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택시노동자의 분신에 부쳐

또 다시 이 땅의 한 노동자가 정부의 택시노동자에 무책임한 정책과 택시사업주의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분신하였다. 지난 5월 7일 국세청 앞(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부가세 전액쟁취를 위한 택시노동자 투쟁결의대회'집회 진행 중 서울 정오교통 노동자 조경식씨(44)가 "노조탄압 중지하라!", "부가세 지급하라!"라고 외치고 10여장의 유서를 뿌린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는 사태가 일어났다.

열악한 조건에 시달리는 택시노동자의 현실과 이로 인한 택시문제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무려 25명이 넘는 택시노동열사들이 거의 매년 1∼2건씩 자신의 목숨을 던져 사업주의 횡포와 정부의 무책임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 이어져 왔고 사납금 철폐·월급제 실시·생활임금 보장·택시제도개혁을 요구하는 택시노동자의 투쟁이 1997년부터 치열하게 계속되어 왔지만, 택시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택시노조연맹에 따르면, 법인 택시노동자의 통상임금은 기초생활보장 최저생계비 1백5만원도 채 벌지 못하고 있다한다. 저임금은 대다수 택시업체가 고집하고 있는 소위 '사납금제'로 악화되고 있고, 법인 택시의 경우 12시간 2교대라는 장시간 노동이 횡횡하고 있다. 특히 당초 택시노동자 처우개선과 노동조건개선을 목적으로 도입한 '부가세 경감방안'은 사용자측의 불이행과 정부의 책임부실로 인하여 택시노동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농민, 빈민, 이주노동자들의 분신과 죽음이 계속되는 상황에 비통함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인한 구조조정과 산업공동화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죽음으로 내몰리게 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 기조인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주검을 딛고 서 있다.

비정규직노동자들보다 임금과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택시노동자들, 이들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노동자들이다. 전체노동자들 중 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그리고 800만 명에 육박하는 빈곤층은 삶의 희망이라는 찾아볼 없어 삶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들이다. 자본과 정권이 획책하는 죽음에 맞서 더 이상 노동자민중의 죽음을 장사치를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분신한 택시노동자가 하루빨리 쾌유하길 빈다. 그리고 전체 노동자민중들과 연대하여 노동자들의 죽음의 원인인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 노동의 유연화를 분쇄하고, 불안정노동철폐, 최저임금·최저생계비 공동투쟁에 힘껏 나설 것을 밝히는 바이다.


-2004년 5월 11일 사회진보연대-