)을 고착화하는 제도를 문제 삼고, 노동자들 사이의 분할선 감축이 전제인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를 전제로 임금인상투쟁, 외주화저지투쟁, 노동강도 저지 투쟁(특히 린생산체계 도입에 대한 규탄)을 벌여나가야 하며, 중국 노동자와의 연대의식을 전제로 초민족 자본의 실체―GM대우의 초과착취와 온갖 특혜(법인세 면제, 노동조합 활동을 원천적으로 구성못하게 하는 제도)를 드러내고, GM출신의 CEO와 ISP가 얼마나 많은 소득을 갈취하는지(이들은 수억에 이르는 연봉을 받으면서 소득세 한 푼 내지 않고 부를 향유하고 있다), GM은 GM대우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지(GM이 얻게되는 이득은 영업이익만이 아니다. 기술 라이센스, 자동차 상표 라이센스, 주식을 통한 자본 가치 증식 등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GM대우에서의 이익을 GM으로 집중 시키고 있다)를 폭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통제에 대한 권한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 있으며, (상하이GM과 GM대우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해외초민족 자본과 노동자(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라는 대립구도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를 전제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급대표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운동의 주체로 세워낼 수 있는 투쟁계획이 입안해야 한다. GM이라는 초민족 자본을 상대로 그들의 실체를 폭로하는 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야 하고, 그에 기반을 두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비정규직 제도를 고착하고, 초민족 자본의 초과착취 및 수탈을 제도적으로 보증해주는 국가에 대한 비판과 의식적인 단절을 통해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전선을 가늠해야 한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 패배라는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노동조합 운동이 가능하려면 발상의 전면적인 전화가 필요하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고립무원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이 투쟁에 수많은 GM대우의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GM 현금 4억 달러로 신규법인을 설립(대우채권단이 1억 9700만 달러 투자, 대신 배당부 장기 우선주 12억 달러 배당), 이 신규법인(GMDAT)이 5.73억 달러의 부채를 포함 대우자동차 인수” 2002년 4월 외자유치를 빌미로 해외매각에 혈안이 된 김대중 정부의 대우자동차 매각명세표다. 12억 달러 우선주 배당에 5.73억 달러 부채를 합쳐도 매각대금은 2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그 와중에 GM이 내놓은 현금은 고작 4억 달러니 군산·창원공장 청산가치만 2조 2천억 원인 대우자동차를 5천억 조금 더(4억 달러) 받고 판 꼴이다.
여기다 채권단은 GM에게 20억 달러어치의 저리 장기운영자금 대출을 약속했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27(~23)%에 이르는 법인세를 10년간 감면(7년간 100%, 3년간 50%)해 주었고, 외국인 임직원의 소득세도 10년간 감면(7년간 100%, 3년간 50%)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김대중 정권의 혁혁한 공은 198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상징이었던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을 온갖 협박과 공권력 행사로 기를 꺾어놓고 팔아버린 점에 있다. 김대중 정부는 해외매각과 정리해고(1,725명)에 반대해왔던 GM대우 부평공장의 노동조합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강제진압·해산하였고, 해외매각이 수면에 떠오르자마자 모든 언론은 생산성 향상 계획에 노동조합이 무조건 동참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이런 상황의 지렛대를 이용하여 GM은 부평공장 인수만큼은 끝까지 유예하였다. 부평공장 운영을 좌지우지할 것이면서도 4가지 전제조건이 달성되어야 인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6개월 연속 주야 2교대 가동, 연 4%대의 생산성 향상, 국제적 품질 수준 유지, 노사분규로 인한 작업손실시간 GM 기준 충족(전 세계 GM 공장의 평균 ― 연 2시간 이하) 등 부평공장이 향후 6년 동안 GM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완전한 항복을 전제로 부평공장을 인수한다는 것이다.
GMDAT와 DIMC 법인통합의 이면
2005년 10월 GMDAT(군산/창원공장)는 DIMC(대우인천차)를 흡수통합했다. GM대우 부평공장의 환경품질책임제가 2005년 GM전체의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성과를 거둔데다 2005년 임단협도 무분규상태로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2001년, 2002년 2년 동안 임금교섭 자체가 없었고 임금인상폭도 작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이성재 집행부)은 인수 4대 전제조건 중 하나인 노사평화유지 조항을 지켰다. GM대우자동차 기업조직 및 GM대우노조의 정상화가 최우선과제였기 때문이다.
2001년 의식개혁을 통한 회사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환경품질책임제는 전사, 부서, 개인 단위의 환경품질 관리 구역을 두고 그곳의 자재, 기계, 방법, 사람에 대해, 노동자를 관리 책임자로서 경영에 참여시켜 모든 공정 내 품질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근무외시간에 시행하는 ‘자율관리’였지만 매각·파산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회사가 만들어놓은 성과지표와 오류 체크리스트 작성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고, 개선―제안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리하여 부평공장은 2003에만 환경품질책임제 하나로 2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였고, 2004년에는 GM의 세계 공장 중에서 GMS(Global Manufacturing System) 평가 최우수 공장이 되기도 하였다. 과거 1992~3년 대우자동차의 NAC운동으로 대우자동차의 저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다 잠시 주춤한 바 있는 데, 환경품질책임제로 린생산체계가 재확립된 것이다.
다른 린생산체계도 그랬듯 부평공장의 환경품질책임제 또한 노동강도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노동조합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1995년 60짭수/JPH(Jobs Per Hour)에 이르렀던 시간당 자동차 생산대수가 1998년 대우자동차 위기로 급격히 하락했었는데, 2005년 환경품질책임제 운동으로 60짭수/JPH 그대로 복원된 것이다. 차이가 나는 것은 생산직 노동자 수가 2000년 5,327명에서 2005년 4,011명으로 크게 감소되었다는 점이다. NAC 운동으로 늘었던 때도 그랬듯 현재 짭수 증가는 기술생산성과는 관련 없이 오로지 노동강도 강화에만 의존한다. 여기다 인원까지 감축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권위가 실추된 상황에서 환경품질책임제가 추진하는 작업환경개선시도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를 노동조합보다는 직장/팀체계에 더욱 의존하게 만든다. 실제 환경품질책임제는 제품생산과 관련된 ‘제안’뿐만 아니라 약간이나마 작업환경 개선과 관련된 ‘제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GM대우 노동자들 사이의 분할선
2003년 생산성 지표가 일정하게 회복(2002년 매출액 6천원 → 2003년 4조원)되고 2교대 근무가 확대되면서 GM대우는 인력충원을 시도하였다. 2교대 근무를 확대하는 것인 만큼 GM대우는 (반)숙련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 정리해고된 조합원을 복귀시킨다. 그리하여 2006년에는 거의 모든 조합원이 복귀된다. 재입사 형식이었고, 따라서 아직도 그들이 GM대우 노동자로서 모든 권리를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이때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늘어나는데 노동조합이 해고된 조합원을 복귀시키면서 GM대우 회사 측의 비정규직 고용을 묵인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타협점이 형성된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숫자는 점점 늘어 2007년에는 부평공장에서만 1차 하청업체 노동자가 1,478명, 전체의 40.6%에 이른다. 2006년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인천항의 KD(Knock Down)센터에는 자동차 부품 조립·포장 노동자들이 전원 비정규직으로 채용된다.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그러하듯 GM대우 부평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 노동자들과 유사한 일을 하고 있으며, 노동강도는 거의 동일하거나 더 강하다. 부평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부분 서브라인 쪽에서 일하고 있으며, 임금수준도 정규직 노동자보다 낮다. 그리고 연령 및 근속에 있어서도 정규직과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이는 직영과 하청의 차별, 수당의 차이에서 오는 차별을 당연히 여기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GM대우는 신규인원을 뽑을 때, 단체협약에 따라 정리해고자들을 우선 복귀시킨 뒤 하청업체에서 ‘발탁채용’을 하는데, 현장에서는 이 발탁채용이 사내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고용 및 승진체계로 부각되기도 한다. 이 바람에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가 다시 한번 당연시 된다. 물론 이런 발탁채용은 사내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서의 단결조차 심각하게 저해한다.
한편 2005년 불법파견 시비는 GM대우에도 밀어닥치는데, 어찌된 일인지 GM대우 부평공장은 불법파견시비에서 벗어났다. 1개 하청업체가 여러 부서로 인원을 나누어 파견하는가 하면, 현장의 하청업체 운영이 사업부서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등 정황이 명백한데도 말이다. 창원공장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창원비정규직노조지회를 중심으로 투쟁이 확대되지만, 2006년 이성재 집행부의 GM대우 노동조합은 이 투쟁을 경원시하거나, ‘공장을 볼모로 한 투쟁 중단’을 요구하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투쟁의지를 꺾는데 여념이 없었다.
GM대우의 자구책 ― 생산성 15% 향상
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2006년매출액(백만달러)177,260177,867185,837195,351194,655207,349매출댓수(천대)807384118098909890519181순이익(백만달러)6011,7363,8222,701-10,417-1,978이윤마진(%)0.31.11.51.4-5.3-1
<표1. GM의 매출 및 순익상황>
<표1>에서 보는 것처럼 GM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의 이윤율 하락경향을 GM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서 2005년 11월 GM은 (이제는 M&A가 아니라)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는데. 핵심은 70억 달러의 경비 절감을 위해 2009년까지 5개 조립공장의 폐쇄하고, 3만 명의 종업원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구 분2002년2003년2004년2005년2006년매 출 액(백만원)614,296 4,276,923 6,051,631 7,531,273 9,604,122 영업 이익(백만원)-96,300 -255,098 -396,165 -28,843 335,642 당기순이익(백만원)-130,559 -222,635 -172,844 65,464 592,757
<표2. GM대우의 매출 및 순익상황>
한편 <표2>에서 보는 것처럼 GM대우의 순익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GM의 순익경향과도 다를 뿐만 아니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 순익 경향과도 다르다. 이는 GM대우의 위상이 GM전체 내에서 매우 강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데 (GM대우는 지금 현재 GM 전체 차량 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GM대우가 GM의 글로벌 생산 기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GM대우의 역할 증대는 기술혁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노동강도의 강화(내포적 노동시간의 증대)에 기반을 둔 것이다. 사실 이는 이윤율 하락 경향을 상쇄해보려는 개별 기업의 생존전략 중 하나이기도 한데, 린-생산체계의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GM대우는 도산위기에 처했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위상마저도 급격히 추락했기 때문에 이것이 재도입-강화되는데 있어 GM대우는 다른 어느 공장보다 유리했던 것이다. 물론 GM대우는 늘어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의 자동차 시장 전초기지로서 지리적 잇점도 있었고, 심지어는 김대중정권이 강력한 노동조합 탄압에다 ‘법인세·소득세·특소세 면제’라는 엄청난 특혜까지 보태주었기 때문에 GM대우의 위상이 강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GM대우가 GM의 동아시아 R&D거점 기지로서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는데, 한국은 유가 상승과 달러환율 하락이라는 기회비용 상승요소가 늘 상존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GM대우 신설법인이 설립되었던 2002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달러환율은 25% 이상 하락했다. 매출액의 80%이상을 외화로 거래하지만, 비용의 87%는 원화로 지급해야 하는 GM대우에게 원화가치 상승은 비용상승의 커다란 압박요인이었다. 결국 대대적인 비용감축 계획을 내놓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2007년 GM대우가 내내 강조해온 ‘생산성 15% 향상’ 계획이다.
비용감축을 목표로 하는 생산성 향상 계획은 반드시 노동강도의 강화와 인원감축(/노동시간 감소)을 동반하게 된다. 기술투자는 단기적인 비용상승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기술개선이 아닌 한 장기적으로 이윤율의 저하경향을 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회피하려 한다. 따라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노동강도 강화다. 그에 따라 린생산체계가 끊임없이 탐구되어 변형된 형태로 재도입·강화되고, 다양한 방식의 인원감축안이 강구된다. 2007년 GM대우 부평공장에서 현장을 들썩였던 낭비제거혁신활동, 분임조 활동 등등이 노동강도 강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3조 2교대, 야간근무 정상퇴근 등은 인원감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사실 하루 노동시간 감축은 개별 노동자의 소득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하루 8시간 노동만으로는 소득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없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동조합의 저항에 부딪힌 GM대우는 이를 철회하였다. 하지만 무력화된 노동조합과 린생산체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약한 상황에서 또다른 린생산체계의 도입―노동강도 강화에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생산성 15% 향상 계획’이 부평공장 내 노동자의 분할선을 타고 들어오는 경우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라는 분할선 말이다.
외주화(/진성도급화)와 노동강도의 강화
사실 광범위한 외주화는 린생산체계에 고유한 것으로,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상층과 저임금·열악한 노동조건이라는 하층 노동자가 각각 분리구축되어 생산연쇄 체계를 구축할 때 진행되는 과정이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플랫폼화, 모듈화, 적기생산(JIT : Just In Time)―직서열 납입방식이라는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을 요구하고 동시에 노동자들 사이의 강한 분할선(남성/여성, 자국인/타국인, 주민/이주민, 백인/흑인,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을 전제한다. 즉 노동조합의 쇠퇴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생산연쇄체계가 구축되어서 노동조합이 쇠퇴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쇠퇴했기 때문에 생산연쇄체계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외주화는 그 자체로 자동차산업에서 획기적인 경영기법이 될 수는 없는데, 외주화는 조직비용이 줄지 모르지만 유통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더더구나 하청업체의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계라는 차원에서 보면 혁신적인 경영기법은 아니다. 외주화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외주화를 통해서(혹은 반대로든) 인원절감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여부다.
GM대우 혹은 우리나라의 모든 자동차산업에서처럼 노동자들 사이의 분할선이 강한 상태에서 회사가 비용절감 노력을 강구하게 될 때, 회사가 외주화 전략에 눈을 뜨는 것은 인원절감의 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주화과정에서 상당량의 작업이 기업주에 의해서건 종신고용을 보장받으려는 노동자에 의해서건 생산연쇄의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하청업체는 생산관리 뿐만 아니라 인력관리의 비용까지도 부담하게 되는데, 이 때 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진 하청업체는 그것을 또 다른 2차 하청업체에게 그리고 자신이 고용한 (하청)노동자에게 이를 전가한다. 외주화된 업체의 노동조건이 극악해지고, 외주화 과정에서 완전히 고용승계가 안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외주화 과정을 통해서 인원절감의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또 다른 효과도 얻어낼 수 있는데, 외주화의 압력 앞에서 회사의 경영위기 담론에 동화된 노동자들은 GM대우의 신차 수주를 위한 입찰 노력을 가속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에 대한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되고 말 생산혁신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제안’하게 된다. 그리하여 상하이GM을 최대경쟁상대로 규정지어 놓고는 내수시장 진작과 기업이미지 제고, 품질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안을 내놓겠다고 호언하는 GM대우 노동조합이나, 너나 할 것 없이 생산혁신을 위한 각종 제안을 늘어놓는 노동자들이 맞이하게 될 것은 노동강도 강화와 함께 노동자의 현장 민주주의, 자주성의 침해일 뿐이다. 2007년 이남목 위원장이 이끄는 GM대우노동조합은 ‘생산성 15% 향상’이라는 문제에 직면해서 이를 부서협의회 차원으로 넘겨버렸고, 부서협의회에서는 몇몇 소위원들이 저항을 하긴 하였지만 전환배치와 외주화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해왔던 작업장으로 전환배치된 노동자는 더 강한 노동강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모듈화가 진척됨에 따라 더욱 무거워진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고된 일자리를 참고 작업장을 지키도록 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 들에 대해서만큼은 노동력의 자연감소 속도를 조절한다는 의미에서 약간 더 많은 고임금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고용을 보장해 주긴 하겠지만 이는 악순환의 또 다른 축을 의미할 뿐이다.
현 시기 GM대우노동조합 목표의 불가능성
2007년 임단협시기 노동조합은 물론 상당수의 현장조직들이 자동차 생산 물량확보가 시급하다며 아우성을 쳤다. 현재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과잉생산으로 진단하고 있는 이들에게 ‘물량확보’는 (다소 이기적이긴 하지만) 유력한 대안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량확보로 고용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은 완전히 자기 부정에 가까운 발상에 다름 아닌데, 왜냐하면 현 시기 자동차 물량확보의 전제는 무엇보다도 ‘비용감소’이고 이 비용감소의 전제조건은 ‘노동강도의 강화’와 ‘인원감축(/노동시간 감소)’이기 때문이다. 설사 노동자 내부의 분할선을 타고 흐르는 외주화에 눈을 감는다고 해서 자신이 예외가 될 수는 없는데, 강화된 노동강도를 버티지 못해 일찍 정년(/퇴직)하던가, 점점 낮아지는(혹은 제자리를 걷고 있는) 시급 상황―이는 저임금 노동자들과의 격차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더욱 강화된다―에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 사이의 분할선이 강화되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 자체가 부정된다는 점이다. 악순환의 첫 발자국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스스로가 내딛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경영참가와 함께 현장권력을 강화한다는 현 노동조합 집행부의 발상이 실현 불가능한 미망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07년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투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UAW는 공장 별 새 모델 투입을 요구하며, 공장폐쇄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형식적인 이틀 파업) 이 과정에서 물량공급, 공장폐쇄 중단, 일부 외주화공정의 공장 안 진입 등 몇 가지 성과(?)가 있었지만, (핵심)생산라인-(비핵심)직종 임금 차등 지급, 신입사원부터 적용될 임금 2중 임금제(Two-tier), 3년간 기본급 동결 일괄 성과급으로 지급 등을 동의했다. 결과적으로 (신규) 노동자의 노동력 유연화에 동의하고, 노동자 내의 임금격차를 구조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회사 측이 간절히 요구했던 비용절감 노력에 화답한 꼴이 된 것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지금 GM대우 노동조합은 미국 내에서 이처럼 물량이 동결된 것에 한편으로는 (고용을 지켰다는 점에서)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물량이 더 이상 한국-동아시아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 상태로는 GM대우 노동조합이 선택할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GM대우 노동자운동이 한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운동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그것을 전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내하청(/비정규직)을 고착화하는 제도를 문제 삼고, 노동자들 사이의 분할선 감축이 전제인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를 전제로 임금인상투쟁, 외주화저지투쟁, 노동강도 저지 투쟁(특히 린생산체계 도입에 대한 규탄)을 벌여나가야 하며, 중국 노동자와의 연대의식을 전제로 초민족 자본의 실체―GM대우의 초과착취와 온갖 특혜(법인세 면제, 노동조합 활동을 원천적으로 구성못하게 하는 제도)를 드러내고, GM출신의 CEO와 ISP가 얼마나 많은 소득을 갈취하는지(이들은 수억에 이르는 연봉을 받으면서 소득세 한 푼 내지 않고 부를 향유하고 있다), GM은 GM대우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지(GM이 얻게되는 이득은 영업이익만이 아니다. 기술 라이센스, 자동차 상표 라이센스, 주식을 통한 자본 가치 증식 등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GM대우에서의 이익을 GM으로 집중 시키고 있다)를 폭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통제에 대한 권한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 있으며, (상하이GM과 GM대우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해외초민족 자본과 노동자(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라는 대립구도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를 전제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급대표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운동의 주체로 세워낼 수 있는 투쟁계획이 입안해야 한다. GM이라는 초민족 자본을 상대로 그들의 실체를 폭로하는 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야 하고, 그에 기반을 두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비정규직 제도를 고착하고, 초민족 자본의 초과착취 및 수탈을 제도적으로 보증해주는 국가에 대한 비판과 의식적인 단절을 통해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전선을 가늠해야 한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 패배라는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노동조합 운동이 가능하려면 발상의 전면적인 전화가 필요하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고립무원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이 투쟁에 수많은 GM대우의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